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덕수고 야구부 정윤진 감독

“감독은 감독답게∼ 선수는 선수답게∼”

마침 덕수고 야구부의 휴일이었다. 정윤진 감독은 편안한 사복차림으로 기자를 기다렸다. 그는 장시간에 걸쳐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차분하게 덕수고 야구부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감독 본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선수 시절은 어땠나?

▲선수 시절의 나는 아주 작은 자질에만 의존해 자만심을 가지고 훈련을 게을리 했던 그런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적이 있었는데, 부상으로 장시간의 공백기 후 돌아오니 유격수 자리를 후배였던 김재걸(전 삼성 라이온즈)에게 뺏겼다.

결국 고등학교서 나의 마지막 포지션은 3루수였고, 졸업 후에는 대학으로의 진학보다는 프로로 가기를 원했었다. 당시에는 프로야구팀들의 드래프트 대상이 대졸 선수로 국한돼 있는 상황이었고 고졸 선수들은 프로팀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거나 아니면 신고 선수로 입단하는 형태였다.

(LG 트윈스의 전신이었던) MBC 청룡과의 접촉을 통해 입단을 앞두고 있었는데, 군대 영장이 나와 상무로 입단하게 됐다. 군 시절에도 그렇게 훈련을 열심히 하던 선수는 아니어서 전역 후에는 나를 찾는 프로구단이 없어진 상태였다.

-모교 출신의 첫 번째 감독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덕수고서 생활을 시작했나?

▲전역 후 야구와 관련이 없는 분야서 직장생활을 잠시 했는데, 당시 덕수고의 정기조 감독께서 나를 부르셨다. 무조건 와서 코치를 하라고. 결국 모교로 돌아와 1994년부터 2007년 5월까지 코치로, 그리고 2007년 6월부터 감독이 되어 지금까지 23년째 덕수고에서 지도자로 생활하고 있다.

23년 전 코치로 부임했던 날, 자정 무렵에 혼자 야구장의 투수마운드서 이렇게 결심한 적이 있었다. ‘선수로서는 실패한 야구인생이지만, 지도자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고…’ 코치로 부임했던 당시의 대표적인 선수가 정수근(전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이었는데 그의 동기들과 1년 365일을 같이 합숙하며 오로지 야구훈련에만 몰입했었다.

-선수 지도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강팀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을 텐데?

▲나는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한다. 과정이 튼튼하고 내용이 알차면 결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 그동안 지도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이치다. 결과에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상황이 틀어지게 된다. 두 번째로는 선수들과의 소통인데, 나는 사실 평소에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고 특히 시합 중인 경기장 안에선 선수들을 엄격하게 다루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대화의 창을 열어두려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선수들이 휴가나 연휴기간 동안 자기들끼리 어울려 여행을 간다 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따라가곤 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다. 선수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을 알 수도 없고 나의 생각 또한 그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답게’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감독은 감독답게 코치는 코치답게 선수들도 1학년은 1학년답게 그리고 3학년은 3학년답게 팀 구성원끼리 각자의 본분을 깨닫고 맡은 바 임무를 하는 것은 팀의 질서, 그리고 규율을 위해서다.

-신입생은 어떻게 수급하나.

▲중학교 감독들의 추천, 그 다음 내가 직접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한 후, 스카우트를 결정한다. 사실 덕수고라고 해서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선수들 모두가 중학교의 정상급 선수들은 아니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나경민(시카고 컵스/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는 지금도 체격 조건이 작은 편이지만 덕수고 입학 당시에도 정말 작았다. 그런데 그 선수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손의 크기가 무척이나 컸고, 손목과 발목이 참으로 가는 편이었다. 그런 선수들은 체격이 작아도 힘이 뒷받침되는 선수다.

-선수들을 선발하거나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은?

임병욱(넥센 히어로즈)은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성남의 매송중 출신이었는데 내 눈에는 정말 특징점이 하나도 없었던 선수였다. 빠른 베이스러닝 실력 하나만 보고 선발했던 선수였다. 그렇게 선수들마다 신체적인 특징과 야구의 기능적인 특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선발을 주저하지 않는다.

투수는 연습시합이나 훈련 때 반드시 포수 뒤에서 투구 자체를 보고 선발한다. 투구시의 밸런스와 특히, 공의 회전 상태를 보고 선발한다. 볼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것은 볼의 회전이기 때문이다.

역시 야구 사관학교…첫 모교 감독
신체적 특징과 기능적 특기 살려야

포수의 경우에는 유연성을 먼저 보지만, 무엇보다 두뇌가 똑똑한 선수들을 선발하려 노력한다. 내 경험상 포수는 정말 똑똑해야 한다. 처음 대하는 타자를 타석에서의 스윙폼만 보고도 투수의 구종을 결정하게끔 하는 정도가 돼야 하고 그러한 센스와 두뇌를 갖춰야만 한다. 물론 블로킹과 송구 등 포수의 기본기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고.

-덕수고 포수는 골치가 아픈 포지션이겠다. 그렇다면 투수의 구종을 포수가 결정하나?

▲아니다. 투수의 구종 결정은 내가 한다. 그건 투수코치에게도 권한을 주지 않았다. 다만, 몇몇의 상황서 내가 내린 구종의 결정보다 투수와 포수가 자기들이 결정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온다면, 그것은 100% 그들의 몫으로 넘기고 승부하라고 지시할 뿐이다.

-해마다 덕수고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몇 명 정도인가.

▲요즘은 임의배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입학하는 선수들도 전부 특기생으로 간주되어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 내 생각으로는 한 학년으로 구성되는 선수들의 숫자가 15명 정도가 이상적인데 그것보다는 훨씬 많은 수가 덕수고 야구부를 구성하고 있다.

-월회비는 얼마 정도인가. 외부에선 위상으로 볼 때 무척 높다고 하던데?

▲야구부의 회비와 숙소의 식비 일체는 학교계좌로 지급돼 회계처리를 받는데 야구부의 월 회비는 30만원이고, 식비는 하루 세끼 기준으로 35만원, 때로는 40만원 정도다. 한 달 야구부원 한 명이 부담하는 비용은 65만원에서 70만원 정도다.

덕수고는 동문회와 학교 당국의 지원을 많이 받는 학교인데, 그 정도의 비용이 무척이나 높은 것이라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필자가 나중에 확인했던 바로는, 특기생인 야구부원들이 면제 받는 등록금의 액수와 연관해 실제로 지급하는 매월 회비와 식비의 총 비용은 선수 한 명당 50만원 정도였다.)

-동계전지훈련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동계전지훈련은 2017년 1월11일 출발 예정이고, 행선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그 기간 동안 날씨를 비롯한 기후 조건, 야구 인프라, 현지서 훈련을 병행하며 연습경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되는 동 연령대의 미국 팀들보다 나은 여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까지 가서 두 달 가까이 체류하는 비용인데, 우리는 학교 당국과 덕수고 동문회서 총 경비 중 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미국 LA현지의 동문회서도 비용의 지원과 현지 섭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선수 개인이 부담하는 미국 전지훈련의 1인당 비용은 350만원이다. 그 비용으로 왕복 항공료와 50일 동안의 숙박료, 하루 세끼의 식비와 간식비용, 야구장 이용료와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용료, 세탁비와 현지서의 선수단 이동을 위한 교통비까지 모두 충당하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료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싱가폴에어라인과 접촉해 한국서 미국 LA까지의 직항으로 1인당 97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예약했다. 체류 50일 기준 선수 1인당 하루에 약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외국으로 훈련을 떠나는 고등학교가 많지 않다.

▲지금은 수치가 많이 줄었지만, 예전의 덕수상고는 한때 우리나라 제1금융권인 모든 은행들 남자 행원의 40%를 차지했을 만큼 실업계 명문고였다. 그런 동문 선배들이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각출해 항상 덕수고 야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미떼 군단의 지원인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도 거의 덕수고 출신으로 모교에 부임하는데 그분들의 야구에 관한 애정은 감독인 나조차도 놀랄 정도다. 내가 덕수고 야구부의 인프라를 한창 구축하고 있을 때 교장이셨던 분은 나의 재학시절 담임선생님이셨다. 학교 지원을 요청할 때 그분께 칭얼대며 어리광까지 부릴 수 있었지. (웃음)

이번에 우리 덕수고와 서울고, 배명고, 충암고, 경기도 분당의 야탑고와 제주국제대 야구부까지 같은 지역으로 동계전지훈련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 체류 중 리그전을 펼칠 예정이고 동 연령대의 미국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냥 지역의 클럽팀들이 아니고 메이저리거를 목표로 야구를 하는 강팀들이다. 모든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고 우리 덕수고와 시합하면 우리가 항상 5∼6점 차이로 완패를 당했었다. 이런 수준의 팀들과 계속 리그전을 치를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한 명을 꼽는다면?

▲음… (한참을 생각한 후) 딱 한 명만 꼽는다면 덕수고 야구부서 활약한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던 이정호를 꼽고 싶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정말로 최선을 다 했던 선수다. 야구부의 연습이 끝난 후 항상 새벽까지 학업 공부를 했었고, 그 때문에 야구 훈련 중 언제나 코피를 쏟았었다.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정말 대단했던 선수며,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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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