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비로 드러난 레진코믹스의 민낯

작가 쥐어짜는 ‘웹툰 공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지체상금, 이른바 지각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가 계약서에 명시된 마감 기한을 어길 경우 수익의 일정 부분을 위약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2015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된 이 제도는 2년4개월 동안 숱한 논란을 낳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레진코믹스는 제도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내년 2월부터 지각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레진코믹스의 민낯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레진(Lezhin)’을 필명으로 쓰던 블로거 한희성씨와 개발자 권정혁씨가 설립한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이하 레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 초기부터 도입한 부분 유료화 모델은 ‘웹툰은 공짜’라는 세간의 인식을 뒤엎고 성공을 거뒀다. 레진은 서비스 첫 달 매출 1억원을 돌파한 후 월 20∼30%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양적으로 빠르게 팽창했다.

유료서비스 도입
양적으로 급성장

네이버, 다음과 함께 3대 웹툰 사이트로 자리매김한 레진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5년간 누적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레진에 연재 중인 혹은 연재했던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레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레진은 입장문 발표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박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등 오히려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탁드립니다’는 청원이 제기됐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정산CMS 오류 ▲지체상금(지각비) ▲해외 서비스 정산 미지급 등의 문제가 레진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세무조사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에는 지난 14일 기준 4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 내용 중 지체상금 이른바 지각비 제도는 2015년 8월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2년4개월여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다. 

작가들의 계약서에 따르면 레진은 논의 없이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작가에게 벌칙금을 청구할 수 있다. 벌칙금은 지연이나 무단 휴재가 발생하는 건마다 콘텐츠 제공 대가, 즉 수익의 3%씩 차감하며 최대 9%를 초과할 수 없다고 돼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 웹툰이 공개되는 작가는 서비스 2일 전인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작품을 보내야 한다. 만약 이 기한을 초과할 경우 첫 번째는 벌칙금이 없지만 두 번째부터는 월 수익의 3%, 세 번째는 6%, 네 번째는 9%를 지각비로 물린다. 

월 수익이 200만원이라면 최대 18만원까지 지각비로 책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레진은 정산 시 지각비를 차감한 돈을 작가에게 지급한다. 

서비스 지장 없어도 마감 늦으면 지각
최대 9%까지 징수 1000만원 낸 작가도

문제는 지각비가 발생하는 시점과 상한선이다. 작가는 자신의 서비스 요일에 정상적으로 작품을 업로드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해도 레진서 정한 마감 기한에 늦으면 지각비를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매출상의 손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음에도 작가는 정산상의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만화계 한 관계자는 “레진의 지각비 제도는 출근시간이 9시로 정해진 아르바이트생에게 왜 7시까지 오지 않느냐고 따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지각비의 최대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레진은 지각한 주가 아닌 작가가 벌어들인 해당 월 전체 수익에서 최대 9%까지 지각비를 제하고 있다. 월 수익에 따라 지각비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이 많으면 차감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 최근 한국만화가협회(이하 만화가협회)에 접수된 지각비 관련 제보 중에는 레진서 위약금으로 물린 지각비 액수가 1000만원에 이른다는 신고도 있다.

레진의 지각비 제도 관련 만화가협회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는 “작가의 지각으로 연재가 늦춰졌다면 그에 대한 페널티는 사후에 설정할 일”이라며 “작가 스타일이나 작품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특정 시점을 적용해 이중의 제어장치를 둔 것은 작가들 입장에서는 부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부당성이 제기되자 레진은 지난달 9일 입장문을 통해 내년 2월1일부터 지각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이하 웹툰작가협회)는 레진의 지각비 폐지 결정을 반기면서도 지난달 30일 ▲부당하게 지각비를 징수당한 작가들에 대한 보상 방법 ▲레진코믹스 운영상 과실 또는 서비스의 오류 발생으로 인해 작가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정책 유무와 위 보상정책을 계약서에 명시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지각비 폐지 시점을 2월1일로 설정한 경위 등 3가지 사항에 대한 추가 답변을 요구했다.

웹툰작가협회의 공개 질의에 레진은 2주 만인 지난 12일 답변을 전해왔다.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지각비 폐지 시점이다. 

레진은 11월에 낸 입장문서 내년 2월1일을 지각비 폐지 예정일로 잡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각비 관련 부분은 계약서에 명시돼있기 때문에 작가들과 별도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각비가 운영되지 않는 상황서 오류를 막기 위해 제도를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등이다. 웹툰작가협회에 보낸 답변도 동일하다.

월 20∼30%
성장의 이면

하지만 지난 14일 레진 관계자에게 나온 답변은 입장문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레진 관계자는 지각비 폐지와 관련 “내년 2월1일부터 작가님들과 변경합의서 체결합니다. 관련해 보다 상세한 내용은 추후 작가님들께 전체 공지 드릴 예정입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내년 2월1일에 일괄적으로 지각비가 폐지되는 게 아니라 그날부터 작가들과 개별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와의 합의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지각비에 대해 묻자 “세부 사항은 협의 중에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레진이 지각비 폐지를 결정한 것은 사측도 어느 정도 문제를 인지했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그 조항을 폐지하는 데 3개월, 그 이상 소요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합의서를 통해 ‘기존 계약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각비 조항에 대해서는 특정 시점부터 효력을 없애기로 한다’ 등의 취지로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계약대로 진행”
양측 얘기 달라

레진이 작가들의 지각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레진은 웹툰작가협회가 질의한 보상정책 유무와 계약서 명시에 대해 “올해 2월부터 서비스 운영상 과실에 대해 작가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상호 합의하에 만족할만한 보상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도 “보상 정책은 계약서에 전부 명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웹툰작가협회의 첫 번째 질의에 대한 레진의 답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레진은 “계약 진행 과정서 작가들에게 지각비에 대해 설명했고 그들도 인지한 상태서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작가가 레진과의 계약 조항에 동의해 서명했기 때문에 지각비 징수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레진이 계약을 맺은 웹툰 에이전시와 계약서 변경 없이 작가에게 지각비를 징수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즉 작가와 레진, 에이전시 간의 계약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지각비 차감이 진행됐다는 것.

레진은 2015년 8월 이후 에이전시에 지각비 제도 도입과 시행을 알렸다. 그러자 에이전시는 2015년 10월 ‘[작가님 전체 공지 메일] 레진코믹스 원고 마감 시점 관련 페널티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작가들에게 보냈다. 

이메일에는 11월1일부터 ‘이틀 전 오후 3시 마감 규정이 엄수돼 진행’ ‘페널티는 최대 9%’ ‘월 1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레진과 직접 계약을 맺은 작가들의 지각비 조항과 동일하다.

논란 계속되자 폐지 결정
합의 시작은 3개월 뒤부터

이 문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 에이전시를 통해 레진에 작품을 연재한 A작가를 통해 알려졌다. 

실제 A작가는 2016년 지각비 조항에 따라 정산액을 차감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물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최근 논란이 불거진 걸 보고 그때 지각비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받지 못한 게 떠올랐다”고 전했다.

에이전시는 A작가의 문의에 “페널티에 대한 공지 그 자체(2015년 10월에 보낸 메일)가 계약의 효과로 진행됐던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자사도 레진 측으로부터 페널티에 대한 내용을 공지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A작가가 에이전시의 답변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추가 이메일이 이어졌다. 

에이전시는 “지각비 적용과 관련해 레진과 자사, 자사와 작가님 사이에 문서화된 계약서를 주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작가가) 별도의 이견을 피력한 적이 없었기에 최근 문제 제기에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의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의 변경은 서면 합의로만 이뤄질 수 있다. 

김성주 변호사는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메일을 통한 공지는 ‘통보’에 가깝다”며 “통보 자체가 계약 내용의 변경에 대한 합의로 보긴 어렵다. 작가들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레진 관계자는 (에이전시서)우리와 동일하게 지각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해당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이전시는 계약서에 지각비 조항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일 SNS에는 레진에 작품을 연재 중인 B작가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B작가는 “지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논리에 경영진이 행한 이 얼토당토않은 일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당신들과의 약속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 엄마에게 했던 그 모진 말을 용서하기 힘들어요”라고 적었다.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던 B작가의 어머니는 지각비 증빙 자료와 관련해 B작가와 말다툼을 벌이고 아파트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B작가는 “당시 그 달(10월)의 첫 번째 지각이어서 지각비 차감대상도 아니었다. 레진은 엄마가 아프다는 증거를 해당 주도 아닌 그다음 주에야 요구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레진은 작가들에게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명확한 기준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엄마의 죽음과 레진의 지각비 제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그렇지만 나는 이번 일이 지각비 제도의 ‘부작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기준 없어
“면제하려 했다”

레진 관계자는 “저희 PD가 (B작가의) 지각비를 면제해 드리려고 증빙서류를 요청한 것 같다”면서도 “매번 지각비에 대한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만화계 한 관계자는 “레진은 유료 플랫폼 중에서도 선두주자였고 친작가주의라는 좋은 이미지로 시작했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개선 의지야 레진에 달렸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입장문이나 대처 등을 보면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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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