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테슬라 치명적인 약점들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36:0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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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기차? 짊어지고 다닐 판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하남 스타필드에 1호점을 차리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꿈의 전기차’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지난 15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엔 많은 인파가 모였다. 2층 아르마니 매장 옆에 위치한 테슬라스토어 내외부에 검은 정장을 입은 가이드와 눈이 휘둥그레진 채 테슬라를 직접 만져보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IT신제품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테슬라스토어에는 198㎡(60평) 정도의 공간에 흰색과 빨간색 ‘Model S 90D(이하 모델 S)’2대가 배치됐다. 그 외 뼈대를 살필 수 있는 하단부 새시 플랫폼과 주행거리 및 연비를 알아보는 디스플레이, 슈퍼 차저 충전기, 내장재를 확인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자리 잡았다.

5명의 테슬라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차량전문가)들은 방문객들에게 테슬라의 이점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전시장 입구 쪽에 배치된 빨간색 모델 S에 차저(전용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공개된 테슬라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다만 충전 문제와 비싼 가격, 미약한 서비스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아직 낯가림 중인 국내 전기차 시장서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 못해

먼저 가장 중요한 충전 문제다.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는 한마디로 충전소가 적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충전을 통한 차량 유지기능이다. 따라서 테슬라 구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는 1회 충전을 통해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 충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충전소의 접근성은 뛰어난지 등이 가장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 S 90D’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이는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충전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충전 방식은 일반 충전(데스티네이션 차저)과 급속 충전(슈퍼 차저)으로 나뉜다.

국내 1·2호점 개장…본격 시장 공략
성공할 수 있을까? 비관적 전망 제기

테슬라 측은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하면 16kW 속도의 중속 충전만 가능해 100% 풀 충전에 5∼6시간 정도가 걸린다. 급속 충전은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전용 충전기가 아닌 일반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용충전소 완속충전 시간은 13∼14시간 이상 걸린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을 못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속 충전은 4시간, 급속 충전은 20∼30분이 걸린다.


한-미 다른
1회 주행거리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슬라 측은 “고속도로서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할 경우 100kWh배터리가 장착된 모델S 90D는 1회 충전 시 613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시속 90km 이내에서는 주행거리가 더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모델 S 90D가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8㎞(배터리 용량은 90KWh).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모델 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 473㎞(294마일)과는 약 10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각에선 환경부의 주행거리 측정 방식이 미국보다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테슬라처럼 미국과 한국서 인증한 전기차 주행거리가 큰 차이를 보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다른 전기차들은 한국과 미국의 주행거리가 비슷비슷하다. 한국지엠이 상반기 출시하는 볼트(Bolt)는 환경부로부터 미국 EPA의 238마일(383km)과 같은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볼트(Vol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미국서 전기만으로 53마일(85.3km)에 총 420마일(675.9km)을 인증받았다.

환경부 인증은 전기만으로 89km에 총 676km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환경부 191km, EPA 124마일(199.6km)이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충전소

모델 S 90D는 정지상태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4초에 불과하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충전소가 모자란 점이 문제다. 일반 자동차의 주유소와 같은 충전소가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측은 세계 최고 속도의 충전소를 자랑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 차저 스테이션은 장거리 여행 중 정차를 최소화하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레스토랑, 쇼핑센터 및 Wifi 핫스팟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각 스테이션에는 여러 대의 슈퍼 차저가 있으므로 여러 대의 차량이 이용시에도 빠르게 충전을 완료하고 다시 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810곳의 스테이션에 5195대의 슈퍼 차저가 구비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엔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슈퍼 차저는 물론 슈퍼 차저 스테이션도 없다.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 차저 지도에도 한국은 빠져 있다. 테슬라는 오는 6월 중에나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에 슈퍼 차저를 설치할 계획.
 

서울 2곳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에 연내 총 5개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 충전)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의 다양한 유통채널에 25대를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는 “국내 시장에 매장을 오픈한 테슬라의 성공 관건은 슈퍼 차저의 보급”이라며 “모델 S는 배터리 용량이 큰데 역설적으로 큰 배터리 용량은 충전에 장시간이 소요돼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접근성 나쁘고

서비스도 미비

테슬라는 국내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 언론이나 TV 광고를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 대신 스토어를 통해 직접 고객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차량 상담을 받으며,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은 뒤 주문 제작한 차량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게 된다.

테슬라 판매 매장은 스타필드와 청담동 2곳뿐이다. 스타필드에 이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에 2호 매장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배포한 보도자료서 “한국 내 테슬라 브랜드 확장을 위해 2017년과 2018년 추가로 오픈할 신세계 점포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장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센터도 미약하다. 테슬라는 강서구 등촌동과 청담 매장 지하 2곳에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당분간 지리적인 불편함이 예상된다. 서비스센터는 아직 설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차량이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인도되는 시점에 맞춰 완성될 계획이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
그러면 뭐하나 충전소가 없는데

회사에 따르면 모델 S 90D의 첫 번째 차량 출고는 이르면 6월 말 이뤄진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5인승 모델로 국내 인증이 완료된 90D를 비롯해 60과 60D, 75, 75D, 100D, P100D 등 총 7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테슬라 측은 “현재 국내 인증이 완료된 모델은 90D뿐”이라며 “트림별로 각각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모델들은 추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델 S 90D는 지난 7일부터 고객 주문을 받고 있다. 영업사원은 없다.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해야 한다. 전시장 직원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역할만 한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별도의 재고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다. 주문 즉시 맞춤 생산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신차 출고까지 3∼4개월가량 걸린다.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차량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모델 S 90D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 사양이 1억2100만원. 완전주행기능이 탑재된 풀옵션은 1억6100만원에 달한다. 아이오닉과 쏘울EV의 경우 4000만원대 초중반이다.

더욱이 모델 S 90D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서 제외된다. 현행법상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내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완속 기준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상 소요). 다른 전기차에 지급될 구매 보조금은 국고 1400만원, 지방비 300만∼1200만원 수준이다.

급발진 사고
내부결함 의심

테슬라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악재부터 만났다. 급발진 사고가 그것이다. 사고자는 다름 아닌 배우 손지창씨.

손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10일 오후 8시쯤 자택 차고에 진입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아들과 함께 타고 있던 ‘모델 X’가 차고 문이 열린 뒤 급발진하면서 거실 벽을 뚫고 들어간 것. 사고 후 손씨는 테슬라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고, 지난해 12월30일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

손씨는 “자동차의 결함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에 “잠재적 피해자가 많으니 집단소송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회 결과 손씨와 같은 모델 X의 급발진 사고 접수는 7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측은 “데이터 분석 결과 손씨가 사고 상황 내내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며 “차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씨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입지를 이용해 회사를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카드, M3 신차구매 혜택

현대카드가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캐시백을 최대 2.5%까지 지급하면서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는 3월 말까지 현대·기아차 신차 구매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2% 캐시백을 지급한다. ‘세이브-오토’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추가로 0.5%를 지급해 최대 2.5%의 캐쉬백을 지급한다. 즉, 현대·기아차 구입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결제하면서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M3 2.5% 캐시백 지급은 주요 카드사들의 1.5∼2.0%(차량 구입가 2000만원 기준)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타 카드사는 차량 구입 시 2000만원을 결제하면 1.5∼2.0%인 30만∼40만원만 돌려 받을 수 있어 현대카드와 10만∼20만원 차이가 난다.

현대카드는 자사만의 독특한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인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이브-오토는 카드 포인트를 먼저 지급받아 해당 포인트를 차량 결제 시 사용한 뒤 차가 할인받은 후 카드 사용을 통해 지급받은 포인트를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차종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선지급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현대카드 캐시백과 세이브-오토를 이용하면 매우 큰 할인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 M3 캐시백은 현대·기아차 신차 구입 시 카마스터에게 이용 신청하면 되고, 결제금액의 청구일 이후 3일 이내에 현대카드 결제계좌로 캐시백 금액이 입금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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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