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한국 엘리트학교야구의 지양점

지난 7월 서울과 경기도의 야구부가 있는 초중고 각급 학교로 관할 교육청의 공문이 송부됐다. 제목이 '학교 운동부의 교육적 운영을 위한 관리 철저'라고 돼있는 이 공문은 학교 운동부의 운영에 대한 법령 준수와, 전·입학 시 해당 선수의 거주 확인,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인권보호, 운동부 활동경비 내역의 학교회계 편입과 공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고지가 되었는데, 이를 받아 본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 많은 반향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운동부 활동비의 회계내역 공개와 학교 경비 포함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정규수업 이수, 그리고 인권 보장에 관해서는 이미 모든 학교의 운동부, 특히 야구부들이 근래 들어 철저하게 시행 중이기에 별 다른 이견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의 항목은 바로 '전·입학 시의 해당 선수의 거주 확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에 따라 현재 초중고 야구부에 소속돼 있는 선수의 실제 거주지가 해당 학교의 학군서 벗어나 있으면, 그 해당 선수는 거주 지역의 학교로 전학하라는 조치가 소속 학교장의 지시로 실행되고 있으며, 이에 해당 선수들의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야구라는 종목에 한해 현재 프로야구계를 제외한 우리나라 아마추어 야구계의 활동 범주는 크게 유소년야구와 학교 엘리트야구부의 두 분야에서 각 연령대의 선수들이 야구를 배우고, 즐기며, 일정 연령대가 되면 자신의 진로를 전문적인 선수로 목표해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을 통하여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소속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연령대인 만 13세 이하의 유소년들은, 초등학교 야구부나 한국리틀야구연맹 소속의 리틀야구클럽,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 소속의 유소년야구클럽 등에 가입해 야구를 접하며 스포츠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예전에는 야구를 하고 싶은 유소년 연령대의 학생들은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 등을 통하여 야구를 접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한때는 서울지역에만 50개 가까운 초등학교들이 야구부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야구 금메달과 2009년 WBC의 준우승등 한국야구의 위상이 높아져가던 시기에 당시만 해도 20여개에 불과하던 리틀야구클럽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며 양적인 팽창을 가져왔고, 오랜 침체기를 겪던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도 새로운 집행부의 등장과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한국 유소년야구의 젖줄이 돼왔던 초등학교 야구부들은 추세와 정반대로 침체되기 시작해 많은 팀들이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되었으며, 2016년 현재 150여개가 넘는 리틀야구클럽과 30여개가 넘는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서울지역의 초등학교는 단 24개 팀들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유소년야구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시기에 초등학교 야구부들이 수적인 감소와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자식을 가진 부모들 의식의 변화와 초등학교 야구부를 대체하며 각 지역 등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유소년야구클럽들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야구부에 가입하는 것이 곧 학업과의 단절을 의미했고, 또한 전학 등의 번거로운 행정 절차가 필요했으며, 이는 곧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미래의 불안과 자식이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걱정을 낳게 했지만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자식들을 위해 초등학교 야구부에 가입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거주지 가까운 곳에 취미반과 선수 전문반을 함께 운영하는 유소년야구클럽의 등장은 이러한 부모들과 선수들의 불안을 많이 덜어주었고, 이러한 환경과 의식의 변화는 우리나라 유소년야구의 전체적인 추세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가입과 탈퇴, 그리고 취미활동과 전문선수로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유소년야구클럽의 경쟁력이 야구교육의 전문성과 차별성이라는 주제와는 별도로 초등학교 야구부가 누려왔던 일종의 독점력을 깨뜨리고 시장을 확실하게 잠식한 것이다.

물론 근래 들어 일부의 초등학교 야구부들도 방과 후의 야구 취미반 운영이나, 학업을 끝마친 후 훈련을 시작하는 등의 팀 운영에 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인식된 보편적인 이미지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경제논리로 인하여 침체를 확실하게 피해갈 방법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유형의 유소년 야구활동을 통하여 야구를 접하고 즐기게 된 선수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데, 그 어떤 선수가 초등학교 야구부나, 리틀야구클럽, 그리고 포니연맹의 유소년야구클럽서 야구를 했던 간에, 만 13세 이상이 되면 모두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여 선수활동을 이어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한국리틀야구연맹 소속의 리틀야구팀들은 ‘주니어팀’이라는 만 15세 이하의 중학교 선수들을 위한 팀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한국포니야구소프트볼연맹 소속의 유소년야구클럽팀들은 세계포니야구연맹의 규정대로 만 3∼4세부터 21세까지 2살 터울로 대회에 출전하는 청소년과 성인팀들을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 야구장 확보의 어려움과 빈약한 인프라로 인해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중학교부터는 야구선수로 자신들 미래의 진로를 정한 선수들의 요구를 전부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기에 초등학교 연령대의 유소년야구 추세와는 달리 중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럽팀들은 선수와 학부모 모두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야구라는 종목에 국한될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중학교 진학의 연령대가 되는 만 13세의 나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보편적으로 전문화된 기술의 습득과 이에 관한 훈련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시기다. 야구는 물론 축구와 같이 세계적인 스포츠 종목서도 이 시기에 국제대회나 세계대회 개최가 시작되며, 축구의 경우 이 연령대에서 프로축구단이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유스팀들이 존재한다.

전공은 차치하고 바로 이 시기에 학업을 통한 진로를 결정해 성인으로 접어들 무렵 직업적인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전문적인 운동선수로 진로를 잡고 발전할 것인가를 결정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운동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의 진로설정에 있어 교육적으로 뒷받침돼주는 구조가 참으로 빈약하다.

2016년 현재 서울지역에는 23개 중학교에 야구부가 있고, 이들 23개 팀들이 초등학교 야구부와 리틀야구클럽, 그리고 각종의 유소년야구클럽 등에서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야구를 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수급 받아 야구부를 운영 중이며, 이러한 선수들 대부분이 다시 16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지역의 고등학교 야구팀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서울지역으로만 국한된 야구팀들의 수치며,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유소년야구클럽과 그 팀들에 소속된 야구선수들은 제외된 내용이다. 

어떤 유소년 야구선수가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야구선수를 하고 싶어서 실제 거주지 근처에서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중학교를 찾아 봤으나 자신의 거주지 학군 내에서는 마땅한 야구부의 중학교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특정한 야구부의 지도자가 그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 자신의 지도 하에서 야구를 가르치고 싶을 때, 해당 선수는 그러한 팀의 지역으로 거주지등록을 하여 진학하거나, 전학을 통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교의 야구부에 가입한다. 그것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상급 학교로의 진학과 야구부 가입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실제 거주지 이외의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위장으로 거주지를 전입하는 것은 물론 탈법이고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행정은 이러한 잘못된 형태를 바로잡기에 앞서 해당 학생선수에게 대안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대안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없이 잘못된 관행과 행태만을 바로잡기 위해 현실을 도외시 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학생 선수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진로 선택의 자유, 그에 관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은 어떠한 형태로 그리고 누구에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2016년 현재 교육행정의 변화와 그 현실의 괴리 한 가운데서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지도자들과 선수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안타까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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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