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여행 ②포천 한탄강벼룻길

낙엽 따라 걷는 자연사 시간 여행

혹, 아시는지. 한반도에 용암대지가 수십만년 강물에 깍이면서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솟아오른 것이 점성이 약한 현무암질 용암. 

오리산서 시작한 용암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고 흘러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이르렀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빠르게 식어 육각형 연필심 모양 주상절리가 되었는데 그 틈으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조금씩 깎아 거대한 현무암 협곡을 만든 것이다.
 

용암대지가 협곡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수십만년.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포천시와 연천군 일대의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됐고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모두 4개 코스로 구성된 지질트레일은 현재 1코스가 개통했다. 2코스는 공사 중이고 3·4코스는 일부 구간 통행이 가능한데 포천시는 2019 년까지 총 30km에 이르는 지질트레일을 완성할 계획이다. 
 

신비한 풍경에 ‘촬영 명소’

부소천협곡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한탄강벼룻길’.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벼룻길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벼룻길의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협곡대신 비둘기낭폭포서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비둘기낭폭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짙푸른 비둘기낭폭포 아래에 낙엽이 수북하다. 안내판에는 〈추노〉부터 〈늑대소년〉까지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줄줄이 붙었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명소가 됐다.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검고 구멍 숭숭 뚫린 돌 아닌가? 그런데 비둘기낭폭포 주변의 주상절리는 구멍이 없다. 현무암은 땅 위로 나온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며 생기는 돌이다. 부글거리는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오면 급격히 굳으며 생긴 것이 구멍 뚫린 현무암이다. 

용암·물·바람이 만든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 
독특한 자연·사람들의 문화로 지질트레일 조성

그러나 한탄강 현무암이 제주도보다 여유 있게 굳은 셈이다. 풍화 과정에 돌 속의 철분이 산화되면 그 붉은색이 더해진다. 용암과 물, 바람이 만들어낸 비둘기낭폭포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다. 
 

비둘기낭폭포서 출발한 길은 멍우리협곡으로 이어진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멍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뜻하고, 을리는 ‘강물이 새을(乙) 자처럼 흐른다’는 의미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협곡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km 넘게 뻗었다. 협곡 위로 난 길은 전망대를 지나 숲으로, 캠핑장으로, 한적한 마을로 통한다. 
 


길 중간쯤에 매점이 있고, 다시 숲과 절벽, 마을을 지나면 부소천협곡에 이른다. 멍우리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니 한탄강벼룻길의 공식 출발점이 나타난다. 

비둘기낭폭포서 여기까지 6.2km, 약 1시간30분 걸린다. 비둘기낭폭포에 차를 두고 왔다면 되짚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40분쯤 더 걸어 운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탄다. 

포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비둘기낭폭포서 차로 25분쯤 걸리는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옛날식 오리배를 타거나 호숫가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에 오르자. 울긋불긋 단풍을 즐기며 1시간30분쯤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19만8000여㎡에 이르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카메라를 어디에 들이대도 그림 같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돌을 깎아내느라 생긴 절벽 사이에 물을 채우니 멋진 인공 협곡이 탄생한 것이다. 주위에 조각공원을 꾸미고 천문과학관과 호수공연장까지 더하니 온 가족이 즐거운 여행지로 거듭났다. 

2014년에 문을 연 어메이징파크는 자연, 과학,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여가지 공학 기구를 직접 움직여보는 어메이징파크과학관, 각종 톱니바퀴로 만든 높이 23m 자이언트분수, 중력과 회전운동을 이용한 대형 물레방아 진자펌프 등을 통해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향기로운 잣나무 숲으로 연결되는 길이 130m 아치형 흔들다리 서스펜션브릿지가 짜릿한 즐거움을 더한다. 
 

구석기시대 유적 유명

포천시와 함께 한탄강 협곡 지대를 이루는 연천군은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서 나온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서 처음 발견됐다. 이로써 양쪽에 날이 있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 발달했다는 당시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 뒤집혔다. 전곡선사박물관에 구석기시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유물과 유적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   
[둘째 날] 산정호수→명성산→포천아트밸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포천으로 떠나는 여행(포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pocheon.go.kr/ktour/index.do
- 한탄·임진강지질공원 http://hantangeopark.kr
- 산정호수 http://www.sjlake.co.kr 
- 포천아트밸리 
http://artvalley.pocheon.go.kr 
- 어메이징파크 
http://www.amazingpark.co.kr 
- 전곡선사박물관 
http://jgpm.ggcf.kr 


문의 전화
- 포천시청 문화체육과 031)538-3027
-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114
- 산정호수 031)532-6135
- 포천아트밸리 031)538-3485
- 어메이징파크 031)532-1881
- 전곡선사박물관 031)830-56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포천,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60회(06:00~21:4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포천시외버스터미널서 53번 버스, 대회산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1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포천시외버스터미널 1666-5068 

자가운전 
구리포천고속도로 남구리 IC→운천제2교차로→방골길 전곡 방면→비둘기낭1길→한탄·임진강지질공원 입구

숙박 정보
- 신북리조트: 신북면 청신로, 031)535-9654, http://www.sinbukresort.co.kr
- 아이러브펜션: 영북면 산정호수로411번길, 031)532-7710, http://www.sanjeonghosupension.com
- 프라임리조트: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1-7988, http://www.primeresort.co.kr
- 금주산방까사펜션: 영중면 물안2길, 031)531-1122, http://www.kumjusanbang.co.kr
- 아도니스호텔: 신북면 포천로2414번길, 031)530-9300, http://www.adoniscc.co.kr  

식당 정보
- 산비탈(두부 요리):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3992
-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양념갈비): 이동면 화동로, 031)532-4459, http://www.김미자할머니갈비.kr
- 장수촌(쌈밥정식): 화현면 화동로, 031)533-9207, http://장수촌.com
- 청산별미(버섯샤부샤부):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http://chungsanbyulmi.itrocks.kr
- 동이호박오리(호박오리구이):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031)543-3534

주변 볼거리
한가원, 산사원, 허브아일랜드, 백운계곡, 국립수목원, 평강식물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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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