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①포천 국립수목원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초록 숲

5월에 가장 빛나는 숲이 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포천 국립수목원이다. 500년 넘게 지켜온 초록 숲이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고, 이름도 정겨운 들꽃이 눈을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피톤치드 가득한 전나무 숲을 걷고, 식물과 꽃 6000여종이 피어나는 전문 식물원까지 돌아보면 묵직하던 몸과 마음이 5월의 꽃바람처럼 가벼워진다. 
 

1987년 봄에 개원한 국립수목원의 옛 이름은 광릉수목원이다.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550년 동안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광릉숲은 전 세계 온대 북부 지역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룬다. 

특히 광릉숲은 희귀 생물이 많이 살며, 크낙새와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서식하는 보물 같은 곳이다. 광릉숲 전체 면적 2420ha서 1119.5ha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국립수목원이다.
 

국립수목원은 일반인에게 힐링의 장소지만, 다양한 국가적 기능을 갖춘 연구 기관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다양한 식물(944분류군)이 살아,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피톤치드 가득 ‘전나무 숲’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산림 곤충(3977분류군), 까막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 등 조류 180종이 산다. 그 외에 포유류(21종), 양서·파충류(22종), 어류(22종) 등 6100여 분류군의 다양한 생물이 있다. 2010년에는 생물 다양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립수목원의 핫 플레이스는 남쪽 끝에 있는 전나무 숲이다. 1927년 월정사에서 전나무 씨앗을 가져다 키운 묘목이 까마득한 높이로 자랐다. 숲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피톤치드의 달고 시원한 공기는 보너스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은 하절기.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에 전나무 숲을 걸으면 최고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 정문서 어린이정원을 거쳐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면 숲생태관찰로와 아름다운 육림호로 이어진다. 관람객이 즐겨 찾는 숲생태관찰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데크가 놓여있다. 운이 좋으면 그림 같은 들꽃 군락과 마주칠 수 있다. 

바람과 나뭇잎이 전하는 감미로운 공기에 취해 느릿느릿 걷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숲길이다. 
 

육림호 곁에는 산책하다 잠시 쉬기 좋은 숲속 카페가 있다. 1989년에 지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통나무집이 숲속의 쉼터에 잘 어울린다. 향이 좋은 원두커피와 직접 담근 자몽차, 레몬차가 맛있다. 고즈넉한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여유롭다. 비 오는 날에 운치 있게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수목원 입구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덩굴식물원, 수생식물원을 지나 피라미드 모양으로 된 난대식물온실을 만난다. 유리온실에는 남해안이나 남쪽 섬에 자생하는 식물이 있어 사철 푸르다. 상록활엽수인 팔손이와 돈나무, 유자나무, 외국 수종인 커피나무와 병솔꽃나무가 있다. 그 외에 벌레잡이식물 네펜테스, 자란, 새우란 등 320종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수목원 내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숲과 식물, 들꽃에 대한 자료를 영상과 전시물로 만나는 곳이다.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 현황, 미래를 설명하는 각종 임업 사료와 유물, 목제품 등 1만 1300점이 전시된다. 


550년 동안 보존된 온대 활엽수 극상림 ‘광릉숲’
크낙새·하늘다람쥐·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서식

영상 시스템을 통해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을 감상하고, 국내외 목재 표본도 관찰할 수 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희귀 식물을 보유한 희귀·특산식물보존원, 꽃이 예쁜 나무를 모아놓은 화목원, 수생식물원, 관목원, 습지식물원, 난대식물온실 등 22개 전문 전시원을 갖췄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은 우리나라에 자라는 희귀 식물과 특산 식물 400여종을 모아놓은 곳이다. 한라산, 울릉도, 백두산, 석회암 지대 등 식물에 맞는 서식 환경을 재현해 한라투구꽃, 설앵초, 동강할미꽃 등이 자란다. 
 

국립수목원은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숲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부터 세월을 견뎌온 믿음직한 고목까지 사이좋게 모여 사는 가족을 닮았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일간 개방하고, 숲을 보호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서 예약할 수 있다. 평일 하루 5000명, 토요일은 3000명이 입장 가능하다. 

처음 방문할 때 예약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여유롭게 숲을 산책하고 나면 예약제에 공감한다. 국립수목원을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숲해설센터를 이용하자. 여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발하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가원은 한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한과문화박물관이다. 우리 전통 과자인 유과, 약과, 다식 등을 살펴보고 체험도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한과 만들기 체험은 자연 발효한 유과떡을 튀기고 조청을 묻혀 모양을 내며 전통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이다. 체험 중에 만든 한과는 가져갈 수 있는데 식은 다음에 먹으면 바삭해서 더 별미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이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천주호다. 화강암 채석으로 생긴 웅덩이에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돼 만들어진 호수인데, 바닥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어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띤다. 그 외에 전시장과 공연장, 조각공원, 천문과학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국립수목원 인근에 자리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30여개국, 150여부족에게서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예술 작품 등 3000여점을 전시한다. 

대형 전시실 3개, 야외 전시장, 공연장, 체험 학습장, 산책로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연못 주변에 캠핑카와 캐러밴이 있고, 인디언 텐트 30여동이 설치돼 야외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푸짐한 ‘이동갈비’

이동갈비는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다. 일반 갈비보다 폭이 좁은 3cm 갈비를 가격 대비 푸짐하게 먹는 게 원조 이동갈비다. 트렌드가 바뀌면서 갈비 사이즈도 변했다. 이동갈비촌 초입에 있는 ‘갈비1987’은 세련된 외관만큼 맛과 서비스가 독보적이다. 뼈를 붙이지 않은 갈빗살 그대로 11cm 폭에 스테이크처럼 두툼한 갈비를 참숯에 직접 구워준다. 파스타샐러드와 모닝빵 덕분에 갈비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수목원→아프리카예술박물관→포천아트밸리→한가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릉→국립수목원→아프리카예술박물관 
[둘째 날] 포천아트밸리→한가원→산정호수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포천으로 떠나는 여행(포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www.pocheon.go.kr/ktour/index.do
- 국립수목원 www.kna.go.kr
- 한가원 www.hangaone.com
- 포천아트밸리 http://artvalley.pocheon.go.kr
- 아프리카예술박물관 www.amoa.or.kr

문의 전화
-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067 
- 포천관광안내소 031)538-2472
- 국립수목원 031)540-2000
- 한가원 031)533-8121
- 포천아트밸리 031)538-3485
- 아프리카예술박물관 031)543-3600
- 주왕산온천관광호텔(청송솔기온천) 054)874-70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5번 출구 동부광장 정류장에서 21번 버스(20분 간격), 약 50분 소요. 
 *문의: 명진여객 가능동영업소 031) 872-1883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IC→퇴계원·구리 방면→국도47호선 임송 IC→의정부·별내 방면→광릉·봉선사 방면→국립수목원

숙박 정보
- 아도니스호텔: 신북면 포천로2414번길, 031)530-9300, www.adonishotel.co.kr
- 한화리조트 산정호수안시: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5500, www.hanwharesort.co.kr
- 허브힐링센터펜션(허브아일랜드): 산북면 청신로947번길, 1644-1997, www.herbhealingcenter.co.kr
- 운악산자연휴양림: 화현면 화동로184번길, 031)534-6330, www.huyang.go.kr
- 허브빌펜션: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3-1550,  www.herbvill.com  

식당 정보
- 갈비1987(양념갈비):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031)532-3077, https://kalbi1987.modoo.at
-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생갈비):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031)532-4459, www.김미자할머니갈비.kr
- 욕쟁이할머니집(시래기정식):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031)542-3667
- 광릉불고기(돼지숯불고기):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내로82번길, 031)527-6631
- 사랑방(돌솥밥정식):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 031)527-7241

주변 볼거리
허브아일랜드, 평강식물원, 산사원, 산정호수, 백운계곡, 서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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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