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김두관 의원

“잠룡이요? 지역부터 챙기고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당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아홉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만나봤다.

중진 같은 초선. ‘김두관’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처음 선거에 나섰던 지난 1988년 이후 28년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 사이 군수, 도지사를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체득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을 치르기도 했다. 참여정부 최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후 따라붙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은 단순 수식어가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균형 발전과 지역주의 타파’의 물길은 김 의원에게 이어져 동류(同流)를 이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지?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김포시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1988년 민중의당 후보로 하동 남해에 출마한 후 28년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만큼 나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어렵게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된 만큼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국민들께서 나를 선택해 주신 이유를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항상 배지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그런 질문 참 오랜만이다. 학창시절부터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입문하게 된 것은 군 제대 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이하 민통련)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민통련 사회부 간사로 일하면서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다 투옥되었는데, 3개월간 교도소에서 생활하면서 ‘풀뿌리 지역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바로 귀향해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을 이장도 이때 하게 됐다. 지난 1995년에는 제1회 지방 선거에서 최연소로 당선돼 남해 군수로 일하기도 했다. 지역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 지역의 중차대한 현안은 무엇이고 진행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김포는 지난 2010년 이후 10만명 넘게 늘었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 교통·교육 등이 문제로 대두됐다. 선거 당시 시민들께 밀린 숙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드렸고 꾸준히 노력하는 중이다.

당선 이후 2개 정도의 성과를 냈다. 하나는 김포시 최대의 현안 사업인 ‘한강시네폴리스’ 조성 사업의 경기도 재심의 통과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사업인 ‘고촌노을공원체육관’ 건립 특별교부세 7억원 확보다.

한강시네폴리스 사업의 경우 심의에서 2차례 보류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에 시민들의 걱정이 컸다. 그래서 당선되자마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2차례 만나 재심의 통과를 요청했고 지난 6월16일 통과가 되면서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한강시네폴리스가 김포시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 1호 대표발의법안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내 삶의 철학이 불평등·불공정을 해소하고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히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 대표자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양극화 해소와 지방 분권이다. 이를 위해 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과 그런 서민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모두 준비 중이다.

1호 법안은 이 중 먼저 준비되는 법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권을 위한 법안이 좀 더 빠르게 준비되고 있는데 중앙과 지방의 상생을 도모하는 제정법과 함께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개정안 2개를 묶은 ‘분권 3법’이 될 것이다.

중진 같은 초선…28년 만에 드디어 입성
‘리틀 노무현’ 불평등·불공정 해소 주력

- 다년간 군수와 도지사를 하신 이력이 있다. 중앙정치와 차이점이 있다면?
▲군수, 도지사 그리고 장관으로 있을 당시 현장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국회의원은 편성된 예산을 심의하고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근본적으로 역할이 다르지만, 오히려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나 실효성이 낮은 예산 등은 과감히 삭감하고 좀 더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식투쟁을 하는 등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앙정부에서 이번 사태를 6개의 부자 지자체가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매도해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과연 중앙정부의 뜻대로 지방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했을 때 실질적으로 지역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생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고 있는 곳은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라는 측면에서 지방세를 뺏어서 다른 곳에 나눠준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하향평준화를 시킬 의도라고 본다. 지방재정을 수평적으로 재분배 할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지방정부로의 수직적 배분이 필요하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행정·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실질적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 개혁파로 분류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의 개혁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지난 2013년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우리 정치권이 연대와 협력의 정치문화를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고 느꼈다. 당시 독일에서는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연합하는 대연정이 이뤄졌다. 자당의 이익이 눈앞에 있더라도 국민의 삶을 위해 과감하게 내려놓고 서로 합의에 나서는 것, 이것이 독일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이유였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 국회도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것이 구태를 깨는 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본다. 또한 우리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헌은 물론 정당·선거제도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기본 운영 틀이 헌법임에도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 가까이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건 마치 초등학생 때 입은 옷을 지금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개헌을 준비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한다.

- 최근 다시 불붙은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한 생각은?
▲우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법인세 인상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해 사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낮은 법인세와 감면으로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오히려 사내유보금 확대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 3년 동안 147조원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가 발생했는데,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도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 적어도 참여정부 수준으로 법인세를 인상해서 어려운 서민 복지에 쓰는 게 맞다고 본다.


<chm@ilyosisa.co.kr>


[김두관은?]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제38·39대 경상남도 남해군 군수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
▲제20대 국회의원 (경기 김포갑/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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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