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마을여행 ②춘천 쟁강협동조합

호반의 도시에서 놀고 먹고 자다

춘천에는 6개 주민 사업체가 참여하는 관광 두레가 있다. 그중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쟁강협동조합이 눈에 띈다. 먼저 ‘쟁강’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쟁강은 자양강에서 유래했다. 이곳 주민은 북한강을 자양강이라 불렀고, 자양강이 변해 쟁강이 되었다. 쟁강협동조합은 쟁강가에 있다. 북한강 서쪽에 자리한 춘천시 서면에 여러 채의 게스트하우스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맞물린 형태다.

쟁강협동조합은 여행 여건이 아주 매력적이다. 서면의 북한강을 끼고 있으며, 북한강자전거길이 인접하다. 10분 남짓이면 춘천 시내에 닿을 정도지만, 가장 농촌다운 풍경이 특징이다. 쟁강협동조합에서 자전거 투어, 일출 카누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춘천 낭만 여행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쟁강협동조합은 건강한 게스트하우스 문화에 더해 머무는 이에게 기분 좋은 힐링과 낭만적인 휴식 시간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 농촌 재생을 지향한다.

자전거 투어

쟁강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잠깐 들여다보자. 춘천시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나비야’는 주인장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옛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문짝 등을 다듬고 깎아 만들었다. 벽에는 옹기를 깨서 붙였는데, 조선 시대 꽃 그림을 닮았다. 잔디가 깔린 앞마당과 계절마다 피고 지는 들꽃 150여종, 한옥을 조성할 때 심은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나비야의 풍경을 대신한다. 주인장이 20년 가까이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해,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좋다.


이웃한 ‘로하스’는 젊은 심마니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주인은 20대 초반부터 춘천에 정착해 산양산삼(장뇌삼)을 재배한다. 로하스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이용해 지었고, 침대도 직접 짜서 들여놓을 정도로 공들였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로하스는 퇴실 사진으로 유명하다. “점프할 때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온다”는 어느 사진작가의 말에서 착안해, 퇴실할 때 촬영한 사진을 SNS로 보내준다. 게스트하우스 곳곳에는 그동안 다녀간 여행객의 퇴실 사진이 빼곡하다.
툇골길 가장 안쪽에는 ‘비타민숲펜션’이 있다. 큰 거실과 주방, 방 4개로 구성된 독채 펜션이다. 언덕에 있어 너른 들판과 멀리 춘천 시내까지 보이며,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위한 단체나 여러 가족이 쓰기에 제격이다. 비타민숲은 주인장이 ‘비타민나무’라 불리는 산자나무 농장을 운영해서 지은 이름이다. 비타민 함량이 높은 산자나무 잎과 열매로 만든 효소와 차도 판매한다.


‘세그루’는 쟁강협동조합 가장 남쪽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다. 최대 10명이 입실할 수 있고, 객실은 심플하면서도 깔끔하다. 소파가 놓인 공동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세그루에서는 스칼렛이라는 웰컴 티를 제공한다. 정열적인 붉은 기운을 머금은 차 한 잔에 온몸이 상쾌해진다.



‘낭만지호’는 현재 게스트하우스는 운영하지 않는다. 낭만지호 2호점을 카페 ‘사농동334’로 바꿔 운영 중이다. 사농동334는 주소가 곧 카페 이름이 된 곳으로, 쟁강협동조합의 자전거 투어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실내도 좋지만, 잔디가 깔린 마당에 편안한 의자가 늘어선 외부 공간이 더 인상적이다. 노을을 바라보기에 그만이다.
쟁강협동조합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자전거 투어다. 수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단순한 투어가 아니다. 아름다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쟁강협동조합에 속한 5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자전거·일출 카누 투어 등 낭만 여행 1번지

북한강자전거길과 맞닿은 카페 사농동334에서 출발한다. 출발 전 코스 안내와 자전거 안전 교육을 마치면 지도와 빙고 판을 준다. 북한강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며 지도에 표시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야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팀별 퀴즈 풀기, 다트, 들꽃 찾기, 전통 놀이 등 미션을 진행한다. 최종 목적지 로하스에서는 바비큐 파티와 시상식이 열린다.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은 쟁강에서면(https:// tumblbug.com/jaenggangtrip)이나 자전거탄빙고관광프로그램(www.weebur.com)을 이용하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문의한다.


나비야와 로하스에서는 일출 카누 투어도 운영한다. 카누를 타고 나가 호수 위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산등성이 위로 해가 떠오르며 수면 위로 퍼진 햇빛이 환상적인 색감을 선사한다. 일교차가 커 호수에 물안개가 끼는 날이면 감동이 배가된다.
9월 초·중순이면 천변으로 메밀꽃이 만개한다. 자전거 투어를 하며 주변을 하얗게 수놓는 메밀꽃 향연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투어가 진행되는 북한강자전거길에는 춘천문학공원, 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이 있어 둘러보기 좋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의암호스카이워크는 북한강자전거길을 겸한 수변 데크가 놓여 산책 삼아 걷기 적당하다. 송암스포츠파크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다. 강화유리 아래로 의암호의 푸른 물결이 보이고, 건너편으로 등선폭포를 품은 삼악산의 산세가 장쾌하다.


춘천MBC에도 잠시 들르자.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어 풍광이 제법 근사하다. 최근 춘천MBC 옆 전망 좋은 곳에 편의점이 생겨 옥상을 개방했다. 조금 더 높을 뿐인데 풍경은 사뭇 다르다.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라 써놓은 것처럼 옥상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커피 한 잔 마셔도 분위기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보인다.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식민지 지배를 겪은 동병상련으로 황실 근위대에서 선발한 카그뉴(Kagnew) 대대를 파견했다. 기념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부터 승전 기록,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길 건너편에는 진한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 ‘이디오피아벳’이 자리한다. 에티오피아의 집이란 뜻으로, 에티오피아 황제가 즐겨 마신 황실 커피 생두가 전해진 곳이다. 고풍스러운 실내에서 커다란 창으로 공지천을 내다보며 차분하게 커피 한잔 마셔보자.



효자동 낭만골목은 퇴색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만든 벽화 길이다. 효자1동주민센터에서 조금 오르면 효자동 낭만골목 입구다. 반희언의 효행에 등장하는 ‘인삼과 호랑이’를 비롯해 다양한 벽화가 오래된 마을 한쪽을 수놓는다.

스카이워크

효자동 낭만골목에서 육림고개가 가깝다. 육림고개는 1970년대 춘천에서 가장 큰 영화관인 육림극장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육림고개는 1980년대 이후 쇠락했지만, 2016년부터 청년 상인과 청년 몰이 들어서 다시 활기를 띤다. 중앙로77번길이 중심인 육림고개에는 음식점과 카페, 술집 등이 늘어섰다.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친환경 계절 밥상을 내는 ‘어쩌다농부’, 염지제를 사용하지 않은 국산 닭과 조청, 비법 소스로 맛을 내는 ‘육림닭강정’, 직접 로스팅한 커피가 신선한 ‘조선커피’ 등을 추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의암호스카이워크→춘천MBC→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쟁강협동조합 자전거 투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의암호스카이워크→애니메이션박물관→쟁강협동조합 자전거 투어→쟁강협동조합 게스트하우스(숙박), 둘째 날: 쟁강협동조합 일출 카누 투어→소양강스카이워크→Happy초원목장→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이디오피아벳→춘천MBC→효자동 낭만골목→육림고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낭만여행(춘천 관광 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쟁강협동조합 https://clank.modoo.at
- 게스트하우스 나비야 https://cafe.naver.com nabiya1054
- 게스트하우스 로하스 https://lohas5978.modoo.at
- 비타민숲펜션 https://vitaminsoop.modoo.at
- 게스트하우스 세그루 https://segroo.modoo.at
- 카페 사농동334 https://moonducks.blog.me
- 육림고개 http:// yuklim.com/index.html  

문의 전화
- 춘천시청 관광정책과 033)250-4270
- 춘천역관광안내소 033)250-4312
- 쟁강협동조합 033)243-3329
-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033)254-5178
- 이디오피아벳 033)252-697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0여 회(06:00~23:59) 운행, 1시간10분~1시간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기차: 용산역-춘천역, ITX청춘 하루 28회(06:15~21:20)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지하철: 상봉역-춘천역, 경춘선 25분 간격(05:30~ 23:12) 운행, 약 1시간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강촌 IC→강촌IC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좌회전→발산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 지방도 403호선 직진→강촌119안전센터 지나 강촌역 방면 좌회전→강촌교차로에서 춘천 방면 우회전→의암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오른쪽→신매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좌회전→월송교차로에서 오른쪽→쟁강협동조합

숙박 정보
- 베니키아춘천베어스호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5-4300, www.hotelbears.co.kr
- KT&G상상마당 춘천: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info/CC
- 춘천소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7-6111 

식당 정보
- 어쩌다농부(된장샐러드비빔밥): 춘천시 중앙로77번길, 033)251-1018
- 통나무집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1-5999, www.chdakgalbi.com
- 농가닭갈비(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 033)242-4859
- 옛날손장칼국수(장칼국수): 춘천시 영서로, 033)253-5565
- 현암막국수(막국수): 서면 박사로, 033) 243-7361
- 박’S푸드(참나물김밥): 춘천시 춘천로, 033)252-6745, http://baksfood.cityfood.co.kr


주변 볼거리
소양강댐, 청평사,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물레길, 강촌레일바이크, 김유정문학마을, 국립춘천박물관, 남이섬, 제이드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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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