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있는 여행 ②양양 남대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귀향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리움이다. 수확의 계절, 시월이 오면 그리움도 들녘의 이삭처럼 무르익는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세찬 물살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본능은 어떤 그리움보다 뜨겁다. 남대천 갈대숲이 은빛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온 연어가 산란을 시작하면, 남대천 일대는 단풍과 양양연어축제로 붉게 달아오른다. 이 가을, 핫 플레이스는 양양이다.

 

 

양양8경에서 1경으로 꼽히는 남대천은 양양 남쪽을 흐르는 청정수역이다. 오대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은 영동 지역 하천 중에 가장 맑고 길어, 무성한 갈대숲에서 백로가 쉬는 풍광을 만나는 곳이다. 

 

 

청정수역

봄에는 황어, 여름에는 은어, 가을에는 연어 떼가 돌아오는 풍요로운 강이다. 지리적으로 바다와 강의 경계선에 있는 남대천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 70% 이상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대표적인 연어 회귀 하천이기도 하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남대천에서 태어나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알래스카의 바다로 가서 3~5년간 성장한 뒤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남대천 갈대가 은빛 물결을 이루면, 바다에서 강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연어가 남대천에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한다. 연어는 산란기가 다가오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고, 암컷과 수컷 모두 혼인색을 띠며, 먹이를 먹지 않는다. 짝짓기를 마친 연어는 강에서 죽고, 그 강에서 부화한 새끼가 이듬해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난다.

 


양양연어축제는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양양 시내 남대천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에 가장 인기 있는 연어 맨손 잡기 체험은 10월16일까지 인터넷으로 선착순 접수한다. 참가비는 3만원(초등학생 이하 2만5000원, 5000원 상품권 지급)이고, 체험은 평일 2회(오후 2·3시), 토요일 5회(오전 11·12시, 오후 2·3·4시), 일요일 5회(오전 10·11·12시, 오후 2·3시) 진행한다. 1인당 연어 한 마리로 제한하고, 장갑을 제공한다. 축제 당일 현장 접수는 체험 한 시간 전에 시작한다.

 



인터넷 예매가 일찌감치 매진되는 연어 맨손 잡기 외에도 연어 탁본 뜨기, 연어열차 생태 견학, 연어 소원 등 달기 등 흥미로운 체험 거리가 많다. 남대천 하구 코스모스 공원에서는 버스킹이 수시로 진행되어 흥겨움을 더한다. 맛 체험 행사장에서는 양양의 토속 별미와 담백한 연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연어가 어떻게 그 먼 바다까지 갔다가 모천으로 돌아오는지 궁금하다면, 남대천 하류 손양면 송현리에 있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를 찾아보자. 내수면생명자원센터에 마련된 연어생태체험관은 연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만나는 곳이다.

 

 
연어의 부화와 성장 과정, 연어 회귀도 등을 통해 신비로운 연어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연어포, 연어통조림, 연어뻥튀기 등 연어로 만든 가공식품과 연어 껍질을 활용한 지갑, 연어 정소와 정액을 활용한 바이오 제품 등 다양한 전시품이 흥미롭다. 양양연어축제 기간에는 남대천 축제장에서 내수면생명자원센터까지 왕복하는 연어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양양 남쪽을 흐르는 양양8경 중 1경
연어 70% 이상, 대표적인 연어 회귀 하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1968년부터 동해안의 주요 회귀 어종인 연어의 자원량 증강을 위해 연어 생산, 방류 등 수산 종자 자원 관리 사업을 해왔다. 올해도 남대천에 지역 어업인, 학생들과 함께 어린 연어 640만마리를 방류했다. 어린 연어는 지난해 가을에 돌아온 어미 연어에게서 알을 받아 부화한 뒤 5개월간 5cm 크기로 키운 것이다. 방류된 연어는 북태평양으로 이동해서 다 자라면 동해안 하천으로 돌아온다.

 


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연어가 돌아오는 10월부터 어린 연어가 방류되는 3월까지 가족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 해마다 가을이면 어미 연어 맞이, 봄에는 어린 연어 보내기 생태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태 체험 행사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며, 체험비는 무료다.
손양면 오산리에 위치한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은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유물을 전시한 곳이다. 양양 오산리 유적(사적 394호)에서 출토된 덧무늬토기와 점토제 인면상, 돌톱, 이음낚시 등 교과서에 나오는 선사시대 유물이 많다. 토기 제작과 어로, 수렵, 채집 등 선사시대 주요 생활상을 디오라마로 제작해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쉽다. 야외에는 신석기인이 살던 쌍호를 배경으로 움집, 체험장, 탐방로 등이 마련되어 역사 공부와 생태 학습은 물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

 


송이밸리자연휴양림은 백두대간생태교육장과 목재문화체험장, 구탄봉 탐방 코스, 송이홍보관, 숲속의집 등 청정 자연을 만끽하는 산림 복합 문화 공간이다. 최근 송이밸리자연휴양림에 레포밸리(하늘나르기, 숲속기차)가 완공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하늘나르기는 울창한 숲 속에서 푸른 동해를 조망하며 580m를 쏜살같이 날아가는 짚라인이다. 숲속기차(모노레일)를 타고 숲 향기를 만끽하며 덜컹덜컹 오르는 시간도 여유롭다. 가족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목재문화체험장은 나무와 숲, 목재 문화를 배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다람쥐가 먹고 버린 열매와 솔방울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드는 물고기는 온기가 느껴질 만큼 정겹다.

 


죽도해수욕장은 올여름 젊은이들에게 서핑의 메카로 주목받았다.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가 일정한 편이라 서핑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호평 속에 양양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서핑 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카페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의 휴양지를 방문한 듯 자유로운 분위기가 신선하다. 양양8경 중 6경으로 꼽히는 죽도정에 올라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파도가 깎아놓은 기암괴석을 지나 해안 절경이 한눈에 보이는 죽도전망대까지 짧은 트레킹 코스도 아름답다.

 

 


토속 음식 ‘뚜거리탕’

양양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은 뚜거리탕이다. 청정 하천인 남대천에서 잡은 토종 자연산 뚜거리에 제철 채소를 듬뿍 넣고 곰삭은 막장과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다.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아 민물고기를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세월에 빛바랜 간판과 외관은 허름해도, 20년을 지켜온 ‘강촌식당’의 인심은 변함없이 넉넉하다. 주인장이 직접 잡은 뚜거리와 정성껏 키운 텃밭 채소로 푸짐하게 차린 시골 밥상에서 고향의 맛을 만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남대천생태관찰로→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죽도해수욕장→송이밸리자연휴양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대천생태관찰로→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송이밸리자연휴양림
둘째 날: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죽도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양양관광 http://tour.yangyang.go.kr/site/tourism/index.jsp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www.fira.or.kr
- 양양연어축제 http://salmon.yangyang.go.kr
-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www.osm.go.kr
- 송이밸리자연휴양림 www.songivalley. co.kr  

문의 전화
- 양양관광안내 033)1330
-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207
- 양양연어축제(양양군청 문화관광과 관광마케팅) 033)670-2724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 033)670-1611
-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033)670-2442
- 송이밸리자연휴양림 033)670-2644
- 죽도해수욕장(양양낙산관광안내소) 033)670-239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양,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30~23:30) 운행, 약 2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6:30~17:1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양양시외종합터미널에서 남대천까지 900m, 도보 약 13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양양IC교차로 양양·속초 방면→구교교차로→북단교차로 낙산대교 방면 좌회전→남대천  

숙박 정보
- 송이밸리자연휴양림: 손양면 고노동길, 033)670-2644, www.songivalley. co.kr:454
- 쏠비치호텔&리조트 양양: 손양면 선사유적로,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sb/yy
- 낙산비치호텔: 강현면 낙산사로, 033)673-0601, www.naksanbeach.co.kr

식당 정보
- 강촌식당(뚜거리탕·은어튀김): 양양읍 안산2길, 033)671-9966
- 범바우막국수 (막국수): 강현면 동해대로, 033)671-5966
- 단양면옥(함흥비빔냉면): 양양읍 남문6길, 033)671-2227
- 송이골(송이영양돌솥밥): 손양면 동명로, 033)672-8040

축제·행사 정보
양양연어축제: 2018년 10월18~21일, 남대천 일대, http://salmon.yangyang.go.kr


주변 볼거리
낙산사, 휴휴암, 미천골자연휴양림, 하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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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