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더 내는’ 이상한 자동차세의 비밀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6.11.28 10:38:28
  • 호수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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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달라도 세금은 똑같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차값이 달라도 세금은 똑같이 낸다. 동일 배기량의 1000만원대 국산차와 억대에 달하는 수입차에 매기는 자동차세가 다르지 않다. 서민에게 불리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국회부의장)이 자동차세의 조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냈다. 심 의원은 지난 9월, 현행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를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제차만 유리
조세형평 어긋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에 비해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 520d(1995㏄)는 쏘나타(1999㏄)보다 가격이 3배 정도 비싸지만 배기량이 비슷해 자동차세는 둘 다 약 4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자동차세의 과세기준은 50년 전에 만들어져 기술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6000만원대 전기자동차 BMW i3는 내연기관이 없어 배기량을 측정할 수 없다보니 과세표준서 ‘그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연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가액 1500만원 이하는 자동차 가액의 1000분의 8, 자동차 가액 15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는 12만원+(1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14), 자동차 가액 3000만원 초과시에는 33만원+(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0)에 따라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표적인 경차인 모닝의 경우(신차 기본사양 기준) 자동차세가 현행 7만9840원(998㏄)서 7만32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아반떼는 22만2740원(1591㏄)서 11만2800원으로, 소나타는 39만9800원(1999㏄)서 22만4300원으로, 그랜져는 47만1800원(2359㏄)서 33만480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고가의 수입 승용차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된다.

 

2006년 외통부, 2010년 행안부와 기재부, 2013·2014년 환경부 등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차원의 연구서도 현행 자동차 세제를 가격, 연비, CO2 배출량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자동차 세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지만 법제화되진 못했다.

현행 지방세법 배기량에 따라 부과
동급 국내차보다 적게 내는 고급차

참고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제는 총 12개의 세제로 구성돼있다. 자동차 구매단계서 6개(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공채), 보유단계서 2개(자동차세, 지방교육세), 이용단계서 4개(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수입차는 추가로 관세가 부과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체로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세금에 반영시키기 위해 자동차 관련세제를 환경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CO₂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관련 세제를 도입한 EU회원국은 17대국에 달한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는 주행세에 해당하는 유류세를 통해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세금에 반영되어 있다”며 “일반적인 자동차세는 재산세적인 성격인 만큼 자동차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행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세는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만큼 차량가격에 맞춰 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중저가 차량은 현행보다 세금을 줄여주고 고가의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세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8월 본격화됐다. 심 의원은 현행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가 고가차량보다 저가차량에 더 많이 부과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과세기준을 배기량서 차량가격으로 변경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해 10월 담당부처인 안전행정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되기도 했으나,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폐기됐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심 의원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공평과세 훼손
다시 도마 위에

자동차를 보유하는 동안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는 배기량 크기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하고 있다. 배기량 1000㏄이하 승용차는 ㏄당 104원, 1600㏄이하는 ㏄당 182원, 배기량 1600㏄를 초과하는 자동차는 ㏄당 260원의 세율이 매겨진다.(세율은 지방교육세30% 포함 금액)

차량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배기량만 적으면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이다. 때문에 최소 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350d, 2987㏄)의 자동차세가 3320만원에 불과한 그랜저(HG300, 2999㏄)보다 오히려 적게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넓이(㎡)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중저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상당히 불합리한 조세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판 자동차 중 1970만원짜리 준중형차 아반떼2.0(1999㏄)보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4000만원 이상 고급승용차 모델은 무려 1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아반떼와 자동차세가 동일한 4000만원 이상 고급차 모델도 14개나 됐다. 142개 모델 중엔 수입차 판매 상위에 오르내리는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아우디A4와 A6는 물론 최고급 스프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718박스터와 마칸까지 포함돼있다.

심지어 1억원이 넘는 최고급 차량도 준중형급 아반떼보다 연간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가격이 1억1000만원에 달하는 볼보의 최고급 SUV ‘XC90 T8 AWD’는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아반떼2.0보다 배기량이 30cc작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억원대 고가차를 보유한 부유층이 가격이 1/6에 불과한 1000만원대 준중형차를 보유한 서민보다 오히려 세금을 매년 적게 내고 있어 조세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고가차 모델 142개 중 76개가 경유차량인데 판매대수 기준으로 보면 무려 71.7%나 차지한다는 사실이다.(2015년 판매대수 기준) 1000만원대 차량보다 자동차세 부담이 적은 고가차량 대부분이 경유차여서 또 다른 경유차 우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 대비 85%에 불과한 경유에 대한 유류세가 미세먼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류세에 자동차세마저 경유차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동차 관련 세금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배기량 추세로 불평등 심화
판매가격 기준으로 변경 시급

자동차세 조세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고가 경유차를 중심으로 ‘엔진다운사이징(downsizing·엔진 배기량 축소)’ 추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동차세 과세체계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배기량기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년 전만 해도 1억원대 자동차에서 1000㏄대 저배기량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는 엔진다운사이징 추세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행 자동차세의 ㏄당 과세체계는 1967년에 만들어졌다. 이후 세율만 변경됐을 뿐 과세체계는 5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60년대는 고배기량차가 곧 고가의 고급차였기 때문에 ㏄당 과세체계는 자동차를 아파트와 같은 고가의 재산으로 보는 재산과세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당시 자동차 TV광고만 봐도 고배기량의 차가 곧 고가의 고급차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고배기량 차는 고가의 재산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엔진다운사이징 추세로 인해 2000㏄미만의 저배기량 차량이라도 가격이 4000만원에서 1억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세의 재산과세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년이나 된
낡은 과세체계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세는 구입 후 전혀 운행을 하지 않아도 부과되는 보유세이기 때문에 재산세 기능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세금의 기능적 측면에서도 운행세 측면이 강한 배기량 기준보다 차량가격 기준으로 변경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비싼 자동차를 보유한 부유층들은 세금을 더 내고, 저렴한 자동차를 가진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가격으로 변경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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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