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파격! 파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뒷얘기

남은 건 ‘트럼프의 선택’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김정수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향한 첫 관문인 남북정상회담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65년 만의 종전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운 남북 정상은 5월 미국으로 넘어가 한반도 긴장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남북정상회담서 미처 다뤄지지 않았던 얘기와 성큼 다가온 미북정상회담의 모습을 예상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오전 8시6분경 청와대를 출발했다. 청와대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그중에는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도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보수·진보를 넘어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문 대통령은 모여든 인파를 보자 차를 세워 재향군인회 인사 등과 인사를 나눴다.

역사적 만남
맞잡은 손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경기 파주의 통일대교 남단서 임진강을 건너 판문점으로 향했다. 9시1분경 판문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평화의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9시27분경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와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9시29분경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바로 오른쪽에 서서 MDL 근처까지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두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잠시 사진을 찍는 자세를 취한 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측 땅을 밟아보라며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잠시 월경(국경 등의 경계선을 넘는 일)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 MDL을 함께 넘어왔다. 남북 정상이 MDL서 조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 역시 최초다.


두 정상은 이동하던 중 판문각·자유의집 등을 바라보며 차례로 기념촬영을 했다. 민통선 내에 있는 대성동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이벤트도 있었다. 9시34분경 두 정상은 판문점 남측지역 광장서 국군의장대 공식사열을 포함한 공식환영식을 가졌다.

광장에는 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두 정상이 상대측 공식수행원과 인사를 나눔으로써 환영식은 종료됐다. 환영식이 종료된 9시40분경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기념사진촬영이 이뤄졌다.

김여정 펜으로
‘평화의 시대’

9시42분경 평화의 집에 도착한 두 정상은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남겼다. 서명대에 준비된 펜 대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건네준 펜으로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은 10시15분경부터 시작됐다. 회담 테이블의 길이는 2018㎜로, ‘2018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정상은 약 7분여간 모두발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위원장은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오고 발표 되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며 “오늘 통 크게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러서 모든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된 오전 정상회담은 11시55분경 종료됐다. 김 위원장은 11시57분경 MDL을 넘어 ‘소떼 길’을 통해 북으로 돌아갔다.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바로 그 길이다.

오후 정상회담을 시작한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합의문을 공동발표했다. 합의문에는 ‘2018년 내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 방문’ ‘8‧15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파격적인 내용이 실렸다.

남북 정상은 정상회담서 합의된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 등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로 집중됐던 세계의 관심은 남북정상회담의 종료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갔다.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5월 말 내지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로드맵이 어떻게 다뤄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한마디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다. 그간 미국 본토를 겨냥해왔던 북한의 핵과 그 운반체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다.

두 정상 MDL서 만나 “반갑습니다”
김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의 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약속할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염원하던 북한의 체제보장을 미국으로부터 약속받는 시나리오다.

북미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동의하느냐가 관건이다. 6·25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휴전을 체결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쟁의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자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전 미국과 중국은 종전선언에 대해서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참하느냐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성실하게 비핵화 과정을 이행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종전선언에 동참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특검 ▲시리아 미군 철수 ▲11월 중간선거라는 세 가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미 의회와 로버트 뮬러 특검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와의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 수뇌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등 군으로부터 신망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서 미국 본토를 향한 북한 미사일 위협 제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반전 카드다.

항구적 평화
키맨 트럼프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라는 막중한 당면과제를 앞두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탄핵’ 카드가 핵심 선거 전략으로 부상 중이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유의미한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투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11월까지 끌고 갈 필요성이 있다. 

중간선거 직전 북한과의 극적인 비핵화 합의로 재신임 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전략이 그려지는 이유다.


그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로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지금보다 더욱 높일 수 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김 위원장 입장서도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체제보장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원조를 끌어올 수 있는 상수다. 앞서 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규모 경제협력과 체제보장, 군사적 위협 해소를 요청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로 중국을 압박,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5말6초 북미정상회담, 다가온 종전
남·북·미 정상 노벨평화상 보인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군 철수’ ‘사드 해제’ 카드를 들고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협상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한 병력과 사드는 북한에 대한 압박보다 중국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과 사드를 일본선까지 후퇴하는 안을 제안한 뒤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원조를 끌어내는 전략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에 대한 견제를 완전히 철수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서,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압박을 지금보다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측면서, 북한 입장에선 중국으로부터의 많은 원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서 서로 간에 ‘윈 윈(Win Win)’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해방 후 73년 동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던 한반도서 쓰여지는 ‘평화의 새 역사’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만약 한반도 비핵화를 끌어낸다면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단숨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라섬은 물론 수상도 유력해진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노벨평화상 추진이 한때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때 청와대는 노벨평화상 추진에 대해 말을 아꼈다. 

미군 철수
사드 해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9일자 논평을 통해 “어느 단체가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를 꾸린다고 한다”며 “문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평화의 바람은 평창올림픽 때보다 더욱 세게 한반도로 불어오고 있다. 제118회 노벨상은 올해 10월 발표돼 12월 수상식이 열린다. 올 연말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세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은 결코 꿈이 아니다.

 

<chm@ilyosisa.co.kr> <kjs0813@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북회담 중러 셈법은?
삼국 정상의 ‘구밀복검’

남북문제는 기존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서 ‘남·북·미’가 주도하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는 급변하는 남북정세 속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러 로드맵’과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내 지분을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드맵은 총 3단계에 걸쳐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따른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중단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베이징서 만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내 긍정적인 상황 변화는 중·러 양국이 상정하고 있는 로드맵에 부합한다”는 데 입장을 함께했다.

양국은 6자회담 역시 언급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8일 “6자회담의 조속한 회복은 국제사회의 공동인식이자 공동염원”이라며 6자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달 초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보 문제 등은 6자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와 달리 북한과 공식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으로 건너가 미일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아베 총리가 남북문제를 통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상정해 자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사학스캔들로 추락하는 지지율에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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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