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덕수고 야구부 정윤진 감독

“감독은 감독답게∼ 선수는 선수답게∼”

마침 덕수고 야구부의 휴일이었다. 정윤진 감독은 편안한 사복차림으로 기자를 기다렸다. 그는 장시간에 걸쳐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차분하게 덕수고 야구부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감독 본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선수 시절은 어땠나?

▲선수 시절의 나는 아주 작은 자질에만 의존해 자만심을 가지고 훈련을 게을리 했던 그런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적이 있었는데, 부상으로 장시간의 공백기 후 돌아오니 유격수 자리를 후배였던 김재걸(전 삼성 라이온즈)에게 뺏겼다.

결국 고등학교서 나의 마지막 포지션은 3루수였고, 졸업 후에는 대학으로의 진학보다는 프로로 가기를 원했었다. 당시에는 프로야구팀들의 드래프트 대상이 대졸 선수로 국한돼 있는 상황이었고 고졸 선수들은 프로팀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거나 아니면 신고 선수로 입단하는 형태였다.

(LG 트윈스의 전신이었던) MBC 청룡과의 접촉을 통해 입단을 앞두고 있었는데, 군대 영장이 나와 상무로 입단하게 됐다. 군 시절에도 그렇게 훈련을 열심히 하던 선수는 아니어서 전역 후에는 나를 찾는 프로구단이 없어진 상태였다.

-모교 출신의 첫 번째 감독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덕수고서 생활을 시작했나?


▲전역 후 야구와 관련이 없는 분야서 직장생활을 잠시 했는데, 당시 덕수고의 정기조 감독께서 나를 부르셨다. 무조건 와서 코치를 하라고. 결국 모교로 돌아와 1994년부터 2007년 5월까지 코치로, 그리고 2007년 6월부터 감독이 되어 지금까지 23년째 덕수고에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다.

23년 전 코치로 부임했던 날, 자정 무렵에 혼자 야구장의 투수마운드서 이렇게 결심한 적이 있었다. ‘선수로서는 실패한 야구인생이지만, 지도자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고…’ 코치로 부임했던 당시의 대표적인 선수가 정수근(전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이었는데 그의 동기들과 1년 365일을 같이 합숙하며 오로지 야구훈련에만 몰입했었다.

-선수 지도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강팀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을 텐데?

▲나는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한다. 과정이 튼튼하고 내용이 알차면 결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 그동안 지도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이치다. 결과에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상황이 틀어지게 된다. 두 번째로는 선수들과의 소통인데, 나는 사실 평소에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고 특히 시합 중인 경기장 안에선 선수들을 엄격하게 다루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대화의 창을 열어두려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선수들이 휴가나 연휴기간 동안 자기들끼리 어울려 여행을 간다 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따라가곤 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다. 선수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을 알 수도 없고 나의 생각 또한 그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답게’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감독은 감독답게 코치는 코치답게 선수들도 1학년은 1학년답게 그리고 3학년은 3학년답게 팀 구성원끼리 각자의 본분을 깨닫고 맡은 바 임무를 하는 것은 팀의 질서, 그리고 규율을 위해서다.

-신입생은 어떻게 수급하나.


▲중학교 감독들의 추천, 그 다음 내가 직접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한 후, 스카우트를 결정한다. 사실 덕수고라고 해서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선수들 모두가 중학교의 정상급 선수들은 아니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나경민(시카고 컵스/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는 지금도 체격 조건이 작은 편이지만 덕수고 입학 당시에도 정말 작았다. 그런데 그 선수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손의 크기가 무척이나 컸고, 손목과 발목이 참으로 가는 편이었다. 그런 선수들은 체격이 작아도 힘이 뒷받침되는 선수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임병욱(넥센 히어로즈)은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성남의 매송중 출신이었는데 내 눈에는 정말 특징점이 하나도 없었던 선수였다. 빠른 베이스러닝 실력 하나만 보고 선발했던 선수였다. 그렇게 선수들마다 신체적인 특징과 야구의 기능적인 특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선발을 주저하지 않는다.

투수는 연습시합이나 훈련 때 반드시 포수 뒤에서 투구 자체를 보고 선발한다. 투구시의 밸런스와 특히, 공의 회전 상태를 보고 선발한다. 볼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것은 볼의 회전이기 때문이다.

역시 야구 사관학교…첫 모교 감독
신체적 특징과 기능적 특기 살려야

포수의 경우에는 유연성을 먼저 보지만, 무엇보다 두뇌가 똑똑한 선수들을 선발하려 노력한다. 내 경험상 포수는 정말 똑똑해야 한다. 처음 대하는 타자를 타석에서의 스윙폼만 보고도 투수의 구종을 결정하게끔 하는 정도가 돼야 하고 그러한 센스와 두뇌를 갖춰야만 한다. 물론 블로킹과 송구 등 포수의 기본기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고.

-덕수고 포수는 골치가 아픈 포지션이겠다. 그렇다면 투수의 구종을 포수가 결정하나?

▲아니다. 투수의 구종 결정은 내가 한다. 그건 투수코치에게도 권한을 주지 않았다. 다만, 몇몇의 상황서 내가 내린 구종의 결정보다 투수와 포수가 자기들이 결정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온다면, 그것은 100% 그들의 몫으로 넘기고 승부하라고 지시할 뿐이다.

-해마다 덕수고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몇 명 정도인가.

▲요즘은 임의배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전부 특기생으로 간주되어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 내 생각으로는 한 학년으로 구성되는 선수들의 숫자가 15명 정도가 이상적인데 그것보다는 훨씬 많은 수가 덕수고 야구부를 구성하고 있다.


-월회비는 얼마 정도인가. 외부에선 위상으로 볼 때 무척 높다고 하던데?

▲야구부의 회비와 숙소의 식비 일체는 학교계좌로 지급돼 회계처리를 받는데 야구부의 월 회비는 30만원이고, 식비는 하루 세끼 기준으로 35만원, 때로는 40만원 정도다. 한 달 야구부원 한 명이 부담하는 비용은 65만원에서 70만원 정도다.

덕수고는 동문회와 학교 당국의 지원을 많이 받는 학교인데, 그 정도의 비용이 무척이나 높은 것이라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필자가 나중에 확인했던 바로는, 특기생인 야구부원들이 면제 받는 등록금의 액수와 연관해 실제로 지급하는 매월 회비와 식비의 총 비용은 선수 한 명당 50만원 정도였다.)

-동계전지훈련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동계전지훈련은 2017년 1월11일 출발 예정이고, 행선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그 기간 동안 날씨를 비롯한 기후 조건, 야구 인프라, 현지서 훈련을 병행하며 연습경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되는 동 연령대의 미국 팀들보다 나은 여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까지 가서 두 달 가까이 체류하는 비용인데, 우리는 학교 당국과 덕수고 동문회서 총 경비 중 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미국 LA현지의 동문회서도 비용의 지원과 현지 섭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선수 개인이 부담하는 미국 전지훈련의 1인당 비용은 350만원이다. 그 비용으로 왕복 항공료와 50일 동안의 숙박료, 하루 세끼의 식비와 간식비용, 야구장 이용료와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용료, 세탁비와 현지서의 선수단 이동을 위한 교통비까지 모두 충당하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료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싱가폴에어라인과 접촉해 한국서 미국 LA까지의 직항으로 1인당 97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예약했다. 체류 50일 기준 선수 1인당 하루에 약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외국으로 훈련을 떠나는 고등학교가 많지 않다.

▲지금은 수치가 많이 줄었지만, 예전의 덕수상고는 한때 우리나라 제1금융권인 모든 은행들 남자 행원의 40%를 차지했을 만큼 실업계 명문고였다. 그런 동문 선배들이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각출해 항상 덕수고 야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미떼 군단의 지원인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도 거의 덕수고 출신으로 모교에 부임하는데 그분들의 야구에 관한 애정은 감독인 나조차도 놀랄 정도다. 내가 덕수고 야구부의 인프라를 한창 구축하고 있을 때 교장이셨던 분은 나의 재학시절 담임선생님이셨다. 학교 지원을 요청할 때 그분께 칭얼대며 어리광까지 부릴 수 있었지. (웃음)

이번에 우리 덕수고와 서울고, 배명고, 충암고, 경기도 분당의 야탑고와 제주국제대 야구부까지 같은 지역으로 동계전지훈련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 체류 중 리그전을 펼칠 예정이고 동 연령대의 미국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냥 지역의 클럽팀들이 아니고 메이저리거를 목표로 야구를 하는 강팀들이다. 모든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고 우리 덕수고와 시합하면 우리가 항상 5∼6점 차이로 완패를 당했었다. 이런 수준의 팀들과 계속 리그전을 치를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한 명을 꼽는다면?

▲음… (한참을 생각한 후) 딱 한 명만 꼽는다면 덕수고 야구부서 활약한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던 이정호를 꼽고 싶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정말로 최선을 다 했던 선수다. 야구부의 연습이 끝난 후 항상 새벽까지 학업 공부를 했었고, 그 때문에 야구 훈련 중 언제나 코피를 쏟았었다.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정말 대단했던 선수며,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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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