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흑석 재개발> 11구역에선 무슨 일이…

생존이냐? 알박기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는 지난 4월 말 1058호 ‘현충원 옆 흑석동 재개발 공방전’ 기사를 통해 흑석11구역 재개발 상황을 보도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 측과 반대 입장인 비상대책위 간의 쟁점 사안을 다뤘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12월 현재, 흑석11구역의 재개발 추진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 이번에는 조합과 교회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304번지 일대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이하 흑석11구역)은 흑석뉴타운 총 11지구 중 가장 늦은 2012년 7월26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05년 지정된 흑석뉴타운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지나고 한강변에 위치해 ‘강남급 뉴타운’으로 불린다. 흑석11구역 역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입지 및 사업성이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종교부지 갈등

지난 13일, 동작구청 도시재생과 재정비기획팀 관계자는 흑석11구역의 사업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사업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단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층수 상향 등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종교 부지를 둘러싼 갈등 해결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흑석1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조합장 최형용)은 지난해 12월1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종교 시설과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흑석11구역에 종교 시설은 한가람교회, 천불사, 정은사 등이다. 이 중 조합과 교회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다. 갈등의 불씨는 교회 이전 비용이다.

서울시가 2009년 9월 마련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따르면 재정비 촉진 계획 수립 시 종교 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를 원칙으로 한다.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관련 종교 단체와 협의하되 기존 부지와 예정 부지는 대토가 원칙이다.


또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 비용, 사업기간 동안 사용할 임시 장소, 이전 비용 등은 조합서 부담하도록 돼있다. 교회 관계자는 “존치를 원칙으로 하되 조합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내세우면 이전을 검토한다는 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회를 기준으로 ①존치 ②도미노 피자(264-1번지) 쪽으로 이전 ③이화빌라(275-3번지) 쪽으로 이전 등 세 가지 선택사항이 있었다. ②는 현충로 대로변에 있고 ③은 국립현충원과 인접해 있다. ②와 ③은 교회가 이전한다는 전제 하에 조합이 내세운 장소였다. 교회는 ①의 상황과 ②·③의 상황을 나눠 조합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교회는 존치할 경우, 진입로 공사 및 공사 기간 중 소음방지·진출입로·주차 대책을 두고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재개발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인 수와 헌금에 대한 기회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이전할 경우에는 ②의 지역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건물을 신축할 때 조망권, 일조권 등의 주장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대로서 주차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진입로를 정비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부분에서는 건축비, 인테리어, 특수설비, 성구제작비, 임시처소, 기회손실 보상 등을 들었다. 지상건축물의 경우 공사 계약시점의 국토교통부장관 표준건축비 고시금액의 130%, 지하주차장은 70%를 요구했다.

조합-교회 이전 문제 두고 기싸움
갈등 해결 못하면 향후 진행 불투명

교회 관계자는 “교회는 일반 건물과 달리 층고가 높고 기둥이 많지 않아 건축비가 30% 정도 더 소요된다”며 건축비 책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표준건축비는 1㎡당 176만2000원으로, 1평당 581만4600원이다. 교회는 지난 4월12일 조합 측에 보낸 공문에서 실제 사용 면적은 건축물 580평과 주차장 300평이라고 밝혔다. 교회의 제안에 조합은 협의안을 제시했다. 교회가 이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회손실 비용을 제외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교회가 이전을 원할 경우, ②의 자리로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1대1 등가 대토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협의안을 내놨다. 지상건축물은 실제 사용하는 580평에 대해 고시금액의 115%로 계산해 부담하는 것으로, 지하주차장의 경우 교회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외 인테리어 비용(7.5%→5%), 특수설비(12.5%→7%), 성구제작비(5%→3%) 등에 대해 조합은 교회가 제안한 것보다 비용을 낮췄다.

교회는 조합의 협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회는 지난 5월2일 공문서 등기면적 1660㎡(502평)과 미등기면적 520㎡(157평) 등 실제 사용면적이 2180㎡(660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 평수 660평에 대한 가설계 결과 그 평수가 900평이 넘게 나오는데 이 중 800평을 인정해 달라 요청했다.

조합 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기회손실 보상에 있어서도 신축적 협의는 가능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설계 및 감리비를 1평당 20만원으로 계산해 달라고 제안했다.

조합은 펄쩍 뛰었다. 조합 관계자는 “한가람교회가 60여년 정도 됐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만큼 상생하자는 의미서 좋은 방향으로 협의가 됐으면 했는데 요구가 너무 과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상건축물 실평수가 늘어난 점, 표준건축비의 130%를 요구한 점, 기회손실 보상을 포함해 서울시의 종교시설 처리 방안에 없는 내역을 포함시킨 점 등 조합은 황당하다는 주장이다.

조합 계산에 따르면 교회를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111억원에 달한다. 건축물과 지하주차장 등 공사비용 78억원, 부대시설비 26억원, 기타 이전 비용 7억원 등이다.

조합 관계자는 “교회가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한몫을 챙기려는 모양이다”며 “이런 게 알박기가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교회와 협상하는 내내 협상위원을 바꾸라는 둥 요구 사항이 많았다. 조합원들이 교회 처사에 불만이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협상위원과 관련해선 교회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교회 관계자는 “몇몇 조합원들은 교회 사람들에 대해 ‘똘마니 집사’ ‘월급 목사’ 등 인격모독도 서슴지 않는다”며 “그분들이 계시는 한 조합이 잘 되긴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비판했다.

조합은 지난 10월30일, 11월6일, 11월13일 등 3주간 교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교회 측은 “교묘하게 예배시간에 꽹과리를 치는 등 시끄럽게 군다”며 “협상이 결렬됐으면 교회는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된 거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협상위원이 변경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조합은 강경한 입장이다. 최형용 조합장은 “더 이상 교회와의 협상은 없다. 존치하는 걸로 결정됐다”며 “이미 조합원들에게도 다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 조합장은 “협상위원을 해촉하고 재구성할 명분도 없고 의사도 없다”며 “감정평가로 보상비가 정해지는 조합원들로선 교회에 신축 비용을 대주고 대로변으로 이전하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합 임원들이 설득작업까지 펼쳤다”고 덧붙였다.


협상 결렬 존치?

교회와 조합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직권해제 관련 기준·절차와 매몰비용 보조 기준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직권해제는 추진위나 조합이 주민의 동의를 받아 자진해산하는 경우와 달리 주민 간 갈등이 심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 사업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 과정서 주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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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