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 트럼프의 골프인생

모두가 인정하는 ‘골프 마니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골프업계에도 화제를 몰고 왔다. 트럼프는 여러 군데에서 클럽챔피언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미 골프계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골프계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에 대해 예상하느라 바쁘다.

 

208야드 날리는 장타자
오바마 능가하는 실력

도널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어떤 골퍼일까. 일단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이다. 키 191㎝, 몸무게 102㎏의 운동선수 출신(미식축구와 야구)인 트럼프는 드라이브 거리 280야드의 장타자일 뿐 아니라 싱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한다.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2.8의 골프 핸디캡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핸디캡 14, 42대 빌 클린턴은 핸디캡 10, 44대 오바마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실력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꼽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15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준급 실력자임에는 분명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톰프슨은 “최근 트럼프와 함께 라운딩을 했는데, 드라이브 샷 비거리가 250야드는 나간다”며 “직진성 타구를 구사해 런이 많다”고 평가했다.

골프 애호가서
미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명 프로 골퍼들도 상당히 많다. 그들 중 한 사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 GA)투어의 베테랑 크리스티 커는 “당선 후 아직 연락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열렬한 지지자”라며 “그는 미국의 진정한 CEO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커는 골프장 재벌이자 16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트럼프 당선자와는 골프 대회와 각종 프로암 등에서 오랜 동안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 시절부터 공개 지지를 선언했던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 골프인 중 가장 먼저 축하를 보냈다. 니클라우스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해 “자신이 가진 돈보다 골프를 더 사랑한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골프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2005년에는 <트럼프, 지금까지 받아온 최고의 골프 레슨>이라는 320페이지 분량의 책을 발간한 적도 있다. 대학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레슨을 받지 않았고, 서적을 통해 기술을 익혔다.
트럼프는 승자가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으로 ‘강력한 멘탈과 패배의 교훈, 현명한 판단, 자신의 능력 파악’ 등을 꼽았다. “골프에 감정이 들어가면 곧바로 망조가 된다”고 설명,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패배를 통한 성장이다. “때로는 패배의 쓴 맛을 봐야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선택의 순간에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은 자신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할 때와 우회할 때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승리 방정식

트럼프는 전 세계에 걸쳐 16개 골프장, 22개 코스를 소유한 손꼽히는 골프 재벌이다. 여기에 두바이와 인도네시아의 트럼프 골프장은 2018년 완공예정이다. 트럼프는 경영위기에 빠진 골프장을 인수, 리모델링 통해 명문으로 변신시키는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골프계에서 영역을 넓혀왔다. 1999년부터 골프장 경영에 뛰어든 트럼프가 소유한 골프장 대부분은 퍼블릭, 또는 리조트 코스다. 그린피는 평균 250달러 선으로 미국 내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그의 골프장 중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랄리조트 블루 코스가 390달러로 가장 비싸고,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 페리 포인트가 172달러로 가장 싸다.

트럼프 소유 골프장은 대부분 명문 코스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와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치르는 곳이 적지 않다. 당장 내년 US여자오픈은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치러지며, 2022년 PGA챔피언십 개최지 역시 트럼프 골프장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 대회를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것을 두고도 골프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래리 글릭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운영은 그의 둘째 아들 에릭을 비롯해 세 명의 자녀가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골프 협회와의 잦은 마찰은 그의 골프장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PGA투어는 “트럼프라는 이름을 단 골프장에서 여는 골프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이 없다”며 캐딜락 챔피언십 개최지를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멕시코로 옮겼다.

수완 뛰어난
골프 재벌

실제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인 캐딜락 챔피언십 대회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 도럴리조트 블루몬스터 골프장에서 줄곧 열려왔다. 하지만 WGC조직위원회는 내년 3월 이 대회 장소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로 장소를 바꿨다. 대회 명칭도 WGC멕시코 챔피언십으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내년 6월 LPGA투어 US오픈 장소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대회는 트럼프가 소유한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개최지를 변경하라고 미국골프협회(USGA) 마이크 데이비스 사무총장을 압박했다.


대선 후보 기간에도 트럼프 골프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소유의 턴베리 골프장을 디오픈 순회 코스에서 제외했다. PGA투어 등 골프 단체들은 트럼프가 유세 도중 쏟아낸 인종 차별, 여성 비하 등 발언에 반발하며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다른 닉네임 ‘골프 재벌’
지나친 승부욕…비매너 구설

트럼프는 초대형 깃대에 집착해 자신의 골프장에 21∼25m 깃대를 설치해 규정 위반으로 곳곳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에 이어 깃발 싸움에서도 이겼다’라고 보도했다. 사연은 이렇다.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은 4월 클럽하우스 옆에 높이가 10층 아파트 정도 되는 25m 짜리 대형 깃대를 세웠다. 이에 주 의회는 구조물이 너무 커서 시야를 방해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깃대 철거를 의결했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스코틀랜드 정부에 청원까지 하며 깃대 설치를 승인받았다. 현지에서는 이번 결정에 미국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 16개의 골프장을 소유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에도 초대형 깃대로 관계 기관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클럽은 규정(12.8m)을 초과하는 24m의 깃대에 성조기를 내걸어 12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벌금 대신 참전용사를 위해 10만달러를 기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도 21m의 초대형 깃대를 세워 시의회와 설치와 철거를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기 과시욕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데 골프장의 대형 깃대 설치도 이런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나친 과시욕
서슴없는 비매너

트럼프의 비매너도 입에 오르내린다. “트럼프가 티 박스에서 티샷을 수차례 했습니다. 이어 우리도 티샷을 날리고 공을 찾아 나섰죠. 그런데 트럼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 서 있는 겁니다. 그가 외쳤습니다. ‘내가 친 첫 번째 공을 찾았어’ 다음 홀은 파3이었는데 그의 공은 덤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카트에 올라타 우리보다 먼저 그린 위로 갔죠. 우리가 도착하니 그의 공은 홀에서 3피트(약 1m) 거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저희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공 집어 들게. 컨시드 거리잖아’ 복싱 세계 타이틀 6체급을 석권한 오스카 델라 호야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이다. 트럼프는 “골프를 할 때 속임수를 쓰지 않을 뿐더러 델라 호야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반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미국 골프 전문 매체들은 미국 골프계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골프계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주판을 튕겨보느라 분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가 골프계에 불이익을 줄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즐기던 스포츠이자 골프장 소유주로서 골프 산업에 악역향을 끼칠 어떤 제스처를 취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선임기자 마이클 뱀버거는 “트럼프와 골프 협회들의 관계는 앞으로 굉장히 조심스럽게 유지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그의 골프장에서 메이저대회가 추가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가 백악관 안에 있는 한 골프 비즈니스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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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