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홍준표 비토론’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27 08:56:16
  • 호수 1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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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패론’ 넘어 ‘폐허론’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뭉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공천을 두고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대 당 중진의원·예비후보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홍준표 비토론’ ‘지방선거 필패론’까지 언급하며 공천 결과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상치 않은 한국당 내부 분열 조짐을 살펴봤다.
 

한국당 공천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지난 19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경기도지사, 강원도지사, 대전시장에 대한 결과를 내놨다. 경기도지사 후보에 남경필 현 지사, 강원도지사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 대전시장에 박성효 예비후보를 각각 공천한다는 결정이었다.

공천 결과
불만 폭주

선거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은 곧장 불만을 표출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태우·육동일 예비후보는 중앙당이 박성효 예비후보를 공천키로 한 결정에 대해 “어떤 절차와 방법에 의해 결정됐는지 공개하라”고 따졌다. 

아울러 “공천심사에 참여한 (예비)후보 입장에서 지지자들과 시민들께 납득할 만한 공천결정의 기준과 절차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홍 대표와 홍문표 공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경기도지사 박종희·김용남 예비후보도 홍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예비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깜도 안 되는 당 대표가 한국당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며 홍 대표의 2선 후퇴 및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박 예비후보는 공천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라서 위기”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해냈다.

김연식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는 강원도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어 “번갯불 공천에 대해 중앙당이 나서서 공개 해명하라”며 ”공당의 사무총장이 계속 심사지역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해놓고 사흘 만에 전략공천한 것을 도민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중앙당이 공개적으로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천 결과에 대해 중앙당으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 앞으로의 행보는 신중하게 고민해서 결정하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한국당 공관위는 서병수 현 시장(부산), 유정복 현 시장(인천), 김기현 현 시장(울산),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제1차관(충북), 김방훈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제주)를 광역단체장 ‘단수추천’ 후보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단수추천은 신청한 1·2위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클 경우 경쟁력 있는 1위를 후보로 내세우는 제도로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다. 이로써 이들 5명은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유력하다.

반발한 예비후보들은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그중 한때 홍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된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선거 완주 의사를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그는 “절이 싫어지면 중이 떠나는 법인만큼 저는 오늘 한국당을 떠난다”며 “무소속 시민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한때의 의리를 의식해서인지 홍 대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순 없었다. 

한국당을 향해 “돈도 ‘빽’도 없어 높은 당의 공천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있을 깨끗하고 능력 있는 무명 신인 후보들과 함께 무소속 연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한국판 ‘앙 마르슈(2017년 프랑스 총선과 대선서 돌풍을 일으킨 제3세력)’ 돌풍을 이루겠다”며 대항할 뜻을 밝혔다.

그는 말미에 “한국당이 반 시대적·반 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며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 때면 오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정치 아웃을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경남, 충남은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됐다. 

우선추천은 공천 신청자와 관계없이 외부영입 인사와 미신청자 중에서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전략공천하는 방식이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 후보들은 극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서울시장 선거 공천을 신청했던 김정기 예비후보는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서 “(1995년부터 이어진 한국당의 자유경선) 원칙과 관행을 홍 대표가 짓밟고 있다”며 “차라리 홍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나서라. 그게 떳떳하고 당당한 정치 아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떠나는 측근
성토하는 중진

한국당은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 상징과도 같은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영입을 검토했던 인사들은 연이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안되는 집안’의 면모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한국당서 그렸던 ‘전·현직 서울시장 대결 구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홍정욱 헤럴드 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이어 세 번째 퇴짜에 당내에서는 불안해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위기감은 반홍준표계 중진 의원들 사이서 두드러진다.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등은 최근 “홍 대표가 큰소리만 칠 게 아니라 인물 영입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홍 대표에게 특단의 대책을 주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회담을 갖고 홍 대표에게 “한국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한 중진의원실 보좌관은 최근 당내 분위기에 대해 “지방선거 필패론을 넘어 ‘폐허론’까지 나온다”며 “싹 갈아엎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당을 새로 구축해야 될 정도로 참패를 해서 A-Z까지 싹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반홍계에서는 ‘홍준표 서울시장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다. ‘선당후사’의 자세로 홍 대표 본인이 직접 험지에 나가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당에서 필요한 것은 뭐든 다 하겠다”는 발언을 예시로 언급하며 “홍 대표도 이러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이자 지방선거 총 사령탑인 그가 지금 맡고 있는 자리를 내려놓고 출마하기엔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 더욱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패배하는 순간 기존의 당내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

공천 결과에 후보 ‘부글부글’
“깜도 안 되는 당 대표” 저격


그럼에도 반홍계가 홍준표 서울시장 출마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지방선거를 앞둔 일종의 압박으로 읽힌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홍 대표는 절대 서울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보수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건 ‘독이든 성배’를 드는 것과 같다. 그만큼 당이 힘드니 나오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당내 여론이 심각한 수준으로 흘러감에도 홍 대표와 친홍(친 홍준표)계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중앙·시도당 맑은 공천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으로)유력한 후보에게 접촉하고 있다”며 “이석연 전 법제처장 외에도 유력 후보를 복수로 접촉하고 있어서 조만간 발표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 대표와 친홍계는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예비후보와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에 강 대 강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장 수석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이 탈당계를 제출한 후 부산시장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홍 대표가) 부산의 조원진이라고 말했다”며 “정치적으로 부산 시민에게 검증을 받고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여러 번에 걸쳐 이야기했음에도(이 전 최고위원이) 마음대로 하겠다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는)부산 시민들에게 납득이 안 될 것이고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내 측근이라고 자처하면서 행세하던 사람도 공천에 떨어지니 비난만 하고 다니는 것이 현 정치 세태”라며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공천 신청을 하고 공천서 떨어지면 당과 나를 비난하고 다니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측근도 깜이 돼야 선거에 내보낸다”며 “깜도 안 되는 사람을 무리하게 공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유만만∼
허장성세?

당 공천 방식에 대해 최근 당내 중진들이 일부 언론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홍 대표는 “요즘 당내 일부 반대 세력이 당 명운이 걸린 지방선거서 힘을 합치기보다 철저히 방관하거나 언론에 당을 흠집 내는 기사를 흘리면서 지방선거에 패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암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핵 때도 똑같은 행동으로 보수 궤멸을 자초하더니 지금도 변하지 않고 당을 위한 헌신보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소인배들의 책동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당원과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서울시장 출마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보복성 발언도 내놨다. 

그는 자신의 SNS에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나에게 반발하고 있는 중진의원인)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대표적 친홍계 인사인 홍문표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큰 전쟁을 앞두고 우리가 화합하고 단합해서 싸워야 하는데 이렇게 자기 개인의 조그마한 불만을 가지고 몇 명이 모여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반홍계 중진들을 겨냥했다.

이처럼 한국당 내홍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당 중진 의원·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 이른바 반홍 성향인 5선의 심재철·이주영, 4선 나경원·정우택·유기준 의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친홍계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재한 회의였다. 김 원내대표는 연석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당내 중진이 회의에 불참한 부분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임위원장과 특위위원장이 당 전략 수립을 위해 모이는 자리로 몇몇 중진 의원의 불참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반홍계 독자 노선 선택
조기 전대 가능성 시사

그러나 이번 회의가 21일에 열리는 과정에 의혹이 불거지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당초 반홍계 중진은 홍 대표에게 지방선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간담회를 21일에 열기로 예고했었다. 

그런데 친홍계인 김 원내대표가 중진 의원·상임위원장 연석회의를 이날 개최해 반홍계 중진은 간담회를 22일로 하루 연기해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의도적으로 친홍계가 반홍계 모임이 원활히 열리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친홍계와 반홍계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반홍계 중진들의 연석회의 불참은 하나의 신호일 뿐이다. 반홍계 중진들은 지난 8일 ‘보수의 미래포럼’ 창립식을 열고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당권 경쟁 준비에 나선 상태다.

창립식 당시 정우택 의원은 인사말서 “보수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은 인륜과 품격”이라며 “인륜적 측면서 잘못된 분이 있고 품격적으로도 여러 가지 언급되고 있어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홍 대표를 겨냥했다.

유기준 의원도 “보수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한국당은 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하고 정당 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지 세력인 보수로부터 완벽한 지지도 받지 못하고 외면 받는 처지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가 잘못됐다’ ‘여론이 돌아섰다’고 하지만 우리의 반성이 먼저”라며 “다시 유능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 당이 너무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창립식서 반홍계는 나경원·유기준 의원을 보수의 미래포럼 공동대표로, 원유철·정우택 의원을 고문으로 각각 선출했다.

별도 회의
각자 가나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친홍 대 반홍의 갈등은 2020년 4월15일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향해 있다.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로 21대 총선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공천 갈등은 다수의 친홍계 인사를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으로 앉히려는 홍 대표 및 친홍계와 그걸 막으려는 반홍계의 차기 당권 쟁탈 전초전으로 읽힌다. 홍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시사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 질타한 홍, 왜?

경찰이 지난 21일 울산공항 직원들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일행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무단 통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A씨 등은 지난 8일 오후 2시45분쯤 홍 대표 등 한국당 관계자 3명이 서울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보안검색대를 그냥 통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홍 대표는 “최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행태를 보니 경찰에게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을 주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항을 가면 VIP 검색대가 따로 있다. 

우리는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은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수사에 나선 경찰 측을 질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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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