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새, 갈대 명승지와 함께하는 '맛기행' ①전남 해남

갈대밭과 삼치회로 즐기는 남도의 가을

가을 여행의 주인공은 단풍이라지만,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갈대 아닐까.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면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갈대 하면 떠오르는 전남 순천만과 충남 서천 신성리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이다. 올해는 전남 해남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해남 서쪽에 자리한 고천암호는 국내에서 가장 광활한 갈대밭을 보여준다. 여느 갈대밭과 달리 차를 타고 다니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남은 맛 여행지로도 국내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다. 이 무렵이면 고소한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삼치회가 미식가들의 젓가락을 분주하게 만든다. 가을 분위기 가득한 갈대밭 드라이브와 푸짐한 삼치회 한 상은 최고의 가을 여행을 위한 소품이 된다.

해남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는 땅끝마을이지만, 이맘 때 해남 여행의 첫머리에 두어야 할 곳은 고천암호다. 해남군 화산면을 중심으로 해남읍과 황산면 일대에 자리한 고천암호는 1988년 고천암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생겼다. 호수와 간척지 등을 합쳐 넓이 2400만여㎡(726만여평), 둘레 14km에 달한다. 특히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펼쳐진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가을바람의 지휘에 따라 넘실거리는 갈대의 군무는 멀미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탐방로가 잘 갖춰졌고 정원처럼 정비된 순천만이나 서천 갈대밭과 달리, 고천암호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둑 위에서 바라보는 갈대밭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광활한 갈대밭에 전봇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 매력. 가도 가도 탁 트인 지평선이 이어진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없어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동호인도 즐겨 찾는다.

이국적 풍경


고천암호는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무대가 되었다. 드라마 〈추노〉에서 대길(장혁 분)과 태하(오지호 분)가 목숨 건 대결을 펼치기도 했고,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청풍명월〉 등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넓은 갈대밭은 철새를 불러 모은다. 고천암호는 한반도에서 제일가는 철새의 낙원이다. 바다와 갯벌이 간척 사업으로 드넓은 농토가 되면서 겨울 철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호수 주변의 무성한 갈대밭은 철새를 위한 은신처가 됐고, 추수가 끝난 농경지는 그들의 먹이 창고 역할을 했다. 고천암호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해 10여 종 20만여마리가 겨울을 난다고 알려졌다. 철새 탐조에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이라이트는 해 질 무렵 가창오리의 군무로, 고천후조(庫千候鳥)라 하여 해남8경에 속한다.

해남은 남도 맛의 본고장이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상다리 부러질 듯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 떡갈비, 낙지, 짱뚱어, 한정식 등 하고많은 음식 가운데 가을 해남의 최고 별미를 꼽으라면 단연 삼치회다.

고등어과의 등 푸른 생선인 삼치는 도시에서 구이나 조림을 해 먹지만, 남해안 사람들은 회로 즐긴다. 성질 급한 삼치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싱싱한 삼치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나 회로 맛본다. 해남은 고흥, 여수 등과 함께 맛있는 삼치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삼치가 가장 맛있을 때는 등과 배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치는 활어회로 먹지 않는다. ‘당일 바리’라고 부르는 갓 잡은 삼치는 질기고, 별다른 맛이 없다.

삼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적어도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 아이스박스나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키면 살이 연해지고, 감칠맛도 한결 더하다. 은백색을 띠는 뱃살은 지방 함량이 많아 고소하고, 등 쪽은 담백한 맛이 난다.

해남의 별미


해남 사람들은 삼치회를 초장에 찍어 먹지 않는다. 이곳에서 삼치회를 먹는 방법은 독특하다. 먼저 두툼한 해남 햇김에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가락 담는다. 밥에 커다란 삼치회 한 점을 얹고, 다진 파와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올린다. 여기에 해남 배추로 담근 묵은 김치 한 점을 더하면 삼치삼합이 완성된다. 삼치회를 한 점 맛보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씹지 않고 혀로 즐길 만큼 부드럽다.

가을 해남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 대흥사가 있다. 두륜산 자락에 깃든 대흥사는 오랜 역사와 그윽한 정취를 자랑하는 남도의 대표 절집 가운데 한 곳이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이던 서산대사가 입적한 뒤 봉안되었고,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도 오랫동안 머물렀다.

대흥사는 조선 후기 명필의 글씨가 이곳저곳에 현판으로 걸려 ‘서예 박물관’으로 불린다. 대웅보전 현판은 18세기 명필인 원교 이광사의 글씨로, 무량수각과 일로향실, 동국선원의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썼다. 해탈문에 사천왕상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동서남북을 둘러싼 천관산, 선은산, 달마산, 월출산이 사천왕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흥사 앞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걸어볼 것을 권한다. 매표소부터 일주문까지 4km에 이르는 장춘숲길은 삼나무와 편백이 빽빽하다. 예부터 구곡장춘(九曲長春)이라고 했다. 아홉 굽이 숲길이라 ‘구곡’, 이 긴 길이 봄에 좋아 ‘장춘’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가을 운치도 봄 못지않다.

철새의 낙원 드넓은 고천암호
두륜산 자락에 깃든 역사와 정치

숲길은 매표소 오른쪽으로 난 작은 산책로에서 시작한다. 측백나무와 편백이 가득한 숲길은 가을의 청량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지럽던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동백나무가 늘어선 숲길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흙길이 끝나면 나무 데크 길이 나오고, 30분 남짓 걸으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매점 앞쪽은 대흥사로 가는 길이고, 뒤쪽은 땅끝천년숲옛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대흥사 가는 쪽으로 길을 잡으면 한옥 한 채가 보인다. 대흥사를 찾는 손님을 위한 숙소 ‘유선관’이다. 한때 남도의 예인들이 들락거리던 명소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진돗개 누렁이가 등산객의 길 안내까지 한다고 나왔다. 영화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에 소개된 이후 더 유명해졌다.

해남에 온 이들은 모두 땅끝으로 향한다. 솔숲이 바다를 둘러싼 땅끝송호해변을 지나면 땅끝마을이다. 북위 34도17분38초. 섬을 제외한 한반도 땅덩어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땅끝마을에는 횃불 모양 땅끝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한폭의 풍경화가 펼쳐진다. 오목하게 자리한 땅끝마을 앞쪽으로 유람선이 정박하고, 넓은 전복 양식장은 바다에 펼쳐놓은 바둑판같다. 망망대해에는 작은 섬이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하다. 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흑일도와 노화도, 보길도 등 크고 작은 섬이 점점이 떠 있다.

땅끝마을

전망대 아래 토말비까지 벼랑을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도 조성됐다. 땅끝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연말이면 이 땅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객이 몰려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