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③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칙칙폭폭~ 섬진강 따라 달리는 기차 여행

섬진강기차마을은 이름처럼 온통 기차로 가득하다. 증기기관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니고, 오래된 철도 위로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놀이터 건물도, 가로등도 화장실도, 모두 기차로 장식됐다. 

섬진강기차마을은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122호)와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을 활용해 꾸민 기차 테마파크다. 5월이면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장미공원, 놀이 시설 드림랜드, 도깨비를 테마로 꾸민 요술랜드, 기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치치뿌뿌놀이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섬진강기차마을의 자랑은 증기기관차와 섬진강레일바이크다. 섬진강이 그림같이 흐르는 구간을 증기기관차로 달리고, 레일바이크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지나갈 수 있다.

고풍스런 ‘구 곡성역사’

국도17호선에서 곡성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오면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다. 길 양편으로 기차처럼 길쭉한 나무들이 쭉쭉 뻗었다. 연둣빛 메타세쿼이아 잎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1km 남짓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나면 곡성읍으로 들어서고, 곧 섬진강기차마을이 나타난다.


섬진강기차마을 정문은 맞배지붕이 단정한 구 곡성역사다. 1933년에 지은 이곳은 2004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경성 스캔들〉 등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1999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도가 옮겨 가자, 폐역이 됐다. 곡성군은 구 곡성역사 일대를 사들여 섬진강기차마을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대합실에서 나와 섬진강기차마을로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승차장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섰고, 마을을 순환하는 레일바이크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굴러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장미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원 앞 풍차 주변이 화사하다. 막 꽃을 심었는지 흙냄새가 솔솔 풍긴다. 공원 옆 전망대에 올라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시야가 넓게 열려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넓이 4만㎡에 이르는 장미공원 뒤로 곡성의 명산 동악산(737m)이 수려하게 솟았다. 공원 반대편으로 드림랜드의 관람차가 우뚝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술랜드와 동물농장 등이 있다. 


전망대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장미공원이다. 이곳은 5월 중순부터 열리는 곡성세계장미축제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수많은 장미가 꽃봉오리를 잔뜩 매달고 무럭무럭 자란다. 축제 때는 무려 1004종, 3만8000본에 이르는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한 가족이 장미꽃을 든 거대한 여인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뽀뽀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공원에서 나와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음악분수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자세히 보니 분수 물방울에 따라 무지개가 걸렸다가 사라진다. 음악분수 뒤가 드림랜드다. 최근에 개장한 관람차는 사진 촬영 명소로, 하늘 높이 솟구친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기차의 역사도 알고 놀이도 즐기는 치치뿌뿌놀이터, 섬진강 도깨비 설화를 접목한 요술랜드,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에 가보자. 
기차 탑승 안내 방송을 듣고 서둘러 승강장으로 향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증기기관차 타기다. 증기기관차는 총 3칸이며, 가운데 칸은 지하철처럼 의자가 양쪽으로 길게 설치되었다. 오후 3시30분이 되니 빽~ 요란한 경적과 함께 출발한다. 


기차가 움직이자 윤재길 씨가 매점 카트를 밀기 시작한다. 교련복에 국방색 책가방을 메고, 팔에는 반장 완장을 찬 윤재길 씨는 증기기관차의 명물이다. 그는 증기기관차가 처음 운행할 때부터 기차에서 물건을 팔았다. 처음에는 ‘아이스케키’를 팔았는데, 무려 300개가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삶은 달걀과 쫀드기 같은 추억의 먹거리를 판다. 윤씨는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자, 여기저기서 깔깔깔 박장대소가 터진다.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 가득

윤재길 씨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연둣빛 강물이 흘러간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는 기차마을-가정역 구간은 철도와 국도17호선, 섬진강이 나란히 달린다. 기차가 느릿느릿 달리는 덕분에 섬진강의 봄 풍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가정역에서 30분 정차해 산책하기 좋다. 역을 나오면 섬진강이 펼쳐지고 출렁다리가 보인다. 출렁다리 가운데 서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섬진강은 강폭이 넓은 하동 구간이 유명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는 곡성 구간도 좋다. 가정역으로 돌아갈 때는 출렁다리 옆에 있는 두가세월교를 건넌다. 



기차마을에 돌아오면 침곡역으로 향한다. 섬진강레이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운행하며, 2인용과 4인용이 있다. 서서히 페달을 밟자 레일바이크가 굴러간다. 힘차게 밟으니 가속도가 붙는다. 왼쪽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철도는 산벚나무 꽃과 신록이 어울린 숲 터널로 이어진다. 발을 떼고 있으니 섬진강과 숲길을 둥둥 떠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풍경을 즐기다 보면 30분 만에 가정역에 도착한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까지 즐기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이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곡성의 별미를 즐길 차례다. 곡성의 맛 1순위는 참게탕이다. 가정역과 압록역 사이에 식당이 많다. 섬진강에서 나는 참게는 일반 민물 게보다 비린내가 덜하고 맛이 담백하다. 국물에서 나는 은은한 단맛도 매력적이다. 
숙소는 초가와 한옥이 어우러진 심청한옥마을이 제격이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가 마당을 거닐며 봄볕을 쬔다. 산벚나무 꽃이 화사한 산비탈에서 짝을 찾는 새들이 지저귄다. 마당에 핀 복사나무 꽃잎이 날려 무릉도원에 온 느낌이다. 심청한옥마을은 심청 이야기의 모델로 추정되는 원홍장 설화를 테마로 조성했다. 심청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마을 곳곳에 자리해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못에는 연꽃에서 환생한 심청의 조형물이 있다. 


이제 곡성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과 도림사에 가볼 차례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끝자리 3·8일에 곡성장이 서는 곳이다. 봄이라 꽃 시장이 화사하고, 나무 시장도 제법 크다. 나물 시장에는 할머니들이 머위, 두릅, 쑥, 미나리, 취나물 등을 가지고 나왔고, 어물 시장도 사람들로 붐빈다. 
곡성천 방죽에서는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에 뚝방마켓이 열린다.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생활용품이 거래되며, 다양한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심청테마 ‘심청한옥마을’

곡성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명찰 도림사다. 660년 원효대사가 사불산 화엄사에서 이주하여 지었다는 도림사는 도선국사,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고승이 숲처럼 모여들었다고 붙인 이름이다. 지금의 도림사는 수려한 도림사계곡으로 더 유명하다. 주차장부터 이어지는 계곡에는 산벚나무 꽃잎이 흩날린다. 절을 한 바퀴 돌면 발걸음은 도림사계곡에 머문다. 계곡 옆 의자에 앉아 봄이 흘러가는 계곡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심청한옥마을 
둘째 날: 심청한옥마을→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곡성군 문화관광 www.gokseong.go.kr/tour 
- 섬진강기차마을(증기기관차, 섬진강레일바이크) www.gstrain.co.kr 
- 심청한옥마을 http://심청한옥마을.kr 

문의 전화
- 곡성관광안내소 061)360-8379 
- 섬진강기차마을 061)363-9900 
-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 심청한옥마을 061)363-9910
-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061)363-9002
- 도림사 061)362-2727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곡성역, KTX 하루 6회(07:45~20:1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서울역-곡성역, KTX 하루 2회(09:45, 16:35) 운행, 약 2시간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곡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회(15: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북남원 IC→국도17호선→섬진강기차마을 


숙박 정보
- 심청한옥마을: 오곡면 심청로, 061)363-9910, http://심청한옥마을.kr
- 섬진강기차마을펜션: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6611
- 기차마을로즈유스호스텔: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2-1314, www.roseyh.co.kr
- 도림사오토캠핑장리조트: 곡성읍 도림로, 061)363-6224, http://dorimsacamping.co.kr

식당 정보
- 하생촌(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3-6993
- 별천지가든(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8746, http://mliving.kr/3628746
- 한끼(장어탕· 우럭탕):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8337
- 초원숯불갈비(돼지갈비·쌈밥정식): 곡성읍 중앙로, 061)363-3439 

축제·행사 정보
곡성세계장미축제: 2018년 5월18~27일, 섬진강기차마을, 061) 363-8379, www.gokseong. go.kr/tour 

주변 볼거리
곡성섬진강천문대, 섬진강도깨비마을, 태안사, 섬진강문화학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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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