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②강릉 명주동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오래된 동네

명주동은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었다. 시청이 이전하고 번화가가 옮겨가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점차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단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차를 타고 강릉에 도착하면 좀 허전하다. 예전처럼 대관령을 구불구불 내려와야 제맛인데, 이제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터널을 통해 편하게 도착한다. 그래도 험준한 백두대간을 지나 강릉에 닿으면서 느끼는 평온함은 여전하다. 

명주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명주예술마당’이다. 화산동으로 이전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공연장과 각종 연습실을 통해 공연, 전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한다. 강릉문화재단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에게 명주동 도심 재생 사업에 관해 듣고 ‘명주동 마을 지도’를 얻었다. 둘러봐야 할 장소의 위치와 설명이 잘 나와 있어 꼭 챙기는 게 좋다. 
 

명주예술마당서 나와 경강로를 건너면 삼거리식당이 눈에 띈다. 그 안쪽 골목이 남문로다. 이 길에 자리한 ‘햇살박물관’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강릉 최초의 마을 박물관이다. 

‘볼거리’ ‘먹거리’ 풍부


1층에는 명주동의 과거와 현재 사진이 있고, 2층에는 주민이 사용하던 TV와 전화기, 다리미, 타자기 등 예전 물건이 전시된다. 마을 주민의 손때와 추억이 묻은 물건이라 더 정겹다. 2층 발코니로 나가니 명주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 골목에서 고추 말리는 모습이 평화롭다.
 

햇살박물관 앞 남문로는 자가용이 간신히 지날 만한 너비지만 예전에는 서울 가는 버스가 다녔다고 한다. 골목을 휘휘 돌면 옛 성벽 터, 읍성의 흔적이 보인다. 거대한 직사각형 돌덩이가 인상적인데 성벽은 신라 시대 양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돌덩이를 한번 만져보고 길을 나서면 ‘명주사랑채’에 닿는다. 커피체험장과 북카페를 겸한 마을 사랑방이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는 카페가 수없이 많지만, 드립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여기서 체험해보자(재료비 3000원). 곱게 간 커피를 거름망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진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커피 가루가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진한 커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커피를 다 내렸으면 이제 시음할 차례다. 내가 직접 내려서 그런지 맛도 좋은 것 같다. 
 

명주사랑채 앞쪽에 ‘작은공연장 단’이 있다. 이곳은 1958년 세워진 강릉제일교회를 고쳐 만들었으며, 연극과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공연장 앞에 있는 ‘봉봉방앗간’도 들러보자. 허술한 외관으로는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 곳곳 유적지
명주동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안에 들어가면 방앗간이 아니라 카페다.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얼룩진 벽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40년대 지은 방앗간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이 매입해서 멋지게 꾸몄다. 봉봉방앗간은 기계를 쓰지 않고 모든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카페 분위기보다 커피 맛으로 승부하려는 곳이다.
 


봉봉방앗간서 명주프리마켓이 열리는 골목을 지나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가 나온다. 이곳은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객사 터다. 

조선 영조 때인 1750년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영지(臨瀛誌)>에 따르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의 규모는 전대청 9칸, 중대청 12칸, 동대청 13칸 등 모두 83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칠사당을 제외하고 대부분 훼손됐다. 
 

현재 주요 건물은 복원됐는데 예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었다. 칠사당(강원유형문화재 7호) 영역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느티나무가 건물과 어우러져 고풍스럽다. 호적, 농사, 병무, 교육, 세금, 재판, 풍속 등 일곱 가지 정사를 베풀었다고 칠사당(七事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또가 집무한 동헌을 지나면 강릉 임영관 삼문(국보 51호)이 나온다. 고려시대에 만든 삼문은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을 설치해 조형미가 뛰어나다. 기둥을 한번 쓰다듬고 안으로 들어가 임영관을 구경하고 나오면 임당동성당이 지척이다. 
 

뾰족한 종탑과 지붕 장식, 첨두형 아치 창문과 장식 등 고딕건축이 정교하고 세련된 강릉 임당동성당(등록문화재 457호)은 1950년대 강원도 지역 성당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본당 안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나오는 무지개 빛줄기로 가득차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예수의 탄생과 부활, 노아의 방주 등이 표현됐다. 잠시 의자에 앉아 성스러운 분위기에 잠겨본다.
 

발걸음은 도심을 지나 중앙·성남시장에 이른다. 2층 식당가서 유명한 삼숙이매운탕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건어물 거리와 횟집 거리, 먹거리 골목 등을 쉬엄쉬엄 구경한다. 시장의 명물로 통하는 아이스크림호떡을 들고 나오면 남대천 주차장이다. 
 

여기부터 남대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따라 안목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다. 거리는 약 5km, 힘들면 중간에 버스를 탄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와 산책 나온 강릉 시민의 모습이 평화롭다. 산책로 끝은 솔바람다리다.

평화로운 안목해변 산책

이곳서 남대천이 바다와 몸을 뒤섞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설렁설렁 남대천을 밀고 올라가는 모습과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솔바람다리 옆이 안목해변이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지긋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강릉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 
[둘째 날] 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릉문화재단 http://www.gncaf.or.kr
- 솔향강릉(강릉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gntour.go.kr

문의 전화
- 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4531
- 강릉문화재단 033)647-680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정동진역, 무궁화호 하루 6~7회(7:00~23:25) 운행, 약 5시간~5시간50분 소요. 
*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50여회(06:32~23:0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30여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kobus.c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강릉 IC→경강로→삼거리식당 앞에서 좌회전→명주예술마당 

숙박 정보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http://www.mgmhotel.co.kr 
- 호텔 헤렌하우스: 강릉시 창해로14번길, 033)651-4000, 
http://herren-haus.com 
- 강릉선교장: 강릉시 운정길, 033)646-3270, 
http://www.knsgj.net(한국관광품질인증, 명품고택) 
- 휴심펜션: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한국관광품질인증) 


식당 정보 
- 삼거리식당(장칼국수): 강릉시 남문길, 033)642-9923
- 예향한정식(한정식): 강릉시 경강로2018번길, 033)646-1025
- 해성횟집(삼숙이매운탕): 강릉시 금성로(중앙·성남시장내), 033)648-4313
- 섭과물망치(섭국·물회): 강릉시 경강로2119번길, 033)655-5259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강릉 선교장, 강릉 경포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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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