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잡은 배명고 김경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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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7.28 18:57:20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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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믿었다. 그리고 그들이 해냈다”

지난 2015년11월 배명고 야구부 감독으로 갓 부임했던 김경섭 감독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결정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 야구부는 20년이 넘도록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가 활약하던 1992년 3관왕(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전국체전)을 차지한 이후 전국대회 우승과는 점차 멀어져만 가던 시기였다. 

게다가 전임 윤여국 감독의 뒤를 이어 부임한 게 된 김 감독은 직전까지 배명중 야구부의 감독을 20년 이상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며 수많은 우승과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했던 지도자로서는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의 배명고 야구부 감독으로의 취임이 본인의 의지보다는 학교 당국과 재단, 그리고 동문들의 강권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로 인한 본인의 고뇌는 더욱 깊었을 것이다.

그의 선택은 ‘Go’였다. 부임 직후 코칭스탭진을 새로 구축하고, 그들에 대한 보직 분담과 보고체계를 확립했다.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훈련프로그램과 개별적인 면담을 진행하며 내부의 전력도 점검했다. 

외적으로는 학교 당국과 재단, 동문들을 접촉하며 훈련장내 시설 확충과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의 노력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 야구부의 저력을 살려냈다. 감독 부임 첫 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강의 성적을 올렸고, 두 번째 시즌인 올해 2017년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으로 결실을 거뒀다.
 

청룡기 우승 직후 다시 찾아간 김 감독은 한결 확신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청룡기 제패에 대한 모든 공을 제자들에게 돌리며 그들 모두를 자랑스러워했다. 때마침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한국프로야구 원년 MVP였던 박철순(전 OB 베어스)이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 하고 있었다.

-청룡기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이번 우승은 전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공이다. 경기에 투입됐건 투입이 안됐건, 그리고 투입이 됐어도 아주 작은 역할만 수행한 채 경기장을 나왔건 간에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수행해줬다.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벅찬 보람을 느낀다. (배명)중학교 감독일 때도 우승을 많이 해봤는데 고등학교 감독으로 우승을 해보니 또 다른 느낌과 보람을 가지게 된다.

-배명고 집중력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다. 전국대회의 결승전서 서울고라는 강팀을 상대로 1점 차의 승부를 겨루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준비 과정서부터 우리의 선수들을 믿었다. 우승하자는 열망 아래 팀워크로 뭉쳤고, 누구 하나 긴장을 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모두가 전부 희생을 할 각오였고 팀 동료들을 믿고 있었다.

-우승까지 비하인드가 있다면?


▲예를 들면 박종현 같은 투수다. 그는 경기 전 나를 찾아와 자기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밝히더라. 3학년 선수가 자신의 진로와 대학 진학을 위해 경기에 나가서 성적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었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시합서 감독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나 역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박종현은 결승전서 서울고 핵심 전력이었던 강백호를 상대로 원포인트 맞춤형 투수로 나가 커브 4개를 던져 그를 잠재우는 공을 세웠다. 마음가짐이 훌륭한 선수다.

김성주 같은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맞춤형의 원포인트 투수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 원래 야수 출신인데 투수 역할도 충실히 잘 해주고 있다. 성민종 또한 타격에 재질이 많은 선수인데 투수로도 9개월 정도 훈련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대타로 나가면 꼭 안타를 쳐주는 훌륭한 선수다.

-결승전 서울고를 상대로 대비했던 전략은?

▲사실 내심으로는 덕수고가 결승전에 올라오기를 바랐었다. 작년 청룡기대회서 우리가 4강전에 만나 무릎을 꿇었었고, 다시 한 번 승부해 설욕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울고가 올라오더라. 현재 서울고서 투타의 핵을 이루고 있는 선수는 투·포수로 뛰고 있는 강백호고, 우리 전략의 핵심은 그러한 강백호를 투타서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타격 시 강백호의 약점은 느린 공을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투수로는 선발이 아닌 구원이나 마무리 투수로 올라올 것이라는 예측으로 그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선취점이나 점수를 미리 뽑아내는 전략으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고맙게도 그러한 시프트와 전략에 따라 투입됐던 선수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다. 

사실 그 동안의 감독 경험에 비춰볼 때 상대팀이 우리를 쉽게 볼수록 오히려 우리는 대처하기가 편하고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서울고와의 결승전에선 아주 단순하게 서울고의 핵심이었던 강백호를 대상으로 준비를 했었다.

-에이스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 폭투로 1점을 주며 승부를 긴박하게 만들었다. 이때 무엇을 지시했나?

▲당시 서울고 주자가 루상에 있던 상황서 그냥 1점을 줄 생각으로 편하게 투구하라고 지시했다. 우리의 투수들은 모두 정신력이 최고 수준인 선수들이고 나 역시 그들을 믿었을 뿐이다. 더구나 곽빈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1차로 지명돼 이미 자신의 진로가 결정이 난 상황이었는데도 조금의 나태함이나 게으름 없이 대회 기간 내내 팀을 위한 희생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곽빈이 무너지면 그 후 어떤 카드가 있었나?

▲만약에 곽빈이 무너지면 이후에는 준결승전서 안산공고를 상대로 위력을 보여 주었던 이재승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곽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재승 또한 150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또 하나의 카드였다.

-사실 곽빈과 이재승은 올 시즌 투수로써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들이다. 그동안 왜 주목받지 못했나?


▲작년 시즌에 곽빈은 투수로는 단 한 경기에만 투입됐었다. 타격에도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선수이기에 1루수를 맡으며 그의 어깨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었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작년에도 투수로 기용했으면 많은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올해와 같은 활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내 욕심을 누린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재승은 훌륭한 신체조건을 갖춘 곽빈 못지 않은 강속구 투수인데,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에 따른 재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쾌해 올 시즌부터 투수로 투입했는데, 오랜 공백기 때문인지 시즌 초반부터 이번 대회 초반기까지 경기감각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인 안산공고와의 시합 때부터 그의 힘을 동반한 강속구가 제구력이 따라주며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선수들이다.

-감독으로 부임 이후 배명고의 팀컬러가 많이 바뀌었다.

▲고등학교 선수들, 특히 3학년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와 대부분 대학 진학과 연관된 본인 자신들의 개인성적이다. 감독의 역할 중 하나는 그러한 부담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주며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서도 감독은 또한 이들을 기용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 팀에는 현재 12명의 고3 수험생인 투수들이 있고,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어떻게 기용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개인성적을 올리게 해줄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또한 팀의 성적을 높이는 것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평소 선수들과 어떠한 소통을 하나?

▲나 역시 야구를 해왔던 내 인생에 비추어 야구 후배들인 선수들에게 그들의 인생에 관한 충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인생서 야구가 잘 안 풀릴 때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야구로써 성공을 못할 수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기회가 인생에서는 찾아온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뿐만 아니라 많은 공부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야구 이외에 직업적인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는 것을 항상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진로를 잘 선택해 인생이 잘 풀릴 수 있도록 감독인 나 역시 끝까지 도와주겠다는 것, 그러니 야구뿐만 아니라 인생의 무엇이든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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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