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마을여행 ②춘천 쟁강협동조합

호반의 도시에서 놀고 먹고 자다

춘천에는 6개 주민 사업체가 참여하는 관광 두레가 있다. 그중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쟁강협동조합이 눈에 띈다. 먼저 ‘쟁강’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쟁강은 자양강에서 유래했다. 이곳 주민은 북한강을 자양강이라 불렀고, 자양강이 변해 쟁강이 되었다. 쟁강협동조합은 쟁강가에 있다. 북한강 서쪽에 자리한 춘천시 서면에 여러 채의 게스트하우스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맞물린 형태다.

쟁강협동조합은 여행 여건이 아주 매력적이다. 서면의 북한강을 끼고 있으며, 북한강자전거길이 인접하다. 10분 남짓이면 춘천 시내에 닿을 정도지만, 가장 농촌다운 풍경이 특징이다. 쟁강협동조합에서 자전거 투어, 일출 카누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춘천 낭만 여행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쟁강협동조합은 건강한 게스트하우스 문화에 더해 머무는 이에게 기분 좋은 힐링과 낭만적인 휴식 시간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 농촌 재생을 지향한다.

자전거 투어

쟁강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잠깐 들여다보자. 춘천시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나비야’는 주인장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옛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문짝 등을 다듬고 깎아 만들었다. 벽에는 옹기를 깨서 붙였는데, 조선 시대 꽃 그림을 닮았다. 잔디가 깔린 앞마당과 계절마다 피고 지는 들꽃 150여종, 한옥을 조성할 때 심은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나비야의 풍경을 대신한다. 주인장이 20년 가까이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해,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좋다.


이웃한 ‘로하스’는 젊은 심마니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주인은 20대 초반부터 춘천에 정착해 산양산삼(장뇌삼)을 재배한다. 로하스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이용해 지었고, 침대도 직접 짜서 들여놓을 정도로 공들였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로하스는 퇴실 사진으로 유명하다. “점프할 때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온다”는 어느 사진작가의 말에서 착안해, 퇴실할 때 촬영한 사진을 SNS로 보내준다. 게스트하우스 곳곳에는 그동안 다녀간 여행객의 퇴실 사진이 빼곡하다.
툇골길 가장 안쪽에는 ‘비타민숲펜션’이 있다. 큰 거실과 주방, 방 4개로 구성된 독채 펜션이다. 언덕에 있어 너른 들판과 멀리 춘천 시내까지 보이며,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위한 단체나 여러 가족이 쓰기에 제격이다. 비타민숲은 주인장이 ‘비타민나무’라 불리는 산자나무 농장을 운영해서 지은 이름이다. 비타민 함량이 높은 산자나무 잎과 열매로 만든 효소와 차도 판매한다.


‘세그루’는 쟁강협동조합 가장 남쪽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다. 최대 10명이 입실할 수 있고, 객실은 심플하면서도 깔끔하다. 소파가 놓인 공동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세그루에서는 스칼렛이라는 웰컴 티를 제공한다. 정열적인 붉은 기운을 머금은 차 한 잔에 온몸이 상쾌해진다.



‘낭만지호’는 현재 게스트하우스는 운영하지 않는다. 낭만지호 2호점을 카페 ‘사농동334’로 바꿔 운영 중이다. 사농동334는 주소가 곧 카페 이름이 된 곳으로, 쟁강협동조합의 자전거 투어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실내도 좋지만, 잔디가 깔린 마당에 편안한 의자가 늘어선 외부 공간이 더 인상적이다. 노을을 바라보기에 그만이다.
쟁강협동조합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자전거 투어다. 수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단순한 투어가 아니다. 아름다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쟁강협동조합에 속한 5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자전거·일출 카누 투어 등 낭만 여행 1번지

북한강자전거길과 맞닿은 카페 사농동334에서 출발한다. 출발 전 코스 안내와 자전거 안전 교육을 마치면 지도와 빙고 판을 준다. 북한강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며 지도에 표시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야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팀별 퀴즈 풀기, 다트, 들꽃 찾기, 전통 놀이 등 미션을 진행한다. 최종 목적지 로하스에서는 바비큐 파티와 시상식이 열린다.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은 쟁강에서면(https:// tumblbug.com/jaenggangtrip)이나 자전거탄빙고관광프로그램(www.weebur.com)을 이용하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문의한다.


나비야와 로하스에서는 일출 카누 투어도 운영한다. 카누를 타고 나가 호수 위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산등성이 위로 해가 떠오르며 수면 위로 퍼진 햇빛이 환상적인 색감을 선사한다. 일교차가 커 호수에 물안개가 끼는 날이면 감동이 배가된다.
9월 초·중순이면 천변으로 메밀꽃이 만개한다. 자전거 투어를 하며 주변을 하얗게 수놓는 메밀꽃 향연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투어가 진행되는 북한강자전거길에는 춘천문학공원, 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이 있어 둘러보기 좋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의암호스카이워크는 북한강자전거길을 겸한 수변 데크가 놓여 산책 삼아 걷기 적당하다. 송암스포츠파크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다. 강화유리 아래로 의암호의 푸른 물결이 보이고, 건너편으로 등선폭포를 품은 삼악산의 산세가 장쾌하다.


춘천MBC에도 잠시 들르자.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어 풍광이 제법 근사하다. 최근 춘천MBC 옆 전망 좋은 곳에 편의점이 생겨 옥상을 개방했다. 조금 더 높을 뿐인데 풍경은 사뭇 다르다.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라 써놓은 것처럼 옥상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커피 한 잔 마셔도 분위기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보인다.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식민지 지배를 겪은 동병상련으로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카그뉴(Kagnew) 대대를 파견했다. 기념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길 건너편에는 진한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 ‘이디오피아벳’이 자리한다. 에티오피아의 집이란 뜻으로, 에티오피아 황제가 즐겨 마신 황실 커피 생두가 전해진 곳이다. 고풍스러운 실내에서 커다란 창으로 공지천을 내다보며 차분하게 커피 한잔 마셔보자.



효자동 낭만골목은 퇴색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만든 벽화 길이다. 효자1동주민센터에서 조금 오르면 효자동 낭만골목 입구다. 반희언의 효행에 등장하는 ‘인삼과 호랑이’를 비롯해 다양한 벽화가 오래된 마을 한쪽을 수놓는다.

스카이워크

효자동 낭만골목에서 육림고개가 가깝다. 육림고개는 1970년대 춘천에서 가장 큰 영화관인 육림극장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육림고개는 1980년대 이후 쇠락했지만, 2016년부터 청년 상인과 청년 몰이 들어서 다시 활기를 띤다. 중앙로77번길이 중심인 육림고개에는 음식점과 카페, 술집 등이 늘어섰다.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친환경 계절 밥상을 내는 ‘어쩌다농부’, 염지제를 사용하지 않은 국산 닭과 조청, 비법 소스로 맛을 내는 ‘육림닭강정’, 직접 로스팅한 커피가 신선한 ‘조선커피’ 등을 추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의암호스카이워크→춘천MBC→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쟁강협동조합 자전거 투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암호스카이워크→애니메이션박물관→쟁강협동조합 자전거 투어→쟁강협동조합 게스트하우스(숙박), 둘째 날: 쟁강협동조합 일출 카누 투어→소양강스카이워크→Happy초원목장→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춘천MBC→효자동 낭만골목→육림고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낭만여행(춘천 관광 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쟁강협동조합 https://clank.modoo.at
-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https://cafe.naver.com nabiya1054
- 게스트하우스 로하스 https://lohas5978.modoo.at
- 비타민숲펜션 https://vitaminsoop.modoo.at
- 게스트하우스 세그루 https://segroo.modoo.at
- 카페 사농동334 https://moonducks.blog.me
- 육림고개 http:// yuklim.com/index.html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관광정책과 033)250-4270
- 춘천역관광안내소 033)250-4312
- 쟁강협동조합 033)243-3329
-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033)254-5178
- 이디오피아벳 033)252-697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0여 회(06:00~23:59) 운행,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하루 28회(06:15~21:20)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지하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25분 간격(05:30~ 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강촌 IC→강촌IC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좌회전→발산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 지방도 403호선 직진→강촌119안전센터 지나 강촌역 방면 좌회전→강촌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의암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오른쪽→신매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좌회전→월송교차로에서 오른쪽→쟁강협동조합

숙박 정보
- 베니키아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KT&G상상마당 춘천: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info/CC
- 춘천소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7-6111 

식당 정보
- 어쩌다농부(된장샐러드비빔밥):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51-1018
- 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 농가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2-4859
- 옛날손장칼국수(장칼국수): 춘천시 영서로, 033)253-5565
- 현암막국수(막국수): 서면 박사로, 033) 243-7361
- 박’S푸드(참나물김밥): 춘천시 춘천로, 033)252-6745, http://baksfood.cityfood.co.kr


주변 볼거리
소양강댐, 청평사,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물레길, 강촌레일바이크, 김유정문학마을, 국립춘천박물관, 남이섬,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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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