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9월 가볼만한 곳

“떠나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國道) 테마여행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을 맞이하여 한국관광공사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여행’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9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10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마음을 채우는 여행길
양평~횡성~평창 간 6번국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속절없이 막혀 오가기 어려워 짜증났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땐 6번 국도를 이용해보자. 양평에서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해 차창을 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 상쾌함이 이어진다.

그중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은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과 진부면을 잇는 구간이다. 이효석 생가, 평창무이예술관, 달빛극장,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와 상원사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평창 한우와 봉평 메밀국수, 진부의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길이라서 더욱 즐겁다.


타이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
문산~전곡 간 37번 국도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 선사시대의 유적들이 나란히 담겨있어 가족이 함께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태고적 신비와 선사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색 장소다. 올해 봄 전곡선사박물관도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 한탄강변에는 어린이 공룡캐릭터원 등이 들어서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문산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다.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위치했고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경순왕릉은 신라의 왕릉 가운데에서 경주지역을 벗어나 유일하게 경기도에 위치한 능이다. 인근 법흥읍에는 율곡 이이 선생 유적지도 고즈넉하게 조성돼 있다. 역사의 자취를 두루 만난 뒤 임진각에 서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이 한층 성숙하게 다가선다. 


허브향기 체험마을 어울린 소풍길
용인~안성 간 17번 국도

17번 국도의 용인-안성 구간 주변에는 한택식물원, 백암순대, 죽주산성, 안성허브마을, 안성구메농사마을, 칠장사 등의 여행명소와 별미가 깃들어 있다. 가을날 한택식물원을 찾으면 벌개미취, 구절초, 마타리, 솔체꽃 등 아름다운 우리 꽃을 감상하게 된다.

안성허브마을에서는 허브향에 취하면서 허브 요리를 맛보기에 좋다. 칠장사는 산책과 명상을 동시에 즐겨보는 명찰이다.

백제문화의 아름다움 느끼고 삼림욕까지
부여~서천 간 4번 국도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4번 국도는 역사유적탐방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5층석탑, 궁남지 등을 돌아본다.

부소산성에서는 기분좋은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림사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백제탑을 볼 수 있다. 궁남지에서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상상해보자. 아이들과 함께라면 국립부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찬란한 백제의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강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산리 고분군이나 무량사를 함께 돌아보는 것도 더욱 알찬 여행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서천에는 지친 몸을 쉬게 할 휴양림이 기다린다. 희리산해송휴양림은 사철 푸른 해송으로만 이뤄진 휴양림. 피톤치드향 가득한 숲속을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모래찜질로 장항송림산림욕장도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네 멋과 전통, 예술이 흐르다
전주 27번 국도

27번 국도엔 우리 전통의 멋과 예술, 그리고 보는 이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풍광이 조화롭다. 길위의 명소들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이 멋을 잠시 느껴보라고, 이 풍광을 잠시 누리다 가라고…. 설레는 고향길, 아쉬운 귀성길이지만 그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에둘러가도 좋겠다. 연잎 뒤덮인 덕진공원은 화려한 연꽃 뒤에 오는 열매의 결실을 보게 하고, 옛 멋 그윽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에서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어 흐뭇하다.

모악산자락의 새로운 명물 전북도립미술관은 행복충전소로 충분하고, 안덕마을은 도시의 공해에 찌든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옥정호반을 따라가는 구불구불 드라이브는 편리한 직선보다 아름다운 곡선이 있어 삶이 더 풍성해 진다는 걸 일깨운다. 흥겨운 장단이 울리는 필봉문화촌엔 우리네 전통을 이어가려는 젊은이들의 땀방울이 빛난다.


바다로 미래로 여수로 가는 길
여수 17번 국도

17번 국도가 시작되는 전남 여수는 바다와 함께 성장해온 도시로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과거의 바다, 현재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소호요트장,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만날 수 있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등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이 모든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벽화골목도 있다. 여수 시민들이 참여해 만들고 있는 고소동천사벽화골목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했던 1893년의 시카고세계박람회에서부터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리는 2012여수세계박람회까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창 준비 중인 박람회장을 보고 싶다면 2012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으로 가면된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미래의 바다가 현실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완성된 전시관에 담길 전시내용을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숲과 와인의 로맨틱 휴식공간
대구~청도 간 25번 국도

대구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25번 국도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지가 숨겨져 있다. 대구의 수목원과 청도의 와인터널이 그 주인공. 대구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쓰레기 악취로 시민을 괴롭히던 장소가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수목원으로 변모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탄생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도 지나고 싱그런 나무 향이 가득한 숲도 지난다. 각각의 주제를 지닌 21개의 소원에서 하루 종일 꽃과 나무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부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옛 남성현 철도터널은 와인을 저장하는 창고로 변신해 와인을 주제로 한 로맨틱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철도 터널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은 여행이 제공하는 선물이다.

산 따라 물 따라 서정이 흐르는 길
진주~하동 간 2번 국도

진주와 하동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은 남해고속도로다. 속도와 효율을 생각한다면 편리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둘러가는 2번 국도에 굳이 눈길을 주는 건 그 길에 서정과 여유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진주성은 진주의 상징이자 진주시민의 자랑이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진양호에서 바라본 노을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으로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슬쩍 빠지면 봉명산 다솔사에 이른다.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 탄생한 곳이다. 2번 국도 진주~하동 여행의 종착지는 하동읍. 섬진강을 곁에 둔 송림 끝자락에 경전선 섬진강철교가 있고,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 땅이다. 2번 국도는 섬진강 건너 광양으로 이어진다.


바다부터 오름까지 제주 자연속을 달리다
제주 1118번 국도 
 
제주 동쪽 산간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118번 국도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 코스다. 옛 제주의 관문인 연북정부터 시작된 국도 여행은 호젓한 산길을 지나 신기한 화산암들이 가득한 제주돌문화공원과 자연 친화형 테마파크인 에코랜드로 이어진다. 곶자왈 지역에 세워진 에코랜드에서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신비한 숲 속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교래 사거리에서 잠깐 1112번 국도로 갈아타면 가을철 명소인 산굼부리가 나타난다. 거대한 분화구를 가진 산굼부리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의 신비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다시 1118번 국도로 돌아와 남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물영아리 오름을 지나게 된다. 물영아리오름은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람사르습지)으로 화구호 안에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도 여행의 마지막은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이다. 해안 절벽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절경이 장엄하기 짝이 없다.

자연·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여행
포천 신북 368번 지방도

포천시 신북면을 관통하는 368번 지방도로는 한마디로 자연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싱그러운 길이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 심신이 절로 여유로워지는 향에 취하고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테마형 체험과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가 하면, 폐 채석장을 한 편의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포천 아트밸리에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예술과 문화의 향에 젖어 본다.

아울러 중탄산나트륨을 함유해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신북 온천에서 독일식 온천욕을 즐기며 368번 지방도로 여행을 마무리 하면, 도심에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절로 생기를 되찾는 기분에 피로를 모르는 즐거운 주말여행을 챙겨 보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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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