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축제 ③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붉은 꽃 융단을 타고

불갑산 숲 그늘이 붉다. 길고 말쑥한 연두색 꽃대 위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피었다. 멀리서 보면 초록빛 숲 그늘에 깔린 붉은 융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한 왕관 같다. 혹자는 꽃잎보다 꽃술이 훨씬 길어 붉은 마스카라를 칠한 여인의 속눈썹 같다고 한다. 9월 중순 전후로 만개하는 꽃무릇 얘기다. 

영광불갑산상사화 축제는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인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서 열리는 축제이다. 꽃무릇을 포함해 진노랑상사화와 분홍상사화 등이 서식해 상사화축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마다 꽃무릇 개화 시기에 맞춰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리며, 17회를 맞는 올해는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상사화! 사랑愛(애) 담다’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야간 퍼레이드 눈길

축제에서는 꽃구경에 문화 유적 탐방, 산행까지 즐길 수 있다. 먼저 축제부터 만끽하자. 올해는 지금까지 사흘간 진행하던 축제 기간을 열흘로 연장하고, 공연과 전시 행사를 확대해 볼거리를 더했다. 

특히 야간 프로그램에 힘을 실었다. ‘참사랑 소원燈(등) 달기’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가 대표적인 야간 프로그램이다. 

이중 올해 처음 선보이는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가 눈길을 끈다. 인도 공주와 경운스님의 설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꽃무릇 사이를 지난다. 퍼레이드 구간은 불갑사 해탈교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600m 남짓. 


화려한 꽃무릇 군락지서 꽃무릇과 상사화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설화의 핵심은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꽃과 잎이 평생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뜻하는 말로,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한 스님이 죽어 절집 옆에 꽃으로 피어난 전설과 맞물려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 

꽃무릇 꽃길서 펼쳐지는 ‘상사화 결혼식’과 ‘상사화 꽃길 걷기’, 국악인 송소희와 뮤지컬 배우 이건명이 펼치는 콜라보 공연 ‘어느 멋진 날에’도 기대를 모은다.

여행객이 축제 현장을 개인 SNS에 홍보하면 해당 사진을 무료로 인화해주는 인증 샷 이벤트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천연 염색 체험, 상사화 우체통 편지 쓰기, 추억의 교복 입기, 상사화 벽화 체험, 상사화 화관 만들기, 상사화 캐릭터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하루가 더욱 알차다. 

무엇보다 축제의 재미는 걸으면서 즐기는 꽃구경에 있다. 불갑산 자락은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다. 불갑사 가는 길은 물론, 등산로와 개천가에도 꽃무릇이 지천이다. 무려 330만㎡ 숲에서 꽃이 한꺼번에 피어 황홀할 정도다. 

감상 포인트는 일주문서 해탈교로 이어지는 생태 숲길과 불갑사 앞 군락지, 부도 밭 등이다. 생태 숲길과 불갑사 앞 군락지는 울창한 숲속 평지 꽃밭이 주는 매력이 있고, 부도 밭은 완만한 언덕이 주는 리듬감이 있다.

꽃구경·문화 유적·산행까지 체험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도 필수

아침나절 축제장을 찾았다면 불갑사 뒤쪽에 있는 불갑사저수지도 들러보자. 맑은 저수지에 초록빛 산과 붉은 꽃무릇이 비쳐 수변을 산책하는 맛이 쏠쏠하다. 맞춤한 듯 뽀얀 안개라도 내리면 더할 나위 없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꽃무릇은 불갑사 어귀를 지나 깊은 산으로 이어진다. 불갑사에서 해불암에 이르는 동백골이 꽃무릇으로 너울대는 구간이다. 불갑사에서 동백골, 해불암, 연실봉을 거쳐 불갑사로 돌아오는 4.5km 코스(약 1시간30분 소요)를 타면 꽃무릇의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백제 시대 고찰로 알려진 불갑사도 꽃무릇 탐방지다. 384년(침류왕 1)에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들어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불갑사는 대웅전(보물 830호)이 특이하다. 여느 절과 달리 정문을 열면 부처의 옆모습이 보인다. 

대웅전 지붕 꼭대기 한가운데 있는 귀면보주(악을 제거하고 원하는 것을 갖게 하는 도깨비 얼굴 모양 보주)와 대웅전 왼쪽에 있는 일광당도 시선을 끈다. 승당으로 쓰이는 일광당은 울퉁불퉁 휜 나무를 다듬지 않고 사용해 자연미가 돋보인다. 

축제장을 벗어나면 두우리로 발길을 옮기자. 두우리는 한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갯벌이 인상적인 바다와, 어디보다 뜨거운 9월을 보낼 염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중 눈에 띄게 아름다운 곳이 백바위해수욕장 주변의 갯벌이다. 호미로 헤집는 자리 어디서든 백합과 고둥이 나올 만큼 생태가 건강한 곳이다. 

영광에 가면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가 필수다. 총연장 16.8km 도로 곳곳에 노을전시관을 비롯한 낙조 감상 포인트가 여럿이다. 차에서 내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데크 로드를 산책하거나 전망대에 올라 칠산 바다와 어우러진 ‘S자형’ 도로를 조망해도 좋다. 해 질 무렵이라면 어느 자리에서건 아름다운 낙조가 펼쳐진다. 

이 도로를 타고 영광대교를 넘어가면 법성포 권역이다. 법성포에는 굴비거리와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숲쟁이공원 등이 있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는 마라난타가 불교를 처음 전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영광군이 조성한 곳으로, 부용루와 간다라유물전시관, 사면대불상 등이 자리한다. 영광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존자정에 서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파고든다. 

영광의 명물 ‘굴비’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에서 산자락을 굽이돌면 숲쟁이공원이다. 숲쟁이의 ‘쟁이’는 재(고개)를 이르는 말로, 풀이하면 ‘숲이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법성진성이 있는 인의산 언덕에 포구를 지키는 방풍림으로 조성돼 500여년이 지났다.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 100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뤄 명승 22호로 지정됐다. 

법성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영광의 명물 굴비를 맛볼 차례다. 굴비거리 곳곳에 굴비 파는 집이 빼곡하다. 일부 상점 앞에서는 조기를 통째로 말리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살점마다 바람과 햇볕이 깃들었는지, 굴비 한 마리 먹은 몸에 윤기가 자르르 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불갑사)→법성포(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숲쟁이공원, 굴비거리)→백수해안도로(노을전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불갑사)→법성포(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숲쟁이공원, 굴비거리)→가마미해수욕장 
[둘째 날] 백수해안도로→영광천일염(두우리갯벌, 두우리염전)→칠산타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광군 문화관광 http://tour.yeonggwang.go.kr 
-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http://sangsahwa.cafe24.com
- 불갑사 http://www.bulgapsa.kr

문의 전화
- 영광군청 문화관광과 061)350-5224, 5750
-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추진위원회사무국 061)350-5269
- 불갑사 061)352-8097 
- 노을전시관 061)350-56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광, 센터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6회(07:00~22:0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영광-불갑사, 하루 9회(06:30~19:30) 운행, 약 20분 소요. 
*문의: 센터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www.hticket.co.kr 영광종합버스터미널 1666-3360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IC→23번 국도→영광→23번 국도→함평 방면 8km→불갑면→불갑초등학교 앞 좌회전, 900m→왼쪽 좁은 길 2.5 km→불갑사  

숙박 정보
- 영광컨트리클럽: 백수읍 해안로, 061)350-2000, http://www.ygcc.co.kr (굿스테이)
- 영광연안김씨종택: 군남면 동간길2길, 010-8755-1093, http://cafe.daum.net/kbmetoo 
- 팔레스모텔: 영광읍 천년로11길, 061)351-5300 
- 로얄모텔: 영광읍 천년로11길, 061)352-0737 
- 글로리관광호텔: 영광읍 옥당로, 061)351-8700 
- 노을하우스: 백수읍 해안로, 061)356-7331  


식당 정보 
- 007식당(굴비정식): 법성면 굴비로, 061)356-2216 
- 명가어찬(굴비한정식): 법성면 굴비로, 061)356-5353 
- 풍성한집(굴비정식): 법성면 법성포로3길, 061)356-0733 
- 갈매기식당(굴비한정식): 법성면 진굴비길, 061)356-7991 
- 해촌(생선회): 영광읍 신남로, 061)353-8897 
- 할매보리밥(보리밥): 불갑면 불갑사로, 061)352-7844

주변 볼거리
원불교 영산성지, 천주교인 순교지, 기독교인 순교지, 칠산타워, 모래미해수욕장, 영광연안김씨종택, 가마미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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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