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여행 ①화천조경철천문대

밤하늘의 별이 된 '아폴로박사'를 만나다다

강원도 화천군 가장 서쪽에 자리한 광덕산에는 화천조경철천문대가 있다. 체크무늬 정장에 나비넥타이, 굵은 안경테,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인상이 푸근한 조경철 박사의 이름을 딴 천문대다. 조 박사는 인기 있는 천문학자로,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1969년 7월16일, 인류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를 발사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에서도 생방송됐다. 당시 조경철 박사가 동시통역을 맡았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지는 모습이 TV에 잡히며 아폴로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경철 박사는 광덕산과 인연이 꽤 깊다. 북에 고향을 둔 조 박사는 북녘땅이 보이는 이곳을 좋아했고, 천문대 부지로 광덕산을 추천했다. 안타깝게도 조 박사는 천문대 개관을 보지 못한 채 2010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래 광덕산천문과학관으로 착공했으나, 천문학자로 평생을 별과 함께 살다 간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화천조경철천문대로 명명·헌정했다.

형형색색 천체

화천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있고, 시민 천문대 중 가장 큰 구경 1m 망원경이 설치됐다. 고도가 높고 사방이 트였으며, 운무나 불빛에 따른 광해 등이 없고, 연간 관측 일수가 130일 이상이어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데 최적지로 꼽힌다. 대형 버스가 올라가기 어려워 단체보다 가족이나 연인이 찾기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럼에도 개관 4년 만에 관람객 10만명이 넘었으니, 이곳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아폴로박사 조경철기념실, 천문·우주전시실, 플라네타리움은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오후 2·3·4시(주간), 7·8·9시(야간)에 천문대 소개와 천체관측을 포함한 관람 해설을 진행한다.
다른 천문대와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있다. 유료 프로그램 ‘별 헤는 밤’이다. 1부 강연과 2부 ‘별빛 휴식’으로 구성된다. 강연은 유주상 천문대장이 진행한다. 명쾌하고 유머러스한 강연으로, 천문학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별을 보는 이유와 천문학에 대한 선입관, 오해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황홀경에 빠진 시간을 추억한다. 형형색색의 천체와 은하, 우주의 사진을 보며 아름다움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태양계를 제외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천체는 점에 불과하다. 너무나 멀리 떨어졌고, 천체의 빛을 우리가 보기 때문이다. 이 선입관과 오해를 깨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별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상을 관람하는데, 지구의 위성인 달부터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밤하늘에서 만나는 항성이 차례로 이어진다. 지름이 1만3000km인 지구, 140만km가 넘는 태양, 큰개자리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텔게우스처럼 최대 36억km에 이르는 별 등이다. 지구에 이어 큰 별이 하나씩 지날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별이 클수록 지구는 점점 작아져 콩알만 해지고, 점이 됐다가 그마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별의 크기 속에 묻힌 지구의 존재를 떠올린다. 지구의 미미함이나 초라함이 아니라 지구 너머 태양계와 태양계를 품은 우리 은하, 더 나아가 1000억개가 넘는 별을 품은 수많은 은하와 그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우주가 있음을 깨닫는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강연은 지루할 틈이 없다. 강연이 끝나면 ‘별빛 휴식’이 이어진다. 3층의 연구동과 관측실습장으로 이동해 당일 만날 수 있는 태양계 행성과 밝게 빛나는 항성, 성단 등을 관측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밤새 별을 본다는 원칙 아래 ‘메시에목록’과 ‘NGC항성목록’의 성단과 성운 등을 관측하는 집중 관측, 휴식형 프로그램인 심야 관측도 있다. 휴식과 힐링, 대화가 있는 감성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다.

뜻 기리기 위해 조경철천문대로 명명·헌정
고도 높고 사방 트여 밤하늘 관측 최적지

천문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두툼한 옷과 돗자리가 필수다. 산 정상에 있다 보니 여름인데도 추위가 느껴지고, 사방이 트여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기 좋다. 주말이면 돗자리나 캠핑용 의자를 펼쳐놓고 밤하늘을 보는 사람이 꽤 많다. 밤하늘과 천체관측은 날씨와 달이 중요한 요소이니, 방문 전에 확인한다. 광덕산 정상 부근은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이 소중한 행운인지 모른다.


광덕산에서 발원해 사내면 방면으로 10km 넘게 이어지는 광덕계곡은 지촌천의 상류로, 계곡을 끼고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있어 피서지로 제격이다. 광덕계곡이 사내면에 이르면 용담계곡이라는 이름으로 흐른다. 이곳에는 조선 시대 선비의 구곡 문화가 남은 곡운구곡이 있다. 1675년 곡운 김수증이 성천부사로 있을 때 동생 김수항이 유배되자, 벼슬을 버리고 용담계곡이 있는 곳에 기거하며 곡운구곡을 만들었다. 구곡 가운데 3곡 신녀협은 협곡과 반석에 출렁다리까지 더해 풍경이 가장 좋다.
파로호 방면으로 가다 보면 북한강 건너편으로 ‘물 위에 뜨는 구조물’을 뜻하는 폰툰다리가 놓였다. 물 위에 떠서 걷는 느낌이 드는 다리로, 걷거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파로호산소100리길 중 일부이며,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쓴 소설가 김훈이 ‘숲으로다리’라고 이름 붙였다.

파로호는 1944년 화천댐을 건설하며 생긴 호수다. 한국전쟁 때 중공군 수만명을 수장한 곳이라 해 파로호(破虜湖)라 명명했다. 넓은 파로호와 주변을 감싸는 산세가 시원하다. 파로호유원지선착장에서 평화의댐까지 24km를 운항하는 유람선 물빛누리호를 타볼 수 있다. 4~10월은 주말과 법정 공휴일에 하루 2회(구만리 출발 오전 10시, 오후 2시) 운항한다. 단 10명 이상이어야 운항하니 미리 문의한다. 파로호 입구에 있는 파로호안보전시관을 둘러보고, 뒤편에 자리한 파로호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파로호의 풍광도 감상하자.
한국수달연구센터는 멸종 위기종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과 함께 생태 여행을 하는 곳이다. 수달은 야행성이기 때문에 오후 3시 이후에 찾는 것이 좋다. 수달센터, 수달공원 견학, 야외 수달사 관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평화로를 따라가면 평화의댐, 비목공원, 세계평화의종, 국제평화아트파크를 차례로 만난다. 해산령을 넘거나 풍산리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가파른 해산령보다 풍산리 쪽이 조금 수월하지만, 검문소가 있어 신분증을 지참해야 통행이 가능하다.
해산령으로 올라 해산터널을 지나면 해산전망대가 나온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고 웅장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서 비수구미마을로 가는 비수구미생태탐방로(6km), 비수구미마을에서 에코스쿨생태체험장까지 파로호를 따라 한뼘길(7.3km)이 이어진다.

수달의 생태 ‘한국수달연구센터’


해산전망대에서 평화의댐은 10분 거리다. 해발 264.5m에 이르는 평화의댐이 장벽처럼 섰고, 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가곡 ‘비목’을 주제로 조성한 비목공원이 있다. 비목공원 옆에 자리한 세계평화의종은 지구의 분쟁 지역에서 수집한 탄피를 모아 만들었다. 관광안내소에 문의하면 유료로 타종 체험이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평화의댐, 비목공원→한국수달연구센터→파로호산소100리길→화천조경철천문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곡운구곡→광덕계곡→화천조경철천문대
둘째 날: 파로호산소100리길→평화의댐, 비목공원→비수구미마을→파로호안보전시관→한국수달연구센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화천감성여행(화천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ihc.go.kr
- 화천조경철천문대 www.apollostar.kr
- 물빛누리호 http://tour.ihc.go.kr/hb/portal/sub02_06
- 한국수달연구센터 www.ottercenter.org  

문의 전화
-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0-2562
- 화천군관광안내소 033)440-2575
- 화천조경철천문대 033)818-1929
- 물빛누리호 033)440-2741
- 한국수달연구센터 033)441-9798
- 세계평화의종 033)440-2547
- 파로호안보전시관 033)440-256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사창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06:50~20: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광덕고개 하차, 화천조경철천문대까지 도보나 택시로 이동. 서울-화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45~19:35)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 t-money.co.kr, 사창리터미널 033)441-4718, 화천공영버스터미널 033)442-2902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 신북 IC→포천 일동 방면 국도43호선 8.2km 직진→만세삼거리에서 오른쪽, 6.1km 직진→일동사거리에서 김화 방면 좌회전→국도47호선 금강로 따라 17km 직진, 도평교차로에서 화천 방면 우측→도평삼거리에서 화천 방면 좌회전, 포화로 따라 9.1km 직진→광덕고개휴게소에서 천문대 방향 천문대길 따라 4.1km 직진(임도)→화천조경철천문대

숙박 정보
- 뒤뜰계곡예쁜집펜션: 사내면 포화로, 033)441-2344, www.backgd.com
- 아폴로천문대펜션: 사내면 천문대길, 033)441-7342, http://woowo.modoo.at
- 운암밸리펜션: 사내면 천문대길, 033)441-2749, www.unamvalley.com
- 펜션파프리카: 사내면 하오재로, 033)441-7959, www.ppaprika.com
- 유곡산방: 간동면 느릅길, 033)441-5615, http://yugok.com
- 아쿠아틱리조트: 하남면 호수길, 033)441-3880,www.aquaticresort.com
- 파로호한옥펜션 : 화천읍 평화로, 033)441-1488, http://paroho.kr/hanok/main2.htm

식당 정보
- 어가육가(낙지볶음): 화천읍 중앙로7길, 033)441-9252
- 화천삼나물밥상(삼나물정식): 화천읍 중앙로1길, 033)442-2224
- 옛골식당(검은깨검은콩국수): 화천읍 중앙로4길, 033)441-5565
- 느릅나무아래(산닭능이백숙): 간동면 파로호로, 033)441-5518
- 콩사랑(두부버섯전골): 화천읍 대이리길, 033)442-2114

주변 볼거리
화천박물관, 에코스쿨생태체험장, 붕어섬, 토고미마을, 화천생태영상센터, 월하이태극문학관, 만산동계곡, 토속어류생태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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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