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③제주도 제주시

화산이 빚은 겹겹이 쌓인 시간 속을 걷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3개나 품은 곳이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으며, 2010년에는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등 12개 명소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선정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달았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대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섬. 화산이 빚은 자연의 걸작 속으로 특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과 그 아래 형성된 성산리·오조리의 역사, 문화, 생활 풍습 등을 엿보는 도보 여행 코스다. 성산갑문 입구에 있는 오조리 주차장에서 출발, 내수면을 따라 마을과 성산일출봉을 두루 거쳐 돌아오는 7㎞ 남짓한 원형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리며(성산일출봉 등반 시 40~60분 추가), 길이 평탄해서 걷기 좋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식산봉(食山峯)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적의 침입이 잦은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속여서 식산봉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 주변에는 희귀 염생식물 황근이 군락을 이룬다.

오조리에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볼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인근에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한 시기에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마을에 없어선 안 될 생명수 역할을 했다. 제주의 옛 생활상을 엿보는 중요한 장소지만, 상수도가 개발되면서 용천수의 역할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꼬마들이 늦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긴다.

독특한 지형


마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빨래나 예쁘게 가꾼 화단이 정겹고, 소박한 시골 마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마을 끝자락에 나타나는 투물러스(tumulus)는 내수면에 남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독특한 지형이 됐다.

이곳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이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예전에 섬이던 성산리와 본섬을 잇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을 메워 본섬과 이어지면서 옛 지형을 잃었지만,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당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에도 슬픈 역사의 흔적이 새겨졌다. 해변 절벽 여기저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살 특공 작전을 펼치기 위한 비밀 기지로 만든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해마다 300만명이 찾아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약 5000년 전 수심이 얕은 바닷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형성됐는데, ‘수성 화산 연구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진 길이라 오르기 다소 힘들지만,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수고를 보상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갑문을 지나면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오조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성산갑문을 지나기 전, 카페 코지에서 재미난 지오푸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세계지질공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외에도 세계지질공원을 걷기 여행으로 즐기는 트레일이 3개 더 있다. 김녕·월정,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운영되며, 올레길처럼 안내 표식을 이용해 언제든 자유롭게 탐방 가능하다.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해설사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을 만든 모체로 화산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안은 다양한 식생이 자라며, 역사·문화적 요소가 고루 섞인 학습의 장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세계적 규모의 용암동굴, 만장굴
7.6m 높이의 용암 석주가 고스란히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깊이 수십 미터의 수직 동굴 등 신비한 화산지형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굴 진지는 거문오름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무기를 숨기기 위해 분화구 곳곳에 동굴을 파서 진지를 만들었다.

분화구 중심에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흙 한 줌 없이 화산암뿐인 척박한 환경에도 나무들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숲을 이룬 풍경이 무척 신비롭다. 탐방 포인트마다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주어 생생하고 유익한 시간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정상 코스(약 1.8㎞, 1시간 소요)와 분화구 코스(약 5.5㎞, 2시간30분 소요)로 나뉘며, 분화구 코스에 자율적으로 능선 코스(약 5㎞, 2시간 소요)를 추가 탐방할 수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긴다.

거문오름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엮으면 여행이 훨씬 풍부해진다. 제주도의 탄생 과정과 지질구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 현장 학습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도 영상과 전시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으며, 설화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을 실감 나게 표현한 4D 영상도 볼 만하다.

여러 탐방 코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에 개방된 곳으로, 내부가 잘 보존되었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 중 1㎞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옛 흔적을 따라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높이 약 7.6m에 이르는 용암 석주를 만난다. 용암이 빚은 걸작 앞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세계지질공원 코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 세계자연유산 코스: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월정리해변
- 둘째 날: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관광공사 지질트레일 http://jejugeopark.com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http://wnhcenter.jeju.go.kr


○ 문의 전화
- 제주관광공사 064)740-6074
- 성산일출봉 064)783-0959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거문오름 탐방) 1800-2002
- 만장굴 064)710-7903

○ 대중교통 정보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0번 좌석버스 승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6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710·720번 시외버스(오전 6시 10분~오후 9시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환승, 거문오름 입구 하차,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064)753-1153

○ 자가운전 정보
제주국제공항→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향 우회전→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향 좌회전→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우회전→번영로→거문오름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내 거문오름탐방안내소

○ 숙박 정보
- 베니키아아이진호텔: 제주시 신대로22길, 064)745-0700, http://ijinhotel.com (베니키아)
- 비치스토리호텔: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064)784-7400 (굿스테이)
- 더클라우드호텔: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3-8366~7, www.cloudhotel.co.kr
- 제주아리: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507-1452-6780, http://jejuari.modoo.at
- 초롱민박: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242번길, 064)782-4589

○ 식당 정보
- 카페 코지: 커피·베이커리·지오푸드,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4-1005
- 거문오름꿈의숲: 흑돼지제육쌈밥·흑미궁중떡볶이,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2-9181, http://blog.naver.com/milim9181
- 하늘보리: 검정보리비빔밥·검정콩청국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4-6300
- 선흘방주할머니식당: 검정콩국수·고사리비빔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3-1253
-그리운바다성산포: 고등어추어탕·갈치회,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064)784-2128, http://sungsan.fordining.kr

 

○ 축제와 행사 정보
- 2016 제주목관아 작은음악회: 7월16일~9월10일(매주 토요일), 제주목관아 연희각 야외무대, 064)722-0203(제주문화원), http://jejucc.kr
- 2016 한여름밤의 새연교 콘서트: 9월9~10일, 새연교 특설 야외무대, 064)760-2653(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 서귀포칠십리축제: 9월30일~10월2일, 자구리공원·칠십리음식특화거리 일원, 064)760-3946(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http://70ni.seogwipo.go.kr


○ 주변 볼거리
섭지코지, 우도, 용눈이오름, 비자림, 다희연, 월정리해변, 함덕서우봉해변, 산굼부리, 성읍민속마을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