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푸릇푸릇 신토불이 오일장터 탐방-원주오일장

흥정소리 드높은 잔칫집 같은 ‘먹거리 천국’

원주오일장은 먹을거리의 천국이기도 하다. 원주오일장에서 40여 년째 직접 만두를 빚어 팔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만두, 어머니 때부터 20년 가까이 장터를 오가는 삼형제 족발,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서 부쳐내는 정선할머니의 메밀부침,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 만드는 떡갈비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음식들이다. 오일장터가 흐벅지게 잔치가 벌어진 잔칫집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위치 :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

원주시는 강릉시와 함께 오래도록 강원도의 근간이 되어온 도시이다. 원주의 한쪽으로 흐르는 남한강 물길과 백두대간을 넘어 한양으로 향하는 육로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교통의 편리함은 지금도 변함없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중앙선 기차, 강원도와 충청도·경기도를 가로 세로로 잇는 5번 국도, 19번 국도, 42번 국도가 원주를 지난다. 이처럼 편리하게 이어지는 교통은 지금도 원주로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른다. 오일장터를 찾는 상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길을 따라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에서 원주오일장으로 물건을 팔기위해 모여든다.

원주시내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이 흐른다. 섬강의 지류인 원주천이다. 원주사람들은 이 하천변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원,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걷기운동을 하는 장소, 복잡한 시내의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한 주차장, 이른 아침에 반짝 열리는 새벽시장의 장터, 시내를 비켜가는 제방도로 등이다.

편리한 교통 따라
충청·경기에서 모여든 상인들

원주오일장도 원주천변에 자리한 민속풍물시장에서 열린다. 매 2, 7일이면 쌍다리라 불리는 원주교에서 봉평교까지 이어지는 삼각형의 민속풍물시장 터에는 저마다의 상품을 가지고 나온 상인들로 북적인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등의 나물부터 달달한 맛이 일품인 쪽파와 양파, 겨울동안 저장해두었던 생강, 풋콩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장터에서 구할 수 있다.


화려한 색깔과 향기로 겨우내 칙칙했던 집안에 화사한 봄내음을 전해줄 꽃과 나무도 가득하다.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 등 꽃의 색깔도 다양하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장터의 또 다른 명물은 옷가게 가득 진열된 형형색색의 옷들이다. 봄이 내려앉은 듯 화사한 블라우스의 자태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원주오일장의 어물전에는 내륙의 다른 장터와 달리 싱싱한 해산물이 많다. 백두대간을 넘으면 곧바로 동해바다이니 당연한 듯싶다. 배구공처럼 빵빵하게 부푼 도치를 비롯해 가자미, 열기 등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곳에선 오가는 흥정소리도 높다.

“오늘 꼴뚜기는 왜 이렇게 작은가?”
상인이 꼴뚜기를 쏟아 진열하는 것을 바라보던 할머니의 물음이다.
“오늘 주문진항에 들어온 꼴뚜기는 이게 다예요. 제가 모두 가져왔으니 조금 작아도 어쩔 수 없어요”라는 상인의 대답이 돌아온다.

이 대답을 들은 할머니는 꼴뚜기 예닐곱 마리가 든 봉투를 받아들고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장날이면 이곳에서 해산물을 구입하는 오일장 어물전의 단골손님이다. 이처럼 원주오일장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오일장날 비가 와도 상인들이 장을 펼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단골손님 많은 탓에
비가 와도 열리는 오일장 

원주오일장은 먹을거리의 천국이다. 장터에서 40여 년 째 직접 만두를 빚어 팔고 있다는 아주머니의 손만두, 어머니 때부터 20년 가까이 족발을 삶아 팔았다는 삼형제의 족발,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서 부쳐내는 정선할머니의 메밀부침,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 양파와 부추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드는 떡갈비, 달달하고 고소한 호떡과 쫄깃한 어묵, 짭조름한 장아찌와 된장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음식들이다. 오일장터가 마치 흐벅지게 잔치가 벌어진 잔칫집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왕사탕, 젤리, 땅콩사탕, 전병 등 추억을 되살리는 과자와 만나는 것도 즐겁다.

원주오일장이 서는 민속풍물시장 상점 중에는 장날이면 아예 주인이 바뀌는 곳도 있다. 오일장 상인에게 장날마다 상점을 빌려 주는 것이다. 간판과 그 안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다른 곳은 어김없이 오일장 상인이 그날의 주인이다. 상점을 빌려 장사를 하는 곳은 대부분 음식점이지만 중도매상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상점 안에 하루에 모두 팔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물건이 가득 쌓여있는 곳이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장날을 기다려 물건을 사러 오는 인근지역의 소매상들도 있고, 여러 명의 소비자가 함께 구입해 나누어 쓰기도 한다.


아침 7시부터 북적이던 장터는 오후 4시쯤이면 발길이 한산해지다 6시쯤이면 파장한다. 파장 즈음 장터를 찾으면 물건들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가져온 물건을 모두 팔고 돌아간 상인들의 물건은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기도 하다.

원주오일장을 돌아보기 위해 자동차를 가지고 갔다면 원주천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장터를 돌아보면 된다. 원주역에서 장터가 그리 멀지 않으니 기차를 이용해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원주시 무실동에 자리한 원주한지테마파크는 한지의 고장 원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인류가 종이를 만들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역사적 배경부터 한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어 좋다. 한지를 직접 만들어보고, 한지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공예체험도 할 수 있다.

원주시 단구동에 자리한 박경리문학공원은 대하소설 <토지>의 산실이다.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 4, 5부를 집필했던 옛집과 손수 가꾸었던 마당의 텃밭, 박경리 선생의 문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박경리 문학의 집, 공원을 찾아온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쉬어갈 수 있는 북카페, 공원 외곽으로 만들어진 평사리마당, 홍이동산, 용두레벌 등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찾아 추억을 만들기에도 좋다.

원주한지테마파크와
박경리문학공원도 볼거리

원주역사박물관은 오일장에서 가깝다. 원주시 봉산동에 자리한 이 박물관은 2000년에 원주시립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원주역사박물관으로 불리게 된 것은 2010년부터이다. 평원, 북원경, 강원감영으로 이어져온 원주의 역사를 배우는 것과 함께 도자기에 그림그리기, 토기만들기 등의 체험도 운영된다.

원주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4월의 꽃길을 걷고 싶다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로 가보자. 그곳에 길을 분홍 꽃잎으로 물들인 벚꽃길이 기다리고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장터여행 코스 : 강원감영 → 민속풍물시장 → 원주역사박물관 → 박경리문학공원 → 원주한지테마파크
명소탐방 코스 : 치악산국립공원(구룡사) → 민속풍물시장 → 박경리문학공원 → 거돈사지 → 법천사지

♣1박2일 코스
①첫째 날 : 치악산국립공원(구룡사) → 강원감영 → 민속풍물시장 → 원주역사박물관(숙박)
②둘째 날 : 박경리문학공원 → 원주한지테마파크 → 거돈사지 → 법천사지 → 귀가(문막IC)

♣대중교통
?기차 : 청량리역 → 원주역 : 06:10~23:00, 1시간 간격 운행(1시간20분 소요)
?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 → 원주시외버스터미널 : 06:10~22:25, 20분 간격 운행(1시간30분 소요)
?비행기
원주 → 제주 : 매일 1회 운항 13:15 출발(1시간10분 소요)
제주 → 원주 : 매일 1회 운항 11:10 출발(1시간10분 소요)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남원주IC → 원주 방향으로 진입 → 봉학사거리, 평창 방향으로 우회전 → 지하상가사거리, 충주 방향으로 우회전 → 원주KBS 앞 사거리, 좌회전 → 원주교오거리 → 원주천변 주차장 주차 후 풍물시장으로 이동

♣주변 볼거리 : 원주허브팜, 치악산 구룡사, 고판화박물관, 거돈사지, 법천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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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