<한국관광공사 추천>2012여수엑스포로 떠나는 1박2일 가족여행_보성~고흥~여수

뭍은 신록으로 물들고~ 섬은 5월 훈풍에 취하고~

신록의 계절을 맞아 보성군에서 시작, 고흥군을 거쳐 여수시로 이어지는 남도 여행에서 예술혼에 젖어보고, 다도해의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섬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순천만을 사이에 두고 여수시와 마주한 고흥군은 지난해 말 거금대교의 개통으로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8가지의 특산품, 9가지의 별미, 10가지의 비경이 있다는 고흥군은 지형이 복주머니처럼 생겼다. 보성군 벌교읍과 이어진 복주머니의 목 부분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비경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 역시 볼거리로 넘쳐나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이다.

위치 : 전라남도 보성군, 고흥군, 여수시

육로를 통해 고흥군으로 여행을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땅이 보성군이다. 이미 여러 차례 보성의 녹차밭을 감상한 여행자들이라면 미력면의 미력옹기,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한 다음 고흥군으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하고 싶다.

미력옹기 들러서
태백산맥문학관으로

미력옹기는 숨쉬는 항아리인 옹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본 곳이다. 미력옹기 대표이자 전수교육보조자인 이학수씨는 중요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보유자였던 선친 고 이옥동(1994년 작고) 선생의 대를 이어 9대째 옛 모양 옛 방식 그대로 살아 숨쉬는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다. 이씨 부부는 요즘 자녀(2남1녀)에게도 전통옹기 제작법을 가르친다. 미력옹기의 생명력이 10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미력옹기에 가면 장인들이 직접 옹기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고 국그릇이나 밥그릇, 투가리, 접시, 찻잔, 양념단지 등 완성된 그릇들을 감상하고 사갈 수 있다.

벌교읍내의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선생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워졌으며 문학기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만6000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에 쏟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700여 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 맞은편에는 소설 속의 현부자네 집, 소화의 집이 있는가 하면 연꽃이 피는 연못도 조성돼 거장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산책하기에 좋다. 벌교읍내로 발걸음을 옮겨 홍교, 부용교, 금융조합, 남도여관, 김범우의 집, 자애병원 등 소설 속의 무대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미력옹기와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했다면 다음 코스는 고흥반도와 주변 섬들이다. 고흥군은 전라남도의 동남단에 돌출한 고흥반도와 169개의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나로도, 외나로도, 거금도, 소록도 등이 고흥의 대표적인 섬들이다. 이 섬들은 모두 교량으로 이어져 배를 타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

먼저 나로도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나로도항, 내나로도의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덕흥해변 등을 찾아가본다. 2009년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입구의 우주과학관은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상설전시관의 제1전시관은 우주과학의 기본 원리와 로켓, 제2전시관은 인공위성과 우주공간에 대해 알려준다.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 가면 우주여행자과정, 우주비행사과정, 우주탐험가과정, 우주지도자과정 등을 체험하게 된다. 나로우주센터 견학, 문 워커(달의 중력) 체험, 우주선조종체험, 통제센터 체험, 우주복입기체험, 우주왕복선 탑승체험, 행성탐사, 우주공간 이동 체험, 천체관측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외나로도의 나로도항(과거의 명칭은 축정항)은 나로도 일대 수산물의 집결지이면서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이 드나들고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출항한다. 오전 8시 무렵에는 수산물 경매 장면을 구경해볼 수 있다. 나로도항은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일제시대에 이미 전기와 수돗물이 들어갈 정도로 부자 마을이었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나로도항을 집중 개발한 이유는 이 나라에서 잡힌 싱싱한 물고기를 일본으로 쉽게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한편 거금도와 소록도로 찾아가려면 고흥반도 서남부의 녹동항 방면으로 가야 한다. 예전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야만 거금도, 소록도에 입도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자동차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통해 고흥반도에 딸린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남해의 보물 거금도로 들어가면 해안일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길은 신평리 월포농악전수관 앞에서 동남쪽으로 꺾이고 다시 바닷가와 만난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같은 자그마한 섬들 뒤로는 시산도가 보이고 멀리 수평선 위에는 손죽도와 초도가 걸려 있다.


숨 막히는 다도해의 예쁜 절경
가슴 벅찬 감동 느낄 수 있어

오천선착장에서부터는 서쪽을 바라보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게 된다. 물 맑은 다도해의 해풍과 햇살이 거금도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한껏 기를 불어넣는다. 금장해변과 익금해변을 지나고 옥룡마을 입구도 지나면 길은 다시 북쪽으로 휘어진다. 시선을 어디로 던지든 액자 속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보물 같은 풍경들의 연속이다.

해안일주도로 외에 거금도 중앙부를 종단하는 금성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며, 산을 좋아한다면 거금도 최고봉인 적대봉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그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숨 막히는 다도해의 예쁜 절경들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거금도에서는 익금해변이 유명하다. 맑고 푸른 남해의 파도를 직접 마주할 수 있고, 활처럼 곡선을 그린 백사장에는 고운 은빛 모래가 가득하다. 해변 뒤로 소나무 군락이 울창한 숲을 이룰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어 그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에도 좋다.

녹동항과 거금도 중간에 놓인 소록도에는 한센병 치료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병원 건물 근처에는 소록도 생활자료관 등이 있다. 소록도 생활자료관에 들어가면 역사, 병원현황, 소록도의 자연, 원생의 생활 모습, 생활사, 사건과 인물, 문예작품 도서 등의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공간이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종려나무, 편백, 차나무, 능수버들, 등나무, 매화나무 등 500여 종의 식물로 매우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 그밖에 향나무와 삼나무, 히말라야 삼목, 동백, 팔손이나무, 치자나무, 피라칸다 등 남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도 공원을 뒤덮고 있다. 구라탑 뒤에는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누워있다.

과거에 소록도와 거금도의 수문장 노릇을 했던 녹동항은 남해안의 수산물 집결지이자 해상 교통 요충지이다. 인근 섬에서 잡히는 활어, 선어 등과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 모든 해산물이 녹동항으로 모여든다. 아울러 고흥 연근해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답사에 관심이 많을 경우 능가사와 금탑사, 수도암 등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령스런 팔영산의 아늑한 품에 다소곳이 안겨있는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으며 당시의 명칭은 보현사였다고 전해온다. 능가사에는 천왕문, 대웅전, 응진당, 요사채, 범종각 등이 들어서 있고 응진당 옆에는 능가사 사적비가 서있다.

금탑사는 천등산 중턱에 자리한 고찰이다. 극락전만 남아 있었으나 최근에 명부전, 삼성각, 종각 등을 새로 지었다. 금탑사 주변에는 3000여 주의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곳 비자나무숲은 금탑사가 세워진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2012여수세계박람회

고흥 여행을 마치고 여수로 향하는 길에 선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8품’이라는 특산품에 주목하자. 유자, 석류, 해미(海米)·수미(秀米),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유자골 순한 한우가 고흥의 여덟 가지 특산품으로 선정돼 있다.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2012여수엑스포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신항 일대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바다를 통해 지구 생태계와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접할 수 있다. 첨단 운송 선박의 개발,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심층수 해양자원 개발, 해양오염방제, 해양보안 및 안전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이 그것. 공간 곳곳의 볼거리도 다양하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형태의 스카이타워, 뉴미디어 버라이어티쇼와 100여 개 참가국가의 문화공연 무대인 빅오(The Big-O), 갯지렁이와 따개비를 닮은 바다 위의 주제관, 다도해를 상징하는 국제관 등이다. 박람회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건축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이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보성
대원사 → 보성차밭 → 율포해변 → 비봉공룡알화석산출지 → 태백산맥문학관
♣당일코스-고흥
① 고흥 동남부 : 고흥읍 → 능가사 → 영남용바위 → 남열해돋이해변 → 해창만간척지 → 내나로도 덕흥해변 → 외나로도 우주과학관
② 고흥 서남부 : 고흥읍 → 수도암 → 고흥호방조제 → 우주천문과학관 → 녹동항 → 소록도 → 거금도 일주

♣1박2일코스-고흥
첫째 날 : 보성군 미력옹기 → 보성군 태백산맥문학관 → 고흥군 우주과학관 →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 → 숙박
둘째 날 : 고흥군 소록도 → 고흥군 거금도 → 2012여수엑스포 관람 → 귀가

♣1박2일코스-보성∼고흥∼여수
첫째 날 : 보성군 미력옹기→보성군 태백산맥문학관→고흥군 우주과학관→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숙박
둘째 날 : 고흥군 소록도→고흥군 거금도→2012여수엑스포 관람→귀가

♣대중교통
보성 : 보성역~여수EXPO역 : 직행노선은 없으면 순천역에서 환승해야함
         서울(용산)역~보성역 : 1회
         보성역~광주(송정)역 : 6회, 무궁화호
         보성역~부산(부전)역 : 1회
고흥 : 고흥~서울 :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
         고흥~광주 : 20∼40분 간격 운행
         고흥(녹동)~부산 : 하루 5회 운행
         고흥~여수 : 30∼40분 간격 운행
         고흥~순천 : 20∼30분 간격 운행
여수 : [기차] 서울 용산역-여수엑스포역, 주말기준 하루 84회 운행(여수엑스포 기간 특별 운행열차 포함)
         [버스] 서울 센트럴-여수, 하루 25회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비행기] 김포-여수, 하루 8회 운행(월~토), 약 50분 소요


♣자가운전
보성 호남고속도로 서광주나들목 → 화순 → 29번 국도 → 보성읍
고흥 (1) 호남고속도로 송광사나들목 → 27번 국도 → 벌교읍 → 고흥읍 → 녹동항 → 소록도 → 거금도
         (2) 순천시내 → 2번 국도 → 고흥읍 → 15번 국도 → 포두면 → 내나로도 → 외나로도

♣주변 볼거리
- 보성 : 대원사, 보성차밭, 율포해변, 비봉공룡알화석산출지
- 고흥 : 고흥만 간척지, 해창만 간척지, 남성리해변, 염포해변, 남열해돋이해변, 덕흥해변, 대전해변, 수도암, 봉래사, 남포미술관, 발포만호성, 충무사, 우도, 득량도, 시산도, 지죽도, 백일도, 죽도, 백로·왜가리 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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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