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여행 ③부산 부평깡통야시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산은 언제 누구와 함께해도 즐거운 도시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해 두 번 세 번 찾아도 늘 새로운 코스로 여행할 수 있다. 화려한 도심이 있는가 하면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마을이 있고, 한 걸음만 옮겨도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산책로가 반긴다. 매력적인 야간 코스도 한몫한다.

부산깡통야시장은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해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곳이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에 매일 밤 들어선다.

먹거리 천국

부평깡통시장은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공설 시장이다. 개장할 때는 일한시장이다가 해방 뒤 지명을 따라 부평시장이 되었지만,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 파병 군인이 들여온 미군 전투식량(일명 시레이션)과 다양한 외제 물품이 판매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부평깡통시장의 명성은 이렇게 생겨났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수입 양주와 담배 같은 외제 상품이 시장 한쪽을 채우고 있다. 
 

넓은 시장 안에 죽집 골목과 패션 거리, 한복 거리가 들어섰고, 의류와 침구류, 잡화, 농산물, 육류, 수산물 등 취급하는 품목도 다채롭다. 출입구만 8개다. 야시장은 그중 3번과 4번 출입구를 잇는 골목 안 110m 구간에 들어선다. 매일 오후 7시30분에 이동 판매대 30여개가 줄지어 입장하며 개장을 알린다. 튀기고 굽고 지지는 냄새가 순식간에 골목을 채우고, 아케이드 천장에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분위기를 돋운다.
 


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답게 먹거리도 다양하다. 소고기를 구워 한입 크기로 잘라주는 서서스테이크, 빵 속에 따뜻한 수프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파네수프, 주문과 동시에 토치로 익히는 즉석 소고기불초밥, 고소한 모차렐라를 얹은 가리비치즈구이, 냉면구이, 대패사무라이, 오코노미야키, 감자말이새우튀김, 해물볶음우동, 케밥 등 각양각색 음식이 출출한 여행자의 눈과 코를 자극한다. 값은 1000 ~5000원대로 이것저것 골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국제, 자갈치와 함께 부산 3대 시장
전국에 야시장 열풍 일으킨 주인공

나무를 깎아 펜을 만드는 우드 아트, 깜찍한 캐릭터에 향을 입힌 석고 방향제, 피규어 등 개성 넘치는 판매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개장과 함께 인산인해를 이룬 야시장의 열기는 자정까지 계속된다.

야시장서 구입한 음식을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거나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2층에 마련된 고객쉼터를 이용하면 된다. 야시장 골목에는 이동 판매대 외에 다양한 먹거리 매장이 들어섰다. 삼겹살 한 줄을 통째로 넣은 삼겹살김밥, 곱창, 어묵, 물방울떡, 아이스크림튀김, 게튀김, 각종 빵까지 가히 먹거리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 야시장에서 몇 걸음 벗어나면 부평동 족발골목과 양곱창골목도 있다. 
 

부평깡통시장은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가깝다. 동쪽으로 길 하나 건너면 국제시장이고, 북쪽으로 보수동책방골목이 이어져 함께 둘러보기 좋다. 국제시장은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꽃분이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로 여전히 붐빈다.

한국전쟁 후 가난하던 시절,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한 보수동책방골목은 지금도 부산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남았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대표 관광지로 변모한 감천문화마을도 지척이다. 본래 달동네였던 마을은 가파른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을 파스텔 톤으로 단장하면서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애칭을 얻었다.

미로 같은 골목마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있고, 포토 존과 전망대, 아트 숍, 카페 등이 이어진다. 탐방 코스와 명소가 빠짐없이 적힌 골목투어 지도를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서 구입할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아미비석문화마을에서는 가슴 아픈 근현대사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좁은 골목에 유난히 작은 집이 밀집했는데, 집의 기초 부분이나 가스통을 받친 돌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전쟁 때 갈 곳 없는 피란민과 이주민이 일본인의 묘가 있던 자리에 터를 잡으면서 비석이 그대로 집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부산에 왔으니 따뜻한 봄 바다를 찾아보자. 사찰이 대부분 산중에 있는데, 해동용궁사는 해안에 자리 잡아 동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고려 때 창건된 후 수차례 소실과 중창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바다를 끼고 산책하기 좋은 동백공원도 봄날에 잘 어울리는 여행지다. 부산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출발해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지나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부산 문화가 한눈에

먹거리 여행이니 만큼 부산의 핫 플레이스인 삼진어묵체험·역사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부산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업체로 알려진 삼진어묵이 영도본점 2층에 마련한 체험관 겸 전시관이다. 어묵 만들기 체험은 예약제로 진행되며, 베이커리 형태의 1층 매장에서는 다양한 어묵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해동용궁사→동백공원→삼진어묵체험·역사관→감천문화마을→부평깡통야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해동용궁사→동백공원→삼진어묵체험·역사관→보수동책방골목→국제시장→부평깡통야시장 [둘째 날] 감천문화마을→아미비석문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문화관광 tour.busan.go.kr
- 쿨부산(부산시 공식 블로그) blog.busan.go.kr
- 중구청 문화관광 tour.bsjunggu.go.kr
- 부평깡통시장 www.bupyeong-market.com
- 해동용궁사 www.yongkungsa.or.kr
- 감천문화마을 www.gamcheon.or.kr
- 삼진어묵체험·역사관 www.samjinstory.com
문의 전화
- 부산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51)888-5194
-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051)243-1128
- 해동용궁사 051)722-7744
-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051)204-1444
- 삼진어묵체험·역사관 051)412-5468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40~50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용산역-부산역, KTX 하루 7회(05:30~21:15)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20~3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11회(06:30~23:5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이지티켓 www.hticket.co.krwww.hticket.co.kr

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삼락 IC→하구둑 방면 우회전→관문대로→충장대로→구덕로→중구로→부평깡통시장
- 경부고속도로 구서 IC→번영로→충장고가로→충장대로→구덕로→중구로→부평깡통시장


숙박 정보
- 힐사이드관광호텔 : 중구 중구로, 051)464-0443, www.hillsidehotel.co.kr (굿스테이)
- 지앤비호텔 : 중구 흑교로, 051)243-5555, www.gnbhotel.com
- 호텔 마르쉐 : 중구 흑교로, 051)244-6900, www.marcher.krwww.marcher.kr
- 호텔 포레프리미어 남포점 : 중구 구덕로, 051)242-2200, www.hotelforetpremier.com

식당 정보
- 한양족발(족발·냉채족발): 중구 중구로23번길, 051)246-3039
- 18번완당집(완당·유부초밥): 중구 비프광장로, 051)245-0018
- 송정할매(전복죽·모둠해물): 기장읍 연화1길, 010-3064-6168
- 청사포 수민이네(장어구이·조개구이): 해운대구 청사포로58번길, 051)701-7661

주변 볼거리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 부산근대역사관, 영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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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