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9월 가볼만한 곳

“떠나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國道) 테마여행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을 맞이하여 한국관광공사는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여행’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9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10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마음을 채우는 여행길
양평~횡성~평창 간 6번국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속절없이 막혀 오가기 어려워 짜증났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땐 6번 국도를 이용해보자. 양평에서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해 차창을 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 상쾌함이 이어진다.

그중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은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과 진부면을 잇는 구간이다. 이효석 생가, 평창무이예술관, 달빛극장,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와 상원사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평창 한우와 봉평 메밀국수, 진부의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길이라서 더욱 즐겁다.


타이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
문산~전곡 간 37번 국도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 선사시대의 유적들이 나란히 담겨있어 가족이 함께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태고적 신비와 선사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색 장소다. 올해 봄 전곡선사박물관도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 한탄강변에는 어린이 공룡캐릭터원 등이 들어서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문산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다.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위치했고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경순왕릉은 신라의 왕릉 가운데에서 경주지역을 벗어나 유일하게 경기도에 위치한 능이다. 인근 법흥읍에는 율곡 이이 선생 유적지도 고즈넉하게 조성돼 있다. 역사의 자취를 두루 만난 뒤 임진각에 서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이 한층 성숙하게 다가선다. 


허브향기 체험마을 어울린 소풍길
용인~안성 간 17번 국도

17번 국도의 용인-안성 구간 주변에는 한택식물원, 백암순대, 죽주산성, 안성허브마을, 안성구메농사마을, 칠장사 등의 여행명소와 별미가 깃들어 있다. 가을날 한택식물원을 찾으면 벌개미취, 구절초, 마타리, 솔체꽃 등 아름다운 우리 꽃을 감상하게 된다.

안성허브마을에서는 허브향에 취하면서 허브 요리를 맛보기에 좋다. 칠장사는 산책과 명상을 동시에 즐겨보는 명찰이다.

백제문화의 아름다움 느끼고 삼림욕까지
부여~서천 간 4번 국도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4번 국도는 역사유적탐방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5층석탑, 궁남지 등을 돌아본다.

부소산성에서는 기분좋은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림사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백제탑을 볼 수 있다. 궁남지에서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상상해보자. 아이들과 함께라면 국립부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찬란한 백제의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강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산리 고분군이나 무량사를 함께 돌아보는 것도 더욱 알찬 여행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서천에는 지친 몸을 쉬게 할 휴양림이 기다린다. 희리산해송휴양림은 사철 푸른 해송으로만 이뤄진 휴양림. 피톤치드향 가득한 숲속을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모래찜질로 장항송림산림욕장도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네 멋과 전통, 예술이 흐르다
전주 27번 국도

27번 국도엔 우리 전통의 멋과 예술, 그리고 보는 이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풍광이 조화롭다. 길위의 명소들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이 멋을 잠시 느껴보라고, 이 풍광을 잠시 누리다 가라고…. 설레는 고향길, 아쉬운 귀성길이지만 그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에둘러가도 좋겠다. 연잎 뒤덮인 덕진공원은 화려한 연꽃 뒤에 오는 열매의 결실을 보게 하고, 옛 멋 그윽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에서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어 흐뭇하다.

모악산자락의 새로운 명물 전북도립미술관은 행복충전소로 충분하고, 안덕마을은 도시의 공해에 찌든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옥정호반을 따라가는 구불구불 드라이브는 편리한 직선보다 아름다운 곡선이 있어 삶이 더 풍성해 진다는 걸 일깨운다. 흥겨운 장단이 울리는 필봉문화촌엔 우리네 전통을 이어가려는 젊은이들의 땀방울이 빛난다.


바다로 미래로 여수로 가는 길
여수 17번 국도

17번 국도가 시작되는 전남 여수는 바다와 함께 성장해온 도시로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과거의 바다, 현재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소호요트장,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만날 수 있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등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이 모든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벽화골목도 있다. 여수 시민들이 참여해 만들고 있는 고소동천사벽화골목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했던 1893년의 시카고세계박람회에서부터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리는 2012여수세계박람회까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창 준비 중인 박람회장을 보고 싶다면 2012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으로 가면된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미래의 바다가 현실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완성된 전시관에 담길 전시내용을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숲과 와인의 로맨틱 휴식공간
대구~청도 간 25번 국도

대구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25번 국도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지가 숨겨져 있다. 대구의 수목원과 청도의 와인터널이 그 주인공. 대구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쓰레기 악취로 시민을 괴롭히던 장소가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수목원으로 변모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탄생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도 지나고 싱그런 나무 향이 가득한 숲도 지난다. 각각의 주제를 지닌 21개의 소원에서 하루 종일 꽃과 나무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부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옛 남성현 철도터널은 와인을 저장하는 창고로 변신해 와인을 주제로 한 로맨틱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철도 터널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은 여행이 제공하는 선물이다.

산 따라 물 따라 서정이 흐르는 길
진주~하동 간 2번 국도

진주와 하동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은 남해고속도로다. 속도와 효율을 생각한다면 편리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둘러가는 2번 국도에 굳이 눈길을 주는 건 그 길에 서정과 여유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진주성은 진주의 상징이자 진주시민의 자랑이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진양호에서 바라본 노을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으로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슬쩍 빠지면 봉명산 다솔사에 이른다.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 탄생한 곳이다. 2번 국도 진주~하동 여행의 종착지는 하동읍. 섬진강을 곁에 둔 송림 끝자락에 경전선 섬진강철교가 있고,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 땅이다. 2번 국도는 섬진강 건너 광양으로 이어진다.


바다부터 오름까지 제주 자연속을 달리다
제주 1118번 국도 
 
제주 동쪽 산간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118번 국도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 코스다. 옛 제주의 관문인 연북정부터 시작된 국도 여행은 호젓한 산길을 지나 신기한 화산암들이 가득한 제주돌문화공원과 자연 친화형 테마파크인 에코랜드로 이어진다. 곶자왈 지역에 세워진 에코랜드에서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신비한 숲 속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교래 사거리에서 잠깐 1112번 국도로 갈아타면 가을철 명소인 산굼부리가 나타난다. 거대한 분화구를 가진 산굼부리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의 신비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다시 1118번 국도로 돌아와 남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물영아리 오름을 지나게 된다. 물영아리오름은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람사르습지)으로 화구호 안에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도 여행의 마지막은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이다. 해안 절벽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절경이 장엄하기 짝이 없다.

자연·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여행
포천 신북 368번 지방도

포천시 신북면을 관통하는 368번 지방도로는 한마디로 자연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싱그러운 길이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 심신이 절로 여유로워지는 향에 취하고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테마형 체험과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가 하면, 폐 채석장을 한 편의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포천 아트밸리에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예술과 문화의 향에 젖어 본다.

아울러 중탄산나트륨을 함유해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신북 온천에서 독일식 온천욕을 즐기며 368번 지방도로 여행을 마무리 하면, 도심에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절로 생기를 되찾는 기분에 피로를 모르는 즐거운 주말여행을 챙겨 보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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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