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의당이 ‘단독 집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제3당인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여권이나 야권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국민의당이 단독 집권의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지난 3일 ‘국민의당, 단독 집권 가능한가’란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유 의원은 토론회에서 “필승 전략만 마련하면 국민의당 단독 집권도 가능하다는 게 제 개인적 판단”이라며 “온 국민의 관심사와 열망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극복해달라는 것이다. 경제난 극복 방안만 발굴하면 대선 승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독 집권 가능?
유 의원은 당초 자신이 맡고 있는 당 경제재도약추진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최고위원회로부터 "벌써 단독 집권을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당했다.
그러자, 그는 당이 아닌 유 의원 개인 명의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여권이나 야권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왔지만 막상 대선에 임박해서는 당내부에서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텐데 이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유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내년 대선 집권계획으로 연립정부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당내 기류는 승리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벌써부터 연립정부가 거론될 정도로 패배주의가 나온다. 패배주의가 승리한 역사는 찾아보지 못했다. 야권연대·통합 등을 논의하는 것은 패배주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벌써부터 여러 가지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난무하자 단독 집권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세우며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으리라고,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보다 앞서리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며 “그만큼 획기적인 성과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의 단독 집권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토론회에 참여한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발제문을 통해 “일자리와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지역연합 방식으로도 집권이 가능하고 정권이 유지될 것”이라며 “스윙보터 중심으로 사고하면 민주진영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내다봤다.
최 소장은 내년 대선 투표자 수를 3000만명으로 볼 때 다자구도에서 각 정당의 고정표를 ▲새누리당(800만∼1000만표) ▲국민의당(600만∼750만표) ▲더불어민주당(450만∼600만표) ▲진보정당(200만∼250만표) ▲기타 부동층(400만∼950만표) 등으로 관측했다.
그는 “양자구도면 무난하게 (국민의당이) 승리하고 3자구도면 부동표의 향배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달(달구벌, 대구)·빛(빛고을, 광주) 동맹을 강고하게 하면 유권자수 절반인 수도권에서 1위 탈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또 4·13 총선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스윙보터의 표를 가져왔다”며 “야권분열은 필패가 아니었다. 제3당의 성공은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지난달 4일 스페인 총선에서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와 중도 우파 시우다다노스가 돌풍을 일으켜 30년간 지속된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점을 예를 들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기성정당을 심판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권 교체를 위한 방안으로 ‘이념 우클릭’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용식 국민의당 경제재도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진보는 오른쪽으로 가야, 즉 경제성장을 앞세워야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합집산 난무하자 선제적 대응
유권자들 전략적 투표 염두했나
최 부위원장은 또 “유력 대선후보 등 특정 정치인 중심 정치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며 “이번 총선에선 '집권여당의 오만'이라는 자충수가 야권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대선에서는 이런 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의 사당이란 세간의 평가를 뛰어 넘어 정책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지지율도 단독 집권 자신감의 한 근거다. 지난 4일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민주는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당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조사(27.8%)에 비해 0.1%p 하락한 27.7%를 유지해 1위로 올라섰다. 국민의당은 지난 조사 결과와 동일한 27.3%을 기록하며 새누리당과도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국민의당 안 대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뒤쫓았다.
문 전 대표는 24.4%로 지난 3월6일 조사 이후 줄곧 1위를 수성했지만 안 대표의 지지도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22.7%를 기록해 두 사람의 격차는 불과 1.7%p에 불과했다. 현재 지지율 추이만 놓고 보면 다자구도 하에서도 안 대표의 승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너무 일찍 단독 집권 카드를 못 박은 이유에 대해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상당수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투표는 국민의당에게 하면서도 지역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았던 더민주를 찍는 전략적 투표를 했다.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놓으면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전략적으로 표를 분산시키지 않고 국민의당 대선주자에게 표를 주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특히 안 대표가 이번 총선 때와 같이 호남에서의 지지만 굳건히 지켜준다면 야권 지지자들로서는 안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게 되는 셈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가 호남의 지지를 얻지 않고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더십부터 갖춰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연대 없이 단독 집권에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대권주자로서 안 대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은 안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 제대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때 단독 집권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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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야권공조 딜레마
국민의당이 자칫하면 ‘샌드위치 정당’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층은 새누리당과 일부 겹치면서 정책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 공조가 강화될수록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중도 보수층이 새누리당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정책 공조에 얽혀 있는 상황이다. 최근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을 놓고 공동대응 방침을 밝혔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시한 연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에서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존 여권 지지층을 잡아두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