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⑤경남 통영시 일대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시인 백석이 〈통영 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했을 만큼 낭만이 넘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다. 이런 통영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나 화제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 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전주에 버금가는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통영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는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다. 모두 ‘통영이라서 나온 주전부리’고,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주민들 말마따나 “마카 묵을 끼라서 토영 갱치도 뒷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입에 물고 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낭만이 넘치는 미항 ‘통영’

통영 주전부리의 상징은 충무김밥이다. 하얀 쌀밥을 넣어 엄지손가락만 하게 싼 김밥에, 아삭아삭한 무김치와 먹음직스러운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음식이다. 밥을 각종 재료와 함께 김으로 둘둘 말아 싸는 김밥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다. 알려진 바로는, 1930~1940년대부터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항구 주변 행상들이 멸치 어장에서 잡힌 주꾸미와 꼴뚜기, 홍합을 대나무 꼬챙이에 줄줄이 꿰어 김밥, 무김치와 함께 팔았다는데, 지금은 대부분 오징어무침과 무김치에 시래깃국이나 조갯국을 낸다. 집집마다 양념이 조금씩 달라도 멸치 액젓으로 맛을 낸 무김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어묵을 섞어 무친 오징어무침은 매콤한 맛이 좋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건 1980년대다. 가요제와 전통 예술제 등으로 꾸며진 ‘국풍 81’에 어두이 할머니가 충무김밥을 출품한 것이, 지금처럼 통영문화마당과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에 김밥집 수십 개가 바다를 향해 늘어서는 기반이 됐다.


그래서 딱히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행객 사이에서는 어두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뚱보할매김밥집’이 인기다. 할머니가 1995년에 작고한 뒤 며느리가 손맛을 잇는데, 여전히 손님으로 문전성시다. 주민들은 뚱보할매김밥집과 함께 한일김밥, 동진김밥, 제일김밥 등에 자주 간다.

꿀빵은 요즘 통영에서 가장 ‘핫한’ 별미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튀긴 다음 물엿과 깨를 먹음직스럽게 바른 것으로, 통영문화마당 일대에서 만나는 꿀빵집 간판만 해도 10여개에 이른다. 꿀빵에 넣는 소도 고구마, 완두콩, 유자, 치즈 등으로 다양해졌다.

얼핏 보면 무척 달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지나치지 않은 단맛에 고소한 맛이 깃들어 자꾸 손이 간다. 그래서일까, 줄을 이은 시식 코너에 꿀빵을 사기 위해 늘어선 인파까지 더해져 통영문화마당 일대는 꿀빵 열풍에 휩싸인 듯 보인다.

‘충무김밥’ ‘꿀빵’ ‘빼떼기죽’ ­­대표 주전부리
통영 바다 끼고 자전거 하이킹 즐길거리

이런 꿀빵 열풍의 중심에 ‘오미사꿀빵’이 있다. 이곳을 꿀빵의 원조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꿀빵집이다. 작고한 창업주 정원석씨의 큰딸 정숙남 대표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팥을 넣지 않은 빵에 엿을 묻혀서 파는 행상이 있었고, 꿀빵을 파는 분식점도 여러 군데 있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오래 가게를 지킨 분이 아버지 정씨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금처럼 팥소를 넣은 꿀빵은 정씨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오미사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원래 이름 없는 가게였는데, 꿀빵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오미사세탁소 옆에 있는 빵집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세탁소가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럽게 오미사꿀빵 간판을 달았다. 거의 모든 과정에 수작업을 고집하다 보니 만드는 양에 한계가 있어, 오전에 다 팔리기 일쑤다.

현재 오미사꿀빵은 두 곳에 있다. 항남동 본점은 큰딸이, 봉평동 분점은 작은아들이 운영한다. 본점의 정 대표는 “아버지 때랑 맛이 똑같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다”며 전통의 맛을 이어가겠다는 소신을 밝힌다.


궁핍하던 시절에 단맛을 보충해준 주전부리가 꿀빵이라면, 빼떼기죽은 춥고 가난하던 시절에 허기를 달래준 음식이다. 모르고 보면 팥죽 같기도 하고 호박죽 같기도 한데, 말린 고구마에 팥이나 콩, 조, 찹쌀 등을 넣어 2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인 죽이다. ‘통영빼떼기죽’ 박정숙 사장은 “얇게 썬 고구마를 바짝 말린 것을 통영 사투리로 빼떼기라고 하는데, 마른 고구마에 있는 하얀 녹말이 뼈다귀 같다고 해서 빼떼기라고도 하고, 빼딱하게 썰어서 빼떼기라고도 한다”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통영을 비롯한 경남 일원에서 해 먹은 음식으로, 고구마의 단맛에 잡곡의 고소함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맛볼 수 있는 곳은 중앙시장과 동피랑 부근에 여러 곳이 있는데,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곳은 통영문화마당에 있는 통영빼떼기죽이다. 욕지도 고구마와 직접 재배한 고구마를 반반 섞어 끓이는데, 그 맛이 전국에 입소문 나서 택배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 6개 이상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통영은 산이나 바다 경치가 두루 좋은 곳이다. 아무리 맛있는 게 많아도 경치는 즐겨야 한다. 올봄에는 통영의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미륵산에 올라 수많은 섬이 징검다리처럼 박힌 한려수도를 내려다봐도 좋고, 옆구리에 미륵도의 바다를 끼고 출렁출렁 자전거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 경사진 골목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눈 맞춰도 흐뭇하다.
 

먼저 산에 오른다. 미륵산은 통영 시내에서 바다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등산로는 용화사에서 관음암과 도솔암을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원점 회귀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면 미륵산 정상에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까지 10여분이 걸리고, 그곳에서 15분 정도 나무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산이 선물하는 전망이 별다른 수고 없이 오르기 미안할 만큼 화려하다. 3월 말이면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눈이 더욱 호사를 누린다.
 

일출은 ‘서피랑’ 일몰은 ‘동피랑’

통영 특유의 시선으로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동피랑이나 서피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강구안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마을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해, 걷다가 문득문득 뒤돌아보는 바다 전망이 좋다. 모두 벽화가 예쁜 마을로 서피랑에서는 일출을, 동피랑에서는 일몰을 볼 수 있다. 특히 동피랑에서 보는 일몰과 야경은 통영에서 달아공원 다음으로 손꼽히는 절경이다.
 

세 번째로 통영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추천 코스는 삼칭이길이다. 수륙자전거해안도로, 수륙해안산책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일운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약 4km 전체가 평지다. 자전거로는 왕복 1시간, 천천히 걸으면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자전거는 통영공설해수욕장 쪽에서 대여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오미사꿀빵→서피랑→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동피랑→통영빼떼기죽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산양일주로(드라이브)→달아공원(일몰) [셋째 날] 청마문학관→전혁림미술관→윤이상기념관→박경리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cablecar.ttdc.kr
- 오미사꿀빵 분점 www.omisa.co.kr

문의 전화
- 통영시청 해양관광과 055)650-0513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1544-3303
- 오미사꿀빵 본점 055)645-3230, 분점 055)646-3230
- 뚱보할매김밥집 055)645-2619
- 통영빼떼기죽 055)646-344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20~다음 날 00:3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29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북통영 IC→통영 시내

숙박 정보
- 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
- 통영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 : 산양읍 삼칭이해안길, 055)648-3332, www.hansanmarina.co.kr
- 나폴리모텔: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0202, www.tynapoli.co.kr
- 동경호텔: 광도면 죽림5로, 055)641-1020, www.donggyeonghotel.com
- 소오게스트하우스: 통영시 중앙시장4길, 055)642-3757, www.cafesoh.co.krwww.cafesoh.co.kr

식당 정보
- 뚱보할매김밥집(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5-2619
- 오미사꿀빵 본점(꿀빵): 통영시 충렬로, 055)645-3230
- 통영빼떼기죽(빼떼기죽):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3443
- 향토집(굴 요리): 통영시 무전5길, 055)645-4808
- 분소식당 (도다리쑥국):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0495, www.foodsidae.com/boonso
- 원조시락국(시래깃국): 통영시 새터길, 055)646-5973
- 서울식당(낙지볶음):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2-6893
- 원조밀물식당(생선구이): 통영시 중앙시장1길, 055)643-2777
- 통영맛집(멍게비빔밥): 통영시 항남1길, 055)641-0109

­­주변 볼거리 청마문학관, 이순신공원, 삼도수군통제영, 충렬사, 통영해저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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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