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④부산 기장군·수영구

부산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만나는 동해선 전철

2016년 12월 부산에 동해선이 개통했다. 부전에서 일광까지 14개 역, 총 28.5km에 이른다. 부산 도심(부전역)에서 바다가 지척인 기장(일광역)까지 37분이면 도착하고, 주말·공휴일 기준으로 44회 왕복 운행한다. 동해선을 전철 이용하면 빠르고 알뜰하게 기장군까지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동해선을 타고 떠나보자.

부산 도심에 자리한 동해선 벡스코역에서는 수영사적공원이 가깝다. 141번·63번 버스로 갈아타고 수영사적공원 앞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어가면 된다. 수영사적공원은 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수영성은 성곽이 대부분 사라지고, 주작문이라 불린 남문이 일부 남았다. 홍예문과 일부 성곽이 있고, 문 앞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 한 쌍이 있다. 

조선 유적지 ‘수영사적공원’

공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천연기념물 311호)와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다. 좌수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고목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고, 곰솔은 좌수영 군사들이 무사를 기원하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경상좌수영 수군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온 안용복 장군의 사당도 공원에 있다.


해운대의 장산 자락을 휘감고 신해운대역과 송정역을 지나면 기장군에 들어선다. 오시리아역에서 국립부산과학관이 700m 거리다. 걷기 힘들면 1번 출구 건너편에서 185번 버스를 탄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즐기는 과학기술 체험관이다. 내부는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 등 3개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고, 외부에 천체투영관과 사이언스에코파크 등이 있다.


티켓 발권 체험과 선착순 체험으로 나뉘는 탑승 체험물이 가장 인기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월면 걷기, 자이로스코프 등은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권 받아야 한다. 2층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발매하며, 키 130cm 이상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아침에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1층 어린이관을 이용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에 과학을 더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동해선 따라 <드림> <보안관> 등 촬영지 구경
기장 대표산물 멸치 관광지 기장역 방문

기장역에서는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이 가깝다. 죽성드림성당은 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죽성사거리에서 기장군 6번 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타고 두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죽성드림성당은 SBS-TV 드라마 〈드림〉의 촬영 세트장이다. 최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회색 벽돌과 흰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내부에는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죽성드림성당 인근에 있는 죽성리왜성과 죽성리해송은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장죽성리왜성(부산기념물 48호)은 임진왜란 때 두호마을 뒤 해발 60m 남짓한 구릉에 둘레 960m 규모로 쌓은 일본식 성이다. 죽성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선창을 끼고 있어 함선의 출입이 용이했을 터. 지금은 두호마을과 죽성리 주변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로 좋다. 두호마을 정류장 인근에 죽성리왜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왜성의 흔적과 경사지게 쌓은 일본식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죽성리왜성에서 150m 떨어진 곳에는 기장죽성리해송(부산기념물 50호)이 있다. 해송 다섯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해송 사이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자그마한 당집이 들어선 것이 특이하다. 가지가 넓게 드리워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해송 아래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기 좋다. 


대변항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유명하다. 죽성드림성당에서 남쪽으로 월전항을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대변항에 닿는다. 대변항까지 3km 남짓한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은 갈맷길 1-2구간에 속한다. 대변항의 여정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멸치광장, 죽도까지 이어진다. 월드컵기념등대는 방파제 입구에서 600m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담았다. 방파제 너머로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도 손에 잡힐 듯하다. 대변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멸치광장에는 멸치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대변항 남쪽에는 기장팔경 중 2경인 죽도가 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다리가 놓여 건너갈 수 있지만, 개인 소유가 돼 철조망이 쳐진 지 오래다. 대신 죽도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변항의 풍경이 좋다. 겨울 철새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도 대변항 풍경에 한몫한다.


동해선의 종착역은 일광역이다. 역에서 나와 700m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에 닿는다. 강송교에서 시작해 완만한 호를 그리며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변을 차분히 산책해보자. 대변항, 일광해수욕장, 강송교, 학리마을과 방파제는 영화 〈보안관〉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만나자.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하부 송도베이스테이션과 상부 송도스카이파크 사이 1.62km 해상을 오간다. 높이 86 m 바다를 지나 주변 풍광 또한 시원하다. 총 39기 가운데 13기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어서, 발아래로 짜릿함이 느껴진다.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의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앞바다와 송도구름산책로도 인상적이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스카이파크의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오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과 흰여울문화마을, 남항대교와 높이 120m 부산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저녁에는 야경이 화려하다. 송도스카이파크 지하 1층에는 도펠마이어월드뮤지엄이 있다. 케이블카의 역사와 원리, 실물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어 들러보면 좋다.

바다 위 ‘송도해상케이블카’

황령산도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꼽힌다. 황령산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서 오르기 쉽다. 주차장에서 정상 전망대까지 350m, 넉넉히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망대는 광안대교 방면, 부산시청 방면, 서면 방면 등 모두 세 곳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남쪽으로 해운대부터 영도 봉래산까지, 북쪽으로 금정산부터 해운대 장산까지, 서쪽으로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부터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로 낙동강도 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 
[둘째 날] 송도해상케이블카→흰여울문화마을→국립해양박물관→부산삼진어묵(부산어묵체험·역사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황령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index.busan
- 부산관광공사 부산관광정보 https://bto.or.kr/renewal/06_visitor/a01.php
- 수영구 문화관광 www.suyeong.go.kr/tour/main.asp
- 기장군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국립부산과학관 www.sciport.or.kr
- 송도해상케이블카 www.busanaircruise.co.kr  

문의 전화
- 부산관광공사 051)780-2168 
-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 수영구관광안내소 051)610-4261
- 수영사적공원 051)752-2947
- 국립부산과학관 051)750-2300 
- 송도해상케이블카 051)247-9900
-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40여 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용산역-부산역, KTX 하루 7회(05:30~21: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선] 부전역-일광역, 하루 44~48회(05:30~23:45) 운행, 37분 소요. 
*문의: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 남해고속도로 냉정 JC→남해제2고속도로지선→서부산톨게이트→진양램프에서 서면교차로 방면 오른쪽→삼전교차로에서 우회전→부전역
- 경부고속도로 노포 JC→부산외곽순환도로 기장 IC→기장일광IC교차로에서 기장군청 방면 오른쪽→삼덕길에서 좌회전→고가차도 옆길로 나가 새싹삼 거리에서 일광 방면 우회전→이화로로 직진→일광삼거리에서 우회전→일광역   

숙박 정보
- 베니키아프리미어마리안느호텔: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606-0600 
- 호텔더마크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501-9440, www.hotelthemark.co.kr
- 유니크스테이: 부산진구 부전로, 051)808-5577, www.uniqstay.co.kr 
- 더무빙: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1577-8446, www.themoving.kr
- 별이그린바다펜션: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966-1234, http://seastarpension.co.kr


식당 정보  
- 선비식당(토암정식): 기장군 기장읍 대변로, 051)721-2231
- 어촌밥상(생선구이정식): 기장군 기장읍 연화2길, 051)724-1342 
- the 최고집왕갈비탕 수영본점(왕갈비탕): 수영구 연수로, 051)753-3789 
- 키친로쏘(피자·파스타):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5585 
- 한끼밥상(한끼세트): 부산진구 중앙대로, 051)803-0648 
- 경성국수(회비빔국수): 부산진구 동성로, 051)808-4090
- 송정집(송정비빔밥):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051)704-0577
- 부산고등어(참고등어숙성초밥): 서구 충무대로82번길, 051)231-3312

주변 볼거리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송도해안산책로, 동해남부선 옛길,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칠암항 야구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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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