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 신인드래프트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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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0.10 10:35:41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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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졸들 프로무대 선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11일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서 ‘2018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실시했다. 지난 6월 각 구단 별로 연고지 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을 한 명씩 지명했던 1차 지명 때와는 달리 이번 2차 지명의 신인드래프트는 전년도 프로야구 각 구단의 리그 성적 역순으로 10명씩 총 100명의 신인 선수들을 지명했다.
 

이번 2차 드래프트의 대상이 되는 선수들은 총 964명(고졸 754명, 대졸 207명, 군 전역자 3명 등)이었다. 지명된 총 100명의 선수들 중 투수가 60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포수가 10명, 내야수가 21명, 외야수가 9명이었다. 

포지션 별 지명의 쏠림 현상에 따라 앞으로 유소년야구와 중고교 엘리트야구서 투수 포지션의 선호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수 포지션
선호도 심화

대졸자로 지명된 선수는 18명에 불과했다. 작년도 지명에서는 대졸 선수가 24명이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대졸 선수의 프로야구 진출은 계속 숫자가 하락될 전망이다. 대졸자로 지명된 선수 중, 야수는 모두 7명이었다.

포지션별로는 포수가 3명, 내야수가 2명, 외야수가 2명이었다. 내야수 2명은 모두 유격수로 한양대의 이창엽(kt 위즈 9순위 지명)과 성균관대의 이호연(롯데 자이언츠 6순위 지명)이었다. 외야수 2명 중 LG 트윈스에 마지막 10차로 지명된 강릉영동대의 문성주는 대학야구 2부 리그인 2년제 대학출신의 유일한 대졸자로, 이번 2차 지명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게 됐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체 10개 구단 중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는 1·2차의 지명서 모두 고졸 선수로만 지명했다.

우리나라 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고졸 투수들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됐던 선수는 강백호(서울고 3학년)다.

중학교 때 경기도의 부천서 서울로 전학 오며 지역 연고지가 바뀌었기 때문에 지난 6월의 1차 지명 대상서 제외됐던 강백호는 2차 지명서 최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kt 위즈 구단이 양창섭(덕수고 3학년, 투수)과 김선기(상무, 투수) 등 3명의 선수를 놓고 고심을 하게 만드는 대상자였으나 역시 kt 위즈의 선택은 강백호였다.

100명 중 투수 60명 ‘절대 다수’
대졸자 18명 불과…갈수록 하락?

서울고 1학년 재학 시절 고척돔 야구장의 1호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전국적으로 넓혔던 강백호는 흔히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비교되는 투수와 타자의 겸업 선수다.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면 150km/h의 강속구를 뿌린다. 야수로서의 포지션은 포수. 타자로 나가서는 장타력이 동반된 맹타를 휘두른다.

고교 1학년 재학 때인 2015년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서 홈런상을 받았고 2학년 때인 2016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선 타격상과 최다타점상을 수상했다. 3학년에 올라 2017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타점상과 대통령배 타격상·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2차 지명 직전 폐막된 세계 청소년 야구대회(U18)서도 맹활약하며 우리나라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타고난 동체시력과 야구의 재질로 우리나라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을 통틀어 빠른 공을 가장 잘 공략하는 톱클래스 급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일한 약점인 느린 변화구에 대한 공략을 보완한다면 타격으로만 볼 때 프로야구의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백호와 2차 지명 1순위를 다투던 덕수고등학교의 투수 양창섭은 1라운드 2순위로 삼성 라이언즈에 지명됐다. 
 

양창섭은 원래 지난 6월의 1차 지명서 연고지인 서울의 3개 구단 중에서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받았을 만큼의 대어급 선수였는데 1차 지명서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2차 지명으로 순서가 넘어갔고, kt 위즈가 첫 번째로 강백호를 지명하며 다음 순서인 삼성 라이언즈의 지명을 받게 됐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언제나 동 세대의 최고 투수로 군림해 온 양창섭은 노원리틀야구단과 청량중학교, 덕수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된 투수다. 최고 구속 150km/h의 빠른 공을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던졌다.

고교 2학년 때인 2016년 황금사자기의 최우수선수상(MVP)를 수상했고, 청룡기 우수투수상, 고교 3학년인 올 시즌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상(MVP)를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청소년 대표팀에도 2년 연속으로 발탁돼 얼마 전에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세계 청소년 야구대회서도 활약했다.

양창섭과 함께 서울지역의 고등학교 투수로 150km/h의 강속구를 자랑하던 청원고등학교의 조성훈(SK 와이번스 지명)과 장충고등학교의 성동현(LG 트윈스 지명), 경기고등학교의 박신지(두산 베어스 지명) 등도 모두 각 구단의 1순위로 지명됐다.

지방에 위치한 각 고등학교의 강속구 투수로 관심을 모았던 마산용마고등학교의 이승헌(롯데 자이언츠 지명)과 야탑고등학교의 이승관(한화 이글스 지명), 세광고등학교의 김유신(KIA 타이거스 지명)도 각 구단으로부터 1순위로 호명됐다.

특히 세광고등학교는 이번 드래프트서 자교 출신 선수 4명이 프로구단들로부터 지명을 받았는데 올 시즌 세광고의 투수와 포수였던 김유신과 김형준은 각각 KIA 타이거스와 NC 다이노스서 1순위로 지명됐으며 넥센 히어로즈의 1순위 지명자인 투수 김선우도 세광고 출신의 선수로 관심을 모았다. 

세광고의 1루수를 맡고 있는 조병규 또한 넥센 히어로즈가 7순위로 지명해 세광고의 저력을 나타냈다.

호명된 에이스
세광고의 저력


올 시즌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통해 대기록을 세웠던 선수들의 지명도 눈에 띈다. 전반기 경기권역서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세운 야탑고등학교의 투수 신민혁은 NC 다이노스의 5순위 지명 선수가 됐고, 역시 경기권역의 주말리그 경기서 사이클링히트의 기록을 만든 부천고등학교의 유격수 윤정빈도 삼성 라이언즈가 5순위로 지명했다.
 

예상과 조금 다른 결과도 있었다. 최우선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가 강백호와 양창섭까지 사이에 두고 고심을 할 것이라는 예상의 대상자 중 한 명이었던 김선기(상무, 세광고-시애틀마리너스)가 의외로 전체 순위 8순위로 밀리면서 넥센 히어로즈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당초 세광고를 졸업한 후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마리너스와 계약해 미국에 진출했던 경력으로 즉시 전력감으로 분석됐으나 귀국 후의 공백기간으로 인한 경기력에 대한 의문 때문에 구단들이 선뜻 지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중평이었다.

최대 이변은 LG트윈스가 4라운드서 전체 37순위로 지명한 서울 성지고등학교의 투수 조선명(183cm/76kg, 우투우타)이었다. 

창단 3년째를 맞은 대안학교 출신의 선수로, 선수 본인도 중학교 때까지는 기존 각 급 학교의 엘리트 야구부서 야구를 하지 않고 취미활동으로 리틀야구단서 주말에만 야구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신체조건도 투수로서는 평범한 편에 최고 구속도 140km/h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고교 1학년 재학 시절부터 투수로 자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선수였다. 


아마도 LG 트윈스 구단은 조선명을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해왔고 그의 장래성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드래프트의 결과로 한국프로야구 각 구단서 공통적으로 지양하는 선수들의 스타일이 몇 가지 도출되고 있다. 일단 투수 부문에선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정통파의 강속구 투수를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1차 지명과 2차의 1순위 지명을 통해 프로야구 구단들로부터 선택된 투수들의 신체조건과 그들이 지닌 최고 구속이 증명한다.

넥센 히어로즈의 1차 지명 투수인 휘문고등학교의 안우진과 kt 위즈의 김민, 삼성 라이언즈의 최채흥(1차 지명)과 양창섭, SK 와이번스의 김정우(1차 지명)와 조성훈, LG 트윈스의 성동현, 두산 베어스의 곽빈(1차 지명)과 박신지 등은 모두 185∼195cm 내외의 신장과 150km/h를 전후한 최고 구속을 갖춘 선수들이다. 

최채흥(삼성 라이언즈)의 경우 희소성을 갖춘 좌완의 투수다.

서울 강백호·덕수 양창섭
각각 1·2순위 kt·삼성행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중고교 때 선수생활 중에 부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거나 유급, 휴학, 혹은 해외 진출 등으로 국내서의 리그 경기 참여에 공백이 있었다면 지명서 제외되거나 지명이 되더라도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고교 혹은 대학 시절 투수 본인과 소속 팀이 올렸던 성적과 능력보다 더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야수의 경우는 포수와 내야수, 외야수로 구분돼 프로구단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분류된다. 포수는 많은 경기 경험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조건인 듯하다. 포수로 지명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저학년 때부터 소속팀의 주전으로 수 많은 경기에 나가 활약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투수는 고졸 선수이든 대졸 선수이든 1학년 때와 2학년 때는 거의 경기 경험이 없었던 선수들도 고학년 때의 활약으로 지명되곤 하지만 포수는 지명된 선수들이 예외 없이 1학년 때부터 팀의 주전으로 활약해 온 선수들이었다. 
 

이번 드래프트서 지명된 7명의 대졸자 야수 선수 중 3명의 지명자가 포수들인 것도 주목된다. 그만큼 포수는 특화된 포지션이라는 방증이다.

내야수는 타격보다 수비력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보편적으로 수비력이 가장 출중한 선수들이 각 팀의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한다고 볼 때 유격수는 야수인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받기 위한 선결 조건.

이번 드래프트서 지명된 단 2명의 대졸 야수인 한양대학교의 이창엽(kt 위즈 지명)과 성균관대학교의 이호연(롯데 자이언츠 지명)은 이미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프로팀들의 관심을 모았던 출중한 수비력의 유격수들이었다. 특히 송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최대 이변은
성지고 조선명

1루수와 외야수의 포지션에 있어서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앞서 언급한 조건과 다르다. 

1루수와 외야수들에게는 공격력이 필수적인 조건. 타격의 정교함은 물론이고, 외야수들의 키를 넘기는 타구를 칠 수 있는 장타력이 반드시 겸비되거나 아니면 매우 높은 출루율과 스피드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타격과 경기력이 최소 두 시즌 혹은 세 시즌 이상 꾸준히 유지돼야만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근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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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