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청년이 커야 국가가 성장하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일곱 번째로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을 만나봤다.

4·13 총선 참패는 새누리당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2030 젊은 지지층의 외면이 뼈아팠다. ‘노쇠화’로 접어든 당의 체질을 바꿀 카드가 필요했다. 청년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은 그런 새누리당이 찾고 있던 몇 안 되는 원석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발의했다.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총 122명의 동의로 발의된 법안에 초선의 이름이 올라간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제 갓 국회에 입성한 신 의원은 그렇게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청년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청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신 의원의 얘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은 어색하고 낯설다. 지난주(5월 셋째 주)부터 내가 속하게 된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업무보고가 있어 상임위장에 처음 앉아보기도 했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해보니 ‘청년 NGO로서 밖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은 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진다.

-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원래 꿈은 수필을 쓰는 국어교사였다. 꿈을 쫓아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찮게 탈북자들 강연을 듣고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 개인의 삶을 쫓는 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던 계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청년 NGO까지 만들어 활동하게 된 것이다.

NGO 활동을 하다 보니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접하게 됐다. 그러면서 느꼈던 점이 ‘제도나 법이 바뀌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친다’는 것이다. NGO 대표를 했던 경험을 살려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의 통로 역할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당내 최연소 의원이다. 다른 의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는 편인가?
▲내가 초선에 비례대표로 왔기 때문에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다. 아직 국회가 돌아가는 환경이나 분위기에 익숙지 않다보니 함께 적응해 가자는 의미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조찬모임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여성 의원들끼리도 자주 교류를 하고 있다. 선배 의원님들과도 함께 식사하며 조언을 귀담아 듣고 있다.
 

- 1호 대표법안으로 ‘청년기본법안’을 발의하셨다. 독자들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청년기본법은 청년이 커야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는 그 사명, 국가적 책무를 정의한 첫 번째 법안이다. 그간 청년들을 청소년기의 연장선으로만 보거나, 아니면 중장년으로 가는 과도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있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한 세대니까 국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야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자립까지의 이행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또 제대로 된 일자리나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전히 청년의 책임으로만 돌릴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힘써야 한다.

당내 최연소 비례대표 정계 입문
1호 대표법안 ‘청년기본법’ 발의

- 법안에 대해 디테일한 면에서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너무 고용 문제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법안을 보면 주거, 문화, 청년 활동, 청년들의 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해선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생활과 환경에 대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 고용에만 한정된 법안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후에도 청년고용문제 같은 것들을 풀기 위한 법안들을 계속 발의해 나갈 생각인가?
▲그렇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라고 청년기본법에 앞서 청년을 정의한 법률이 있다. 상위법으로써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청년고용촉진특별법도 고용 측면에서 더 보완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청년들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는 다른 하위 법률들도 발의할 생각이다.

- 다년간 NGO에서 활동했다.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돌이켜보면 힘든 일보다 좋았던 일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어려웠던 점을 꼽아본다면 “청년 NGO가 도대체 뭐야”라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경실련, 희망제작소, 참여연대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단체들과는 달리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는 청년 NGO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만든 단체도 2010년에 시작했다.


처음에 “무슨 동아리 수준의 단체가 보도자료를 내느냐” “너희가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편견어린 시선들이 많았다. 다른 시민단체들처럼 청년 NGO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취합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분명함에도, 그런 사명과 책임을 낮게만 보는 시선들이 힘들었다.

- 환노위와 여가위에 배정되셨다. 환노위라 하면 여당 입장에서 가장 힘든 상임위 중 하나로 꼽히는데 어떻게 돌파해 갈 생각이신지?
▲걱정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들을 보면 청년들에게 굉장히 불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노동자는 약자, 기업은 강자’라는 논리만 들이밀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실 노동자층 안에서도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 안에서 청년들은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있다. 현재 노동 시장의 구조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세대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짜여있다. 나는 이것을 ‘신 계급 장벽’이라고 표현한다. 이번 구의역 사건만 봐도 고용을 승계 받은 기성 노동자들의 높은 월급을 충당하다 보니 청년들은 낮은 월급과 비정규직화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노동시장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는 부분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있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입장에서 노동 시장을 바라본다면 환노위 내에서 갈등만 일어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성의 취업·승진에 있어 과연 ‘쿼터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신 의원의 생각은?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쪽으로 접근하면 많은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성들의 관리직 참여율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 결과만 봐도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여성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식의 전환을 위해 국가나 공공기관이 선도적·제도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서 그런 역할들을 해 줄 때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이 되는 게 아니겠나. 모든 분야에서의 쿼터제는 문제가 있지만,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의 쿼터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hm@ilyosisa.co.kr>

 

[신보라 의원은?]

▲광주 출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정책전공 재학
▲전 대학생 시사교양지 바이트 편집장
▲전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전 새누리당 중앙차세대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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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