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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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7 10:26:01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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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혁신 가능한가

얼마 전 KBO의 육성위원장으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구계의 일선을 누비고 다니는 이광환 위원장(전 LG트윈스 감독)을 만나 그와 오랜 시간 동안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야구가 아닌 1970년대 세계 축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토털사커' 시스템의 리누스 미셸(1928∼2005)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문화, 체계화

포지션의 파괴와 전방위적인 압박, 그리고 공간의 점유라는 개념의 토털사커 시스템은 리누스 미셸 감독에 의해 세계 축구계에 선보이기 직전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서 우승팀인 브라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선보였다.

공격수 4명을 최전방에 위치하게 하는 4-2-4의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우승을 차지,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바로 펠레와 자일징요, 토스탕과 리베리노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브라질의 공격전술도 바로 4년 후 개최된 1974년의 독일월드컵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 축구팀의 이른바 토털사커 시스템 앞에서 이미 낡아빠진 전술로 치부됐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전술시스템을 갖추고 요한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등의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서 당시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가 이끌었던 독일(당시는 서독) 대표팀에 아깝게 석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천재 선수들이 현실서 보여줬던 토털사커 시스템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 축구계서도 여전히 전술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토털사커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르는 축구 전술사의 ‘혁신(Innovation)’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에도 혁신의 시대가 있었다. 1994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를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시 감독이었던 이 위원장이 도입했던 이른바 ‘스타시스템’이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투수진의 전문화된 보직 분담, 즉 선발체제의 도입과 불펜진의 운용, 마무리 투수진의 구성 등 야구경기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진의 운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홍보와 공보기능 강화,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의 체계화, 그에 따른 코치진의 보직 분담과 전문화, 코칭스태프간의 보고체계의 확립 등은 그 이전 우리나라 야구계에선 접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20여년 전 엘지 도입했던
자율·신바람야구 재평가

이 위원장의 스타시스템 도입 이전의 우리나라 야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를 경기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거나 경기 시작 직전 예고되었던 선발투수를 갑자기 바꾸는 등의 꼼수까지 동원되는 치졸한 선발투수의 등판 변경이 일반화돼있었다.

투수들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된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며 혹사에 시달리고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를 시도하면 근육이 굳어진다는 개념 밖의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각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들은 단지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 이외에 존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2년 도입되어 당시까지 1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질적인 하락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1991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 리그와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이 위원장이 도입하고 보여줬던 스타 시스템의 혁신성은 이후 우리나라 야구의 운영 개념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어놨다. 국내 야구, 특히 프로야구에도 비로소 기업의 경영과 선수들의 운용에 관한 전문성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투수진의 세밀한 보직 분담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에까지도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한 이해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과정에 있어서 세밀한 전문성을 띠게 하며 스스로의 보직에 맞는 훈련과 보강운동, 시간의 조정과 할애를 하게끔 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했다. 이광환식 ‘자율야구’의 출범이었다.

일례로, 어떠한 한 투수가 중간계투라는 보직을 부여받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경기 중에서 자신의 등판 시기를 경기 중반 이후로 미리 예상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워밍업과 불펜서의 투구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시작한다.

감독이나 코치들의 지시가 없어도 선수 본인이 알아서 가동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무리투수 또한 마찬가지다. 매 경기 종반에 투입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등판 시기에 맞춰서 몸을 풀고 불펜서의 투구를 시작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마무리투수를 미리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을 연구해 훈련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를 대비한다. 이러한 훈련패턴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리그운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위원장의 혁신성은 단지 투수진의 운용이나 선수들의 훈련패턴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의 방지, 부상 선수의 관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로 야구 외적인 보강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도입과 그 이전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피지컬 트레이너들에 대한 중용 등이었다.

이광환의 ‘스타시스템’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축

피지컬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진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해 부상방지와 부상선수 관리를 전담케 함으로써 구단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선수로서의 전성기 연령대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과 선수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구의 질적인 실력 향상은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결과는 한국프로야구서 800만 관중동원을 넘어 이제 야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선수층이 두터워진 결과 과거 30세가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어 은퇴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생명력도 연장돼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 결과 30대에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수십억의 FA계약을 맺는 시기로 진입하게 됐다. 선수 간의 경쟁 또한 강화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이 위원장이 20여년 전에 도입했던 혁신서 출발했다. 아쉬운 점은 오늘날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은 물론, 고등학교 야구계서도 일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야구단 운영이 아직까지도 국내 야구계에선 그다지 큰 의미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광환의 자율야구’ 혹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만 포장돼 그 본질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이는 때로 LG 트윈스 구단의 리그 성적과 관련, 때로는 냉소적인 표현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선수 생명력 연장

오랜 시간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야구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토로하던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아직도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구의 어느 시장통을 누비는 건달이 되지 않았을까, 야구가 나를 구원해주었다”는 그의 반 농담 섞인 멘트에서 필자는 그가 단지 LG트윈스의 자율과 신바람야구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아니라, 한국야구를 개혁하고자 했던 야구의 혁신가였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혁신은 지금도 한국 야구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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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