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②강릉 명주동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오래된 동네

명주동은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었다. 시청이 이전하고 번화가가 옮겨가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점차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단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차를 타고 강릉에 도착하면 좀 허전하다. 예전처럼 대관령을 구불구불 내려와야 제맛인데, 이제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터널을 통해 편하게 도착한다. 그래도 험준한 백두대간을 지나 강릉에 닿으면서 느끼는 평온함은 여전하다. 

명주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명주예술마당’이다. 화산동으로 이전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공연장과 각종 연습실을 통해 공연, 전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한다. 강릉문화재단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에게 명주동 도심 재생 사업에 관해 듣고 ‘명주동 마을 지도’를 얻었다. 둘러봐야 할 장소의 위치와 설명이 잘 나와 있어 꼭 챙기는 게 좋다. 
 

명주예술마당서 나와 경강로를 건너면 삼거리식당이 눈에 띈다. 그 안쪽 골목이 남문로다. 이 길에 자리한 ‘햇살박물관’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강릉 최초의 마을 박물관이다. 

‘볼거리’ ‘먹거리’ 풍부


1층에는 명주동의 과거와 현재 사진이 있고, 2층에는 주민이 사용하던 TV와 전화기, 다리미, 타자기 등 예전 물건이 전시된다. 마을 주민의 손때와 추억이 묻은 물건이라 더 정겹다. 2층 발코니로 나가니 명주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 골목에서 고추 말리는 모습이 평화롭다.
 

햇살박물관 앞 남문로는 자가용이 간신히 지날 만한 너비지만 예전에는 서울 가는 버스가 다녔다고 한다. 골목을 휘휘 돌면 옛 성벽 터, 읍성의 흔적이 보인다. 거대한 직사각형 돌덩이가 인상적인데 성벽은 신라 시대 양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돌덩이를 한번 만져보고 길을 나서면 ‘명주사랑채’에 닿는다. 커피체험장과 북카페를 겸한 마을 사랑방이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는 카페가 수없이 많지만, 드립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여기서 체험해보자(재료비 3000원). 곱게 간 커피를 거름망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진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커피 가루가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진한 커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커피를 다 내렸으면 이제 시음할 차례다. 내가 직접 내려서 그런지 맛도 좋은 것 같다. 
 

명주사랑채 앞쪽에 ‘작은공연장 단’이 있다. 이곳은 1958년 세워진 강릉제일교회를 고쳐 만들었으며, 연극과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공연장 앞에 있는 ‘봉봉방앗간’도 들러보자. 허술한 외관으로는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 곳곳 유적지
명주동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안에 들어가면 방앗간이 아니라 카페다.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얼룩진 벽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40년대 지은 방앗간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이 매입해서 멋지게 꾸몄다. 봉봉방앗간은 기계를 쓰지 않고 모든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카페 분위기보다 커피 맛으로 승부하려는 곳이다.
 


봉봉방앗간서 명주프리마켓이 열리는 골목을 지나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가 나온다. 이곳은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객사 터다. 

조선 영조 때인 1750년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영지(臨瀛誌)>에 따르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의 규모는 전대청 9칸, 중대청 12칸, 동대청 13칸 등 모두 83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칠사당을 제외하고 대부분 훼손됐다. 
 

현재 주요 건물은 복원됐는데 예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었다. 칠사당(강원유형문화재 7호) 영역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느티나무가 건물과 어우러져 고풍스럽다. 호적, 농사, 병무, 교육, 세금, 재판, 풍속 등 일곱 가지 정사를 베풀었다고 칠사당(七事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또가 집무한 동헌을 지나면 강릉 임영관 삼문(국보 51호)이 나온다. 고려시대에 만든 삼문은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을 설치해 조형미가 뛰어나다. 기둥을 한번 쓰다듬고 안으로 들어가 임영관을 구경하고 나오면 임당동성당이 지척이다. 
 

뾰족한 종탑과 지붕 장식, 첨두형 아치 창문과 장식 등 고딕건축이 정교하고 세련된 강릉 임당동성당(등록문화재 457호)은 1950년대 강원도 지역 성당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본당 안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나오는 무지개 빛줄기로 가득차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예수의 탄생과 부활, 노아의 방주 등이 표현됐다. 잠시 의자에 앉아 성스러운 분위기에 잠겨본다.
 

발걸음은 도심을 지나 중앙·성남시장에 이른다. 2층 식당가서 유명한 삼숙이매운탕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건어물 거리와 횟집 거리, 먹거리 골목 등을 쉬엄쉬엄 구경한다. 시장의 명물로 통하는 아이스크림호떡을 들고 나오면 남대천 주차장이다. 
 

여기부터 남대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따라 안목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다. 거리는 약 5km, 힘들면 중간에 버스를 탄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와 산책 나온 강릉 시민의 모습이 평화롭다. 산책로 끝은 솔바람다리다.

평화로운 안목해변 산책

이곳서 남대천이 바다와 몸을 뒤섞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설렁설렁 남대천을 밀고 올라가는 모습과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솔바람다리 옆이 안목해변이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지긋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강릉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 
[둘째 날] 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릉문화재단 http://www.gncaf.or.kr
- 솔향강릉(강릉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gntour.go.kr

문의 전화
- 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4531
- 강릉문화재단 033)647-680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정동진역, 무궁화호 하루 6~7회(7:00~23:25) 운행, 약 5시간~5시간50분 소요. 
*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50여회(06:32~23:0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30여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kobus.c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강릉 IC→경강로→삼거리식당 앞에서 좌회전→명주예술마당 

숙박 정보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http://www.mgmhotel.co.kr 
- 호텔 헤렌하우스: 강릉시 창해로14번길, 033)651-4000, 
http://herren-haus.com 
- 강릉선교장: 강릉시 운정길, 033)646-3270, 
http://www.knsgj.net(한국관광품질인증, 명품고택) 
- 휴심펜션: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한국관광품질인증) 


식당 정보 
- 삼거리식당(장칼국수): 강릉시 남문길, 033)642-9923
- 예향한정식(한정식): 강릉시 경강로2018번길, 033)646-1025
- 해성횟집(삼숙이매운탕): 강릉시 금성로(중앙·성남시장내), 033)648-4313
- 섭과물망치(섭국·물회): 강릉시 경강로2119번길, 033)655-5259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강릉 선교장, 강릉 경포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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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