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친박계 '밀월' 노림수

대선주자 없는 새누리 빈집털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통합론 대신 연립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도 “여야 어느 쪽과도 연대할 수 있다”며 연정론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안 대표 측이 현재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어느 쪽과도 연대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연립정부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야권통합론을 대신해 연립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연립정부에 익숙하지 않지만 다당제가 정착되면 헌법 개정 없이 연립정부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DJP연합?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연립정부론과 관련해 “만약 새누리당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온다면 얼마든지 개방해서 받자”고 주장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변화를 선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야지, 경제·복지·대북정책이 완전히 다른 새누리당과 연정하는 건 집토끼를 놓치는 길”이라며 “성공적인 예로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있는데, DJ는 JP화되지 않았다, JP가 DJ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누리당 내 혁신그룹은 최근 안 대표의 멘토로 불리는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다. 이날 초청강연에는 주로 비박계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차기 당대표 후보로도 거론되는 친박계 중진 이주영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밀월행보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새누리당으로서는 과반은 물론이고 원내 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내준 만큼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당장 안 대표를 친박계 대선주자로 세우겠다는 생각은 없더라도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국민의당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의 내부 속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3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여전히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누군가와는 연대를 해야 하는데 더민주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놓음으로써 자신들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20대 국회가 열리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통해 상임위원장 배정 등에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내 상원이라고도 불리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당이 차지하게 되면 원내 3당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와 관련해 원내 1당 부럽지 않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월권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300명의 국회의원 중 299명이 찬성해도 법사위원장 단 한 사람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를 막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엔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여야가 이미 합의를 끝낸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재벌특혜법이라며 법안 상정을 거부해 여야 모두 박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새누리-더민주 사이 오가며 실리 챙겨
존재감 키우고 상임위 배정 등서 유리

지난 총선 당시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으로 내분을 겪었던 국민의당이 대선정국에서 재현될 수도 있는 야권통합론에 선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대표 측은 대선에서도 3자구도로 대결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선에서는 보수층의 표심이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고집을 부리다 대선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새누리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연정론에 힘이 실릴수록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안 대표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정책연대 등의 행보를 이어가다 아예 친박계 후보로 대선에 나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 내 최대 계파지만 현재 마땅히 내세울 대선후보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4·13총선에서 대패하며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사실상 제거된 새누리당 입장에선 국민의당과의 연정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안정적 정치기반을 유지하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에서도 독자 집권이 불가능하다면 연정이나 내각제 개헌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 김대중-김종필, 노태우-김영삼 조합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조경태 의원의 새누리당행이나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진영 의원의 더민주행이 성사되기 되기도 했다.

안 대표 측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와 대선국면에서 또다시 단일화 협상을 한다고 해도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 당시 친노계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협상이 난항을 겪자 결국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더민주 대선경선 당시에는 비노계 인사들이 친노 당 지도부의 불공정 경선 관리를 지적하며 경선장에서 물병과 달걀을 투척하는 등 격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행보가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층도 상당수 잠식했는데 총선에서 표심을 얻는 데 성공한 중도층을 대선에서도 잡아 두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 같은 국민의당의 행보가 진보 진영의 표심을 떠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하고 있다.

또 이질적인 세력들이 집권만을 위해서 손을 잡는다면 정치공학적 ‘야합’으로 비춰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장 진보진영에선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이 언급되자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2중대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층 공략?

하지만 이미 진보진영의 표심은 정의당이나 더민주가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서는 우클릭으로 중도보수층을 공략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이어질 경우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 일부 세력이 국민의당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우클릭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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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