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상미 기자]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을 선발하는 미인대회는 성상품화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연례 행사였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역시 이 같은 여론으로 인해 규모가 축소된 지 오래다. 지난 10월19일 영국 데일리 메일이 한국에서 치러진 미인대회에서 성상납 요구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해당 대회 참가자의 입을 통해 알려진 이 내용은 진실여부를 떠나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대회 英 대표, 주최측 성상납 요구 고발
“사실 무근” vs “성추행만 2번”…물러설 수 없는 공방 ‘가열’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 영국 데일리 메일은 한국에서 열린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대회(Miss Asia Pacific World Competition 2011․이하 APW)의 충격적인 뒷이야기를 지난 10월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회에 영국 대표로 참가했던 에이미 윌러튼(19·웨일즈)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주최측의 성상납 요구가 있었고 실제 성추행도 있었다. 이와관련 대회 주최측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적극 해명에 나선 상황이다.
10월, 대구에서 무슨 일이
윌러튼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가방을 꾸린 것은 본선에 앞서 행사가 펼쳐진 대구에서였다. 윌러튼은 이에 앞서 10월4일 APW 참석차 방한했고, 서울 일정을 마친 후 대구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14일의 일정으로 진행 중이던 대회의 본선은 15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윌러튼은 참가 포기 입장을 전달한 후 한국을 떠났다. 가이아나 대표와 코스타리카 대표 역시 대회를 포기, 고국으로 돌아갔다.
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참석한 이 대회는 예정대로 15일 최종 심사를 치렀고, APW의 영예는 프랑스 대표에게 돌아갔다. 닷새 후인 20일 윌러튼이 대회를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가 영국 <데일리 메일> 을 통해 한국에 전해졌다. 윌러튼은 주최 측이 대회 입상 조건으로 성상납을 요구했고, 성추행을 당해 대회를 중도에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윌러튼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대회 관계자가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후보 대부분은 이것을 ‘성관계’로 이해했다. 뿐만 아니라 관계자 일부는 후보의 옷을 벗기려 시도하고,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몸을 더듬는 등 2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윌러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말로 당시를 회상했다.
이와 관련 대회 관계자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성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일축하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에서 후보가 포기 의사를 밝히고 이탈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다”며 “대회를 진행하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후보 간 잡음 정도로 알고 별다른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고 전했다.
윌러튼이 고발한 내용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관계자들의 성추행에 놀란 후보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후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대회관계자로부터 돈을 받고 상황을 덮어버렸다. 윌러튼은 “경찰이 출동하자 관계자가 달려와 지갑을 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더불어 주최측의 성형수술 제안, 대회 일정 중 주최측이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아 식사 제공 및 체크아웃 과정에서 호텔과 일었던 잡음 등을 고발했다.
이와관련 대회를 총괄한 엘리트 아시아 퍼시픽 측은 “대구 일정 중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며 “대구조직위원회가 담당하는 업무였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우리가 숙박비 2500만원을 지불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후보들이 대구 숙박 시설에 발이 묶여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문제가 있었지만 원만히 해결돼 부산에서 최종 심사까지 무사히 치렀다”고 해명했다.
성상납 요구 및 경찰 매수건과 관련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엘리트 아시아 퍼시픽 측은 “성상납 요구는 물론이고 대회 일정 중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경찰에게 돈을 주고 상황을 무마시켰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윌러튼 등 세 후보의 이탈 및 대구 일정 중 잡음은 각각 세 후보의 태도 문제와 대구조직위원회의 무책임한 일처리 탓이라는 것이 주최측의 입장이다.
불명예스러운 ‘강간공화국’
윌러튼의 발언은 현지 언론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데일리 메일> 뿐만 아니라 <BBC>, <CNN> 등도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경찰 매수건과 관련해서는 한국 검찰이 내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 상황이다. 실제 대회 중 어떤 일이 일어났든 간에 세계적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급격하게 추락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대회 주최측은 이와 관련 외신에 대회 일정 중 윌러튼의 태도 및 다른 후보의 증언, 후보들에게 제공된 식단 등을 공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BBC> 측은 이와 관련 주최측이 공개한 자료 및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후속 보도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윌러튼이 밝힌 법정 대응 입장에 대해서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추후에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