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서울 길동초 야구부 김재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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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1.13 10:34:38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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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날이 찾아왔어요”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1995년 2월 당시 코치였던 김재일 감독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부임 후 4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끈기를 하늘도 알아준 것일까. 길동초 야구부에 다시 봄날이 찾아왔다. 부흥기를 이끈 김 감독을 만나봤다.

-감독님의 이력이 궁금하다

▲효재초등학교-보성중학교-보성고등학교를 거쳐 선수 생활을 하다가 송호대 2년제를 다녔다. 그러다 91년에 여기(길동초)로 코치로 오게 됐다. 물론 군 문제 때문에 7개월 정도 있다가 군대를 갔지만... 제대 후에도 길동초로 돌아왔다. 친정집 방문하듯 왔다가 93년도에 코치로 2년 정도 있었고, 95년 2월에 감독 부임한 후 지금까지 이곳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 청춘이 이곳 길동에 있다고 보면 된다.

-23년째 길동초와 함께 하고 있는데...

▲91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길동초등학교 야구부와 함께 하고 있는데, 25세때 처음 지도자로 시작을 했다. 당시 팀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95년 2월에 길동초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아무래도 코치가 감독을 맡는다고 하니 보는 눈들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선수도 많지 않고, 갑작스레 맡다보니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부임하고 한 4년 동안 성적이 없었다. 8강도 힘들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가 감독이긴 했어도 어딜 가나 제가 막내였다. 제 밑으로는 안 오시고 다들 제 위로만 오시더라. 제 스승님과도 결승을 했었으니 말 다 했다. 지도자하면서 막내 생활만 거의 10년은 한 것 같다.

-지도자로 쉽지 않은 길을 걸은 듯하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몰라 고생한 일이 많았다. 불리한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3∼4년 하니깐 시스템을 알겠더라. 그 후부터는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99년을 시작으로 4강에 들더니 2000년도에 처음으로 제 1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을 했디. 2004년에도 제 5회 LG 트윈스기 왕중왕전 우승했는데 그때가 부임 이래 제일 성적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0년대가 부흥기였던 것 같다. 2004년도에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6학년이 4명뿐이라 김성훈 선수랑 동생이 5학년 사이에서 뛰고도 3관왕을 했었다. 다들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 뒤로 또 다시 침체기를 걸었다.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초등학교 야구부 지원은 상당히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 반해 저희는 학교서 매년 야구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주시고, 쓰게끔 해준다. 근방에 있는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선 저희가 제일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사립도 아니고 공립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전적인 것 외에도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경기를 뛰기를 바란다. 교장선생님이라는 느낌보다는 누나 같은 느낌이랄까?


교장선생님만큼이나 체육부장 선생님이 도움을 많이 준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도와준다. 특히 저희가 주말에는 잘 못 쉬고 월요일에 쉬는 편인데 야구부에 대한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 매주 계획을 짜셔서 아이들에게 교육도 시켜주시고, 아이들이 쉴 때면 견학 같은 것도 해주신다. 

재작년에 부장님이 하시다가 육아휴직을 내서 1년을 쉬셨다가 올해 복직 후 다시 도와주고 계신다. 사실 힘든 일이라는 거 너무 잘 안다. 담임선생님 역할도 하고, 체육부장 역할도 하시다 보니 이중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더 많이 죄송하고 감사하다.

1982년 창단해 2000년대 부흥
잠시 주춤하다 올들어 재도약

-올해 큰 대회서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시 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팀 내 부상자도 많다보니 자연스레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도 큰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아이들이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니 내재된 실력들이 나오더라. 그날 투수들이 잘 던졌다. 방어율이 거의 2점대도 안 됐고, 매 게임 한두 점 정도 나왔다. 결승경기서도 1:0으로 한 점도 안 줬다. 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해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직후에 들었는데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었다. 팀 내 3∼4명 정도가 심했는데 그 중에 주전 선수들은 증세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참고 경기에 임했더라. 본인이 뛰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서 말릴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때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리그에선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겨울 동계훈련을 갈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투수력도 좋고, 연습경기도 한두 경기를 제외하고 다 이겼었다. 그러다가 2월에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의야구장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야구부 30개팀이 참가한 ‘2017 이스턴배 대한스포츠기 전국 초등학교 스피링 리그 야구대회’가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무리를 했던 것 같다. 매일 하루에 2게임씩 하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거다. 그래서 정작 소년체전 때는 에이스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하게 됐다. 올해 멤버가 워낙 좋아서 저 나름대로 욕심을 부렸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던 것 같다. 멀리 보고 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앞에 놓여진 것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감독님의 손을 거쳐 간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최근 KT WIZ의 지명을 받은 조대현 선수도 있고, 기아 타이거즈에 지명된 문장은 선수도 있다. 문장은 선수는 1학년 때부터 저한테 야구를 배운 친구다. 조대현 선수의 경우에는 우선 청소년 대표가 됐다. 본인이 잘 해왔기 때문에 프로 지명을 두 선수 다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 외에도 전 프로야구 선수 두산 베어스의 유재웅, LG 트윈스 김기표, 박기남 선수도 제자들이다.

-그런 제자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사실 저는 야구선수로 성공한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 친구들을 한 번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에 지도자를 시작하게 됐다. 오래 전이지만 저를 거쳐 프로 진출을 한 선수들이 종종 연락한다. 그때마다 같이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때론 인생 선배로 조언도 해준다. 

그 친구들은 이제는 꿈에 한발 더 다가 선 친구들이니까 지금처럼 성실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 오리라 믿는다. 저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전보다 발전하는 모습으로 매년 아이들을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23년 동안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성실하게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제자들도 성실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좋은 자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초등학교 감독, 그 무게감이 상당할 것 같다.

▲다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자리임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제 야구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제가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조금 강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약이 많다 보니 과거보다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힘들다. 규제도 많고 아이들도, 시스템도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매 해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요 근래에는 ‘내 아들들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되, 훈련을 할 때에는 아빠처럼 엄격하게 지도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엄마처럼 어루만져주는 감독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23년 동안 초등학교 지도자를 해보니 다른 것보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올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5학년 선수들이 총 10명이다. 그런데 야구는 9명이서 하다 보니 선수들끼리 경쟁도 다른 팀보다 더 심하고, 저 또한 엔트리를 짤 때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왜냐면 저도 부모다 보니 내 아이가 경기에 뛰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엔트리에 못 들면 실망할 테고… 그래서 지금은 비슷한 실력의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경기를 경험하게끔 만들고 있다. 지금도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희가 서울시 우승은 많이 했는데 전국대회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저 이전에 다른 감독님이 계셨고, 저도 감독하면서 전국대회 우승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제 나름대로 포부도 있고, 긍지로 삼고 있다. 5학년 친구들이 지금 6학년 친구들에 비해 투수력은 약하지만 타력이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 둔다면 올해보다 더 괜찮은 경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저를 믿고 따라 와주는 선수들과 학부모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팀은 빠른 시일 안에 멤버 구성도 끝나고, 저희와 달리 경쟁력이 생겨 성적이 잘 난다. 반면에 저희는 구색을 맞추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약하다. 

그러다 보니 1년이 금방 가버리더라. 우승권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2년 전부터 6학년들이 9∼10명씩 되니까 다른 팀과도 경쟁력이 생기더라. 그래서 성적도 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에 마음에 새겼던 말이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제가 졸업생들을 위한 졸업선물에도 꼭 쓰는 말인데, 중·고등학교를 가든 사회에 나가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이건 제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저도, 아이들도 어떤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위치서 열심히만 한다면 그 외 부수적인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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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길동초 야구부는? 작지만 강하다!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에 위치한 길동초등학교는 공립 초등학교로 1974년 개교한 뒤 1982년 3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창단 36년째에 접어든 길동초 야구부는 전 프로야구선수 김기표·박기남(LG트윈스), 유재웅(두산베어스) 등과 2018년 KBO 신인 지명을 받은 문장은(기아타이거즈)·조대현(KT WIZ) 등을 배출했다.

2000년대 부흥기 이후 잠시 주춤하던 길동초 야구부는 지난 7월22일부터 8월1일 국내 최대 규모의 유소년야구대회(U-12)에서 우승을 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대구광역시장배(제47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도 3위를 차지하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길동초 야구부 5학년은 총 10명으로 내년 시즌 캡틴 자리에 오를 중견수 지강, 유격수와 투수를 보는 장동효와 한재희, 포수 김태양, 좌익수 홍성현, 우익수 겸 2루수 강지훈, 1루수 이도우, 2루수 김홍민, 3루수 겸 투수 홍성우가 있다. 정유찬은 지난 대회 부상으로 인해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4학년은 최근 4명이 전학을 와 2명에서 6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포수 유지훈, 1루수 고민제, 2루수 서은철, 3루수 원영서, 좌익수 원민, 유격수 양지웅이 있다.

올해를 끝으로 학교를 떠나는 6학년의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 시즌 캡틴이었던 투수 홍윤재를 비롯해 포수 김보선, 1루수 원종해, 2루수 고민수, 3루수 이서준, 좌익수 한결, 유격수 정윤호, 중견수 김노준, 유격수 유재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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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