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여행 ②사북석탄유물보존관

시간이 그대로 멈춘 '정선 최대 탄광'

겨울이면 바빠지는 곳이 스키장이다. 하얀 설원을 달리고 싶은 사람들은 주말이 기다려지게 마련이다. 정선 겨울 여행은 스키장의 신나고 즐거운 시간과 더불어 한때 스키장보다 북적이고 휘황찬란하던 탄광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하이원리조트 입구에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이 있다. 정선은 1950 년대 초 함백탄광이 문을 연 뒤 1960년대 초부터 사북탄좌, 원동탄좌에 이어 1963년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영업을 시작했다.

석탄 산업은 1966년 태백선이 고한까지 개통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중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23개 광구(3609ha)를 소유한 동양 최대 민영 탄광으로, 1985년에는 전국 석탄 생산량의 13%를 차지했고, 재직 광원만 6300명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48m 수직갱 타워가 보인다. 수갱 타워 혹은 권양기라 불리는데, 지상과 지하 갱도로 광부와 석탄을 옮기던 시설이다. 전시관 입구에는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라는 투박한 글씨와 환하게 웃는 광부의 얼굴 그림이 있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옛 동원탄좌의 행정동 건물 전체가 전시관이다.

검고 낡은 사무실에는 작업복 분류 보관대, 작업복을 수선하던 재봉틀, 2004년 10월에서 멈춘 달력과 월중 행사표가 있다. 월중 행사표에는 긴박한 당시 상황이 그대로 남았다. ‘10일, 생존권 사수 투쟁’ ‘28일, 폐장 찬반 투표’ ‘30일, 송별 회식’ 등이다. 특히 ‘31일, 마지막 세탁’이라는 글자는 2004년 10월에서 멈춘 달력과 함께 묘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광부들의 눈이 되어준 안전등의 충전실, 1100명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는 종합 욕장과 장화를 세척하던 세화장, 광부들이 사용하던 채탄 장비 등이 모두 전시된다. 2층 문서 자료실에는 사원증과 도장, 월급봉투 등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물건이 전시된다.


2층 끝자락에는 광부의 하루 시작을 알리는 수갱 탑승장이 있다. 감옥의 쇠창살처럼 생긴 철문 뒤로 안전에 대한 문구가 빼곡하다. 2층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석탄 산업의 현장이다. 넓은 야외 공간에 광차와 인차, 버스 등이 전시되고, 그 너머로 석탄을 캘 때 나온 경석(폐탄)을 쌓아놓은 폐탄장이 높은 언덕이 됐다. 언덕 곳곳에 자연적으로 터를 잡고 자란 나무도 보인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차를 타고 갱도로 들어가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지만, 동절기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동절기(12월∼4월)에 다소 관람 제약이 따른다.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오후 4시까지 입장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과 비교해볼 만한 곳도 있다. 사북서 만항재 가는 길에 폐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삼탄아트마인이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정선군 최초의 역사인 함백역과 함백탄광이 있던 신동안경다리탄광마을도 정선 탄광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서 정선 읍내로 갈 때는 화암면을 거치는 것이 좋다. 정선 읍내로 이어지는 어천을 따라 도로가 나란한데, 흔히 ‘정선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몰운대, 화표주, 화암약수 등 화암8경이 펼쳐진다. 특히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조성된 화암동굴은 꼭 만나보자.

전성기 누리던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
광산 유물 수집·보관·전시로 남긴 역사

천포광산의 상부 갱도, 하부 갱도로 이어지는 365개 수직계단, 석회동굴의 장관이 펼쳐지는 하부 갱도 등 관람 동선이 1.8km에 이른다. 천포광산의 역사와 석회동굴 생성물, 90m에 이르는 수직 계단 등이 색다른 풍경과 재미를 선사한다.


정선은 아리랑의 고장이다. 지난해 8월 정선 읍내 아리랑센터에 아리랑 박물관이 개관했다. 아리랑의 역사와 정선아리랑 이야기, 아리랑 관련 음반과 잡지, 성냥 등이 전시된다. 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송천과 골지천 물길이 합수해 어우러진다고 아우라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송천과 골지천 사이에 다리가 놓여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아우라지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정선 읍내에서 어천과 만나 동강이 된다. 병방치라 불리는 고갯마루에는 아리힐스의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가 동강의 비경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리랑의 고장

스카이워크는 기암절벽 바깥으로 돌출된 길이 11m 구조물로, 발아래 강화유리를 통해 아름다운 동강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짚와이어는 해발 607m 병방치에서 325.5m 표고 차를 순간적으로 내려오는 하강 시설이다.

짚와이어 아래로 동강을 따라 30km에 이르는 동강로가 있다. 해마다 3월말이면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이 암벽을 따라 피고 지는 곳이다. 느티나무 고목이 있는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나리소와 백운산, 동강과 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하이원리조트 곤돌라→삼탄아트마인→정암사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정암사→삼탄아트마인→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 신동안경다리탄광마을→동강로 드라이브
- 둘째 날: 아우라지→아리랑박물관→아리힐스(스카이워크, 짚와이어)→화암동굴→몰운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정선관광(정선군청 관광 홈페이지) www.ariaritour.com
- 삼탄아트마인 samtanartmine.com
- 정암사 www.jungamsa.com
- 아리힐스 www.ariihills.co.kr
- 아리랑박물관 www.jacf.or.kr

문의 전화
- 정선군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033-560-2564
- 사북탄광문화관광촌 033-592-4333
- 삼탄아트마인 033-591-3001
- 정암사 033-591-2469
- 아리힐스 033-563-4100
- 아리랑박물관 033-560-3031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사북역: 무궁화호 하루 4회(07:05~23:25)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사북역 033-592-7780)
버스 서울-고한사북: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고한사북공용버스터미널 033-592-9951, www.bustaja.com)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영월 방면 우측→신동교차로에서 단양·영월 방면 우측 국도38호선→증산터널 지나 사북교차로에서 하이원리조트 방면 우회전→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


숙박 정보
- 상유재: 정선읍 봉양3길, 033-562-1162, www.sangyujae.com (한옥스테이)
- 하이원리조트: 고한읍 하이원길, 1588-7789, www.high1.com
- 엘스관광호텔: 사북읍 사북1길, 033-591-7300, www.lshotel.co.kr
- 옥산장: 여량면 여량3길, 033-562-0739, www.oksanjang.pe.kr
- 도사곡휴양림: 사북읍 지장천로, 033-560-3456, dosa.jsimc.or.kr
- 동강전망자연휴양림(캠핑 전용): 신동읍 동강로, 033-560-3464, donggang.jsimc.or.kr/index.asp

식당 정보
- 옥산장돌과이야기: 곤드레밥정식, 여량면 여량3길, 033-562-0739, www.oksanjang.pe.kr
- 원조순대국밥: 곤드레순대국밥, 사북읍 사북2길, 033-592-2129
- 만항곤드레닭집: 곤드레고등어찜,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5002
- 밥상머리: 한방토종닭백숙,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2030
- 동광식당: 황기족발, 정선읍 녹송1길, 033-563-3100
- 아리랑맛집: 콧등치기, 정선읍 5일장길, 033-563-1050

축제와 행사 정보
- 정선고드름축제: 2017년 1월20일~2월4일, 정선읍 제2교 조양강·공설 운동장 일원, 033-560-3016(정선아리랑문화재단)

주변 볼거리
몰운대, 화암약수, 반월에 비친 그림바위마을, 대촌마을(〈삼시세끼〉 촬영지), 오장폭포, 정선레일바이크, 백두대간생태수목원, 구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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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