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더 내는’ 이상한 자동차세의 비밀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6.11.28 10:38:28
  • 호수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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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달라도 세금은 똑같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차값이 달라도 세금은 똑같이 낸다. 동일 배기량의 1000만원대 국산차와 억대에 달하는 수입차에 매기는 자동차세가 다르지 않다. 서민에게 불리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국회부의장)이 자동차세의 조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냈다. 심 의원은 지난 9월, 현행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를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제차만 유리
조세형평 어긋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에 비해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 520d(1995㏄)는 쏘나타(1999㏄)보다 가격이 3배 정도 비싸지만 배기량이 비슷해 자동차세는 둘 다 약 4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자동차세의 과세기준은 50년 전에 만들어져 기술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6000만원대 전기자동차 BMW i3는 내연기관이 없어 배기량을 측정할 수 없다보니 과세표준서 ‘그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연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가액 1500만원 이하는 자동차 가액의 1000분의 8, 자동차 가액 15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는 12만원+(1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14), 자동차 가액 3000만원 초과시에는 33만원+(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0)에 따라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표적인 경차인 모닝의 경우(신차 기본사양 기준) 자동차세가 현행 7만9840원(998㏄)서 7만32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아반떼는 22만2740원(1591㏄)서 11만2800원으로, 소나타는 39만9800원(1999㏄)서 22만4300원으로, 그랜져는 47만1800원(2359㏄)서 33만480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고가의 수입 승용차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된다.

 

2006년 외통부, 2010년 행안부와 기재부, 2013·2014년 환경부 등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차원의 연구서도 현행 자동차 세제를 가격, 연비, CO2 배출량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자동차 세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지만 법제화되진 못했다.

현행 지방세법 배기량에 따라 부과
동급 국내차보다 적게 내는 고급차

참고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제는 총 12개의 세제로 구성돼있다. 자동차 구매단계서 6개(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공채), 보유단계서 2개(자동차세, 지방교육세), 이용단계서 4개(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수입차는 추가로 관세가 부과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체로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세금에 반영시키기 위해 자동차 관련세제를 환경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CO₂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관련 세제를 도입한 EU회원국은 17대국에 달한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는 주행세에 해당하는 유류세를 통해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세금에 반영되어 있다”며 “일반적인 자동차세는 재산세적인 성격인 만큼 자동차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행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세는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만큼 차량가격에 맞춰 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중저가 차량은 현행보다 세금을 줄여주고 고가의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세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8월 본격화됐다. 심 의원은 현행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가 고가차량보다 저가차량에 더 많이 부과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과세기준을 배기량서 차량가격으로 변경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해 10월 담당부처인 안전행정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되기도 했으나,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폐기됐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심 의원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공평과세 훼손
다시 도마 위에

자동차를 보유하는 동안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는 배기량 크기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하고 있다. 배기량 1000㏄이하 승용차는 ㏄당 104원, 1600㏄이하는 ㏄당 182원, 배기량 1600㏄를 초과하는 자동차는 ㏄당 260원의 세율이 매겨진다.(세율은 지방교육세30% 포함 금액)

차량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배기량만 적으면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이다. 때문에 최소 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350d, 2987㏄)의 자동차세가 3320만원에 불과한 그랜저(HG300, 2999㏄)보다 오히려 적게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넓이(㎡)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중저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상당히 불합리한 조세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판 자동차 중 1970만원짜리 준중형차 아반떼2.0(1999㏄)보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4000만원 이상 고급승용차 모델은 무려 1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아반떼와 자동차세가 동일한 4000만원 이상 고급차 모델도 14개나 됐다. 142개 모델 중엔 수입차 판매 상위에 오르내리는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아우디A4와 A6는 물론 최고급 스프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718박스터와 마칸까지 포함돼있다.

심지어 1억원이 넘는 최고급 차량도 준중형급 아반떼보다 연간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가격이 1억1000만원에 달하는 볼보의 최고급 SUV ‘XC90 T8 AWD’는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아반떼2.0보다 배기량이 30cc작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억원대 고가차를 보유한 부유층이 가격이 1/6에 불과한 1000만원대 준중형차를 보유한 서민보다 오히려 세금을 매년 적게 내고 있어 조세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고가차 모델 142개 중 76개가 경유차량인데 판매대수 기준으로 보면 무려 71.7%나 차지한다는 사실이다.(2015년 판매대수 기준) 1000만원대 차량보다 자동차세 부담이 적은 고가차량 대부분이 경유차여서 또 다른 경유차 우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 대비 85%에 불과한 경유에 대한 유류세가 미세먼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류세에 자동차세마저 경유차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동차 관련 세금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배기량 추세로 불평등 심화
판매가격 기준으로 변경 시급

자동차세 조세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고가 경유차를 중심으로 ‘엔진다운사이징(downsizing·엔진 배기량 축소)’ 추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동차세 과세체계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배기량기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년 전만 해도 1억원대 자동차에서 1000㏄대 저배기량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는 엔진다운사이징 추세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행 자동차세의 ㏄당 과세체계는 1967년에 만들어졌다. 이후 세율만 변경됐을 뿐 과세체계는 5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60년대는 고배기량차가 곧 고가의 고급차였기 때문에 ㏄당 과세체계는 자동차를 아파트와 같은 고가의 재산으로 보는 재산과세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당시 자동차 TV광고만 봐도 고배기량의 차가 곧 고가의 고급차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고배기량 차는 고가의 재산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엔진다운사이징 추세로 인해 2000㏄미만의 저배기량 차량이라도 가격이 4000만원에서 1억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세의 재산과세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년이나 된
낡은 과세체계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세는 구입 후 전혀 운행을 하지 않아도 부과되는 보유세이기 때문에 재산세 기능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세금의 기능적 측면에서도 운행세 측면이 강한 배기량 기준보다 차량가격 기준으로 변경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비싼 자동차를 보유한 부유층들은 세금을 더 내고, 저렴한 자동차를 가진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가격으로 변경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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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