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1조 카지노 유치전

잭팟 주인공은…베팅경쟁 ‘후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카지노 리조트 신규 사업자 2곳을 올해 연말에 새로 허가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50년 만에 카지노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개발에 적어도 수조 원이 들어갈 정도로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드는데도, 수십 개가 넘는 사업자들이 모여 들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카지노 사업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는 신규 사업자 2곳 정도를 추가 선정하려 하자 관련업체 34곳이 뛰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한 콘셉트 제안요청(RFC)을 지난달 30일까지 모집한 결과, 국내외 34개사가 접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업제안서 제출
연말 사업자 선정
 
인천지역에서만 15곳 안팎이다. 지난해 사전허가를 받아 내년 초 착공 예정인 리포&시저스가 있는 영종도 미단시티에는 중국의 GGAM(Global Game Asset Management) 랑룬캐피탈과 신화련 부동산, 홍콩의 임페리얼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주대복 엔터프라이즈 그룹(CTF), 싱가포르 오디아 등 5곳이다. 바로 옆 영종하늘도시에도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는 나가코프와 아시아컬쳐컴플렉스(ACC), 인천 송도에 주소를 둔 선 시티 리조트 등 3곳이 신청했다.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IBC-II)에는 미국 카지노기업인 모헤간 선(Mohegan Sun), 한국관광공사 산하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이 한 게임회사와 함께 신청했고, 인천공항에서 슈퍼카(F1경기)를 추진하려던 영국의 웨인그로브사 등 3곳이다. 또 무의도에는 필리핀의 쏠레어 코리아와 임광그랜드개발(LK), 용유도는 오션뷰 등이다.
  

미단시티에 신청한 홍콩 CTF는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복합지원용지(골든하버)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중복 신청했다. 이 밖에도 롯데와 싱가포르 산토사 섬에서 리조트월드를 운영하는 겐팅사가 부산 북항에 오픈카지노(내국인 출입)를 조건으로 신청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경기 화성에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문체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34개사가 제출한 제안 요청서를 평가한 뒤 8월 말쯤 복합리조트 개발 대상 지역과 시설요건 기준 등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나 마카오 복합리조트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리조트의 신규 사업자는 올 연말 확정될 예정이다.
 
외국인 전용 신규사업자 2곳 새로 허가
면세점 이어 또 다른 ‘황금거위’ 평가
 
아직 RFC 내용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공모에서 부산을 제외하고는 인천의 경쟁자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RFC 공모 참가 업체 절반에 달하는 15개 업체(중복 포함)가 인천을 대상으로 RFC를 제출한 만큼 정부가 복합리조트 집적화 등을 고려해 인천에 복합리조트를 몰아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2곳을 국내 대기업들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1월18일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국토부, 금융위, 관세청, 중기청 등 6개 부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와 호텔·컨벤션센터·쇼핑몰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레저공간으로, 싱가포르의 대성공 후 세계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등지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종도에선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해 11월 첫 삽을 떴다. 중국·미국 합작사인 리포앤시저스(LOCZ)와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도 각각 2018년, 2020년 개장을 목표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제주도에서는 싱가포르의 겐팅싱가포르와 중국 란딩그룹의 합작사인 란딩제주개발이 서귀포 일대 신화역사공원에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 추가 유치에 나선 것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사전 브리핑을 통해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도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을 국내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나, 카지노 사업이 갖고 있는 도박 산업 이미지 탓에 일부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기 감지된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싱가포르 선례
너도나도 도전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처음으로 카지노 사업에 도전한다. 지난달 29일 코오롱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4월 개장한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컨트리클럽(CC)과 부속 토지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조성하는 계획안을 이달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라비에벨CC는 전체 부지 면적이 484만㎡에 달하고 클럽하우스 등 모든 건물을 전통 한옥으로 건설했다. 코오롱 측은 이 곳에 골프장 36홀과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상가·문화시설 등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이곳에 리조트가 개발되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부산 씨글라우드 호텔, 천안 우정힐스CC 등 기존 레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코오롱그룹은 화학소재·패션(코오롱인더스트리), 건설·유통·환경(코오롱글로벌,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제약·바이오(코오롱생명과학, 티슈진, 코오롱제약) 등 굵직한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업황이 악화되자 신사업을 통한 상황 돌파에 나서면서 2009년 이후 5년간 업종 수를 18개 추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지노 사업 진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롯데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세계적 카지노기업 겐팅그룹과 손잡고 부산 북항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지난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자산개발·롯데호텔·롯데건설 등 세 회사로 구성된 롯데컨소시엄은 문체부가 주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개략적인 개발방향을 담은 콘셉트공모제안서(RFC)를 지난달 30일 제출했다.

롯데·코오롱에 신세계·부영도 검토
신규 카지노 조성 기대 반 우려 반
 
롯데가 제시한 카지노리조트 부지는 부산 북항재개발지구다. 투자금액이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수상레저, 호텔, 면세점 등 각종 관광 및 쇼핑시설로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부산 북항이 레저시설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항만청은 북항을 대형 크루즈 네 대가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세계 4대 미항이다. 부산이 본거지인 롯데가 부산의 지역 발전까지 고려해 북항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직접 카지노 사업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롯데호텔 등에 카지노를 유치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90년대 국내 카지노업체가 부도났을 때도 롯데가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와 손잡은 겐팅그룹은 세계적인 카지노 운영 업체다. 화교 자본에 의해 1965년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바하마, 미국 등에서 카지노가 포함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가 300억달러(약 33조5700억원)를 넘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부터 제주 서귀포시 하얏트호텔 내에 카지노 사업장인 겐팅 제주를 운영하고 있다.
 
“불황에 외화벌이” 
        vs 

“한탕주의 조장”
 
한국수자원공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 사업이 추진되다 중단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를 신청했다. 지난 2일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도·화성시와 송산그린시티에 국제테마파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3자는 부지 공급과 공공기관 참여를 위한 협의, 국제테마파크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 업무에 대한 협력, 기업 유치 공동 마케팅 및 정보 교환 협조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의 주 내용은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일대에 수자원공사가 간척 사업 등을 통해 조성한 부지인 송산그린시티 동쪽 420만㎡ 부지에 국제 수준의 테마파크를 조성이다.
 
수협중앙회는 노량진수산시장에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 수협은 지난달 30일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 콘셉트 제안공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4만8233㎡를 활용해 한강-여의도-노량진수산시장-복합리조트로 이어지는 관광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돼 수산시장이 이전하면 지금의 수산시장부지에 리조트를 건설할 구상을 갖고 있다.
 
이밖에 지자체도 나서고 있다. 경상남도는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신청했다.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남산·웅천지구 285만㎡에 폭스테마파크, 6성급 호텔, 카지노, 컨벤션, 마리나, 아웃렛, 콘도미니엄, 골프장(18홀)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성장산업 맞지만

부작용 대비해야
 
전남 여수의 여수경도관광레저도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에 신청했다. 여수경도 복합카지노 리조트개발 사업에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국제자산신탁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고 일성건설과 중국 국도건설그룹이 건설적 투자자로, 희림종합건축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자문, 회계법인 나무 등이 기술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성장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복합 카지노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거나 국제적인 범죄 자금의 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크루즈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논란
2025년까지 강원랜드만 OK?
 
현재 국내 17개 카지노 가운데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 단 1곳이다. 관광진흥법 제28조 카지노사업자의 준수사항 중 1항 4호는 ‘내국인을 입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11조에 ‘관광진흥법 적용의 특례’를 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외국 크루즈선 등 외국 카지노에서 게임을 해도 일정선을 넘으면 상습도박 등 혐의로 형사처벌 되지만 강원랜드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인정해 준다. 
 
대법원은 2004년 “국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박죄의 보호 법익보다 좀 더 높은 국가 이익을 위해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결했다. 
 
예컨대 개그맨 황기순, 방송인 주병진, 가수 신정환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강원랜드에 드나들었다가 처벌받은 연예인은 없다. 이처럼 ‘내국인 출입’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가진 강원랜드의 작년 매출액은 1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강원 폐광지역은 당연히 독점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크루즈선 등 신규 카지노 진출자는 내국인 출입 허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해수부는 2012년 2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가 1년을 못 채우고 폐업하자 선상 카지노를 설치하지 못해 외국 크루즈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루즈 선박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0%에 이른다. 해수부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선상카지노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고 다음달 시행되는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해당 조항을 명시했다.
 
문체부는 처음부터 일정 규모 이상 선박에 선사의 자금력이 충분하며 내국인 출입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고 해수부도 법 제정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외국인 전용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취임한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내국인 출입’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고 외국 크루즈선과 대등한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선사 등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 중인 지자체 등도 해수부가 촉발한 논란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2곳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권을 내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연내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복합리조트 유치에 성공하려면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강원 정가와 폐광지역 주민들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은 복합리조트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폐광지역 경제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효력이 만료되는 2025년까지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독점권을 법적으로 보장받게 돼 있다며 빗장이 풀리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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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