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 1번지' 경기서남권서 사라지는 여자들 추적

잔혹범죄 사각지대…터졌다하면 ‘충격’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수원·화성·안산 등 경기 서남권의 경우 잔혹범죄가 끊이지 않아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주민들의 범죄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수원역 인근에서 실종된 한 여대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04년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이번 사건과 함께 그간 경기 서남권에서 일어났던 잔혹범죄들을 되짚어본다.

 
경기 수원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여대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5일 경기경찰청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께 경기 평택시 진위천 일대 진위배수지를 수색하던 중 배수지 인근에서 실종된 여대생 김모(21·여)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 주변에선 김씨가 실종 직전까지 신고 있었던 신발 한 짝도 함께 발견됐다.

여대생 실종
숨진채 발견
 
김씨의 시신은 CCTV분석을 통해 용의자 차량이 해당 경로를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을 수색 중이던 수원서부경찰서 형사에 의해 발견됐다. 김씨가 발견된 곳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윤모(45)씨가 건설업체에 근무하면서 배수로 공사를 했던 곳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14일 오전 1시18분께 김씨 남자친구(22)로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길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여자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같은 날 오전 4∼5시께 김씨가 사라진 수원역 인근에서 500여m 떨어진 장소에서 김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지품이 발견된 수원 매산로 주변의 한 건물에서 건설업체 이사인 윤씨가 김씨를 데려가는 듯한 모습이 찍힌 CCTV를 확보하고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벌였다.
 
CCTV에는 윤씨와 김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던 중 경찰의 추적을 받던 윤씨가 14일 오후 5시30분께 강원도 원주시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다. 숨진 윤씨가 몰던 차량 트렁크에선 김씨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
 
윤씨는 같은 날 오전 집과 직장에 차례로 들러 옷가지 등을 챙긴 뒤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경찰은 각 현장에서 증거물과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윤씨가 남자친구와 술에 취한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든 김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화성·안산 등서 잇달아 여성실종
수원서만 2년동안 성인녀 160명 행불
 
16일 수원서부경찰서는 국과수로부터 김씨의 사인이 목졸림에 의한 경부압박질식사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윤씨가 숨져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구심이 남지 않도록 윤씨의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을 충분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직장동료와 가족 등을 불러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윤씨와 김양 사이에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용의자 윤씨와 피해자 김양이 모두 숨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일어난 여대생 실종사건은 과거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04년 10월, 노모(당시 21·여)씨는 한밤중 화성복지관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서 2km가량 떨어진 봉담읍 와우리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노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새벽까지 주변 수색을 펼쳐 노씨의 청바지, 브래지어, 양말, 수영복, 가방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건발생 47일째 되는 날 인근 야산에서 노씨로 추정되는 유골과 머리카락이 발견됐고 결국 노씨의 사체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범인을 끝내 붙잡지 못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화성시는 강력사건 1번지로 불린다. 지난 2월에는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져 지역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경찰은 지난 2월 A(67·여)씨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던 중 A씨 소유 별채에 세들어 살던 김모(59)씨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그의 주거지를 감식하기로 했다. 김씨는 같은 달 9일 경찰의 감식을 앞두고 자신이 살던 별채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김씨 차량에서 A씨 혈흔을 확보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김씨가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방화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뒤 경찰과 함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이후 김씨가 쓰다버린 육절기에서 A씨의 피부, 근육 등 인체조직이 검출되자 검찰은 A씨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사건을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했다.

실종됐다하면…
싸늘한 주검으로
 
김씨는 미리 구입한 육절기를 이용해 A씨의 시신을 잘게 훼손한 뒤 상자 여러 개에 나눠 담아 인근 개울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버린 육절기 단면 100여곳에서 살점 등 A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살해하지 않고서는 발견될 수 없는 여러 부위의 인체조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살인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씨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올해 1월 말부터 김씨가 인터넷 상에서 ‘인체해부도’ ‘인체해부학’ ‘육절기’ ‘골절기’ ‘띠톱’ ‘민찌기’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5개월여 만에 일단락됐지만 살인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노정환)는 지난 2월 화성에서 실종된 A씨는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유력 용의자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수원 팔달산에서 토막시신이 발견돼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팔달산 등산로에서 토막난 사체 일부가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것이다. 같은 달 5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4일 오후 팔달산을 등산하던 한 남성이 검은색 비닐봉투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비닐봉투를 확인한 결과 봉투 안에는 머리와 팔이 없는 상반신 사체가 담겨 있었다. 이후 수원시 매교동 인근 수원천 산책로에서 검은색 비닐봉투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비닐봉투는 피해자의 살점으로 보이는 인체 일부를 덮고 있었다. 특히 시신의 장기가 없었다는 점이 인신매매·장기적출 괴담을 양산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
대부분 살인으로 드러나 
외국인 많아 수사 어려워
 
괴담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중국동포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월세방 계약을 했는데 며칠 머물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통의 신고전화가 수원서부경찰서에 접수되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 경찰은 용의자 박춘봉(57)이 머물렀던 방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된 점, 팔달산에서 발견된 봉지와 유사한 점을 단서라 여기고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경찰은 잠복 끝에 그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박춘봉은 동거녀 김모(49)씨가 자신과 다투고서 짐을 싸 나간 뒤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박춘봉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5부(양철한 부장판사)는 박춘봉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토막살인은 경기도 안산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시화 방조제(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에서 낚시 중이던 한 남성이 토막난 시체가 담겨 있는 가방을 발견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팔, 다리, 머리 등이 없는 몸통 사체를 수습했다. 이후 경찰은 머리, 손목, 발목 등을 추가로 발견해 손목에서 지문을 채취한 결과 피해자는 중국 국적 한모(42·여)씨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한씨의 남편 김하일(47)이 경찰서에 아내의 미귀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조카가 거주하는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와 공장에 출근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건물을 수색해 옥상에서 한씨의 양팔과 양다리 사체 일부가 담긴 가방을 발견했다. 공장 주변에 잠복해 있던 형사 10명은 김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하일은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한씨가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부하라고 강요하자 망치로 때린 후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증거인멸을 위해 부엌칼을 다듬은 후 화장실에서 사체를 토막 내 가방에 하나씩 담아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해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영욱)는 아내인 한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시화방조제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김하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수사 난항 일쑤
불안한 주민들
 
지난 2012년에도 토막사건이 일어나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2012년 4월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서 조선족 오원춘(56)이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K씨(당시 28세·여)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냈다. 당시 오원춘에게 납치된 피해자 K씨는 오원춘이 집을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해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자세한 위치를 설명했지만 경찰은 자세한 위치를 물으며 K씨가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따지면서 대응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뒤늦게 피해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고접수 두 시간 만에 수색에 들어갔다. K씨의 신고전화를 받은 후 2일째 되는 날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주민의 제보를 받고 수사범위를 좁힌 경찰은 다세대 주택에서 토막 낸 시신을 가지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던 오원춘을 붙잡았다.
 
살해수법은 매우 악랄했다. 오원춘은 K씨 납치 당시 K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358점으로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오원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사형 구형과 함께 전자발찌 30년 부착도 요구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이동훈 부장판사)는 오원춘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오원춘이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김기정)는 범행 수법이 잔인해 죄질이 무겁지만, 인육 및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1심의 판결의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사형 판결을 내린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013년 1월에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했다.
 
지난 2009년에는 ‘연쇄살인’이 각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경기 서남권 지역에서 여성들을 잇따라 살인한 연쇄살인마 강호순(57)이 붙잡히면서부터였다. 강호순은 2009년 1월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추가 수사에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실종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강호순은 연쇄살인을 부인하다 증거를 제시한 경찰에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호순은 2006년 9월 강원도 정선군에서 당시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 윤모(당시 23세·여)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2009년 8월 사형이 확정됐다.
 
경기 서남권에서 벌어지는 실종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원지역에서 실종된 18세 이상 여성은 지난 2년 새 15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실종사건이 끊이지 않자 당국이 팔을 걷어부쳤다.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이 수원시를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로 만들기 위한 안전시범도시 구축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안전시범지역 조성계획 수립과 시행, 경기지방경찰청은 범죄예방에 대한 자문과 범죄발생정보 관련 데이터 제공을 맡는다.
 
경기도는 도청 내 자문검사와 디자인전문가, 경찰청, 빅데이터전문가 등 범죄예방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수원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원시도 제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안전마을TF를 구성, 수원시 내 옛 도심 지역인 지동을 중심으로 현장방문조사를 하고 안전도시조성을 위한 사업발굴과 기존의 관련사업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밤길 나서기
두려운 여성들
 
도는 수원시를 6891개 블록으로 세분화하고 범죄취약 정도, CCTV 감시취약지역,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CCTV 최우선 설치 지역 133개 블록, 우선설치 지역 420개 블록, 설치필요지역 979개 블록을 선정했다. 수원시는 이번 분석결과를 반영해 CCTV 설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도시형·도농복합형·농촌형 CCTV 사각지대 표준 분석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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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