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정춘숙 의원

“대통령이 물러나야 나라가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스물두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을 만나봤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중이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 대부분은 대통령의 2선 퇴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현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촛불집회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일, <일요시사>는 정 의원을 만나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회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는 처음이다.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국민의 입장에서 마땅히 물어볼 만한 사안인데도 국무위원들이 답변을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피감기관서 자료를 제때 안주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틀린 자료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일주일 동안 국감을 거부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대부분 언론서 이번 국감 성적을 F학점으로 줬는데, 나름 열심히 국감에 임했던 우리(민주당)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선 ‘과연 충분히 검토가 된 것일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새로 편성된 예산의 경우 그것이 왜 필요한지 기관에서 설명해줘야 하는데, 무턱대고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예산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예산은 국민의 세금을 쓰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한번 편성된 예산은 엎어지지 않고 계속 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꼼꼼히 따져봤다.


- 야 3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보면 ‘최순실 예산’을 삭감한다는 내용이 있다.
▲최순실·차은택 예산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를 테면 해외 ODA(개도국 개발협력사업)를 주관하는 ‘국제보건의료재단’이 올해 박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때 갔던 우간다, 케냐 등을 대상으로 ‘아프리카 소녀보건’ 사업을 실시했다.

보건교육 프로그램 영상물 등을 해당 국가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영상물을 제작한 곳이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라고 실질적으로 차은택의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업체였다. 영상물의 수준이 매우 떨어져 도저히 9900만원의 예산을 들였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9900만원이 적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단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해당 사업 예산이 이번에 11억9000만원으로 증액됐다. 9900만원이 11억원짜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예산은 적극 삭감하고 신규 예산도 설명이 안 되면 못 들어오게 했다.

최순실·차은택 예산 “절대 못 넘어가”
9900만원이 11억…곳곳에 숨은 그림자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한지 10개월이 지났다. 여가위원으로서 평가해 주신다면?
▲여가부 장관이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의혹이 많은데도 끝까지 자신들의 선택이 맞았다고 주장하고 변명한다. 심지어 여가위 국감은 정부·여당의 버티기로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되기도 했다.
 

역사상 이런 일이 없었다. 야당에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 한 명만 부르자고 제안했지만, 끝까지 반대하더라. 또한 일·가정 양립을 주장하는데, 사실 출산·육아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짐을 지우는 정책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4대악과 관련해서도 지표가 전혀 나아진 부분이 없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그렇다. 문제는 여가부가 이런 수많은 여성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성, 사명감이 없다. 여가부가 처음 만들어질 때 외부에서 지지하고, 이명박정권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려 할 때 반대 시위도 했지만, 내가 했던 선택들이 과연 옳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여가부는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 최근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스토킹방지법)을 발의했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들은 ‘가정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모델로 삼아 처벌 규정이 약했다. 가정폭력 특례법상 구속률은 0.1%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스토킹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심한 폭력을 당하는가 하면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스토킹방지법에는 아주 제한적인 부분을 빼고 기본적으로 처벌을 강화한다는 게 기본 내용이다. 또한 피해자들이 자기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넣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소식을 접한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국민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낸 세금을 그 사람들이 다 먹은 것 아닌가. 도대체 그 사람들이 노동을 했나, 뭘 했나. 허탈함이 밀려들었다. 나도 그런데 국민들은 오죽했겠나.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감에 나와서 거짓말 한 사람들 모조리 처벌해야 된다. 국민들의 자부심을 한번에 날려버린 일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토요일날 집회(지난달 29일 촛불집회)에 갔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주셨다. 그 사람들의 분노, 허탈감, 수치심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아직도 상황판단이 안 되는 것 같다.

-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과 직접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인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나.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당연히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헌법 71조를 보면 총리의 권한 대행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과 민정수석이 어떻게 대통령을 수사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겠나.

무엇보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찌라시가 전부 진짜였다는 걸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됐지 않나. 박 대통령은 어서 2선으로 물러나 조사 받고, ‘책임총리’든 ‘거국내각’이든 해서 정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지지율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9∼10% 정도라고 한다. 현 상황을 보면 더 내려가면 내려갔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본다.


<chm@ilyosisa.co.kr>

 

[정춘숙은?]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졸업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인권위원장
▲전 서울시성평등위원회 위원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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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