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⑤경남 통영시 일대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시인 백석이 〈통영 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했을 만큼 낭만이 넘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다. 이런 통영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나 화제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 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전주에 버금가는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통영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는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다. 모두 ‘통영이라서 나온 주전부리’고,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주민들 말마따나 “마카 묵을 끼라서 토영 갱치도 뒷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입에 물고 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낭만이 넘치는 미항 ‘통영’

통영 주전부리의 상징은 충무김밥이다. 하얀 쌀밥을 넣어 엄지손가락만 하게 싼 김밥에, 아삭아삭한 무김치와 먹음직스러운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음식이다. 밥을 각종 재료와 함께 김으로 둘둘 말아 싸는 김밥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다. 알려진 바로는, 1930~1940년대부터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항구 주변 행상들이 멸치 어장에서 잡힌 주꾸미와 꼴뚜기, 홍합을 대나무 꼬챙이에 줄줄이 꿰어 김밥, 무김치와 함께 팔았다는데, 지금은 대부분 오징어무침과 무김치에 시래깃국이나 조갯국을 낸다. 집집마다 양념이 조금씩 달라도 멸치 액젓으로 맛을 낸 무김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어묵을 섞어 무친 오징어무침은 매콤한 맛이 좋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건 1980년대다. 가요제와 전통 예술제 등으로 꾸며진 ‘국풍 81’에 어두이 할머니가 충무김밥을 출품한 것이, 지금처럼 통영문화마당과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에 김밥집 수십 개가 바다를 향해 늘어서는 기반이 됐다.


그래서 딱히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행객 사이에서는 어두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뚱보할매김밥집’이 인기다. 할머니가 1995년에 작고한 뒤 며느리가 손맛을 잇는데, 여전히 손님으로 문전성시다. 주민들은 뚱보할매김밥집과 함께 한일김밥, 동진김밥, 제일김밥 등에 자주 간다.

꿀빵은 요즘 통영에서 가장 ‘핫한’ 별미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튀긴 다음 물엿과 깨를 먹음직스럽게 바른 것으로, 통영문화마당 일대에서 만나는 꿀빵집 간판만 해도 10여개에 이른다. 꿀빵에 넣는 소도 고구마, 완두콩, 유자, 치즈 등으로 다양해졌다.

얼핏 보면 무척 달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지나치지 않은 단맛에 고소한 맛이 깃들어 자꾸 손이 간다. 그래서일까, 줄을 이은 시식 코너에 꿀빵을 사기 위해 늘어선 인파까지 더해져 통영문화마당 일대는 꿀빵 열풍에 휩싸인 듯 보인다.

‘충무김밥’ ‘꿀빵’ ‘빼떼기죽’ ­­대표 주전부리
통영 바다 끼고 자전거 하이킹 즐길거리

이런 꿀빵 열풍의 중심에 ‘오미사꿀빵’이 있다. 이곳을 꿀빵의 원조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꿀빵집이다. 작고한 창업주 정원석씨의 큰딸 정숙남 대표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팥을 넣지 않은 빵에 엿을 묻혀서 파는 행상이 있었고, 꿀빵을 파는 분식점도 여러 군데 있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오래 가게를 지킨 분이 아버지 정씨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금처럼 팥소를 넣은 꿀빵은 정씨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오미사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원래 이름 없는 가게였는데, 꿀빵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오미사세탁소 옆에 있는 빵집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세탁소가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럽게 오미사꿀빵 간판을 달았다. 거의 모든 과정에 수작업을 고집하다 보니 만드는 양에 한계가 있어, 오전에 다 팔리기 일쑤다.

현재 오미사꿀빵은 두 곳에 있다. 항남동 본점은 큰딸이, 봉평동 분점은 작은아들이 운영한다. 본점의 정 대표는 “아버지 때랑 맛이 똑같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다”며 전통의 맛을 이어가겠다는 소신을 밝힌다.


궁핍하던 시절에 단맛을 보충해준 주전부리가 꿀빵이라면, 빼떼기죽은 춥고 가난하던 시절에 허기를 달래준 음식이다. 모르고 보면 팥죽 같기도 하고 호박죽 같기도 한데, 말린 고구마에 팥이나 콩, 조, 찹쌀 등을 넣어 2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인 죽이다. ‘통영빼떼기죽’ 박정숙 사장은 “얇게 썬 고구마를 바짝 말린 것을 통영 사투리로 빼떼기라고 하는데, 마른 고구마에 있는 하얀 녹말이 뼈다귀 같다고 해서 빼떼기라고도 하고, 빼딱하게 썰어서 빼떼기라고도 한다”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통영을 비롯한 경남 일원에서 해 먹은 음식으로, 고구마의 단맛에 잡곡의 고소함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맛볼 수 있는 곳은 중앙시장과 동피랑 부근에 여러 곳이 있는데,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곳은 통영문화마당에 있는 통영빼떼기죽이다. 욕지도 고구마와 직접 재배한 고구마를 반반 섞어 끓이는데, 그 맛이 전국에 입소문 나서 택배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 6개 이상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통영은 산이나 바다 경치가 두루 좋은 곳이다. 아무리 맛있는 게 많아도 경치는 즐겨야 한다. 올봄에는 통영의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미륵산에 올라 수많은 섬이 징검다리처럼 박힌 한려수도를 내려다봐도 좋고, 옆구리에 미륵도의 바다를 끼고 출렁출렁 자전거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 경사진 골목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눈 맞춰도 흐뭇하다.
 

먼저 산에 오른다. 미륵산은 통영 시내에서 바다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등산로는 용화사에서 관음암과 도솔암을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원점 회귀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면 미륵산 정상에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까지 10여분이 걸리고, 그곳에서 15분 정도 나무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산이 선물하는 전망이 별다른 수고 없이 오르기 미안할 만큼 화려하다. 3월 말이면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눈이 더욱 호사를 누린다.
 

일출은 ‘서피랑’ 일몰은 ‘동피랑’

통영 특유의 시선으로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동피랑이나 서피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강구안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마을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해, 걷다가 문득문득 뒤돌아보는 바다 전망이 좋다. 모두 벽화가 예쁜 마을로 서피랑에서는 일출을, 동피랑에서는 일몰을 볼 수 있다. 특히 동피랑에서 보는 일몰과 야경은 통영에서 달아공원 다음으로 손꼽히는 절경이다.
 

세 번째로 통영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추천 코스는 삼칭이길이다. 수륙자전거해안도로, 수륙해안산책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일운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약 4km 전체가 평지다. 자전거로는 왕복 1시간, 천천히 걸으면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자전거는 통영공설해수욕장 쪽에서 대여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오미사꿀빵→서피랑→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동피랑→통영빼떼기죽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산양일주로(드라이브)→달아공원(일몰) [셋째 날] 청마문학관→전혁림미술관→윤이상기념관→박경리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cablecar.ttdc.kr
- 오미사꿀빵 분점 www.omisa.co.kr

문의 전화
- 통영시청 해양관광과 055)650-0513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1544-3303
- 오미사꿀빵 본점 055)645-3230, 분점 055)646-3230
- 뚱보할매김밥집 055)645-2619
- 통영빼떼기죽 055)646-344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20~다음 날 00:3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29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북통영 IC→통영 시내

숙박 정보
- 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
- 통영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 : 산양읍 삼칭이해안길, 055)648-3332, www.hansanmarina.co.kr
- 나폴리모텔: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0202, www.tynapoli.co.kr
- 동경호텔: 광도면 죽림5로, 055)641-1020, www.donggyeonghotel.com
- 소오게스트하우스: 통영시 중앙시장4길, 055)642-3757, www.cafesoh.co.krwww.cafesoh.co.kr

식당 정보
- 뚱보할매김밥집(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5-2619
- 오미사꿀빵 본점(꿀빵): 통영시 충렬로, 055)645-3230
- 통영빼떼기죽(빼떼기죽):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3443
- 향토집(굴 요리): 통영시 무전5길, 055)645-4808
- 분소식당 (도다리쑥국):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0495, www.foodsidae.com/boonso
- 원조시락국(시래깃국): 통영시 새터길, 055)646-5973
- 서울식당(낙지볶음):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2-6893
- 원조밀물식당(생선구이): 통영시 중앙시장1길, 055)643-2777
- 통영맛집(멍게비빔밥): 통영시 항남1길, 055)641-0109

­­주변 볼거리 청마문학관, 이순신공원, 삼도수군통제영, 충렬사, 통영해저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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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