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여행 ②포천 한탄강벼룻길

낙엽 따라 걷는 자연사 시간 여행

혹, 아시는지. 한반도에 용암대지가 수십만년 강물에 깍이면서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솟아오른 것이 점성이 약한 현무암질 용암. 

오리산서 시작한 용암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고 흘러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까지 이르렀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빠르게 식어 육각형 연필심 모양 주상절리가 되었는데 그 틈으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조금씩 깎아 거대한 현무암 협곡을 만든 것이다.
 

용암대지가 협곡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수십만년.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포천시와 연천군 일대의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됐고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모두 4개 코스로 구성된 지질트레일은 현재 1코스가 개통했다. 2코스는 공사 중이고 3·4코스는 일부 구간 통행이 가능한데 포천시는 2019 년까지 총 30km에 이르는 지질트레일을 완성할 계획이다. 
 

신비한 풍경에 ‘촬영 명소’

부소천협곡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한탄강벼룻길’.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벼룻길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벼룻길의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협곡대신 비둘기낭폭포서 출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비둘기낭폭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짙푸른 비둘기낭폭포 아래에 낙엽이 수북하다. 안내판에는 〈추노〉부터 〈늑대소년〉까지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줄줄이 붙었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비둘기낭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분에 촬영명소가 됐다.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검고 구멍 숭숭 뚫린 돌 아닌가? 그런데 비둘기낭폭포 주변의 주상절리는 구멍이 없다. 현무암은 땅 위로 나온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며 생기는 돌이다. 부글거리는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오면 급격히 굳으며 생긴 것이 구멍 뚫린 현무암이다. 

용암·물·바람이 만든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 
독특한 자연·사람들의 문화로 지질트레일 조성

그러나 한탄강 현무암이 제주도보다 여유 있게 굳은 셈이다. 풍화 과정에 돌 속의 철분이 산화되면 그 붉은색이 더해진다. 용암과 물, 바람이 만들어낸 비둘기낭폭포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다. 
 

비둘기낭폭포서 출발한 길은 멍우리협곡으로 이어진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멍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인 수달’을 뜻하고, 을리는 ‘강물이 새을(乙) 자처럼 흐른다’는 의미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협곡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km 넘게 뻗었다. 협곡 위로 난 길은 전망대를 지나 숲으로, 캠핑장으로, 한적한 마을로 통한다. 
 


길 중간쯤에 매점이 있고, 다시 숲과 절벽, 마을을 지나면 부소천협곡에 이른다. 멍우리협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니 한탄강벼룻길의 공식 출발점이 나타난다. 

비둘기낭폭포서 여기까지 6.2km, 약 1시간30분 걸린다. 비둘기낭폭포에 차를 두고 왔다면 되짚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40분쯤 더 걸어 운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탄다. 

포천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비둘기낭폭포서 차로 25분쯤 걸리는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옛날식 오리배를 타거나 호숫가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산정호수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명성산에 오르자. 울긋불긋 단풍을 즐기며 1시간30분쯤 오르면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19만8000여㎡에 이르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카메라를 어디에 들이대도 그림 같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돌을 깎아내느라 생긴 절벽 사이에 물을 채우니 멋진 인공 협곡이 탄생한 것이다. 주위에 조각공원을 꾸미고 천문과학관과 호수공연장까지 더하니 온 가족이 즐거운 여행지로 거듭났다. 

2014년에 문을 연 어메이징파크는 자연, 과학,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여가지 공학 기구를 직접 움직여보는 어메이징파크과학관, 각종 톱니바퀴로 만든 높이 23m 자이언트분수, 중력과 회전운동을 이용한 대형 물레방아 진자펌프 등을 통해 과학과 공학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향기로운 잣나무 숲으로 연결되는 길이 130m 아치형 흔들다리 서스펜션브릿지가 짜릿한 즐거움을 더한다. 
 

구석기시대 유적 유명

포천시와 함께 한탄강 협곡 지대를 이루는 연천군은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서 나온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서 처음 발견됐다. 이로써 양쪽에 날이 있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 발달했다는 당시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 뒤집혔다. 전곡선사박물관에 구석기시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유물과 유적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탄강벼룻길→전곡선사박물관→어메이징파크   
[둘째 날] 산정호수→명성산→포천아트밸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포천으로 떠나는 여행(포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pocheon.go.kr/ktour/index.do
- 한탄·임진강지질공원 http://hantangeopark.kr
- 산정호수 http://www.sjlake.co.kr 
- 포천아트밸리 
http://artvalley.pocheon.go.kr 
- 어메이징파크 
http://www.amazingpark.co.kr 
- 전곡선사박물관 
http://jgpm.ggcf.kr 


문의 전화
- 포천시청 문화체육과 031)538-3027
- 포천시청 문화관광과 031)538-2114
- 산정호수 031)532-6135
- 포천아트밸리 031)538-3485
- 어메이징파크 031)532-1881
- 전곡선사박물관 031)830-56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포천,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60회(06:00~21:4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포천시외버스터미널서 53번 버스, 대회산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1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포천시외버스터미널 1666-5068 

자가운전 
구리포천고속도로 남구리 IC→운천제2교차로→방골길 전곡 방면→비둘기낭1길→한탄·임진강지질공원 입구

숙박 정보
- 신북리조트: 신북면 청신로, 031)535-9654, http://www.sinbukresort.co.kr
- 아이러브펜션: 영북면 산정호수로411번길, 031)532-7710, http://www.sanjeonghosupension.com
- 프라임리조트: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1-7988, http://www.primeresort.co.kr
- 금주산방까사펜션: 영중면 물안2길, 031)531-1122, http://www.kumjusanbang.co.kr
- 아도니스호텔: 신북면 포천로2414번길, 031)530-9300, http://www.adoniscc.co.kr  

식당 정보
- 산비탈(두부 요리):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3992
-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양념갈비): 이동면 화동로, 031)532-4459, http://www.김미자할머니갈비.kr
- 장수촌(쌈밥정식): 화현면 화동로, 031)533-9207, http://장수촌.com
- 청산별미(버섯샤부샤부):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http://chungsanbyulmi.itrocks.kr
- 동이호박오리(호박오리구이):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031)543-3534

주변 볼거리
한가원, 산사원, 허브아일랜드, 백운계곡, 국립수목원, 평강식물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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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