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간이역 여행 ①경기도 양평

'양평 구둔역'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오래된 역에는 지난한 세월이 묻어난다. 빛바랜 낙엽 위로 사연이 겹겹이 쌓이고, 옛 역사와 녹슨 철길에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는다.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자리한 구둔역은 설립 80년을 목전에 뒀다. 퇴역한 노병처럼 주름 깊은 은행나무 한 그루, 엔진이 식은 기관차와 객차 한 량, 역 앞을 서성이는 개 한 마리가 구둔역의 친구다. 구둔역은 간이역의 흔적을 뒤로한 채 폐역이라는 명패를 달고 겨울 벌판에 섰다.

80년을 목전에

1940년 4월,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문을 연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지켜봤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 지나가던 간이역은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추억의 간이역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이 담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졌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삐걱거리는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승강장에 서성거리다 철길을 걷는 동선이 모두 근대문화를 더듬는 행위와 연결된다. 천장이 나무로 된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등이 남았으며, 대합실에는 열차가 오가던 시절의 시간표와 매표소 유리창 등이 빛바랜 모습 그대로 보존됐다.

승강장으로 나가면 노목에는 나뭇잎 대신 소원지가 매달렸다. 청량리행을 알리는 이정표도 햇살을 머금고 철로변을 지킨다.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 역시 철로 한편에서 겨울 역의 아련한 정취를 더한다.
 


구둔역이 있는 구둔마을은 예부터 군사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넘어서는 언덕길에 진지 아홉 개가 있어 ‘구둔(九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구둔역은 전란 때마다 격전지였으며, 마을이 폐허가 된 한국전쟁 당시에도 허물어지지 않고 남았다고 한다.

전란 때마다 격전지, 전쟁에도 살아남아
주민의 구둔역 새 단장으로 새로운 여정

아픈 과거를 뒤로한 구둔역에 이제 사랑이 녹아들었다. 구둔역이 화려한 조명을 받은 것은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 덕분이다. 극중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풋풋한 장면이 담긴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구둔역은 한 시절 추억이 됐고,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김국진과 강수지가 〈불타는 청춘〉서 훈훈한 철길 데이트 코스로 선택한 곳도 구둔역이다.
 

양평장이 서는 날이면 북적거리던 구둔역 일대는 이제 한적한 시골로 남았다. 주말에 번잡해지는 용문산관광지와 달리 용문을 거쳐 구둔까지 들어서는 길목엔 저수지와 고갯마루의 한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기차를 이용하면 구둔역의 배턴을 이어받은 일신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걷는다.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역까지 한적하게 다가설 수 있다.


데이트 코스로

기관차 엔진은 식었지만 구둔역은 올해 말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구둔마을 주민들은 올가을 구둔역 단장을 마쳤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다.


열차 옆 공간에 있는 새끼 돼지와 토끼는 역 앞을 서성이던 견공 몽구와 함께 아이들의 사랑을 고대한다. 사무실은 카페로 꾸미고, 고구마피자와 빵 만들기 체험장도 문을 연다. 승강장 옆에는 군불을 쬐며 추위를 다스릴 모닥불터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즈넉한 구둔역에서 벗어나 용문 방향으로 가면 용문사, 친환경농업박물관 등이 자리한 용문산관광지다.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좋고, 주말에는 등산객으로 다소 붐빈다. 용문사 경내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수령과 높이가 국내 최대다. 용문산관광지는 주차료 3000원에 입장료(어른) 2500원이며, 관광지 입장시 현금 이용만 가능하다.
 

한적한 숲 속 산책을 원한다면 쉬자파크로 발길을 옮긴다. 백운봉 자락에 위치한 공간으로 휴식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졌다. 관찰데크와 잔디광장, 초가원, 솔쉼터 등이 있으며, 산책로 중간에 만나는 의자는 예술미가 돋보인다. 허브정원과 다양한 조각상이 볼 만한 남한강 변의 들꽃수목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 개장해 운치를 더한다.

양평 나들이할 때는 숲속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중미산자연휴양림은 토성과 목성 등 행성을 테마로 한 숙소를 새롭게 개장했고, 휴양림 옆엔 중미산천문대가 들어서 밤하늘의 별자리와 추억을 나눌 수 있다.

두물머리

다채로운 먹거리도 발걸음을 들뜨게 한다. 들꽃수목원 건너편의 ‘옥천냉면’은 평양냉면 족보에 이름을 올린 맛집 중 한 곳으로, 담백한 국물에 면발이 특색 있다. 용문산 초입에는 들깨, 곤드레나물 등으로 힐링 푸드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곤드레나물밥 한그릇이면 추운 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양평 여행의 마무리는 단연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만남’의 사연까지 더해져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 성지로 자리 잡았다. 산책로와 카페촌이 조성되어 주말이면 강변 조명 아래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들이의 시작은 구둔역에서, 마무리는 해질 무렵 두물머리가 안성맞춤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구둔역→용문사→쉬자파크→들꽃수목원→두물머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구둔역→쉬자파크→용문사→친환경농업박물관→중미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들꽃수목원→양평레일바이크→두물머리

관련 웹사이트 주소
-양평관광(양평군 관광 포털) tour.yp21.net
-쉬자파크 swijapark.com
-용문사 www.yongmunsa.biz
-중미산자연휴양림 www.huyang.go.kr
-들꽃수목원 www.nemunimo.co.kr

문의 전화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0-2490
-쉬자파크 031-770-1009
-용문사 031-773-3797
-중미산자연휴양림 031-771-7166
-들꽃수목원 031-772-1800


자가운전 정보
팔당대교→국도6호선→양평읍→용문읍→345번 지방도 지평 방면→구둔역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일신역: 무궁화호 하루 3회(07:05, 08:25, 19:07) 운행, 약 5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용문-구둔역: 용문터미널에서 987-3, 987-4, 987-5, 987-6번 버스 하루 각 1회 운행, 약 50분 소요.
*문의: 용문시외버스터미널 031-773-3100

숙박 정보
-블루힐펜션: 양평읍 백안3리길, 031-772-7702, blue-hill.kr (굿스테이)
-한옥마을황토펜션: 강하면 전의1길, 031-773-6300, www.hanok54.co.kr (한옥스테이)
-중미산자연휴양림: 옥천면 중미산로, 031-771-7166, www.huyang.go.kr

식당 정보
-옥천냉면: 냉면, 옥천면 경강로, 031-773-3575
-마당: 곤드레돌솥밥정식, 용문면 용문산로, 031-775-0311, madang.114up.co.kr
-우리한우: 등심, 용문면 다문북길, 031-773-6401
-나루터家: 닭볶음탕·막국수, 양서면 두물머리길, 031-773-6372, naruterga.modoo.at

주변 볼거리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세미원, 양평보릿고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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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