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선도’ 현대모비스의 신기술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43:43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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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로 가는 ‘자율주행’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6월 완공한 충남 서산의 주행시험장을 신기술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미래차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미래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율주행 독자센서를 2020년까지 모두 개발하고 이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분야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부품매출 대비 7% 수준인 연구개발 투자비를 2021년까지 10%로 늘린다. 이 중 50%를 자율주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연구개발 인력 및 인프라 확대, 해외 전문 업체와 기술 제휴 등을 적극 추진한다.

센서시장 급성장
21년 208억 달러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 양승욱 부사장은 “자율주행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600여명서 2021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글로벌 테스트를 하는 도심 자율주행차 M.Billy도 현재 3대에서 내년 20대로 대폭 확대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독일의 유명 레이더 개발 전문 업체 두 곳과 제휴를 통해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독자 레이더 개발을 위해 제휴를 맺은 독일 업체는 SMS사와 ASTYX사(社)다. SMS는 TRW와 콘티넨탈 등과, ASTYX는 BMW와 오토리브 등의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체와 공동으로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최고 수준의 설계 능력을 보유한 레이더 개발 전문 업체다. 

ASTYX는 글로벌 1위 차량 공유업체로 자율주행차 개발과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버에 고성능 레이더를 공급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외부 360°를 전부 감지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용 레이더 5개를 이 두 회사와 함께 올해까지 개발,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양산한다. SMS와 전방 보급형 및 각 모서리에 장착되는 측방 보급형 레이더를, ASTYX와는 전방 고성능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또 레이더의 표적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와 진행하고 있는 공동 연구 역시 올 하반기까지 마무리한다.

‘미래차 테스트 베드’ 서산자율주행장 공개
국내 최대 규모…국내 유일 레이더 시험로

현대모비스는 센서의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서산주행시험장 내 센서를 시험할 수 있는 전문 시험로를 구축하고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또 독자 센서를 적용한 ADAS(운전자 지원 기술)를 종합적으로 시험하는 한편, 자율주행 시험 차량인 M.Billy에도 순차적으로 장착해 글로벌 실도로를 달리며 성능과 안전성을 높일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개발 중인 레이더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해상도가 높아 표적 식별 능력이 우수하고, 2개의 칩을 하나로 통합해 원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는 “보급형과 고성능 레이더는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에 돌입한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개발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 업체와 기술제휴와 M&A 등의 다양한 방안으로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바라토프 상무는 또 “독자개발 센서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센서와 시스템 등의 공급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의 3대 핵심기술은 인지, 판단, 제어다. 차가 스스로 차량 내외부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제동과 조향 등을 제어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판단과 제어 분야에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레벨2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이미 양산했으며, 레벨3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2020년까지 기술 확보하고 2022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센서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인지, 판단, 제어의 3대 핵심기술을 모두 확보해야만 자율주행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고 글로벌 경쟁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인 ADAS 시장서 센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60%에 육박하는 등 센서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R&D 인력
매년 15%↑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Strategy Analytics는 자율주행 센서 시장이 2016년 74억달러서 2021년 208억달러로 연평균 23%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ADAS 시장 전체 규모가 37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센서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센서 분야의 퀀텀 점프를 위해 AI(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등의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DAS설계실장 황재호 이사는 “외부 주행 환경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정확하게 읽어내는 센서 개발은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자동차 업계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최근 딥러닝을 이용한 식별 기술 고도화 등 센서 시장의 주도권을 뒤바꿀만한 혁신적인 개발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해 현대모비스 센서 기술을 퀀텀 점프시키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6월 서산주행시험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서산주행시험장은 자율주행과 직접 관련된 시험을 하는 첨단시험로와 레이더시험로를 비롯한 14개의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총 면적 112만m²(약 34만평, 여의도의 절반 크기)에 달하는 서산주행시험장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의 시험장 중 최고 수준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가동률 및 시험차량 대수를 꾸준히 늘리며 핵심부품 성능 및 내구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자 센서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이를 적용한 ADAS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첨단시험로 및 레이더시험로에서 시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고정밀 지도 및 DGPS 시스템을 활용해 범용로와 첨단시험로, 고속주회로의 차선 좌표를 미리 확보해 센서 상 정보와 실제 해당 사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대조해가며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2020년까지 모든 자율주행 센서 개발
해외 전문사들과 제휴해 순차적 양산


국내 유일의 레이더 시험로는 총 길이 250m이며 레이더의 신뢰도와 성능을 높이는 시험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정 중앙에 레이더 센서를 장착한 차량을 위치시키고 5m 단위로 TCR이라고 불리는 규격화된 반사판을 대 탐지성능을 측정하고 있다. 

이때 측정하는 항목은 탐지 거리와 각도, 분해능과 정확도 등이다. 분해능은 두 개의 물체가 몇 미터 정도 떨어져야 각기 다른 물체로 인식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첨단시험로는 국토교통부가 올 연말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구축 중인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 K-City보다 빠른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첨단시험로는 Fake-city(가상도시) 내에 V2I(Vehicle to Infra, 차량과 도로 인프라 간 통신) 기지국, 버스 승강장, 원형 교차로, 신호등, 자율주차 평가장 등을 구현하여 실 도로 환경에서의 센서 성능을 검증하는 곳이다. 도심 환경서 자율주행차의 인지, 판단, 제어를 종합적으로 시험해 자율주행기술의 신뢰도와 성능을 높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센서 그 자체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센서를 적용한 각각의 ADAS 기술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도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또한 센서의 정보를 받아 실제로 움직이는 조향장치, 제동장치, 현가장치 등 제어부품에 대한 시험도 강화했다.

테스트 차량
20대로 확대


현대모비스 이우식 ICT시험개발실장은 “시험개발은 부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설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며 “각각의 단위 부품에 대한 시험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시스템 단위로 확장해 최적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현대모비스>

 

<기사 속 기사> 업사이클링 창업 ‘김작가의 이중생활’
투자 거품 뺀 ‘착한 창업’

종합외식기업 SF이노베이션의 감성 주점 브랜드 ‘김작가의 이중생활’이 업사이클링 창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예비 창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업사이클링 창업이란 기존에 사용하던 조리 설비나 시설, 집기 등을 업종 전환 이후에도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거품을 뺀 소자본 창업비용으로 예비 창업주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재활용 대란 등으로 불거진 환경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환경적 ‘착한 창업’의 대표적인 형태로도 각광받고 있다.

김작가의 이중생활은 기존 주점이나 음식점을 운영해오던 점주들로부터 업종 변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파격적인 업사이클링 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실제 김작가의 이중생활 업사이클링 창업 지원을 통해 업종을 변경한 점주는 “김작가의 이중생활이 지원하는 업사이클링 창업을 통해 부담 없는 초기 비용으로 성공적인 업종 전환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SF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예비 창업주들이 주로 고민하는 창업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줄이되, 환경적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 창업’을 적극 지원하게 됐다“ 며, “현재 주점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점주라면 ‘김작가의 이중생활’의 업사이클링 창업 지원을 눈 여겨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작가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창적인 메뉴로 2030 세대 여성 소비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작가의 이중생활은 2013년 브랜드 론칭 이후, 수년간의 직영점 운영을 통해 쌓은 브랜드 고유의 컨셉과 노하우로 전국 약 30개 이상의 지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본 기사는 홍보성 광고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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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