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②강릉 오죽헌·선교장

바다 향 머무는 고택에서의 하루

 

강릉은 힐링을 위한 한옥 여행으로 좋다. 날 선 겨울 바다와 한옥의 온기가 대비되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고택은 거친 파도와 찬 바람에 쓸린 몸과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어준다.

강릉의 고택을 만나려면 경포로 향해야 한다. 바다 향 머무는 길목에 수백 년 된 옛집과 한옥 숙소가 어우러져 있다.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 동쪽에 가장 번성한 고장이 강릉이다. 그 윤택함에 기댄 오죽헌, 선교장 등이 문화적 향취를 머금고 외지인을 반긴다. 한옥에서 머무는 하루는 시린 겨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경포 바다로 접어드는 초입에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강릉 오죽헌(보물 165호)이 있다. 오죽헌 구경은 사임당과 율곡의 자취를 되새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임당은 홀로 남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 강릉에 기거하다가 율곡을 낳았다. 오죽헌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이곳 몽룡실 에서 율곡이 태어났다. 집 주변에 그 이름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烏竹)가 있다. 선현의 흔적이 서린 담벼락에서 온기가 전해지고, 서까래에서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긴다.

신사임당, 율곡 이이의 자취

사임당 신씨는 시와 그림, 자수에 뛰어난 예술가였으며, 율곡 이이는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일본,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역사적 유래만큼 익숙하다. 5만원권에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묵포도도’가 있으며, 5000원권에는 이이의 초상화와 오죽헌(몽룡실), 오죽이 도안되었다.

오죽헌 옆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율곡매가 있는데, 사임당의 매화 그림과 율곡이 쓰던 벼루 장식의 소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사랑채,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정조대왕이 율곡을 칭송한 사연이 담긴 어제각 등도 함께 둘러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오죽헌이 바라보이는 너른 터에 강릉오죽한옥마을이 개관했다. 선현의 온기 서린 땅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설레게 한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전통 공법으로 지어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내부에는 현대식 편의 시설을 갖췄다. 일반형부터 고급형까지 30여 객실은 화부가 직접 데워주는 전통 온돌방이다.

오죽헌과 강릉오죽한옥마을 주변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옹기종기 모였다. 유교 문화를 체험하는 율곡인성교육관과 시립미술관이 오죽헌 경내에 있으며, 지역 공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수와 목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릉예술창작인촌도 인근에 자리한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수려한 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동 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여겨지는 강릉 선교장(중요민속문화재 5호)이다. 300여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사대부 가옥으로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었으며, 10대에 걸쳐 증축됐다.

시린 겨울 바다와 한옥의 따뜻함이 주는 조화
현대식 편의 시설 갖춘 전통 온돌방에서의 하루

선교장 연못 옆에 있는 활래정은 경포호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다. 가장 오래된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서재로 활용하던 서별당의 건축양식이 각각 다르다. 마루가 높고 마당이 널찍한 열화당은 개화기에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은 차양이 고스란히 남았다.

선교장의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데, 주변 풍광이 더해져 한옥 숙박의 묘미를 전해준다. 선교장 가옥과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뒤뜰 언덕의 노송 숲 산책도 품격을 더한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호와 바다로 연결된다. 경포호를 거닐면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 에디슨의 발명품과 축음기 등 4500여점이 전시된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소소한 볼거리로 다가선다.


강릉 한옥 여행을 부추기는 절대 동력은 경포해변이다. 담장 높은 한옥과 차갑게 열린 경포해변이 아득한 대비를 이룬다. 경포해변은 나무 데크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져 겨울 사색을 돕는다. 강릉은 최근 커피의 메카로도 명성이 높다. 경포 인근 안목해변에 강릉커피거리가 조성되었으며, 왕산면의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서는 커피나무, 커피콩, 옛 커피 기구 등을 볼 수 있다.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은 겨울 추위를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릉 곳곳에 초당순두부 간판이 내걸렸지만, 제맛을 즐기려면 초당두부마을로 가야 한다.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야 진품 초당순두부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강릉 나들이는 국도7호선을 따라 주문진으로 거슬러 오르며 무르익는다. 주문진해변은 최근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어 연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이 자리한 소돌해변 일대 바다가 좀 더 한갓지고 운치 있다. 오징어잡이 배가 빼곡한 주문진항이나 해산물이 진열된 주문진수산시장을 거니는 것으로 강릉 여행의 마무리는 넉넉해진다.

<여행정보>

당일 코스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포해변

1박1박2일 코스

- 첫째 날: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 포해변
- 둘째 날: 초당두부마을→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
관→소돌해변→주문진항

관련 웹사이트

- 강릉 관광 http://gntour.go.kr
- 선교장 www.knsgj.netr
- 오죽헌 https://ojukheon.gangneung.go.kr
- 강릉오죽한옥마을 http://ojuk.or.kr

문의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125
- 선교장 033-648-5303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오죽한옥마을 033-655-1117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
(06:32~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
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강릉 IC→동해·강릉 방면 경강로→주문진 방면→동해대로→오죽헌

숙박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www.mgmhotel.co.kr (굿스테이)
- 주문진호텔: 주문진읍 불당골길, 033)661-0123, http://jmjhotel.com (굿스테이)
- 강릉게스트하우스 커피거리점: 강릉시 경강로, 010-2987-6248, http://blog.naver.com/coffeemarina (굿스테이)
-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강릉시 해안로, 1644-3001
 
식당
 

- 초당고부순두부(순두부백반): 강릉시 강릉대로587번길, 033-653-7271
- 동화가든(짬뽕순두부):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9885
- 교동반점(짬뽕): 강릉시 강릉대로, 033)646-3833
- 바다마을횟집(섭국): 강동면 정동등명길, 033)644-5747
 
주변 볼거리
 
하슬라아트월드, 안목해변, 안반데기, 허난설헌 생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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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