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선선하니 한옥 마실 떠나볼까”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의 가볼 만한 곳

한국관광공사는 ‘등 따시니 좋을시구! 한옥 민박 체험’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1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절절 끓는 구들방에 등 지지는 이 맛! 영암 월인당(전남 영암)’ ‘신라 천년 역사의 향기가 온돌방마다 그득(경북 경주)’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한옥 강릉 선교장(강원 강릉)’ ‘강, 호수에 기댄 한옥에서 맞는 청량한 아침, 팜카티지(경기 가평)’ ‘가을 정취 흐르는 옛 담장길을 걷다(경남 거창)’ ‘부용에 기대어 하회를 바라보는 명당 한옥에 머물다 안동 옥연정사(경북 안동)’ ‘근대 명품 한옥인 전주 학인당에 머물다(전북 전주)’ 등 7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일교차가 큰 가을, 멋진 풍광을 즐기려다 자칫하면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낮동안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일몰 후에는 지글지글하는 온돌방에서 여독을 풀어낸다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이다. 올 가을 한옥 나들이로 한국의 멋에 흠뻑 취해보자.

구들방에 등 지지는 이 맛
영암 월인당

영암 땅 너른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월출산과 은적산 사이에 자리 잡은 월인당은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구들장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소박한 한옥 민박집이다. 내력 있는 종택도, 유서 깊은 고택도 아니건만 주말마다 예약이 밀려드는 까닭은 황토 구들방에 등 지지는 맛이 각별해서다. 규모는 단출하다. 방 세 칸에 두 칸짜리 대청, 누마루와 툇마루가 전부다.

방 세 칸은 모두 구들을 넣고 황토를 깐 위에 한지장판을 바른 ‘장작 때는’ 방이다. 바닥은 뜨끈하고 위는 서늘하니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하는 구조다. 삼면이 툭 트여 햇살과 바람과 달빛이 드나드는 누마루는 차 한 잔의 여유 혹은 술 한 잔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정자 역할을 한다. 월출산 위로 보름달이 뜨는 밤 누마루에 나와 앉으면 ‘달빛이 도장처럼 찍히는 집’이라는 이름처럼 안마당이 달빛으로 환하다.

<당일 여행코스>
도갑사→왕인박사유적지→도기박물관→구림한옥마을→월출산온천→독천낙지마을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도갑사→왕인박사유적지→도기박물관→구림한옥마을→월인당(숙박)
■둘째 날 천황사지→월출산 구름다리→천황봉→월출산온천→독천낙지마을
<주변 볼거리>
기찬묏길, 영산호농업박물관, 영암호방조제

신라 천년 역사의 향기
온돌방마다 그득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 가면 월암재, 서악서원, 도봉서당, 종오정, 독락당 등에서 고택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이 고택들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정자, 서원, 재실 등으로 사용됐다. 은둔생활에 젖어있던 이 문화유산들은 묵은 때와 세월의 먼지를 말끔히 털어내고 이제 고택숙박체험지로 거듭났다. 대청마루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경주 남산 줄기를 바라보는 조망의 즐거움이 그곳에 있다. 늦은 밤, 달빛 교교한 마당을 거닐다 보면 신라시대 왕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만 같다.

경주 고택들 주변으로는 나정, 삼릉, 무열왕릉, 서악동고분군, 옥산서원 등 문화유산이 즐비해서 하룻밤 머물며 역사의 향기 가득한 마당을 산책하기가 더없이 편하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좋다.

<당일 여행코스>
①신경주역→대릉원→첨성대→동궁과 월지(구 안압지)→국립경주박물관→감은사지→감포항
②경주나들목→삼릉→나정→국립경주박물관→반월성→첨성대와 대릉원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신경주역→대릉원→첨성대→동궁과 월지(구 안압지)→국립경주박물관→분황사석탑→선재현대미술관→신라밀레니엄파크→고택에서 숙박
■둘째 날 양동민속마을→옥산서원→김유신장군묘→무열왕릉→불국사→석굴암→감은사지→문무대왕릉→감포항
<주변 볼거리>
경주 남산, 월성, 석빙고, 신라역사과학관, 보문야외공연장, 괘릉, 선덕여왕릉, 진평왕릉, 금척리고분군, 서악동고분군, 단석산, 서출지, 통일전, 기림사, 골굴암, 이견대, 문무대왕릉, 보문호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곳
한옥 강릉 선교장

강릉 선교장은 강원도에서만 아니라 이 땅의 전통 한옥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된 집이다. 안채, 동별당, 서별당, 열화당, 활래정 등 100여 칸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살림집 면모 그대로다. 집 뒤로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노송들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긴 행랑 사이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그 역사를 대변해 준다.

집 구석구석 예스러움이 묻어나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집안 내력에서 풍겨나는 향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선교장은 한옥의 매력을 살려 옛 것을 유지한 채 실내에 부엌, 샤워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춰 내 집처럼 편안하게 한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일 여행코스>
오죽헌→선교장→경포대→경포호→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허난설헌생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오죽헌→경포대→경포호→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선교장
■둘째 날 경포해수욕장→허난설헌생가→커피박물관→하슬라아트월드→정동진
<주변 볼거리>
주문진항,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 대관령자연휴양림, 통일공원함정전시관, 커피박물관, 굴산사지 당간지주

호수에서 맞는 청량한
아침 ‘팜카티지’

강과 호수가 어우러진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한결 운치 있다. 가을, 아침녘 눈을 뜨면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오래된 기와 위에도 청량한 기운이 내려앉는다.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한옥 숙소인 팜카티지는 홍천강과 청평호의 경계가 되는 곳에 자리 잡았다. 이곳 한옥은 잠실 풍납토성에 있던 200여년 된 가옥을 1980년대에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한옥까지는 육로 외에 청평호 유람선을 이용해 마당 앞 선착장에 닿을 수 있다. 한옥 2채는 성춘제와 천리제로 나뉘며 1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성춘제가 좀 더 완연한 한옥의 자태를 뽐낸다면 천리제는 벽난로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춰 편의를 더했다. 한옥의 따뜻한 온기는 청평 오일장, 가평읍내 테마정원인 이화원 등을 거치며 더욱 무르익는다. 호명 호수와 환상의 드라이브길 역시 만추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당일 여행코스>
팜카티지→청평 오일장→환상의 드라이브길→호명호수→자라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청평 오일장→청평호→유명산→팜카티지(숙박)
■둘째 날 홍천강변 산책→환상의 드라이브길→호명호수→이화원(가평 오일장)→자라섬
<주변 볼거리>
유명산, 연인산, 조무락골, 아침고요수목원, 가일미술관

가을 정취 가득한 옛 담장길
거창 황산마을

거창 황산마을은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립된 한옥 50여 채가 밀집해 있다. 황산마을에서는 민박이 가능한데 현재 10여 가구가 민박손님을 받고 있다. 아직도 장작불을 들이는 방을 가진 집도 있다.한옥도 한옥이지만 마을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는 흙담길도 예쁘다. 담장 위에 얹어놓은 여러 겹의 기와가 독특하고 이채롭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황산마을은 2006년 등록문화재 259호로 지정됐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황산2구 마을은 벽화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벽화를 감상하며 천천히 거닐다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황산마을 바로 앞은 거창 제일의 명소인 수승대. 요수정이라는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가을정취가 일품이다. 거창군과 함양군 사이에 자리한 금원산 자연휴양림에서 즐기는 가을 계곡도 운치 있다.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수승대→ 황산마을 한옥체험
■둘째 날 황산벽화마을→ 송계사→ 금원산자연휴양림
<주변 볼거리>
가조온천, 월성계곡, 거열성군립공원, 거창사건추모공원

부용에 기대어 하회 바라보니
옥연정사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부용대 자락에 은거하며 낙동강과 하회마을을 앞으로 두르고 있는 옥연정사(玉淵精舍)는 서애 유성룡 선생이 10년에 걸쳐 손수 지은 뒤 거처한 4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택이다. 대문간채, 안채, 별당채, 사랑채 등 4동의 독립 별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 머물면 서애 선생이 머물렀던 흔적과 징비록을 저술하며 학문에 힘쓰던 시간을 동행하는 고즈넉한 기분에 젖어볼 수 있다. 바로 뒤로 오르면 부용대, 강을 건너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은 물론,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전통한지공예 등도 체험해, 안동의 전통 문화와 자연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여행을 경험하게 되는 곳이다.

<당일 여행코스>
하회마을 권역 하회마을→ 하회별신굿탈놀이→ 옥연정사→ 부용대→ 병산서원
하회마을 및 봉정사 권역 하회마을→ 옥연정사→ 부용대→ 봉정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하회마을(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 및 세계탈박물관 관람 등 포함)→ 부용대→ 옥연정사(숙박)
■둘째 날 병산서원→ 봉정사→ 의성김씨 학봉종택→ 구시장
<주변 볼거리>
봉정사 


근대 명품 한옥의 슬로시티
전주 학인당

전라북도 전주시에 자리한 전주한옥마을은 도심형 슬로시티이다. 전주한옥마을의 대표가옥인 학인당은 1908년에 지은 집이다. 인재(忍齊) 백낙중이 압록강, 오대산 등지에서 나무를 가져오고 4000명이 넘는 도편수와 목공 등 인부를 불러 2년6개월간 지었다. 이 집의 본채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실내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천장을 2층 높이로 만들고, 건물 안쪽의 모든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한 것. 덕분에 전주 최초의 공연장으로 사용되었다.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과 해공 신익희 선생도 머물렀었다 한다.

마을 중심에 자리한 동락원은 전주기전대학 부설기관으로 숙박과 다양한 전통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근에 자리한 전주향교, 완판본문화관, 남부시장, 루이엘모자컬처센터 등과 연계하면 가을에 떠나기 좋은 여행코스가 완성된다.

<당일 여행코스>
■한옥마을 도보 여행코스 전동성당→ 경기전→ 오목대→ 이목대→ 전주향교→ 완판본문화관→ 학인당 → 남부시장
■한옥마을 전시장 탐방코스 목판서화체험관→ 경기전→ 교동아트센터→ 최명희문학관→ 부채문화관→ 전통한방문화센터→ 전통술박물관 → 전주소리전시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오목대→ 전주향교→ 완판본문화관→ 점심식사→ 부채문화관→ 최명희문학관→ 전주소리문화관(전주한옥생활체험관 옆)→ 저녁식사→ 전동성당 야경→ 학인당 또는 동락원(숙박)
■둘째 날 경기전→ 풍남문→ 남부시장(점심식사)→ 루이엘모자컬처센터(모자만들기 체험)

<주변 볼거리>
덕진공원,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자연생태박물관, 치명자산성지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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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