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친박계 '밀월' 노림수

대선주자 없는 새누리 빈집털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통합론 대신 연립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도 “여야 어느 쪽과도 연대할 수 있다”며 연정론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안 대표 측이 현재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어느 쪽과도 연대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연립정부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통합론을 대신해 연립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연립정부에 익숙하지 않지만 다당제가 정착되면 헌법 개정 없이 연립정부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DJP연합?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연립정부론과 관련해 “만약 새누리당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온다면 얼마든지 개방해서 받자”고 주장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변화를 선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야지, 경제·복지·대북정책이 완전히 다른 새누리당과 연정하는 건 집토끼를 놓치는 길”이라며 “성공적인 예로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있는데, DJ는 JP화되지 않았다, JP가 DJ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누리당 내 혁신그룹은 최근 안 대표의 멘토로 불리는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다. 이날 초청강연에는 주로 비박계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차기 당대표 후보로도 거론되는 친박계 중진 이주영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밀월행보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새누리당으로서는 과반은 물론이고 원내 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내준 만큼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당장 안 대표를 친박계 대선주자로 세우겠다는 생각은 없더라도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국민의당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의 내부 속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3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여전히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누군가와는 연대를 해야 하는데 더민주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놓음으로써 자신들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20대 국회가 열리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통해 상임위원장 배정 등에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내 상원이라고도 불리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당이 차지하게 되면 원내 3당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와 관련해 원내 1당 부럽지 않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월권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300명의 국회의원 중 299명이 찬성해도 법사위원장 단 한 사람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를 막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엔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여야가 이미 합의를 끝낸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재벌특혜법이라며 법안 상정을 거부해 여야 모두 박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새누리-더민주 사이 오가며 실리 챙겨
존재감 키우고 상임위 배정 등서 유리

지난 총선 당시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으로 내분을 겪었던 국민의당이 대선정국에서 재현될 수도 있는 야권통합론에 선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대표 측은 대선에서도 3자구도로 대결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선에서는 보수층의 표심이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고집을 부리다 대선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새누리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연정론에 힘이 실릴수록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안 대표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정책연대 등의 행보를 이어가다 아예 친박계 후보로 대선에 나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 내 최대 계파지만 현재 마땅히 내세울 대선후보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4·13총선에서 대패하며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사실상 제거된 새누리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정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안정적 정치기반을 유지하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에서도 독자 집권이 불가능하다면 연정이나 내각제 개헌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 김대중-김종필, 노태우-김영삼 조합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조경태 의원의 새누리당행이나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진영 의원의 더민주행이 성사되기 되기도 했다.

안 대표 측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와 대선국면에서 또다시 단일화 협상을 한다고 해도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 당시 친노계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협상이 난항을 겪자 결국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더민주 대선경선 당시에는 비노계 인사들이 친노 당 지도부의 불공정 경선 관리를 지적하며 경선장에서 물병과 달걀을 투척하는 등 격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행보가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층도 상당수 잠식했는데 총선에서 표심을 얻는 데 성공한 중도층을 대선에서도 잡아 두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 같은 국민의당의 행보가 진보 진영의 표심을 떠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하고 있다.

또 이질적인 세력들이 집권만을 위해서 손을 잡는다면 정치공학적 ‘야합’으로 비춰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장 진보진영에선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이 언급되자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2중대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층 공략?

하지만 이미 진보진영의 표심은 정의당이나 더민주가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서는 우클릭으로 중도보수층을 공략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이어질 경우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 일부 세력이 국민의당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우클릭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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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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