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3월의 맛있는 여행-경남 사천

‘봄 도다리’ 드시러 삼천포로 빠지시이~소

봄이 오면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 도다리가 제철이다.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로 먹는데 살이 꽉 차서 찰지고 쫄깃하며 하얀 살과 함께 씹히는 뼈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사천에는 봄 도다리만큼이나 매력적인 여행지도 많다. 해안데크 따라 바닷가를 산책할 수 있는 노산공원과 공원 안에 마련된 박재삼문학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연상케 하는 삼천포와 창선도를 잇는 삼천포대교, 황홀한 낙조를 감상하며 드라이브 즐길 수 있는 실안해안도로,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선보여 승전을 거둔 사천해전의 현장 등이 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사천 삼천포항 어부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제주도 근해에서 겨울 산란기를 지낸 도다리가 매년 3월쯤 삼천포 앞바다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라는 말이 있듯, 봄에는 도다리가 제일 맛이 좋다. 이즈음 멀리 반도의 끝자락 사천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봄에 제철인 도다리가 있어서다.

새벽 3시 삼천포어시장
싱싱한 도다리 퍼덕퍼덕

사천의 항구 중에서 도다리를 만나기 쉬운 곳이 삼천포항이다. 경남 서부 연안어업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 3대 어항의 하나다. 구항과 신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항으로 행선지를 잡아야 도다리는 물론 항구 주변에 펼쳐진 어시장도 구경할 수 있다. 삼천포항에서 항구의 활력과 갓 잡아 올린 도다리의 싱싱함을 보려면 이른 새벽에 가야 한다. 밤새 바다에 나가 거친 파도와 싸우며 그물 가득 도다리를 걷어 올린 어선이 하나 둘 돌아오는 시간이 새벽 3시부터다. 이때부터 삼천포항은 활기가 넘친다. 어선은 항구에 정박하기가 무섭게 도다리를 쏟아내고, 바로 경매가 시작된다. 새벽 5시면 경매가 끝나고 삼천포어시장에 도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바다가 좋더라도 입이 즐거워야 여행길이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법. 삼천포에 와서 도다리를 놓칠 수는 없다. 삼천포어시장에는 상점, 좌판 할 것 없이 도다리가 주인공이다. 노점과 좌판, 포장마차가 늘어선 바닷가쪽 도로변에서 싱싱한 도다리를 골라 회를 뜬다. 도다리는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로 먹기도 한다.

제철의 가격은 1kg에 3만5000~4만원선. 구입할 때는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15~20cm 내외)가 좋다. 큰 것은 보기에는 좋아도 뼈가 단단해서 세꼬시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너무 작으면 살이 별로 없다. 산란기를 끝낸 도다리는 살이 꽉 차서 찰지고 쫄깃하다. 하얀 살과 함께 씹히는 뼈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도다리는 광어와 비슷해서 자칫 혼동하기 쉽다. 구별법은 ‘좌광우도’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다. 또 광어가 입이 크고 이빨이 있는 데 반해,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다.

봄의 향기를 오감으로 만끽하고 싶다면 도다리 쑥국이 제격이다. 도다리 쑥국은 전라도의 홍어 애탕에 비견되는 경상남도의 대표적 봄철 음식이다. 구수한 된장을 푼 뒤 파릇파릇한 해쑥과 도다리를 넣고 끓여내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다. 된장국의 진한 맛과 쑥향의 절묘한 배합, 쑥과 도다리를 함께 먹을 때 입안에 감도는 쑥향과 도다리 속살의 부드러움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맛으로 남는다.


노산공원 따라가면
시원스런 한려수도

삼천포어시장은 먹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즐거움도 크다.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활어전문 상설전통시장이다. 40년 전만해도 인근 어촌과 도서지방에서 밤새 잡은 생선을 사고팔던 포구 물양장이었다. 싱싱한 생선이 들어오니 진주, 남해 등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고, 1978년 정식으로 시장이 개장했다. 항구를 중심으로 활어와 회를 판매하고, 농산물, 건어물, 조개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이 즐비하다. 여느 전통시장과 다르지 않지만 풍성한 어류가 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어 바닷가에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도다리의 봄 향기가 채 가시기 전에 발걸음을 옮겨 삼천포 구항과 신항 사이에 위치한 노산공원으로 향한다. 바다를 향해 돌출한 언덕에 위치한 노산공원은 시원스레 펼쳐진 한려수도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포인트다. 동백꽃 떨어진 산책로를 걸어 바닷가로 가면 해변을 따라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는 신항의 등대로 이어진다. 바닷가를 걷고, 등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추억 한 컷을 남길 수 있다. 노산공원에는 비릿한 바다내음만 풍기는 건 아니다.

공원 안에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시를 썼던 삼천포 출신의 고 박재삼 시인의 문학관이 조성되어 있다.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며 우리 민족이 경험해야 했던 경제적 빈곤을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고,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시를 지은 시인의 시집과 수필집을 문학관에서 만날 수 있다.

노산공원에서 내려오면 삼천포에서 공항이 있는 사천읍까지 실안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한다. 실안해안도로로 가는 길 중간에 대방진굴항을 지난다. 삼천포항 옆에 있어 그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항구다. 몇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대방진굴항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은 방파제 끝에 서 있는 하얀 등대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하얀 등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고, 누구라도 멋진 여행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다.

대방진굴항은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진’이란 군사시설을 일컫는 것으로, 대방진은 고려시대 말에 남해안에서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시설의 하나다.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이 수군기지로 이용했다고 한다. 현재의 굴항은 조선 순조 때 진주병마 절도사가 진주목 관하 70여 개 면의 백성을 동원해 돌로 둑을 쌓아 1820년경에 완공한 것이다. 남해 창선도, 적량첨사와 군사적 연락을 취하던 기지로 당시에는 300여 명의 수군과 전함 2척이 주둔하고 있었다 한다.

봄이면 만개하는
선진리성 벚꽃도 장관

대방진굴항에서 실안해안도로는 지척이다.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삼천포대교 아래 대교공원은 ‘일몰이 아름다운 거리’라는 이정표가 있으니 찾기 쉽다. 공원 주차장에는 커다란 거북선이 놓여 있다. ‘해안도로와 거북선이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하겠지만,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거북선을 출전시킨 곳이 사천해전이다. 사천해전의 승전을 주제로 60km의 바닷길을 조성한 것이 실안해안도로다.


실안해안도로는 바다와 어우러지는 길의 운치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은 길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삼천포대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자태가 매력적인 다리는 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지난 2003년 4월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는 범선의 돛대처럼 바다 위를 가로지른 풍경이 멋있고, 밤에는 오색의 조명이 반짝이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삼천포대교를 뒤로 하고 길을 따라 달리면 이내 바다 한 가운데 나무 말뚝을 박아둔 게 보인다.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장이다. 말뚝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에 맞춰 V자로 벌려두고 끝에 원통형 대발을 설치한다.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힘을 잃은 물고기가 대발에 모이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바다 물살이 가장 센 곳은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이고, 그 다음으로 물살이 센 곳이 삼천포 대교가 있는 사천 앞바다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죽방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죽방렴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해질 무렵이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와 바다, 그리고 죽방렴이 어우러져 멋진 낙조를 만들어낸다. 실안낙조는 사천8경의 하나로 빼놓아서는 안 되는 풍경이다.

해안도로가 숨겨 놓은 마지막 볼거리는 선진리성이다. 선진리성은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조창이 설치되어 주변에 쌓은 토성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사천 지역을 장악한 왜군이 조창 터에 돌로 성을 쌓으면서 왜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선진리성의 역사적 가치는 이순신 장군으로 인해 더욱 빛난다. 이순신 장군은 선진 앞바다에서 거북선을 등장시키며 왜선 13척을 침몰시키는 승리를 거뒀다. 역사는 이를 ‘사천해전’이라 적고 있다. 선진리성은 공원으로 정비되어 돌로 쌓은 성의 형태가 잘 남아 있고, 안에 이충무공 사천해전승첩비가 세워져 있다. 무엇보다 여행자들에게 인상적인 것은 성내 1000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면 은백색의 물결 사이로 사천바다가 출렁이며 장관을 이룬다는 점이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당일코스
노산공원(박재삼문학관) → 삼천포항 → 대방진굴항 → 창선·삼천포대교 → 실안해안도로

♣1박2일코스
①첫째 날 :  남일대 코끼리바위 → 진널전망대 → 노산공원(박재삼문학관) → 삼천포항 → 대방진굴항 → 창선·삼천포대교 → 실안해안도로 낙조
②둘째 날 : 실안해안도로 → 사천대교 → 선진리성 → 항공우주박물관 → 다솔사 → 비토섬

♣대중교통 : 서울남부버스터미널-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4시간 10분 소요)

♣자가운전 :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진주JC → 남해고속도로 사천IC → 3번 국도 → 사천시청 → 삼천포항

♣음식점
·삼천포한정식 : 회정식, 사천시 선구동, 055)832-7345  ·자연산횟집 : 도다리쑥국, 사천시 서동, 055)832-2228  ·해안횟집 : 도다리쑥국, 사천시 서동, 055)832-2700  ·재건냉면 : 냉면, 사천읍 수석리, 055)852-2132  ·시골여행 : 칼국수, 사천시 대방동, 055)835-5554  ·삼천포돌게장 : 돌게장백반, 사천시 벌리동, 055)835-9052  ·오복식당 : 해물정식, 사천시 동동, 055)833-5023

♣주변 볼거리 :다솔사, 남일대, 세종·단종태실지, 대곡숲, 비토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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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