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④고성 당항포 공룡테마파크

한국의 쥐라기공원에 가다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는 한반도에 공룡이 살았음을 알려주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다. 그중 경남 고성군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명성이 높다. 고성군은 14개 읍·면 가운데 10개 면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을 정도다. 상족암군립공원이 자리한 바닷가뿐만 아니라 계승사나 옥천사의 옥천사계곡 등 산과 계곡에서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고, 그 수가 무려 5000개가 넘는다.

2006년 당항포관광지에서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를 통해 당항포관광지는 공룡의 성지가 돼, 지금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생동감 넘치는 공룡 모형

당항포관광지 입구는 크게 공룡을 테마로 한 ‘공룡의문’과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바다의문’으로 나뉜다. 어디로 들어가도 두 공간이 이어진다. 두 곳은 공룡열차가 수시로 운행한다. 
공룡의문으로 들어서면 공룡동산, 공룡나라식물원,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공룡캐릭터관, 홀로그램영상관, 공룡엑스포주제관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공룡동산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실제 크기에 가까운 공룡 모형 100여개가 넓은 공간에 한데 모였다. 초대형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나무 모형 계단을 올라선 아이들과 눈빛을 나눈다. 눈 위에 뿔이 있는 카르노타우루스가 초식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를 협공하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앉아 있는 공룡은 아이들의 미끄럼틀이 되고, 책에서 만난 공룡과 친구처럼 사진을 찍는다. 공룡의 과거와 사람의 현재가 어우러진 느낌이다.


공룡나라식물원은 공룡시대부터 살아온 식물을 만나는 공간이다. 중생대에 번성한 고사리류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고사리 종류도 많은데, 참지네고사리와 족제비고사리, 왕지네고사리 등 이름이 독특하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나무도 있다. 공룡의 단골 메뉴로 ‘공룡 소나무’라 불리는 울레미소나무는 2억년 전 화석으로 알려져 멸종된 줄 알았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울레미국립공원에서 자생지가 발견됐다. 2002년에 20그루를 가져와 이곳 식물원에서 기르는 중이다.



공룡나라식물원 바로 옆에는 거대한 용각류 두 마리를 형상화한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5D영상관)이 있다. 고성군이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임을 알려주는 전시물과 고성 곳곳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화석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소개한다. 통영대전고속도로 고성 IC 공사 중 발견된 공룡 발자국 진품 화석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이 끝나면 5D영상관에 이른다. 입체 안경을 끼고 넓은 공간에 앉으면 360° 회전하는 입체 영상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트리케라톱스의 탄생부터 공룡의 멸종, 먼 미래의 고성 다이노피아로 여행을 떠나는 영상이다. 

공룡의문·바다의문으로 나뉘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느낌

공룡엑스포주제관(4D영상관)에서는 4D 입체 영상 〈별이 된 공룡〉을 상영한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물결무늬 흔적(연흔) 등이 있는 탐방로를 지나 다시 공룡 테마 공간으로 이어진다. 공룡과 원시인 캐릭터와 함께 공룡나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미니어처로 꾸민 공룡캐릭터관, A4 용지에 그려진 공룡에 색을 입혀 스캔하면 대형 화면에 자신이 만든 공룡이 나오는 디지털공룡체험관도 꼭 들러보자.


공룡 테마 공간에서 언덕을 넘으면 이순신 테마 공간이다. 당항포관광지 앞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당항포해전을 치른 전승지다. 당항포해전은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두 차례 승리를 거둔 해전이라 의미가 깊다. 이순신의 사당인 숭충사, 장군의 주요 일화를 디오라마 영상으로 만나보는 충무공디오라마관, 당항포해전의 전과와 해전 장면을 소개하는 당항포해전관, 당항포해전을 기념하는 충무공전승기념탑 등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고성수석전시관과 고성자연사박물관도 만난다. 


이순신 테마 공간에서는 당항포해전관이 볼 만하다. 해전 장면이 디오라마로 연출됐는데, 조선 수군과 왜군의 함선이 자세히 소개된다. 조선 수군의 거북선과 판옥선, 한선, 왜군의 아타케부네, 세키부네, 고바야부네 등의 특징이 묘사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다.


공룡의문 입구에는 당항포오토캠핑장이 있다. 두 구역에 140개 사이트를 보유한 대규모 캠핑장이다.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당항포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유리하다. 4인 가족은 캠핑도 즐기고, 비교적 큰 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니 참고하자.


아이들에게 공룡 발자국 화석을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훌륭한 체험 활동은 없을 듯하다. 연화산 서쪽의 금태산 자락에는 계승사라는 절이 있다. 침점일구마을이나 금태골 방면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금태골 방면은 경사가 급해 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계승사에는 절의 내력보다 고성 계승사 백악기 퇴적구조(천연기념물 475호)가 잘 알려졌다. 이곳에는 1억~2억년 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보타전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에는 용각류의 발자국 화석과 물결무늬 흔적이, 대웅보전 뒤편에는 빗방울 흔적(우흔)이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약사전에서 바라보는 남녘 풍경이 제법 시원하다. 



옥천사 주변에도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다. 옥천사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연화봉 등산로 입구 계곡 암반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보인다. 소형 용각류의 발자국이라 원형 발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옥천샘의 전설로 절 이름을 얻은 옥천사가 있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 중 하나로 전해지는 천년 고찰이자 호국 사찰이다. 정면이 막힌 누각 자방루가 있고, 그 앞 너른 터는 임진왜란 때 승병이 훈련한 곳이라 한다. 


마암면 장산리에는 장산숲이 있다. 박보검과 김유정이 주연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촬영한 곳으로, 600여년 전에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연못 주변에 서어나무, 느티나무 등 250여 그루가 숲을 이룬다. 연못 가운데 낚시하기 위해 만든 정자가 있고, 돌다리로 이어진다. 인근 석마리에 있는 석마도 보고 가자. 석마는 호랑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운 마을 신앙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계승사처럼 풍경이 아름다운 절이 하나 더 있다. 무이산(545m) 아래 암반에 새겨진 듯 들어선 문수암이다. 산자락을 따라 4.6km에 이르는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문수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천혜의 비경을 아주 쉽게 만난다. 자란만의 바다와 바다 위에 우뚝 서 지리망산을 품은 사량도의 풍경이 참 포근하다. 문수암 독성각에서 5분쯤 발품을 팔면 무이산 정상에 오른다. 당항포관광지에서 가면 고성 읍내를 지나는데, 고성 송학동 고분군과 고성박물관, 고성탈박물관 등에 들러도 좋다.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 ‘장산숲’

공룡을 주제로 고성군의 동쪽에 당항포관광지가 있다면, 서쪽에는 상족암군립공원과 고성공룡박물관이 있다. 상족암 높은 언덕에 위치한 고성공룡박물관에는 백악기와 고성의 공룡 이이야기가 담겼다. 상족암군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제전마을부터 상족암에 이르는 해안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다양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만난다. 조각류와 용각류의 보행 행렬이 길게 이어지기도 하고, 많은 공룡이 진흙으로 된 땅을 밟아 만들어진 공란 구조도 있다. 고성공룡박물관에서 상족암으로 내려와 해안 산책로와 제전마을을 거쳐 병풍바위전망대까지 걸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계승사→옥천사와 옥천사계곡 공룡 발자국 화석지→장산숲과 석마→당항포관광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계승사→옥천사와 옥천사계곡 공룡 발자국 화석지→장산숲과 석마→당항포관광지
둘째 날: 고성 송학동 고분군→고성박물관→고성탈박물관→문수암→고성공룡박물관과 상족암군립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이야기가 있는 관광 고성(고성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visit.goseong. go.kr
- 당항포관광지 https://dhp.goseong.go.kr
- 고성공룡박물관 https://museum.goseong.go.kr
- 사이버공룡테마파크 www.dinopark.net
- 옥천사 http:// okcheonsa.or.kr
- 고성박물관 http://gsmuseum.goseong.go.kr
- 고성탈박물관 www.goseong.go.kr/tal

문의 전화
- 당항포관광지 055)670-4505
- 고성공룡박물관 055)670-4451
- 계승사 055)673- 0281
- 옥천사 055)672-0100
- 문수암 055)672-8078
- 고성박물관 055)670-5822~4
- 고성탈박물관 055)672-882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고성,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고성여객자동차터미널 1666-0081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고성 IC→국도14호선 우측 창원 방면→배둔삼거리에서 우회전, 360m 직진→당항포관광지 방면 좌회전→엑스포로 따라 1.5km 직진→자소삼거리에서 당항포 방면 오른쪽 1km 직진→당항포관광지


숙박 정보
- 고성 최필간고택: 하일면 학동돌담길, 055)673-6904, https://choiphillgan. modoo.at
- 박진사고가: 개천면 청광6길, 055)674-1222, https://parkjinsa.modoo.at
- 당항포오토캠핑장: 회화면 당항만로, 055)670-4505, https://dhp.goseong. go.kr
- 당항포관광지펜션: 회화면 당항만로, 055)670-4505, https://dhp.goseong. go.kr
- 달빛의속삭임펜션: 하이면 자란만로, 055)832-1747, www.moonwhisper.co.kr

식당 정보
- 모모회식당(갈치조림): 회화면 배둔로, 055)673-2157
- 수제갈비 고성점(수제갈비): 고성읍 신월로, 055)673-3554
- 문수암보현식당(사찰된장찌개·비빔밥): 상리면 무선2길, 055)672-3475
- 이황가(한우곰탕): 개천면 연화산1로, 055)673-1405
- 개미집(가리비찜): 하이면 자란만로, 055)835-0775 

주변 볼거리
고성소을비포성지, 동화어촌체험마을, 갈모봉산림욕장, 엄홍길전시관, 만화방초,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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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