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향기 물씬나는 골목길을 찾아서 ③경기 수원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흐르는 길 ‘행궁동 골목’

수원 행궁동은 수원 화성 일대의 장안동, 신풍동, 북수동, 남창동, 매향동, 남수동, 지수동 등 12개 법정동을 일컫는 이름이다.

220여년 전 화성이 축성될 당시부터 불과 수십년 전까지 행궁동은 수원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개발 규제로 시간이 멈춘 듯 쇠락했다.

이런 행궁동에 주민, 시민 단체,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벽화를 그리면서 골목이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원 화성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행궁동 골목은 벽화마을과 공방거리, 수원통닭거리, 지동시장 등 특색에 따라 다양하다. 수원 화성을 구경하다가 골목으로 빠지면 볼거리, 먹거리, 살 것이 가득하다. 행궁동 골목은 수원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이어져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수원 화성행궁은 행궁동 골목 여행의 출발점이다. 먼저 화성행궁에 들러보자. 화성행궁은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인 현륭원을 자주 찾던 정조가 머물던 임시 궁궐이다. 정조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열어드렸다. 봉수당에는 정조와 혜경궁홍씨의 모습을 복원해놓았다. 행궁 가장 오른쪽에 다소 떨어진 건물이 화령전으로, 정조의 어진을 모셨다. 행궁에서 가장 호젓한 곳은 미로한정이다. 언덕에 자리해 화성행궁과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행궁을 둘러보고 나와서 무예24기 시범 공연을 구경하자. 이 공연은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 펼쳐진다. 무예24기는 정조가 직접 편찬에 관여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기술을 말한다. 칼, 창, 봉, 맨손 무술 등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공연에 관객은 환호성을 보낸다.

이제 본격적으로 골목 여행에 나설 차례다. 화성행궁광장에서 신풍루를 바라볼 때 오른쪽은 골목, 왼쪽은 공방거리가 이어진다. 골목 여행은 수원문화재단이 정리한 ‘왕의 골목’ 코스를 참고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총 3개 코스가 있으며, 추천하는 동선은 화성행궁-이야기가 있는 옛길-나혜석 생가터-수원전통문화관-행궁동 벽화마을(대안공간 눈)-수원화성박물관-화성행궁 순이다.


도심의 활기

수원 화성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전시하는 신풍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사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골목이 보인다. 담벼락에 환한 꽃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라 적혔다. 휘파람을 불며 호젓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송악철학관 담벼락에 가득한 연꽃은 철학관 주인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기차기와 말뚝박기 벽화가 있고, 바닥에는 사방치기 그림이 있다. 모처럼 옛 기억을 되살려 사방치기를 해보지만, 순서가 헷갈린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은 놀이터였다. 술래잡기, 다방구, 구슬치기 등을 하며 골목에서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 끝나고 모퉁이를 몇 번 돌면, 꽃으로 장식된 나혜석 생가터를 만난다. 나혜석은 행궁동 부활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예술가들이 행궁동에 들어오면서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이곳 출신인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재발견되어 행궁동에서 예술문화제가 열렸다.

나혜석의 재발견

나혜석 생가터와 가까운 수원전통문화관도 꼭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홍씨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 고증을 통해 상차림을 복원했는데, 정조의 수라상은 10첩을 넘지 않았다. 참으로 검소한 군주가 아닐 수 없다. 정조가 행궁의 낙남헌에서 양로연을 열었을 때의 상차림, 혜경궁홍씨의 아침상과 반과상 등도 전시된다.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나와 장안사거리를 지나면 화려한 벽화로 치장한 건물이 보인다. 시민 단체 ‘대안공간 눈’으로, 행궁동 벽화마을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수원 출신 작가들의 전시장과 문화 공연 공간으로 이용된다. 현재 대안공간 눈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봄’에서 라켈 셈브리 추모전 ‘라켈을 기억하다-Big Gold Fish’가 열린다.

브라질 작가 라켈 셈브리는 지난 2010년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에 참여, 금보여인숙 담벼락에 커다란 황금물고기를 그렸다. 이 그림은 행궁동 벽화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라켈은 고향에서 아기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행궁동 골목 여행의 출발점, 화성행궁
골목 벽화가 만들어내는 동화 속 세상

벽화는 건물 뒤편 골목에 있다. 골목마다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 따뜻하다. 몇몇 작품은 붉은 페인트로 덧칠이 된 상태다. 이곳 대표작 ‘금보여인숙 황금물고기’도 사라졌다.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행궁동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벽화가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벽화마을에서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면 수원화성박물관에 닿는다. 정조 즉위 240주년을 기념해 12월4일까지 특별 기획전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이 열린다. 정조 태 항아리, 정조 왕세손 책봉 교명과 보관함, 정조 황제 추존 옥보 등 처음 공개되는 유물도 많다. 특히 상어 가죽으로 만든 옥보 보관함이 이색적이다. 수원 화성 관련 유물은 <화성성역의궤>와 그 국역본, 프랑스 번역본을 함께 전시한다. 2층 화성 축성실과 화성 문화실에서는 화성 축성 과정과 도시의 발전, 축성에 참여한 인물, 8일간 이어진 정조의 행차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행궁동 골목 여행을 마치면 공방거리를 거쳐 먹거리 골목을 구경할 차례다. 화성행궁광장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공방거리가 나온다. 거리에는 다양한 공방에서 만든 소박한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이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한 ‘한데우물’을 지나면 팔달문이다.

팔달문 저잣거리

수원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주변은 온통 저잣거리다. 지동시장 주변은 수원천과 어우러져 야경이 아름답고, 먹거리로 순대타운의 순대곱창볶음이 유명하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원통닭거리에 가보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골목에 진동한다. 저녁을 먹고 수원 화성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연인들이 호젓한 달빛 쏟아지는 성곽을 걷는 모습이 로맨틱하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화성행궁→이야기가 있는 옛길→나혜석 생가터→수원전통문화관→행궁동 벽화마을(대안공간 눈)→수원화성박물관→화성행궁→공방거리→팔달문→지동시장(수원통닭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화성행궁→이야기가 있는 옛길→나혜석 생가터→수원전통문화관→행궁동 벽화마을(대안공간 눈)→수원화성박물관→화성행궁→공방거리→팔달문→지동시장(수원통닭거리)
- 둘째 날: 수원 화성(팔달문-서장대-장안문-팔달문)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수원시청 www.suwon.go.kr
- 수원문화재단 www.swcf.or.kr
- 수원화성박물관 http://hsmuseum.suwon.go.kr

문의 전화
- 수원시청 관광과 031)228-2409
- 수원문화재단 031)290-3600
- 화성행궁관광안내소 031)228-4480
- 수원화성박물관 031)228-4242
- 팔달문관광안내소 031)228-2765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서울역-수원역, KTX·무궁화호 등 수시(05:20~22:50) 운행, 약 30분 소요.
부산역-수원역, KTX 하루 4회(10:15~20:2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수원역 4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11·13·35번 시내버스 승차, 화성행궁 정류장 하차, 약 10분 소요.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광주-수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5~34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수원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64·112번 시내버스 승차, 화성행궁 정류장 하차, 약 25분 소요.
(문의 :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IC→창룡대로→정조로→화성행궁광장→화성행궁 주차장

숙박 정보
- 수원호텔꼬모: 팔달구 효원로219번길, 031)233-8966, www.hotelcomo.co.kr (굿스테이)
- 호텔 테이트: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031)222-6100, http://hoteltate.com (굿스테이)
- 테마모텔: 장안구 파장천로, 031)271-6927 (굿스테이)
- 공존공간게스트하우스: 팔달구 화서문로45번길, 070-4241-2116, http://vorovong.wixsite.com/cospace

식당 정보
- 원조엄마네: 순대곱창볶음, 팔달구 팔달문로(지동시장 내), 031)253-5210
- 장안통닭: 프라이드치킨·양념치킨, 팔달구 팔달문로3번길, 031)252-5190
- 진미통닭: 프라이드치킨·양념치킨,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031)255-3401
- 본수원갈비: 갈비, 팔달구 중부대로223번길, 031)211-8434, www.bonsuwon.co.kr

주변 볼거리
수원 화성, 월화원, 나혜석거리, 수원박물관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