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과거 미스터리

“아는 사람이 없다” 의문의 독일 체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전 부인인 최서원씨를 상대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 확인되면서 다시 정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사재판 역시 기본적으론 공개가 원칙이다. 법조계 일반에선 재판과정에서 최씨의 재산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고, 현재까지 제기된 다양한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95년 결혼해 2014년 5월 이혼했다. 정씨는 청구 마감시한 3개월을 앞두고 지난 2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대중에게 늘 주목을 받는 사람이다 보니 대중과 언론에 잊혀지길 기다려서 소송을 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1995년 결혼 
2014년 이혼

최씨의 재산은 강남의 빌딩과 부동산 등 최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5월, 정씨의 청구금액이 1억원이 넘어 재판을 합의부에 배정했다. 이에 대해 앞서 변호사는 “입증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최씨를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산명시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최씨는 자신의 총 재산명세와 최근 재산변동 상황 등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정에 직접 출석해 판사의 심문에 답변해야 한다.

그동안 최씨의 재산은 강남 압구정동의 시가 200억원대의 빌딩과 강원도 평창의 부동산 정도가 세간에 알려졌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인접한 해당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다. 건물 꼭대기층이 한 때 두 사람의 거주지였고, 법인등기부등본상 현재도 정씨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얀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건물의 시가는 200억원 정도이며, 1층(346.51㎡) 매장의 임대료만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900만원이다.


강원도 평창에도 5만4000평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04년 매입해 최대 6배가 올랐다는 전언이다. 현재 시가 30억원대로 최씨와 딸 정모씨가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재판과정에서 최씨 소유 재산이 더 드러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 당시 정씨 소유의 재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의 혼인기간이 20년으로 긴 편이고, 통상적으로 법원이 재산 형성 뿐 아니라 유지에 기여한 것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정씨가 자기 몫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혼인 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서 가사와 자녀양육에만 전념한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45∼50% 정도의 재산 분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에 응한 법조계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정씨가 최씨의 재산 중 약 ‘3분의 1’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씨는 결혼 1년 전인 1994년 39세 때 ㈜얀슨의 대표이사가 됐고 같은 시기인 1994∼1996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얀슨’이라는 제과점을, 다음해인 1995∼99년 기간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풍운’이라는 일식당을 운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씨가 운영했던 풍운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그전엔 친구들하고 술을 마셔도 술값 한 번 못 내던 친구였는데, 당시 가게를 굉장히 화려하게 꾸며놨더라”며 “아마 최모라는 여자의 돈으로 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로 볼 때 최서원씨와의 결혼 당시 자기 재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얀슨은 1994년 커피 및 커피기계의 수입·판매, 승마장업, 체육관련용품 수입·판매, 휴게실업 등의 업종을 신고했지만 2001년에 삭제했고, 곧이어 교육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판매·컨설팅, 도서출판 및 판매 등을 신고했다가 2003년 삭제했다. 같은 해 의류 및 가구의 수입·판매도 신고했으나 삭제했다. 2003년 말엔 국외 이주자 모집·알선, 이주신고 대행, 이주 상담 및 안내 등의 업종을 신고해 오늘에 이른다. 업종을 자주 바꾼 것이 눈에 띄는데, 주로 해외 거래 관련 사업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부인 상대 재산분할 청구소송
협의해 놓고…이혼 2년 만에 왜?


또 1993년부터 얀슨의 감사로 등기돼 있는 문모씨의 2012년 인터뷰 당시 발언처럼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다 잘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부인 최씨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얀슨의 사내이사로 등기돼왔다.

또 정씨는 2014년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계와 관련해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한겨레신문> 기자와 경마장에서 만나서도 “지금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놀아요. 나 취업 좀 시켜줘”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로 볼 때 정씨는 최씨를 만나 최씨의 자금으로 식당과 무역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왔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러한 부분으로 볼 때 정씨가 법정에서 부부의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했다고 주장할 만한 여지가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정씨와 최씨를 둘러싼 오랜 뒷말 중 하나가 ‘위장이혼’ 설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혼을 한 후 상대에게 송금을 받으면 정말 위장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통상 위장이혼이 아닌 것으로 행세하려면 재산분할청구소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갈 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위장이혼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위장이혼을 했지만 금전이 필요해서 소송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을 두고 위장이혼 여부를 따지는 말들이 많지만, 재산분할청구소송을 통해 위장이혼 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사실상 백수
뭐해 먹고사나

가정법원에서 이뤄지는 가사재판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공개가 원칙이다. 재판기일을 확인하면 언론이 취재를 할 수도 있다. 앞서 변호사는 “재판을 해서 사회적으로 드러내놓는 것이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해당 발언엔 최씨가 최태민 목사의 딸이고 현 재산을 부친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포함돼 있다. 또 최 목사가 재산을 형성한 방법에 대한 의문도 담겨 있다. 그러나 최씨는 그동안 일관되게 유치원 사업(초이유치원)을 통해 형성한 재산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 방청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에 비공개 요청을 할 수 있다. 특별한 경우엔 받아주기도 한다”고 밝혀 두 사람의 재판이 비공개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취재과정에서 정씨가 여전히 얀슨의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씨와 최씨는 2014년 5월 협의이혼했다. 얀슨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정씨는 지난 2013년 3월 대표이사로 등기가 된 후로 현재까지 변동사항 없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아내 최씨 역시 개명을 했음에도 개명 전 이름이 ‘성명 정정’ 없이 그대로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별다른 활동이 없는 회사이고 두 사람이 여전히 동업을 할 수도 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렵다. 

정씨는 최씨를 만나 결혼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기 이전의 이력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언론 취재를 통해 밝혀진 부분도 미미하다. 정씨와 최씨가 어떻게 만났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26살이던 1981년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입사한 뒤 1980년대 후반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4년 얀슨 대표이사 될 때까지 약 5년가량의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정씨가 독일 유학파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독일서 박사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도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8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씨는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선 당시) 독일에 나가 있었다. 독일은 내가 자주 왔다갔다 한다. 옛날에 무역을 그쪽하고 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여전히 얀슨
대표로 등기

<주간경향>에 따르면 최씨의 지인이 “남편(정윤회)은 독일을 오가며 무역업을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볼 때 대한항공을 퇴사한 후 독일을 드나들며 무역업을 하다가 전 부인인 최씨를 만난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 수입, 체육 관련 용품·의류·가구 수입판매업, 해외이주 관련 대행사업 등이 목적사업으로 명시된 얀슨의 업종으로 볼 때도 그가 자신의 발언처럼 무역업에 종사한 것으로 보인다. ‘얀슨’이라는 회사 이름도 독일인 남성의 이름이라고 한다. 덴마크나 네덜란드계 독일인의 이름으로, 남자 이름 외에 다른 뜻은 없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1984년 독일 도시 중 프랑크푸르트에 처음 취항했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지역을 중심으로 독일 각 도시에 정씨에 대해 수소문을 해봤지만 정씨를 아는 한국교민은 전혀 없었다. 1960∼70년대 독일에 광부로 건너갔다가 정착한 한인들도 정씨를 알지 못했다.

한 독일 거주 교민은 “나는 1975년부터 독일에서 살았다. 독일 전역에 40개의 한인회가 조직돼 있어서 각 지역에 자주 다니지만 정씨에 관한 이야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4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도 안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어서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독일교민들은 정씨에 관한 질문에 몹시 민감했고,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독일 서부지역의 한 도시에 사는 교민은 기자 신분을 밝혔음에도 정씨의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주변에 수소문을 해본 뒤 다시 통화를 약속한 교민도 며칠 후 집 번호를 바꿀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좌관 전 이력 수수께끼
정씨-최씨 만남도 베일속

1982∼1994년까지 독일에서 공부한 한 학자 역시 정씨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에 광부로 간 사람들이 대부분 직업교육을 통해 광부를 그만두고 자격증을 취득해 취직하거나 목재소, 자동차 공장 등에 재취업했다”면서 “취직해서 월급을 받고 직장에 묶여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고 교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정씨 본인의 말처럼) 독일과 무역한 것이 맞다면 독일인과 교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각 도시 한국식당 주인 정도라면 알 수도 있을 것”이라며 “독일 유학생들이 모여 조직한 독일총동문회가 있다. 최씨가 독일에서 공부했다면 도시마다 총동문회가 조직돼 있어서 금방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자와 <일요시사>가 접촉한 교민들은 공통적으로 “가명으로 다닌 것이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씨가 ‘정윤기’라는 이름으로 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고 지난 몇년간 ‘개명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본명이 여배우와 이름이 같은 ‘정윤희’라는 설이 그것이다. 정씨의 경희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 서지가 ‘정윤희’라고 기재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오자로 보인다. 앞서 얀슨의 등기부등본에도 그의 이름이 정윤희로 잘못 기재된 후 ‘성명경정’(공공기관의 실수로 이름이 잘못 표기된 후 이것을 바로잡는 절차)을 통해 바로 잡은 예가 보였다.

정씨는 1993년 3월 <여행사 경영조직 발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경희대에서 관광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를 지도하고 석사학위를 준 교수를 어렵게 수소문해 연락했지만 해당 교수는 “당시에 내가 가르치고 논문을 봐준 학생만 수백 명이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선 당시부터 만만회 의혹,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소재, 가토 다쓰야 외신기자 명예훼손 재판, <세계일보>의 십상시 관련 문건 보도를 거쳐 현재의 소송에 이르기까지 정씨가 무엇을 하든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확실히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국정운영 의혹
재산 드러날까

그렇지 않으면 정권 내내 발목을 잡고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있어왔다. 정씨와 최씨의 가사소송은 개인사임에도 이번에도 일제히 보도가 될 만큼 관심이 높았고 그만큼 청와대에 부담을 안겼다. 재판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안이므로 해당 재판을 통해 비선 실세의 국정운영 의혹과 최씨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이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