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고모' 김경희 근황 확인

“죽었다고? 알코올중독 치료받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그동안 생사여부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오갔던 김경희(70) 북한 노동당 전 비서가 현재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경희 전 비서는 북한정권이 내세우는 백두산 혈통의 유일한 적자이자, 현재 북 정권의 1인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다. 그동안 그녀의 생사와 건강상태를 두고 무성한 말이 오간 가운데 그녀의 생존이 최근 새롭게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김 전 비서는 현재 평남도 모 특각에서 군보위사령부의 관리 하에 치료 중이다. 현재 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신부전증, 당뇨 등을 앓고 있다. 김 전 비서는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이 ‘반당종파’로 몰려 처형 당하고 줄곧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현재 북한 고위층 내부에선 김 전 비서가 여러 병이 겹치고 치매로 인해 사람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여서 곧 ‘자연사’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사람 못 알아봐
“곧 자연사할 듯”

해당 정보는 약 20년간 대북사업을 진행해온 한 군 출신 인사가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가 한 한국계 미국인을 만나 확인한 내용이다. 이 인사는 20년간 대북사업을 해오며 북한 내 최고위층 인사와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남도 내엔 안주시 연풍호 제2별장, 온천군 온천리별장, 와우도 영남리별장 등 3개의 특각이 있는데, 현재 김경희는 이 3개소 중 한 곳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이 김정은 제1비서를 두고 ‘후지산 곁가지 혈통’이라고 폄하하는 가운데, 북 정권은 권력 안정을 위해 백두산과 만경대 혈통으로 세습되는 혈족계 최측근을 권력 주변에 배치해왔다. 백두산 혈통으론 고모 김경희, 이복누나 김설송, 손위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 등이 핵심이다. 측근연합의 또 다른 한 축으로 만경대 혁명학원 출신 최룡해 등 항일 빨치산 2∼3세들을 요직에 배치해 기용해왔다.


김경희는 김일성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혈육으로 김정일 사후에도 변함없는 위치를 과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해 대장 계급장을 달고 활보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러나 김경희는 2013년 12월12일, 남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반당종파' 혐의로 처형 당하고 같은달 17일 오빠 김정일의 2주기 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처형, 자살, 병사 등 각종 설 난무
‘독살’ 김정은 지시 살해설도 제기

김경희가 2014년 말 싱가포르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나돌았고, 2014년 11월엔 국내 모 탈북자단체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후 5일만에 음독자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산케이신문>은 그녀가 2014년 10월 지병으로 사망했고,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망 직후 김정은이 직접 ‘직절한 시점이 올 때까지 공표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CNN까지 나서 한 고위급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김정은에 의한 ‘독살설’까지 제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14년 5월5일 또는 6일에 김정은이 직접 김경희를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탈북자 강명도씨도 2014년 11월 CNN 방송에 출연해 “김경희가 장성택이 처형되고 며칠 뒤 김정은 제1 비서와 전화통화를 하던 도중 세 번째 뇌졸중을 겪었다”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NHK는 김경희에 대해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망설을 부인하는 보도를 냈다. 가장 최근엔 지난 1월 초, <조선일보>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권력층 내부에 김정은이 김경희를 살해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까지 언론이 자살설, 독살설, 피살설 등을 보도하면 국정원 혹은 통일부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 불가’ 혹은 생존해 있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그녀가 남편의 죽음 이후에 공식적인 모든 직함에서 이름이 사라졌고, 은퇴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리을설 인민군 원수가 사망했을 때 최룡해와 함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것이 확인됐고, 2014년 초부터 북한 각종 주요기관·단체 인명록에서 이름이 사라진 것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김여정? 김설송? 
핵심부 세대교체

앞서 밝혔듯, 집권 초기 김정은은 북송 재일교포 출신의 어머니와 친일파 설이 제기되는 외조부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인해 자기 주변에 백두산 줄기로 대표되는 고모 김경희와 항일 빨치산 후손을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가 고모와 고모부 등 최측근을 배제한 것이 권력이양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측근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권력이 공고해졌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지도부감시(North Korea Leadership Watch)의 운영자인 마이클 매든은 “이렇듯 최측근들이 배제되면서 김정은 정권의 앞날이 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희와 같은 측근들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정권이 정책을 수립하고 국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최근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을 갑자기 취소한 일을 예로 들면서 “김경희가 정계에 남아 있었다면 김정은에게 그 같은 성급한 행동을 하지 말도록 충고했을 것”이라고 썼다.

김경희가 더 이상 북한 지도부의 일원이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가 정말로 사망했다면 북한정권 입장에선 공식적으로 부고를 내고 국장으로 예우를 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및 탈북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일성의 직계를 일컫는 백두혈통이 사망했다면 성대한 장례가 치러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조카인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정치적 생명이 끊기고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고모를 굳이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북 소식통 “살아있다” 증언
치매까지…평남도 특각서 보호

김경희와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반당종파’로 몰렸음에도 살아남아 북한의 최고위직까지 오른 예가 하나 있다. 허정숙(1908∼1991)은 1956년 일어난 ‘8월 반당종파 사건’의 주모자이자 연안파 리더였던 최창익(1896∼1956)의 아내였으나 수백 명의 관련자가 숙청 당하는 와중에도 처벌을 면했다.

당시 최창익을 중심으로 한 연안파는 김일성이 동유럽 순방을 나간 사이에 소련의 지지를 배경으로 김일성 독재를 비판했는데, 이 일로 인해 수년 동안 관련자가 죽임을 당하거나 숙청 당하는 등 현재까지도 북한주민 입에 오르내리는 가장 대규모의 숙청사건으로 북한정치사에 기록됐다.

‘8월 종파’ 사건으로 인해 북한에 최초의 정치범 수용소가 설치됐을 정도였고 관련자 중 처벌을 면하고 살아남은 자는 허정숙과 정률성이 유일했다. 정률성이 처벌을 면한 것도 당시 중국에 나가 있었고 그가 중국 공산당의 2인자였던 저우언라이의 사위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허정숙은 최창익과의 이혼을 조건으로 숙청을 면했다. 그녀가 숙청을 피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며 ‘민족변호사’로 이름이 높았던 허헌(1885∼1951)이었기 때문이다. 허헌은 북한정권 수립 후 딸 부부를 따라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대 의장, 김일성종합대 총장을 지냈다.

허정숙은 그 후 사법상, 최고재판소장,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여맹중앙위 서기장, 조국통일 민주주의전선 의장 등을 지내며 권력 핵심부에 잔류해 노동당 비서에까지 올랐다. 1991년 6월 사망했을 때 북한정권은 그녀의 죽음을 국가장으로 예우했다.

피살설 진상은?
정부 “확인불가”

이 같은 역사적 사실로 볼 때 김정은 정권이 김일성의 유일한 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의 사망을 공식화하지 않고 쉬쉬한다는 것은 북한체제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가 모든 공식 직책에서 물러난 것이 확실시된다”며 “김경희의 자리는 김여정이나 이복누나인 김설송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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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