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전라도 맛기행’ - 무안

“세발낙지 한번 맛보러 오시랑께요~”

[일요시사= 박상미 기자]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신선한 먹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가을, 입이 호강하는 것은 비단 말(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천고아(我)비’라는 우스갯소리가 말해주듯 먹거리 여행의 적기는 다름 아닌 바로 지금이다. 음식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라도 중에서도 무안은 먹거리 여행지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별미의 보고(寶庫)다.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는 전남 무안으로 맛기행을 떠나보자


전라남도 무안군에는 다섯 가지 별미가 있다. 세발낙지·양파한우·명산 장어구이·사창 돼지짚불구이·도리포 숭어회가 바로 그 유명한 ‘무안5미’다. 전국 최대 양파 산지이기에 무안 어느 식당에서든 차려내는 ‘양파김치’도 5미에 질 수 없으니 ‘무안6미’에 들어도 손색없다. 그 중에서도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예의 주인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무안 ‘세발낙지’다.

함평만(일명 함해만)에 펼쳐진 현경면과 해제면 일원의 무안 갯벌은 200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 연안습지로는 전남 순천만 갯벌에 이어 두 번째다. 240여 종의 무척추동물, 36종의 유용 수산생물, 79종의 식물성 플랑크톤, 38종의 조류, 45종의 염생식물이 무안 갯벌의 주인이다. 현경면 해운리에서 해제면 송석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무안 갯벌을 줄기차게 만날 수 있다.

생명의 보물창고
생생한 무안 갯벌

특히 이 갯벌에서 잡히는 낙지는 최상의 별미 대접을 받는다.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세발낙지는 무안의 갯벌에서 잡히는 것으로 그 맛이 뛰어나다. 여수, 장흥, 고흥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통발어업으로 낙지를 잡는데 비해 무안에서는 주낙(줄낚시)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어민들이 삽자루를 메고 갯벌로 들어가서 잡는 낙지가 최상급이다. 계절적으로 보면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철에 잡히는 낙지가 맛이 가장 좋다. 겨울이면 수확량이 줄어 값이 비싸진다.

무안읍 버스터미널 안쪽 골목에 낙지를 판매하는 노점상과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거리를 일러 ‘무안낙지골목’이라고 하는데, 약 2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이곳의 낙지는 식당이나 가정으로 팔려나가 낙지볶음, 낙지비빔밥, 낙지회무침, 낙지연포탕, 낙지호롱, 기절낙지 등 다양한 낙지 요리로 변신한다. 일부 낙지 전문 식당들은 이 골목시장을 거치지 않고 낙지잡이꾼들로부터 직접 낙지를 사들인다.

낙지비빔밥은 낙지를 재료로 한 요리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서민 음식이다. 낙지 값이 비싸기 때문에 제 값 주고 많이 먹기 어려운 서민들로서는 낙지비빔밥이라도 감지덕지다. 토막 낸 낙지 한 주먹을 올리고 콩나물이며 시금치 등을 얹어 보기 좋게 색을 낸 다음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낙지비빔밥. 해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낙지비빔밥 앞에선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은 명함도 못 내민다며 극찬을 쏟아낸다.

낙지호롱서 기절낙지까지
낙지 요리의 진수

낙지회무침도 요리 과정이 매우 간편하다. 살짝 데친 세발낙지를 기본 재료로 삼아 양파, 오이, 대파, 당근, 풋고추 등을 썰어 넣고 고춧가루로 버무리면 낙지회무침이 완성된다. 낙지회무침은 한 번 먹어보면 그 맛을 잊지 못 해 ‘매운맛이 집 나간 입맛을 불러들인다’고도 불리는 별미다. 이 맛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싫다면 낙지물회도 좋다. 새콤달콤한 육수에 데친 낙지를 넣고 얼음 몇 개 동동 띄우면 시원한 낙지물회가 완성된다. 간밤의 음주로 지친 속을 달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

낙지연포탕은 특별한 양념 없이 낙지를 맑은 국물에 끓여낸 탕을 말한다. 연포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국물이 끓으면 낙지가 날것일 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져서 연포탕이라고 부른다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데 이외에도 익은 낙지의 발이 곱게 퍼져나간 모습이 연꽃을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등 두어 가지 설이 따라다닌다. 이름이야 어떻든 낙지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낙지연포탕을 맛본 사람들은 환상의 맛을 경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낙지호롱은 조금 독특한 과정을 거치는 요리다. 만들 때 나무젓가락이 꼭 필요하다.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 다음 불에 구운 뒤 깨소금이나 쪽파를 뿌려 상에 낸다. 머리부터든, 다리부터든 편한 대로 훑어서 잘근잘근 씹어 먹는데 이 또한 넋을 빼앗는 맛이다.

돌돌 말아 잘근잘근
제사음식 낙지호롱

옛날 이 지방에서는 낙지호롱을 제사상에도 올렸다. 뼈 없는 것이 어째 제사상에 오르느냐고? 그래서 호롱을 이용한다. 호롱은 볏짚의 전라도 사투리. 몇 가닥 뭉친 볏짚은 낙지의 뼈가 되었다. 볏짚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나무젓가락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기절낙지 또한 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미의 반열에 든다. 말 그대로 기절한 낙지를 먹는 것이다. 낙지를 어떻게 기절시킬까? 보통 산낙지를 씻을 때 바닷물을 사용하지만 기절낙지를 만들려면 민물을 사용한다. 머리(실은 몸통)를 떼어낸 낙지 다리 부위를 민물에 씻으면 낙지는 기절한 듯 꿈틀거리지 못한다. 먹물이 들어 있는 머리는 잘 구워서 기절 상태의 다리와 함께 손님상에 낸다. 자, 이제 낙지를 살릴 차례. 젓가락으로 낙지 다리를 집어 배, 양파,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비법 양념에 찍는 순간, 낙지 다리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산낙지보다는 움직임이 덜 활발하고 빨판의 힘도 약하지만, 접시 위에서 꼼짝 않고 있던 낙지 다리가 용을 쓰니 그게 바로 기절낙지다.

이밖에 지방에 따라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어 만든 갈낙탕, 불고기와 낙지를 넣은 불낙전골, 낙지와 각종 채소를 한데 넣어 끓이는 낙지전골, 수제비에 낙지를 넣은 낙지수제비 등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먹거리 외에도 낙지를 포함한 갯벌생물들의 세계를 한자리에서 공부하기 좋은 학습장이 바로 무안생태갯벌센터다. 전시관 안의 초대형 낙지 조형물은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절대 스쳐지나가서는 안 될 포토존으로 인기만점이다. 칠면초 등이 자라는 생태체험장과 실내전시관을 모두 관람한 다음 학예연구사로부터 낙지의 습성에 대해 여러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갯벌생물을 보여주마
생태갯벌센터

“낙지는 칠게, 조개, 고둥, 작은 물고기, 갯지렁이 등을 먹으며 지능이 높아 갯벌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습니다. 낙지는 돌 틈이나 뻘 속에서 굴을 파고 숨어 있다가 다리를 이용해서 먹이를 잡아먹어요. 사람이 다리를 잡아당기면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내듯 자신의 다리를 잘라내고 도망치기도 합니다.”

1년 중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계절은 언제일까? 바로 음력 9월15일(중구사리) 전후다. 그렇다면 한 달 중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는? 그믐에는 어획량이 거의 없고 보름을 전후하여 어획량이 많다. 낙지는 야행성 생물이기 때문에 보름달빛을 받으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무안의 여러 어촌체험마을에서는 낙지잡이를 포함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들 마을은 갯벌 체험, 어패류 잡기 체험, 어장 체험, 갯바위낚시 체험 등을 바탕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험과 관련된 도구는 모두 마을에서 지급하지만 개인용 세면도구와 함께 두꺼운 양말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갯벌 체험은 하루 두 차례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다. 매일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체험 가능 여부와 가능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생생한 어촌 체험
송계마을·감풀마을

송계마을은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도리포와 가깝다. 썰물 때라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섬으로 이동해서 갯벌 체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묘미를 즐길 수 있다. 감풀마을은 갯벌을 달리는 트랙터를 타고 마을 앞바다로 나가는 갯벌 체험과 마을회관 주변에서 진행되는 농촌 체험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감풀마을에서는 야간에 마을 앞 갯벌에서 횃불을 이용해 게를 잡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송계마을과 감풀마을 주민들은 ‘맨손어업’의 달인들이다. 낙지며 굴을 담는 통 하나에 삽자루 하나면 그만이니 맨손어업의 달인이라는 말이 딱 맞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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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