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③제주도 제주시

화산이 빚은 겹겹이 쌓인 시간 속을 걷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3개나 품은 곳이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으며, 2010년에는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등 12개 명소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선정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달았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대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섬. 화산이 빚은 자연의 걸작 속으로 특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과 그 아래 형성된 성산리·오조리의 역사, 문화, 생활 풍습 등을 엿보는 도보 여행 코스다. 성산갑문 입구에 있는 오조리 주차장에서 출발, 내수면을 따라 마을과 성산일출봉을 두루 거쳐 돌아오는 7㎞ 남짓한 원형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리며(성산일출봉 등반 시 40~60분 추가), 길이 평탄해서 걷기 좋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식산봉(食山峯)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적의 침입이 잦은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속여서 식산봉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 주변에는 희귀 염생식물 황근이 군락을 이룬다.

오조리에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볼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인근에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한 시기에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마을에 없어선 안 될 생명수 역할을 했다. 제주의 옛 생활상을 엿보는 중요한 장소지만, 상수도가 개발되면서 용천수의 역할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꼬마들이 늦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긴다.

독특한 지형


마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빨래나 예쁘게 가꾼 화단이 정겹고, 소박한 시골 마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마을 끝자락에 나타나는 투물러스(tumulus)는 내수면에 남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독특한 지형이 됐다.

이곳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이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예전에 섬이던 성산리와 본섬을 잇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을 메워 본섬과 이어지면서 옛 지형을 잃었지만,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당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에도 슬픈 역사의 흔적이 새겨졌다. 해변 절벽 여기저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살 특공 작전을 펼치기 위한 비밀 기지로 만든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해마다 300만명이 찾아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약 5000년 전 수심이 얕은 바닷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형성됐는데, ‘수성 화산 연구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진 길이라 오르기 다소 힘들지만,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수고를 보상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갑문을 지나면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오조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성산갑문을 지나기 전, 카페 코지에서 재미난 지오푸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세계지질공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외에도 세계지질공원을 걷기 여행으로 즐기는 트레일이 3개 더 있다. 김녕·월정,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운영되며, 올레길처럼 안내 표식을 이용해 언제든 자유롭게 탐방 가능하다.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해설사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을 만든 모체로 화산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안은 다양한 식생이 자라며, 역사·문화적 요소가 고루 섞인 학습의 장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세계적 규모의 용암동굴, 만장굴
7.6m 높이의 용암 석주가 고스란히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깊이 수십 미터의 수직 동굴 등 신비한 화산지형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굴 진지는 거문오름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무기를 숨기기 위해 분화구 곳곳에 동굴을 파서 진지를 만들었다.

분화구 중심에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흙 한 줌 없이 화산암뿐인 척박한 환경에도 나무들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숲을 이룬 풍경이 무척 신비롭다. 탐방 포인트마다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주어 생생하고 유익한 시간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정상 코스(약 1.8㎞, 1시간 소요)와 분화구 코스(약 5.5㎞, 2시간30분 소요)로 나뉘며, 분화구 코스에 자율적으로 능선 코스(약 5㎞, 2시간 소요)를 추가 탐방할 수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긴다.

거문오름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엮으면 여행이 훨씬 풍부해진다. 제주도의 탄생 과정과 지질구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 현장 학습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도 영상과 전시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으며, 설화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을 실감 나게 표현한 4D 영상도 볼 만하다.

여러 탐방 코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에 개방된 곳으로, 내부가 잘 보존되었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 중 1㎞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옛 흔적을 따라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높이 약 7.6m에 이르는 용암 석주를 만난다. 용암이 빚은 걸작 앞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세계지질공원 코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 세계자연유산 코스: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월정리해변
- 둘째 날: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관광공사 지질트레일 http://jejugeopark.com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http://wnhcenter.jeju.go.kr


○ 문의 전화
- 제주관광공사 064)740-6074
- 성산일출봉 064)783-0959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거문오름 탐방) 1800-2002
- 만장굴 064)710-7903

○ 대중교통 정보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0번 좌석버스 승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6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710·720번 시외버스(오전 6시 10분~오후 9시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환승, 거문오름 입구 하차,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064)753-1153

○ 자가운전 정보
제주국제공항→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향 우회전→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향 좌회전→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우회전→번영로→거문오름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내 거문오름탐방안내소

○ 숙박 정보
- 베니키아아이진호텔: 제주시 신대로22길, 064)745-0700, http://ijinhotel.com (베니키아)
- 비치스토리호텔: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064)784-7400 (굿스테이)
- 더클라우드호텔: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3-8366~7, www.cloudhotel.co.kr
- 제주아리: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507-1452-6780, http://jejuari.modoo.at
- 초롱민박: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242번길, 064)782-4589

○ 식당 정보
- 카페 코지: 커피·베이커리·지오푸드,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4-1005
- 거문오름꿈의숲: 흑돼지제육쌈밥·흑미궁중떡볶이,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2-9181, http://blog.naver.com/milim9181
- 하늘보리: 검정보리비빔밥·검정콩청국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4-6300
- 선흘방주할머니식당: 검정콩국수·고사리비빔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3-1253
-그리운바다성산포: 고등어추어탕·갈치회,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064)784-2128, http://sungsan.fordining.kr

 

○ 축제와 행사 정보
- 2016 제주목관아 작은음악회: 7월16일~9월10일(매주 토요일), 제주목관아 연희각 야외무대, 064)722-0203(제주문화원), http://jejucc.kr
- 2016 한여름밤의 새연교 콘서트: 9월9~10일, 새연교 특설 야외무대, 064)760-2653(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 서귀포칠십리축제: 9월30일~10월2일, 자구리공원·칠십리음식특화거리 일원, 064)760-3946(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http://70ni.seogwipo.go.kr


○ 주변 볼거리
섭지코지, 우도, 용눈이오름, 비자림, 다희연, 월정리해변, 함덕서우봉해변, 산굼부리, 성읍민속마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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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