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테슬라 치명적인 약점들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36:0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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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기차? 짊어지고 다닐 판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하남 스타필드에 1호점을 차리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꿈의 전기차’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지난 15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엔 많은 인파가 모였다. 2층 아르마니 매장 옆에 위치한 테슬라스토어 내외부에 검은 정장을 입은 가이드와 눈이 휘둥그레진 채 테슬라를 직접 만져보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IT신제품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테슬라스토어에는 198㎡(60평) 정도의 공간에 흰색과 빨간색 ‘Model S 90D(이하 모델 S)’2대가 배치됐다. 그 외 뼈대를 살필 수 있는 하단부 새시 플랫폼과 주행거리 및 연비를 알아보는 디스플레이, 슈퍼 차저 충전기, 내장재를 확인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자리 잡았다.

5명의 테슬라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차량전문가)들은 방문객들에게 테슬라의 이점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전시장 입구 쪽에 배치된 빨간색 모델 S에 차저(전용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공개된 테슬라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다만 충전 문제와 비싼 가격, 미약한 서비스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아직 낯가림 중인 국내 전기차 시장서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 못해

먼저 가장 중요한 충전 문제다.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는 한마디로 충전소가 적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충전을 통한 차량 유지기능이다. 따라서 테슬라 구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는 1회 충전을 통해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 충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충전소의 접근성은 뛰어난지 등이 가장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 S 90D’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이는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충전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충전 방식은 일반 충전(데스티네이션 차저)과 급속 충전(슈퍼 차저)으로 나뉜다.

국내 1·2호점 개장…본격 시장 공략
성공할 수 있을까? 비관적 전망 제기

테슬라 측은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하면 16kW 속도의 중속 충전만 가능해 100% 풀 충전에 5∼6시간 정도가 걸린다. 급속 충전은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전용 충전기가 아닌 일반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용충전소 완속충전 시간은 13∼14시간 이상 걸린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을 못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속 충전은 4시간, 급속 충전은 20∼30분이 걸린다.


한-미 다른
1회 주행거리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슬라 측은 “고속도로서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할 경우 100kWh배터리가 장착된 모델S 90D는 1회 충전 시 613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시속 90km 이내에서는 주행거리가 더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모델 S 90D가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8㎞(배터리 용량은 90KWh).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모델 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 473㎞(294마일)과는 약 10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각에선 환경부의 주행거리 측정 방식이 미국보다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테슬라처럼 미국과 한국서 인증한 전기차 주행거리가 큰 차이를 보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다른 전기차들은 한국과 미국의 주행거리가 비슷비슷하다. 한국지엠이 상반기 출시하는 볼트(Bolt)는 환경부로부터 미국 EPA의 238마일(383km)과 같은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볼트(Vol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미국서 전기만으로 53마일(85.3km)에 총 420마일(675.9km)을 인증받았다.

환경부 인증은 전기만으로 89km에 총 676km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환경부 191km, EPA 124마일(199.6km)이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충전소

모델 S 90D는 정지상태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4초에 불과하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충전소가 모자란 점이 문제다. 일반 자동차의 주유소와 같은 충전소가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측은 세계 최고 속도의 충전소를 자랑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 차저 스테이션은 장거리 여행 중 정차를 최소화하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레스토랑, 쇼핑센터 및 Wifi 핫스팟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각 스테이션에는 여러 대의 슈퍼 차저가 있으므로 여러 대의 차량이 이용시에도 빠르게 충전을 완료하고 다시 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810곳의 스테이션에 5195대의 슈퍼 차저가 구비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엔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슈퍼 차저는 물론 슈퍼 차저 스테이션도 없다.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 차저 지도에도 한국은 빠져 있다. 테슬라는 오는 6월 중에나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에 슈퍼 차저를 설치할 계획.
 

서울 2곳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에 연내 총 5개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 충전)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의 다양한 유통채널에 25대를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는 “국내 시장에 매장을 오픈한 테슬라의 성공 관건은 슈퍼 차저의 보급”이라며 “모델 S는 배터리 용량이 큰데 역설적으로 큰 배터리 용량은 충전에 장시간이 소요돼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접근성 나쁘고

서비스도 미비

테슬라는 국내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 언론이나 TV 광고를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 대신 스토어를 통해 직접 고객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차량 상담을 받으며,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은 뒤 주문 제작한 차량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게 된다.

테슬라 판매 매장은 스타필드와 청담동 2곳뿐이다. 스타필드에 이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에 2호 매장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배포한 보도자료서 “한국 내 테슬라 브랜드 확장을 위해 2017년과 2018년 추가로 오픈할 신세계 점포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장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센터도 미약하다. 테슬라는 강서구 등촌동과 청담 매장 지하 2곳에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당분간 지리적인 불편함이 예상된다. 서비스센터는 아직 설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차량이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인도되는 시점에 맞춰 완성될 계획이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
그러면 뭐하나 충전소가 없는데

회사에 따르면 모델 S 90D의 첫 번째 차량 출고는 이르면 6월 말 이뤄진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5인승 모델로 국내 인증이 완료된 90D를 비롯해 60과 60D, 75, 75D, 100D, P100D 등 총 7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테슬라 측은 “현재 국내 인증이 완료된 모델은 90D뿐”이라며 “트림별로 각각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모델들은 추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델 S 90D는 지난 7일부터 고객 주문을 받고 있다. 영업사원은 없다.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해야 한다. 전시장 직원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역할만 한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별도의 재고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다. 주문 즉시 맞춤 생산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신차 출고까지 3∼4개월가량 걸린다.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차량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모델 S 90D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 사양이 1억2100만원. 완전주행기능이 탑재된 풀옵션은 1억6100만원에 달한다. 아이오닉과 쏘울EV의 경우 4000만원대 초중반이다.

더욱이 모델 S 90D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서 제외된다. 현행법상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내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완속 기준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상 소요). 다른 전기차에 지급될 구매 보조금은 국고 1400만원, 지방비 300만∼1200만원 수준이다.

급발진 사고
내부결함 의심

테슬라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악재부터 만났다. 급발진 사고가 그것이다. 사고자는 다름 아닌 배우 손지창씨.

손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10일 오후 8시쯤 자택 차고에 진입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아들과 함께 타고 있던 ‘모델 X’가 차고 문이 열린 뒤 급발진하면서 거실 벽을 뚫고 들어간 것. 사고 후 손씨는 테슬라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고, 지난해 12월30일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

손씨는 “자동차의 결함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에 “잠재적 피해자가 많으니 집단소송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회 결과 손씨와 같은 모델 X의 급발진 사고 접수는 7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측은 “데이터 분석 결과 손씨가 사고 상황 내내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며 “차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씨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입지를 이용해 회사를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카드, M3 신차구매 혜택

현대카드가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캐시백을 최대 2.5%까지 지급하면서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는 3월 말까지 현대·기아차 신차 구매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2% 캐시백을 지급한다. ‘세이브-오토’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추가로 0.5%를 지급해 최대 2.5%의 캐쉬백을 지급한다. 즉, 현대·기아차 구입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결제하면서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M3 2.5% 캐시백 지급은 주요 카드사들의 1.5∼2.0%(차량 구입가 2000만원 기준)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타 카드사는 차량 구입 시 2000만원을 결제하면 1.5∼2.0%인 30만∼40만원만 돌려 받을 수 있어 현대카드와 10만∼20만원 차이가 난다.

현대카드는 자사만의 독특한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인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이브-오토는 카드 포인트를 먼저 지급받아 해당 포인트를 차량 결제 시 사용한 뒤 차가 할인받은 후 카드 사용을 통해 지급받은 포인트를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차종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선지급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현대카드 캐시백과 세이브-오토를 이용하면 매우 큰 할인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 M3 캐시백은 현대·기아차 신차 구입 시 카마스터에게 이용 신청하면 되고, 결제금액의 청구일 이후 3일 이내에 현대카드 결제계좌로 캐시백 금액이 입금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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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