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야구부 탐방> ‘야구메카’ 군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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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6.19 10:44:05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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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제2의 부흥기 맞았다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군산상고 야구부로 대표되는 군산 지역은 인구수 27만명의 소도시다. 

1972년 당시 고 최관수 감독이 이끄는 군산상고가 제2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서 부산고를 맞아 9회 말까지 1대4로 패색이 짙은 경기를 하다가 마지막 공격서 5대4로 경기를 뒤집으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래, 이 지역은 호남 야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3개의 초등학교 야구부와 2개의 중학교 야구부, 고등학교인 군산상고로의 연계와 진학이 잘 정비된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1972년 황금사자기 우승 당시의 주역이었던 한국프로야구 원년의 홈런왕 김봉연과 원년 및 프로야구 통산 5회의 도루왕에 빛나는 김일권과 김준환 그리고 해태타이거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김성한, 오른손 최고의 교타자였던 김종모, 팔색조라 불리던 조계현, 국민우익수라 불리는 이진영 등 한국야구를 빛낸 수많은 선수들이 군산상고서 배출됐다.

군산상고 야구부는 1999년 제53회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전국 무대에서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감독이 수차례 교체되는 침체기에 빠졌고, 2010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기까지 10년 동안 내리막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석수철 감독 부임 이래 2013년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우승하며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한국프로야구 쌍방울레이더스에 1차 지명을 받았던 석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성균관대학교서 11년 동안 지도자의 길을 걸어 온 맹장이다. 부임 후 엄청난 양의 강훈련을 통해 군산상고를 다시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야구부에 모든 장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학교와 야구부에 대한 동문들의 열정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 바로 군산이고 군산상고다. 군산지역과 명문 군산상고 야구부에 끊임없이 선수들의 공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군산지역의 초등학교 야구부를 방문해봤다.

[신풍초]

오래전부터 군산지역 초등학교 야구부의 명문이었던 군산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된 후, 기존의 선수들을 모아 새로운 학교로 옮겨 가서 야구부를 새로이 창단한 곳이 바로 신풍초등학교 야구부다. 그러한 창단의 역할을 했던 지도자가 바로 현 오순택 감독이다.
 

모교인 군산상고 졸업 후, 병역을 마치고 스물다섯의 나이에 바로 감독직을 시작한 오 감독은 군산 지역의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소년체전의 우승으로 군산이라는 도시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준 그의 지도력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문규현(롯데자이언츠), 차우찬․오지환(LG트윈스), 황대진(기아타이거스), 김석진(SK와이번스) 등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냈다.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
수많은 스타 선수들 배출

오 감독은 야구에 갓 입문한 제자들에게 훌륭한 선수 이전에 바른 인성을 심어주기를 우선시한다. 오 감독의 지도자론은 선수들을 아이답게, 선수답게 건강한 신체와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끔 하는 것이며, 이를 훈련 과정은 물론 야구부의 생활을 함께 하며 심어주고 있다. 다음은 신풍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찬우(6학년, 160cm/52kg) =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을 갖춘 분위기 메이커다. 투수뿐만 아니라 내야까지 오가며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하는 선수다. 도루 능력과 투지가 넘친다.

▲홍주환(6학년, 150cm/45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뛰어나고 매우 영리한 선수다. 공격 시에도 팀의 리드오프를 맡아 정확한 작전 수행능력을 발휘한다.

▲구영준(6학년, 158cm/60kg) = 팀의 포수로 시야가 넓고 포구와 송구능력을 고루 갖췄다. 정교한 타격과 스피드까지 겸비해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진서(6학년, 156cm/52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의 주력을 갖춘 선수다. 리드오프로 출루율이 높고 정확한 판단력에 의한 도루실력이 출중하며, 힘이 동반된 타격을 하는 선수다.

▲최윤호(6학년, 170cm/58kg) = 우완의 투수로 힘이 동반된 투구를 한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폭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힘과 유연성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나경수(6학년, 166cm/60kg) = 야구에 갓 입문한 선수다. 아직 세밀한 기량이 부족하지만, 팀에서 힘이 가장 좋고 특히 손목의 유연성이 뛰어나 송구능력이 탁월하다.

[군산남초]

1963년 창단된 군산남초등학교 야구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군산상고 역전의 신화를 만들었던 1972년 황금사자기대회서 ‘스마일피처’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투수 송상복과 한국프로야구 팔색조의 투수 조계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야구인재들을 배출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군산지역의 경기침체와 구도심 인구유출로 인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침체기를 겪었으나 2013년 현 박준모 감독의 부임 후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박 감독은 매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성장기의 선수들에게 간식 등을 통한 영양보충에 진력하는 한편 각종 전지훈련과 대회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실내야구장 건축, 훈련장 안전그물망 설치, 훈련장의 야간 조명등 보수, 야구 전광판 설치, 각종 현대식 야구장비의 구비 등 현대적인 야구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16년부터는 야구부와 관련된 예산을 모두 학교회계에 반영하고, 매월 예산의 집행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엄정한 예산 집행 처리로 다른 학교들에 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각종 대회 출전 결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으로 3년간 전국소년체전의 지역대표로 선발, 본선 무대에 출전했다. 

2016년 제45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전북을 대표한 모든 구기종목 팀 중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획득, 군산지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밖에도 많은 전국 규모 혹은 지역대회의 우승과 입상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서 최강 팀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전북도청의 지역 공모사업인 ‘전북의 별 육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2000만원의 운영사업비를 지원받는 등 지차체의 지원으로 학생 체력단련실을 구축했다. 동문 및 지역의 성인 사회인 야구단으로부터 후원금 또한 지원받아 탄탄한 예산 확보를 토대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음은 군산남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지환(6학년, 150cm/43kg) = 팀의 주장이며 도루능력 및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뛰어나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유격수로서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타격감을 유지하며,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최대 장점 중의 하나다.


▲정주연(6학년, 140cm/37kg) =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겸비한 2루수로 내야수비의 중심이다. 학업 성적도 매우 우수하며 빠른 두뇌회전으로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종후(6학년, 148cm/42kg) = 주력이 매우 좋고 시야가 넓어 내외야의 수비를 겸한다. 중견수로서 송구능력과 포구가 뛰어나고 흔치 않게 나오는 외야에서의 호수비는 팀의 사기를 높여준다. 타격실력까지 겸비한 팀의 리드오프다.

▲김은호(6학년, 151cm/44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매우 뛰어나 선발투수의 역할을 한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뛰어난 타격능력과 안정적인 투구능력을 겸비한 흔치 않은 선수로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최정환(6학년, 154cm/46kg) = 집중력이 뛰어나 기술 습득이 가장 빠른 선수다. 강한 정신력을 갖추어 큰 경기에 출전해도 위축되지 않으며, 뛰어난 집중력은 타격에서 장타를 뿜어낸다. 선구안이 좋아서 출루율이 높고 타격에 대한 감각이 훌륭하다.

▲유성연(6학년, 156cm/50kg) = 유연성과 힘을 고루 갖춘 우완의 투수다. 빠른 직구를 던지며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가 매우 뛰어나서 팀에 안정감을 준다.

▲이준우(6학년, 148cm/47kg) = 강한 하체와 유연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포수다. 도루저지 능력이 우수하고 투수들이 안정적인 피칭을 할 수 있도록 공의 배합을 하는 매우 뛰어난 리드실력을 갖고 있다.

▲김민승(6학년, 155cm/45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그러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범위가 매우 넓은 외야의 수비능력을 자랑한다. 야구 입문 시기가 조금 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신체능력이 탁월해 투타에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중앙초]

야구부의 역사가 50년이 넘은 군산 중앙초등학교 야구부는 근래에 수급되는 선수의 부족으로 팀 운영과 존폐의 위기를 맞았었다. 현 오장용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야구부의 총 인원은 3명에 불과했으나 이런 야구부를 맡은 오 감독의 노력으로 현재 야구부원이 17명으로 불어났다. 
 

아직 팀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한 선수인원이지만 오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이 같은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감독은 모교인 군산상고 재학 시 1999년 봉황대기 준우승 당시 포수로 활약했다. 이후 경희대를 나와 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서울고등학교와 수원의 유신고등학교서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했다. 

2004년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서울 성북구리틀야구단을 창단한 후, 창단 6개월 만에 협회장기 3위의 입상 성적을 거둔 집념의 지도자다. 다음은 중앙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이주훈(6학년, 163cm/50kg) = 팀의 2루수와 타순서의 3번 타자를 맡을 만큼 공수 양면에서 정확성을 갖춘 훌륭한 기본기의 선수다. 특히 타격의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현(6학년, 165cm/50kg) =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를 맡고 있으며 뛰어난 도루능력을 갖고 있다.

▲강주현(6학년, 167cm/50kg) = 팀의 투수이며 빠른 직구와 제구력을 갖고 있다. 변화구도 잘 던져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의 예리한 변화구 각에 애를 먹게끔 한다.

▲정민성(6학년, 167cm/50kg) = 힘이 뛰어난 팀의 포수이며 포수로서의 포구와 송구, 그리고 블로킹 능력 등 기본기가 훌륭하다. 뛰어난 힘을 바탕으로 장타력을 보유하여 팀 타순의 4번 타자를 맡는다.

▲양근형(6학년, 145cm/35kg) = 팀의 유격수를 맡는다. 작은 체격조건이지만 야구의 기본기가 훌륭하고 센스가 뛰어나 작전 수행능력과 주루플레이가 출중하다. 수비범위가 넓은 훌륭한 자질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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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군산 전통의 강호 - 군산중 야구부

군산중학교는 1923년 개교한 군산지역 전통의 명문 중학교다. 야구부도 개교와 함께 창단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진영(kt 위즈),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전 해태 타이거스 감독이었던 김성한, 그리고 현재 군산상고의 감독을 맡고 있는 석수철 감독 등을 배출했다.

1928년 당시 조선체육회가 개최한 제14회 전국중등우승야구의 조선예선대회 (제8회 전조선중등학교 야구대회)에 전북지역 최초로 전국적인 규모의 야구대회에 출전한 팀으로 기록돼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해체됐으나 이듬해 당시 재직하던 정윤기 교사의 노력으로 재창단됐다.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두거나 입상을 하는 등 전북지역과 군산을 대표하는 학생 야구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1951년 학제 개편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학교가 분리되며 야구부는 군산중에 존속하게 됐다. 현재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한동희 감독은 군산 출신으로 군산남중과 군산상고를 거친 후 한국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에 2차 지명으로 입단해 현역 시절을 보낸 군산 출신의 야구인이다. 현역 선수 은퇴 후 유소년야구인 군산리틀야구단의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4년 12월 현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의 지도방식은 선수 개인마다 맞춤별 훈련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단거리 러닝을 위주로 하는 팀 전체 기초훈련을 빠짐없이 실시한다. 매번 세부적인 러닝 내용을 달리해 선수들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수와 투수들의 기술 훈련을 철저히 분리, 기초체력부터 고급기술의 습득까지 철저하고 세심하게 지도한다.

올 시즌 선수단은 총 28명으로 구성돼있다. 소년체전 중등부 지역예선의 결승에서 아쉽게도 전라중학교에게 0대2로 석패하며 본선 진출이 무산됐지만,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절치부심하며 대통령배 등 여타의 전국 규모 대회 입상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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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