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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생활이 많이 어려웠다. 청년들까지 1차 세계대전 등에 징용당했다. 이 노래는 이런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전쟁터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대니를 사랑하는 소녀가 헤어지기 안타까워 부른 이별의 노래라고 한다. 또는 멀리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노래라는 얘기도 전해 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얼굴은 어찌 보면 좀 흉측하기도 했으나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코를 중심으로 얼굴의 반은 백색이고 반은 흑색으로 화장한 모습이었다. 반은 백색 미군들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어디선가 ‘몽키 걸’이란 말이 들려오긴 했지만…), 흑인과 백인들이 잠시나마 함께 어울려 먼 고향 아메리카 초원의 추억을 되새기는 양 컨츄리송을 따라 불렀다. 향수에 젖어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도 있었다. 누가 그들을 포악하고 야비한 양키라고 욕할 수 있겠는가? 그 순간만큼은 신마저 어여삐 여겨 눈물을 닦아 줄 터였다. 무희를 향해 달러 지폐와 동전이 날아갔다. 춤을 끝낸 그녀는 환호성에 답해 손 키스를 던져 준 후 무대 장막 뒤로 사라져 갔다. 청운은 담비처럼 잽싸게 무대 위로 올라가 그녀의 춤옷과 달러화를 챙겨서는 곧장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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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하지만 크리스마스엔 꼭 그렇지 않았다. 특히 블루문처럼 큰 곳의 홀엔 흑백인이 섞여 들어와, 이국에서의 삶을 서로 위로하는 듯 빙긋 미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곳에도 망나니 같은 놈은 있는 법인지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기이한 별세계였다. 모종의 화인 클럽 여인들은 한 대목 잡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고의 화장술을 발휘해 단장하곤 미군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외부의 한국 사람들이 양색시, 양공주, 양갈보 따위로 부르는 그녀들도 무슨 요괴나 마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어쩌다가 그런 환경에 처했을 뿐인 한국 여인이었다. 모종의 화인(火印)이 찍힌…그 검붉은 도장이 자의에 의한 건지 타의에 의해 찍혔는지 청운은 아직 판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들의 가슴에 찍혔을 붉은 낙인은 반투명의 간유리에 의해 불그무레하게 번져 무슨 뜻을 지닌 글자인지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충 짐작만 될 뿐.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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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기지촌 거리엔 캐롤송이 울려 나오고 있었다. 그 음습한 골목엔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곡조가 묘한 효모 발효 작용을 일으켰는지 남녀 행인들의 마음을 부푼 빵처럼 들뜨게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한낮부터 잔칫날처럼 블루문뿐만 아니라 모든 홀과 거리가 흥청대는 느낌이었다. 동두천 전체가 하나의 요상스런 소행성으로 변해 들썩거리는 것 같았다. 야릇한 미약 미군들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흥분한 모습이었다. 홀 여자들은 서양 대목을 맞아 달러깨나 벌어들일 작정으로 그랬다더라도 그 외의 사람들은? 아니, 기지촌 여자들의 마음속에서도 달러뿐만이 아닌 어떤 소망이나 추억과 꿈이 꿈틀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청운은 거렁뱅이 신세로 서울 거리를 떠돌던 시절에 명동이나 퇴계로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적이 있었다. 성당과 교회는 그런 날일수록 오히려 평소보다 좀 외로워 보였다. 상점들의 불빛이 화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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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블루문의 홀보이가 된 이후로 청운은 미군을 예전처럼 볼 수가 없었다. 길거리에서 이방인을 바라보던 시선, 피에로 형의 초대로 홀 안에 앉아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구경하던 눈길은 이제 일단 거두어야 했다. 그들은 달러를 뿌리는 고객인 것이다. 돈에도 품격이 있는 것일까? 워싱턴 대통령이 박힌 미국 달러 앞에서 세종대왕이 새겨진 한국은행권 지폐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사람 취급 어쨌든 청운은 편견 없이 사실 그대로 미군들을 바라보려고 했다. 가능하면 한 인간으로서…. 모든 존재가 그렇듯 미군 중에도 선량하고 신사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개쌍놈 같은 양아치도 많았다. 그런 치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인 미국에서는 하류인생으로서, 가난에 찌들고 무식한 탓으로 홀대받는 자들이었다. 개중엔 뒷골목 우범지대를 떠돌며 마약을 하고 성폭행이나 강도짓뿐만 아니라 살인까지 저지른 뒤 도망쳐 온 불량배나 강력범죄자도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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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아, 색깔은 어찌 아다지도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현혹시키는 것일까? 저건 사람이 만들어 매달아 놓고 끄며 껴는 하나의 물건일 뿐인데…사람 마음을 홀리는 도깨비불 같은 요소가 있어. 아마 일단 저 속으로 들어가면 홀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 홀린다고 뻐기는 건 어린애 같은 자기기만일 뿐이야. 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어. 홀리려고 들면 홀리는 척하면 되지. 부처님도 색즉시공이라 했다던데…흐, 그래도 저 색깔은 참 묘하군.’ 애욕의 향연 청운은 생각에 잠겼다. “야, 뭐해? 어서 들어와!” 피에로의 목소리를 듣고 청운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영업이 시작되기 전이라 홀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바로 이곳에서 어젯밤의 그런 광란과 애욕의 향연이 펼쳐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피에로는 카운터 쪽으로 급히 걸어가더니 공손스레 고개를 숙였다. “아 지배인님, 벌써 나오셨습니까? 헤헤, 어제 말씀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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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자세한 건 니가 다음에 알아 봐. 하지만 확실한 건…일제 식민지 시대와 지금이 그리 크게 멀지는 않다는 사실이야. 일제치하에서 해방되자마자 곧장 미군이 밀고 들어와 총독부 건물에서 일장기를 내려 버리고 대신 미국 성조기를 올려 걸었다잖아.” 일장기 버리고 “그럼 태극기는?” “모르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지…국민들 가슴속에서 피를 흘리며 나부끼고 있었을라나, 히히.” “그렇구나. 난 일제 식민지 시대와 지금은 전혀 다른 먼 나라의 얘기인 줄 알았었는데….” “나도 그랬어. 근데 백발 누님이 살아온 얘길 들어 보니까 일본군 위안부와 미군 기지촌의 양갈보가 한 여인의 삶 속에 같이 들어 있는 거야.” “그 누님 연세는?” “꺾인 백댓 살쯤.” “뭐?” “쉰다섯 살쯤이란 말이지.” “말도 안 돼. 난 그 시대와 이 시대 사이에 깊은 강물이 가로질러 흐르는 것 같은데….” “하지만 계산해 보면 사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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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자 다른 마을이 나왔다. 피에로는 한 골목 속으로 접어들었다. 좁은 길 양쪽으로 시멘트 벽에 함석지붕을 얹은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조그마한 흐린 창문엔 왠지 의심쩍게 모두 견고한 쇠창살이 달려 있었다. 길바닥엔 녹슨 깡통이나 빈 담뱃갑 그리고 깨어진 술병 조각 따위가 나뒹굴었다. 그 위엔 하얀 눈송이도 내려앉자마자 곧 사그라져 버렸다. 미국 노래 좀더 가자 낡아빠진 기와지붕을 인 작은 한옥이 나왔다. 담벽 너머로 마당이 훤히 보였다. 우물가에 여자들 몇이 쭈그러 앉아 머리를 감거나 손빨래를 하며 시시덕거렸다. 한 여자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설거지통에 쏟아 붓자 그릇이며 유리잔 따위가 부딪혀 쟁그라운 소리를 냈다. 이마나 어깨에 내려앉는 눈송이를 먼지인 양 털어내는 하얀 손도 보였다. 문간방에서는 얼굴이 작고 창백한 한 여자가 문을 열어 놓은 채 엎드려 하늘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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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구름아, 방랑벽을 잠시 멈추고 여기서 살아보지 않을래?” “형한테 붙어 벼룩새끼처럼 피를 빨아 먹으라구?” “그건 아니지. 일을 해서 니 입은 니가 먹여 줘야지.” “어떤 일인데?” “까라면 까야지, 특수부대원이 지 하고 싶은 일만 하냐?” 파랑새 날개 “그래, 알았어. 형을 믿고 무슨 일이든 할게.” “아까 그 블루문 클럽에서 홀 보이를 구하고 있어. 미안하지만, 최하층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돼. 청소와 잡일을 비롯해 심부름 따윌 하는 거지.” “참 좋은 곳을 소개시켜 주는군.” “야 이 자식아, 그럼 흙수저가 밑바닥부터 기어야지 별 수 있냐? 히히 하지만 미국과 미군을 몰라서는 이 한국이란 나라와 사회도 제대로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어쩔래?” 청운은 망설였다. 그 야릇한 기지촌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렁이긴 했지만, 일단 응낙하면 마음속에 깃든 파랑새의 날개가 꺾일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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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둘은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시원스레 느껴졌다. 피에로는 환락가를 빠져나가 시멘트 다리를 건너서는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농촌 마을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벽에 슬래브 지붕이 얹힌 삭막한 집들이 무리져 있었다. “저긴 양갈보나 양공주라고도 불리는 여자들이 많이 세들어 살아.” 삭막한 집들 피에로가 골목을 돌아 벗어나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인적이 끊긴 오솔길을 계속 걸어갔다. 차가운 하늘에 별이 반짝이며 저들만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별들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피에로가 물었다. “글쎄…그런데 형은 왜 무대에서 한국말을 쓰는 거야? 미군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을 텐데 말야.” “흥, 영어만 언어냐? 내가 영어를 씨부려 봤자 얼마나 잘 씨부리겠냐? 그리고 사실상 난 언어를 뛰어넘는 연기를 하고 싶어. 아마 미군 놈들도 딱딱한 의미보다는 미지의 동물이 지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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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피에로는 마이크를 빼들고 입으로 가져가 백남봉이나 남보원이 하듯 원맨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긴 휘파람 소리는 대포알이나 미사일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묘사하는 성싶었다. 이어 폭발하는 소리가 꽤나 요란했으나 앞니가 빠졌기 때문인지 더러 불발탄 같은 싱거운 소음도 섞였다. 그래도 피에로는 열심히 성대모사를 해 나갔다. 성대모사 “드드드드…타타타타타…피융 피융…으윽,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군들은 삼천리 금수강산과 한민족을 위해 사즉생의 정신으로 싸워 달라…드르륵 드르륵 콰쾅…… 으흑, 나는 피눈물을 머금고 가네…소련 놈한테 속지 말고, 미국 놈들 믿지 말고…참다운 자주 독립과 해방 세상을 이뤄다오….” 마지막 말은 불분명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저 피에로 형은 뜬금없이 왜 저런 소릴 지껄이고 있을까, 하고 청운은 고개를 저었다. ‘무대에서 저런 덜떨어진 헛소릴 왜 하는 거야? 더군다나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